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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적 시사점

문서에서 년과 (페이지 115-124)

여기에서는 좀 더 체계적으로 1997년과 2008년 위기를 둘러 싼 정책환경에 대해 검토하고자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사후 적으로 어떤 부분에 안정화정책이 필요했었고, 아니면 잘 시행 되었는가를 평가할 수 있다. 이런 학습은 결국 갈수록 세계화의 흐름에 점점 더 노출되어 가는 한국경제가 향후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아울러 어떠한 면에서 정책 개선, 혹은 상황 개선이 있었는가를 아는 것은 곧 서론에서 제기한 질문, 왜 한국경제를 강타한 2008 충격이 1997년보다 훨씬 더 컸음에도 불구하고 2009년 말 현재 한국경제가 1997년 당시에 비해 안정된 모습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방법이다.

1) 경제 건전성 제고방안

󰠏}부실자산 누적 최소화와 처리 인프라 구축 및 활성화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 분야이다. 한국경제는 1997년 이전 기간 동안 발생한 부실을 실시간으로 처리하지 않아서 약 70조 원(당시 GDP의 14%)의 문제가 누적되었다. 이런 문제 규모가 당 시 경제의 부가가치 창출능력으로는 지속가능한 수준을 넘었던

것이라 판단할 수 있다. 정부가 중요한 신용공여결정에 참여하 는 관치금융도 가능한 모형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최소한 이 런 결정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를 계속 쌓아두지 않고 처리할 수 있는 공적 제도(파산 시 채권채무자의 순조로운 정산이 가능하도 록)와 사적 시장기구(부실자산의 유통시장이 있어 시가 발견 및 잔존가 치 회복이 가능하도록)를 구비하였을 때 관치금융이 현실적인 정 책방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런 사회간접자본을 갖춘 나라들 은 선진국일 것이고 더더욱 관치금융을 찾기 힘든 곳이다. 지만 예외가 있다. 2008년 금융시스템 붕괴 직전까지 갔던 미 국의 정부 및 중앙은행, 감독당국은 상당히 공격적으로 금융 및 비금융산업에 깊숙이 개입했다. 이런 과감한 행동은 부분적 으로 기존 법제도와 유통시장을 통해 공적 개입이 효율적으로 철회될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론 아직도 진행 중인 일이어서 최종평가를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의지할 수 있는 문제 해결수단에 대한 자신감은 과 감한 조치를 가능하게 한다. 한국의 경우도 2008년에 시장지원 및 구조조정 방안을 신속히 준비할 수 있었는데 이는 결국 1997년 이후 관련 법제도가 정비되었고, 부실자산을 처리할 수 있는 유통시장 조성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 가지 아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부실징후 기업들의 구조조 정 분야이다. 2008년 중소 조선사와 건설사 구조조정이 시작된 이후 실제 진전이 매우 더디었다. 필요 이상의 구조조정은 하 지 않아야 하지만 채권단이 합의한 경우는 보다 신속하고 효율 적인 집행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의 경우 경제가 빠르

Ⅳ. 시사점 117 게 안정세를 보이며 부실기업이 양산되지 않았지만, 상황이 더 나빴더라면 현재와 같은 추진과정으로는 구조조정 과정에 쉽게 과부하가 발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외채와 금융산업에 관해서다. 2008년에도 1997 과 같이 단기외채가 국내 외환 및 금융시장 상황을 악화시킨 중요한 요인이었다. 2008년의 경우 10년 전과 달리 규제의 사 각지대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제2금융권 금융사도 없었고, 과다한 외화차입으로 문제를 키운 큰 기업들도 없었다. 결국 은행들이 주체였다. 이번에도 1997년 외화차입을 통해 국내 기 업부문에 대출을 늘렸던 것과 비슷하게 외형경쟁에 나섰던 것 으로 보인다. 그리고 국내외 조달금리차에 민감하게 해외차입 을 늘렸던 것으로 보인다. 개별 금융사로서 자연스러운 영업행 태이다. 하지만 시중은행이 10년 전에 16개였던 것에 반해 현 재는 7개이다. 개별은행들의 상대적 중요도가 더 높아지면서 개별은행이 각각 price taker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가능 하면 이들이 다양하게 행동하는 것이 일종의 쏠림현상에 따른 시스템 전체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방법일 것이다. 를 들어 모두 외화자금조달에 나서면 쉽게 개별은행들의 자금 조달 문제가 경제 전체의 외채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자금의 조 달과 운용이 다를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가지가 중소기업 대출업무의 자율화이다. 지금도 일반은행들이 강제적으로 중기 대출에 나서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압력과 유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중기 대출 비중이 0이어도

특별한 불이익(중기 대출을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못 받는 것 이상의)이 없도록 한다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 2008년 말 우리 금융 상황을 악화시킨 투기성 환헤지상품 KIKO가 많은 중견 및 중소기업에 판매된 것을 보면 결국 은행들이 중기 대 출을 영업의 고리로 이용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대출 꺾기 등의 문제도 비슷한 반강제적 연결고리 때문에 나타 나는 행태가 아닌가 한다.

2) 경제안정화를 위한 정책 유연성 제고

󰠏}통화 및 재정정책의 위기조정 역할 증대

앞서 살펴본 1997년과 2008년 두 위기 직후 한국경제의 성과 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 것은 통화, 재정정책의 차이이다. 1997년의 경우 통화정책 기조는 매우 긴축지향적이었고 재정정 책은 초기 긴축기조에서 확장기조로 전환했으나 매우 미온적이 었다.26) 이에 비해 2008년에는 통화, 재정정책 모두 상당히 기 민하게 경기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나섰다. 금리인하와 더불어

26) 1997~1998년 고금리 통화정책의 잠재적 폐해에 대한 논의는 Cho(2002), Krueger and Yoo(2002)에서 찾아 볼 수 있다. IMF와 우리 정부가 1997년 말 초기 정책협의에서 긴축적 재정기조를 처방했다가 1998년 1분기가 지 나기 전에 경기하락이 지나치게 빨라 앞서 내린 처방을 완화하기 시작했 다. 그런데 IMF 경제학자들은 당시 우리 정부가 지출증대에 상당히 경직 된 입장을 고수하여 확장적 재정처방에 소극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Chopra et al, 2002).

Ⅳ. 시사점 119 금융시장 마비를 예방할 기금조성, 양적 완화조치가 취해졌다. 1997년 소극적이었던 재정의 경우도 2008년의 경우 추경을 통 해 재원마련에 신속하고 적극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예산의 집행에서도 기록적이었다. 그 효과는 재정지출 증대의 2009년 상 반기 성장기여도가 1.7%를 상회한 것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재정지출 증대가 비탄력적 속성이 있어 일시적인 지출 증대를 축소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 만 이를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경제 비상시기의 대 응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한국경제의 관치 관행이 줄어들면 서 심각한 경기경색기에 정부가 과거처럼 민간 금융사들과 기 업들에 대출과 지출을 늘리도록 설득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 고 있다. 이에 비례해 심한 경기경색기에 총수요의 일익을 담당 한 정부의 역할이 그 만큼 부각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통화정책 당국은 20088, 미국 리먼 브라더스 파 산 약 한 달 전 정책금리를 5.25%로 인상했다. 2008년 세계 주 요국 중 금리를 가장 늦게까지 인상한 경우라고 한다. 당시 고 유가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요인 외에는 특별히 자산가격의 불 안조짐과 같은 현안이 없는 가운데 국제금융시장은 연일 더 불 안해지는 상황이었다. 통화정책에 대해 태생적 편향이 있거나 (예를 들어 인상 빈도가 다른 결정보다 더 많아야 한다는 준칙), 혹은 세 계 금융 현실에 대해 파악이 미숙했던 것을 반영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 심각한 위기에 휩싸인 여러 선진 국들이 공격적인 금융완화에 나서지 않았더라면 우리 통화당국 이 과연 통화정책 완화에 나섰을지 의문이 든다. 1997년 위기

직후 우리 정부는 IMF와의 협의를 통해 환율안정의 목적으로 단기 정책금리를 20% 가까이 높였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가상 적으로 어떤 결정을 했을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통화정책에 있어서의 준칙은 Taylor rule의 예와 같이 좀 더 구체적인 모양 을 갖는 것, 특별한 상하방 비대칭성(asymmetry)이 없는 것이 바 람직할 것이다.

3) 외환 관련 정책 정비

󰠏}불필요한 개입 최소화를 통한 환율에 대한 영향력 보존

1997년 이전 당국의 의지가 더 잘 반영되는 약한 형태의 고 정환율제를 운영하였으나 대외균형의 지속적인 악화에 효과적 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게다가 가뜩이나 외환보유고가 줄어든 1997년 상황에서 무리한 환율방어에 나서 더 심각한 위기상황 을 초래하고 말았다. 그 이후 원칙적으로 변동환율제를 채택하 여 운용하고 있는데, 2000년대 들어 지속되고 있는 경상수지 흑 자로 인한 환율 강세가 오히려 더 문제시 되고 있다. 하지만 어 느 시점에 직접적인 수단을 통해 환율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할 것이다. 무역흑자가 지속되고 있는 한 수 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입은 적절치 않다. 예를 들어 서비스수 지 흑자가 관리 대상으로 여겨질 수 있는데, 이는 문제의 성격 을 잘 못 파악한 대응이다. 서비스수지 자체는 비교역 서비스분 야의 자국 경쟁력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상품수지가 흑자 내

Ⅳ. 시사점 121 지 균형에 가까이 유지되는 한 서비스수지 자체가 환율정책의 특별한 관심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단지 전체적인 무역수지 및 경상수지 불균형이 1년 넘게 지속되는 시점에서는 환율수준 의 적정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외환보유고와 함께 통화스왑 채널 상시화

마지막으로 외환보유고 문제이다. 1997년 당시 지나치게 낮은 보유고는 매우 중요한 외환위기의 상징적 이슈였다. 당시 IMF 최소 권고액인 3개월치 수입대금에도 미치지 못하여서 사정이 나빴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당시의 문제는 단순히 규모의 문 제만은 아니었다. 실제 보유고에 대한 정보가 불투명하여 예상 치보다 실제치가 적은 것으로 판명되면서 신뢰 손상이 커진 것 도 중요한 이슈였다.27) 최근에도 2008년 말 만기연장이 어려운 단기외채 규모가 커지며 상당한 것으로 알았던 외환보유고가 갑 자기 부족해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특정 목표치를 제시하며 보유고 증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그림 2-4>, 이진수(2009) 참조). 물론 보유고가 2천억 달러일 때보다 3 억 달러일 때 더 안심이 된다. 하지만 이런 목표는 소위 ‘움직이 는 타깃’이라 수출입 거래가 커지고, 차입규모가 커지면 머지않

27) Greenspan의 자서전에도 관련된 언급; “Charlie Siegman, one of our top international economists, phoned a Korean central banker on Thanksgiving weekend and asked “Why don’t you release more of your reserved?” the banker answered, “We don’t have any.” What they’d published as reserves had already been spoken for.”

Greenspan(2007),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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