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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책 지속성 유지와 신성장동력 창출을 통한 불확실성 해소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의 투자행태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 는 부문을 막론하고 나타난 전반적 투자부진이며, 이러한 추세가 기 업의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끝났다고 하는 최근에도 지속되고 있다 는 것이다. 이러한 투자행태의 변화는 많은 부분 변화된 국내외 경제 환경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우리에게 가장 큰 경제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한 BRICs 국가와 같은 신흥공업국의 급부상이다. 이들 국가의 부상으로 그간 국제시장에서 효자 노릇을 해 온 우리나라 주력상품의 지위가 크게 위협받고 있으면서 수출기업들의 매출액이 감소 추세를 지속하 고 있다. <그림 8>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매출액은 1990년 이후 지속적으로 완만한 하락 추세를 보여, 1990년대 연평균 13.6%이던 매출액 증가세가 2001년 이후 7.67%로 크게 하락했다. 수 출기업 매출액 증가율의 부진은 세계적인 개방화와 중국 등 공업대 국 출현 등에 따른 글로벌 경쟁 심화에 기인하며, 특히 우리나라 범 용기술 제품분야의 국제경쟁력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추세 는 우리나라 주요 제품의 최근 미국시장 점유율 변화에서 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표 10> 참조). 19992004년 기간 동안 BRICs, 특히

중국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모든 부문에서 확장세를 보이고 있는 반 면, 우리나라의 경우 정밀기기, 무선통신기기, 반도체, 자동차 등 우 리나라의 전통 주력산업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 모두 시장점유율 이 감소하거나 정체되어 있다. 이러한 해외수요의 감소는 미래수요 에 대한 예측을 어렵게 하며 이는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5_

그림 8. 1990년 이후 수 출기업의 매출액 증가율 동 향

(단위: %)

-10.0 -5.0 0.0 5.0 10.0 15.0 20.0 25.0 30.0

1990 1992 1994 199 6 1998 2000 2002 200 4 2006

매 출 액 증 가 율 추세 선

자료: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표 10. 주요 제품의 미국시장 점유율 변화 추이

(단위: %)

한국 BRICs 중국

1999 2002 2004 1999 2002 2004 1999 20 02 2004 의류와 그 부속품 3.9 3.0 2.3 17.4 19.8 23.9 13.1 14.5 18.8 철강 5.9 4.2 4.1 13.9 19.1 24.8 1.7 2.1 4.7 철강제품 5.5 4.5 4.2 14.6 21.0 27.4 11.6 17.7 23.3 비금속제품 2.0 1.7 1.4 19.7 26.9 30.7 17.4 25.2 28.9

5_ 이와 관련하여 장광수・전봉걸(2000)은 총수요의 불확실성 증대가 미래수요의 예 측을 어렵게 함으로써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실증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표 10. 계속>

한국 BRICs 중국

1999 2002 2004 1999 2002 2004 1999 20 02 2004 화공품 0.8 0.6 0.8 7.8 7.5 9.2 3.3 3.4 4.4 석유제품 0.4 0.4 0.4 1.4 3.3 3.7 0.3 0.4 0.5 컴퓨터 6.8 6.1 4.3 9.2 19.4 37.8 9.0 19.3 37.7 정밀기기 7.5 7.9 8.5 8.1 8.6 9.1 7.5 7.9 8.5 전기기기 및 부품 7.8 7.8 9.2 10.8 17.3 22.5 10.3 16.0 21.7

무선통신기기 12.5 17.9 23.1 5.8 16.3 24.6 5.4 12.4 23.6 반도체 17.7 13.3 14.8 1.9 2.9 5.2 1.8 2.8 5.1 자동차 2.2 4.3 5.7 1.1 1.9 2.5 0.7 1.1 1.8 자료: 박양수・문소상(2005),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약화 원인과 향후 전망, 한국은

, 조사통계월보 9월 인용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처한 대외여건의 악화와 함께 대내적으 로도 경기변동 주기가 더욱 짧아져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 이다. 임경묵(2008)은 우리나라 기업이 직면하는 불확실성을 수익성 의 변동성으로 측정하고 이를 토대로 불확실성의 증대 여부 및 불 확실성이 투자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는데, 1994년에 3% 중반이던 기업 수익의 변동성은 최근 5%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으로 확대되 었고 이러한 수익변동성의 확대가 설비투자 증가세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6_ 수익변동성의 확대는 경기변동 주기가 짧 아진 데 기인한다. 통계청의 경기동행지수를 기준으로 볼 때 1990 년대 국내경기의 확장기7_는 초반의 22개월(1990년 8월∼1992년 5 월)과 중반의 39개월(1994년 11월∼1998년 1월)로 비교적 장기간 지속되었다. 이에 반해 2000년대 이후 경기확장기의 지속기간이 훨 6_ ‘수익변동성 확대와 설비투자 위축’, 한국개발연구 제30권 제1

7_ 경기동행지수가 100을 지속적으로 넘은 시기

씬 짧아져서 최대 20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경기변동의 주기가 짧 아지면서 우리 기업들의 설비투자 행태에도 중대한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1995년에서 2004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기업의 설 비투자는 경기동행지수와 긴밀하게 동조화되어 있다(<그림 9> 참 조). 특히 외환위기 이후 설비투자는 경기동행지수와 규모 및 추세 측면에서 거의 완벽한 동조현상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동조화 현상은 2004년 중반부터 사라지기 시작하는데 이는 앞서 언급된 경 기변동 주기의 단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경기순환이 더욱 빈번 하게 일어나면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단기 기 대수익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도 당시의 경기상황 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그 결과 2004년 이후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변동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당시 경기상황에 영향을 받고 있으나 추세적으로는 경기선행지수를 따르 는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그림 9. 경 기변동에 따른 설비투자 추 이

85 90 95 100 105 110

199 5. 02

199 5. 12

199 6. 10

1997. 08 199

8. 06 199

9. 04 2000. 02

200 0. 12

200 1. 10

200 2. 08

2003. 06 200

4. 04 200

5. 02 200

5. 12 200

6. 10 200

7. 08 200

8. 06 0 20 40 60 80 100 120 140 160

경기동행지수 설비투자지수 경기선행지수

자료: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대내외 시장여건의 불확실성 증대로 인한 투자의 기대수익률 저 하는 제조업부문에서의 자본탄력성 추세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그 림 10>은 외환위기 이후 제조업부문에서의 자본탄력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투입된 자본 단위당 창출된 부가가치의 비율이 1990년대 말 이후 급락하여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부진해진 모습을 볼 수 있다.8_

물론 자본의 생산성 하락은 불확실성 이외에 여러 구조적인 문제에 도 기인한다.9_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우리나라의 금융 산업 발달수준으로 비효율적인 자본의 배분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으며, 우리나라 제조업이 자본축적에 따른 한계체감의 법칙을 경 험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림 10. 외환위 기 이후 제조업부문 자본증 가에 따른 부가가치 증가 추 이 (단위: %)

0.0 1.0 2.0 3.0 4.0 5.0 6.0

19 98 1999 2000 2 001 20 02 2003 2004 2 005 20 06

제조업 생산의 자본탄력성

: 제조업 생산의 자본탄력성 = (부가가치증감분/부가가치)/(자본스톡증감분/자본스톡) 자료: 한국은행

8_ 엄밀한 의미에서 자본한계생산성 추정은 생산함수의 추정을 수반해야 하는데, 를 위해 필요한 일반적인 가정들이 초래할 수 있는 통계학적 문제를 피하기 위해 경제성장론 문헌에서는 불가결한 경우를 제외하고 부가가치 변화/자본스톡 변화 를 이용한다. 이는 노동생산성을 일반적으로 부가가치 변화/노동투입량 변화로 측정하는 것과 유사하다. 본 보고서에서는 여기에 규모의 영향(scale effect)를 고 려하기 위해 자본탄력성을 계산하였다.

9_ 전승철 외(2005), ‘최근의 설비투자 부진원인과 정책과제’, 금융경제연구, 한국은행

불확실해진 대내외 여건과 이에 일부 기인한 투자 수익성의 저하 는 기업들의 경영방식을 보수적으로 변화시켰다. 과잉투자로 인한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기업들은 이윤을 자본축적에 쓰지 않고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시켰다. <그림 11>에서도 보듯이 제조업부문 의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외환위기 이후 급격하게 감소했고, 외부자 금에 대한 의존도도 큰 폭으로 줄었다. 이러한 기업의 재무구조 재 조정은 기업의 기초체력을 향상시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경제성 장에 필수적인 민간투자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고, 그 결과 19801990년대 외환위기 전까지 228.9%에 이르던 우리 기업의 현 금흐름 대비 투자비율이 20042006년에 와서는 3분의 1 수준인 77.4%로 떨어졌다.10_ 이러한 일련의 현상은 우리 기업들이 투자여 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이고 근시안적인 경영행태로 투자를 꺼려한다는 국내 비판여론의 근거가 되었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최근 지속되고 있는 기업의 투자부진 현상은 변화한 대내외 환 경에 따른 투자의 기대수익률 저하와 그간의 재무구조 조정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이 쌓아놓고 있다고 하는 현금성 자산은 매출액 및 수익성의 변동성 확대 및 기업의 안정성 선호 심리 지속 등으로 외부충격에 대한 완충장치로서의 유동성 확 충의 일환으로 그 비중이 확대된 결과인 것이다.11_

10_ 한국은행(2008), ‘우리 경제의 투자여력에 대한 평가

11_ 임경묵(2008), ‘우리나라 기업의 투자현황’, 한국개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발 표자료

그 림 11. 기업규모별 경 영지표 비교

(단위: %)

0 10 20 30 40 50 60

1990 1995 1997 2000 2004 2007

0 50 100 150 200 250 300 350 400 대기업 차입금의존도(좌) 450 중소기업 차입금의존도(좌) 대기업 부채비율( 우) 중소기업 부채비율(우)

자료: 한국은행 ECOS DB 시스템

외환위기 이후 기업투자가 위축된 근본원인이 대내외 환경변화와 이에 따른 투자 수익성 악화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투자활성화 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이러한 부정적 변화요소들을 상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라고 할 수 있다. 대내외 환경변화에 따 른 불확실성은 세계화와 이에 따른 경제구조의 변화에서 오는 것이 므로 이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정책적 대응방안의 도출이 거의 불가 능하다. 그러므로 정책당국의 역할은 이러한 변화에 따른 대응정책 수립과정에서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수립된 정책은 지속성있게 추진 해 나감으로써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최근 기업의 투자행태가 현재 경기상황보다는 좀 더 장기적인 시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 다. 투자에 있어 가장 큰 장애요소는 향후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의 노선 변경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정책적 불확실성의 해소가 필수적인 것이다.

정책방향의 예측 가능성 제고와 함께 요구되는 것이 투자의 기대

수익을 저하시키는 구조적인 요인을 개선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제 조업의 고도화 내지 신산업 창출과 금융산업의 발전 등이 포함된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정책을 펼치면서 이 부문의 자본축적에 주력해 왔다. 아직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축적된 자본스 톡이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계체감의 법칙에 의해 제조업부문에 서 추가적 자본투입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과거에 비해 많이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그 타결책으로 새로운 산 업의 창출이나 제조업의 고도화 내지 고부가가치화 노력이 필요하 다. 이와 관련하여 국제적으로 과도한 수준인 창업관련 규제들을 완 화 및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림 12>는 주요 선진국들의 창업관련 규제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창업관련 규제는 2005 2007년 기간 동안 다소 개선이 있었으나 다른 주요 선진국들에 비 해 최고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높은 수준의 창업관련 규제 는 창업에 필요한 비용을 증가시켜 기업가정신의 위축을 가져오게 된다. 2007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창업비용의 1인당 총국 민소득 비중은 16.9%로 일본(7.5%), 독일(5.7%) 등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그림 13> 참조). 다행히 2005년 이후 창업비용의 비중은 하락 추세를 보이고는 있지만(-4.5%, 20052007년), 우리나 라와 함께 상대적으로 창업비용이 높았던 일본이 고이즈미 내각의 규제개혁 프로그램에 따라 창업비용의 비중이 30% 하락한 것에 비 하면 여전히 크게 미흡하다. 활발한 창업활동은 새로운 투자를 통해 경제 전반의 활력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신성장동력 창출을 가능 케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과도한 창업관련 규제로 인한 창업비용 부 담의 해소는 투자활성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정 책과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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