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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의 제도화

문서에서 1. 대리인의 비윤리적 의사결정 (페이지 34-38)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결국 대리인의 의사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제도 와 이해관계자의 활동수준이라 할 수 있다. 제도의 경우, 제도의 규제가 강해짐에 따 라 대리인은 본인과의 협조체제를 제도에 외부귀인하여 지속적인 신뢰를 얻어내지 못함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도의 규제를 약하게 하는 경우에는 안정화되 기까지 기회비용이 너무 많고 결과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이해관계자의 활 동의 경우 어느 수준이 넘어서게 되면 대리인의 의사결정 양상에 도움을 주기는 하 지만 정보의 공유는 오히려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자기이익추구성향을 야기하여 또 다 른 갈등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업지배구조를 보는 관점을 크게 두개의 축, 제도의 규제 차원

과 이해관계자에 대한 인식 차원으로 나누어 분류해 볼 수 있다. 먼저 제도의 규제 차원은 법체계의 유형에 따라 개인의 권리보호와 자유주의를 이념으로 삼아 개인의 자발적인 행동에 의해서 자생적으로 형성된 질서에 의거한 법체계와 개인의 권리보 호보다는 정책의 수행이나 사회체계의 기능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제도가 가지는 권 위와 정당성을 기반으로 행동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강제성을 강조하는 법체계로 나누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해관계자에 대한 인식은 구성원의 신뢰형성에 대한 인식 에 따라 인간을 규범과 가치의 시스템에 복종하면서 사회적 관계와 내생적인 의무감 을 지니고 있는 존재로 보고 일반적인 도덕성에 의해서 신뢰가 형성한다고 보는 과 대사회화over-socialization와 인간을 사회구조와 사회관계의 영향력을 부정하고 원자화

atomized되어 효용극대화를 추구하는 이기적 동기를 지닌 존재로 인식하여 계약이나 위계질서와 같은 제도적 법령 등에 의해서 신뢰가 형성된다고 보는 과소사회화

under-socialization로 구분할 수 있다(Granovetter, 1985). 이 두 가지 축으로 이루어진 매트릭스를 통해 시스템이나 제도와 같이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상황에서 제도가 나 아갈 방향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과소사회화 과대사회화

강제적 법체계 Ⅰ Ⅱ

자발적 법체계 Ⅲ Ⅳ

<그림 16> 사회화-제도집행 매트릭스

Ⅰ 영역은 사회를 과소사회화되었다고 보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 제도와 같은 시스템이 강하게 작용해야 한다고 여기는 경우로서 March & Olsen(1984)과 North(1990)과 같은 합리적 선택에 기반한 신제도주의의 견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인간은 합리적인 결정을 한다는 전제와 완전경쟁하에서의 시장을 지향하기 때 문에 개개인의 활동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강력한 제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즉, 이른 바 집합적 행동의 딜레마collective action dilemma를 해결해 주는 역할로써 제도를 보고 있다(Shepsle, 1989). 하지만 실제 인간은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한 제한된 합리성 때 문에 제도가 커버하지 못하는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Ⅱ 영역은 사회를 과대사회화되었다고 보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 제도와 같은 시스템이 강하게 작용해야 한다고 여기는 경우이다. 이는 Williamson(1996)과 같이 제도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사회를 보는 관점이 개인이 아닌 구조적 인 관점에서 보고 사회적 관계가 신뢰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고 믿는다(예:

Granovetter, 1985; Shappiro, 1987; Zucker, 1986). Ⅱ 영역은 개인간의 상호작용, 즉 배태성을 고려하기 때문에 구조적인 관점에서의 제도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특징 이다. 하지만 제도 자체의 권력이나 위엄은 부정하지 않기 때문에. 제도에 대한 권위 주의적인 시각이 개입될 경우 제도의 구속력이 가지는 패러독스에서 벗어나지 못할 위험이 있다.

Ⅲ 영역은 사회를 과소사회화되었다고 보고 구성원들의 자발성에 의해서 법집행을 이루는 경우로서 하이에크와 같은 자유주의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Ⅲ 영역은 이상적인 경우라 할 수 있겠지만 여기까지 도달하는 데는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가 개입되어 있는 기업 상황 및 사람들과의 관계의 경우 이를 이루기 위해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상황이 야기된다면 오히려 혼란이 일어날 수 있는 실현 불가능한 영 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Ⅳ 영역은 사회를 과대사회화되었다고 보고 구성원들의 자발성에 의해서 법집행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이다(예: Sitkin & Roth, 1993; Das & Teng, 1998;

Habermas, 1992/2000). 이는 모든 권력은 시민의 의사소통적 권력으로부터 나오며 권력의 행사는 시민들의 의견형성과 의지형성 속에서 시민들 스스로 부여한 법률에 의해 행사될 때만이 정당화될 수 있다 고 주창한 하버마스(1992/2000)의 공론영역 과 결부시킬 수 있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이 영역에서 상호이해에 입각한 의사소통 은 의회와 그 심의 기구들의 내부와 외부에서 토의의 장을 형성하고 이 토의의 장 속에서 사회전체와 관련되고 규제를 필요로 하는 문제들에 관해 일정 정도 합리적인 의견형성과 의지형성이 일어나므로 제도와 신뢰의 상보적 관계를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줄 수 있다.

특히 하버마스(1992/2000)는 인권을 우선시하는 자유주의적 법체계나 주권을 우선 시하는 공화주의의 법체계의 견해 대립자체를 지양하여 사적 자율성(인권)과 공적 자율성(주권)을 동등하게 보장하는 법모델만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율

적인 시민들이 공동으로 행하는 이성의 공적 사용을 제도화하는 절차주의적 패러다 임을 주장했다(이상수, 홍성수, 2002). 이는 공화주의적 법모델에 의존하면서 공동체 의 가치를 주어진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 의사형성과정에서 토론을 통해 서 획득되는 것으로 봄으로써 공화주의가 개인의 인권을 억압할 가능성도 적어지고 강제적 제도가 가지고 있던 윤리적 행위와 기회주의적 행위에 대한 부작용에 대한 가능성도 적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절차주의적 패러다임은 개인의 자율성은 최 대한 보장을 하되, 그 사람의 행동을 감시하거나 규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의사소통적 절차를 제도로 확립하여 매체로서의 법'을 지향하여 생활세계를 규율하게 된다. 예 를 들어 소액주주 운동과 같은 감시활동의 경우 아무런 제도적 장치 없이 자발적인 운동으로 감시와 규제가 된다면 금상첨화일지 모르나 그것은 이상적인 상황이라 생 각이 되고 소액운동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 그리고 또한 소액주주운동을 남용했을 경우의 책임소재를 토론할 수 있는 제도를 확실히 만들어낼 수 있다면 굳이 강력한 제도, 구체적인 행동까지 지시하는 제도 없이도 일종의 시장과 같은 자율적인 시스템 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이는 이해관계자들과의 상호작용 속에게 정보의 비대칭을 줄여 그들과의 이해관계 및 의사형성에 대한 사안을 충분히 검토하고 토론 또는 협 상을 하여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면 비윤리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행동이 사회적 배경 속에서 규제될 것이고 장기적으로 안정화된 윤리적 의사결정을 보여주었던 본 연구 결과와도 상통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토론이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가 배태된 기 업지배구조에서는 양자 혹은 다자간의 이해관계를 모두 용인할 수 있는 공동체적 가 치를 창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으로부터 얻은 정보 가 너무나 많아 기업 경영에 여러 가지 간섭을 하게 된다면 기업은 이해관계자들의 압력활동에 밀려 효율적인 경영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경우에 토론 또는 협상할 수 있는 절차적 시스템이 갖추어진 경우에는 분명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 해질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절차적 시스템에 의해서 경영자 행동의 윤리성을 사전에 규제 및 견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참여에 대한 형식적 조건을 마련하는 것만으로 법치주의가 제 모습 을 갖추게 된다고 보지 않는다. 단순히 참여의 절차적 법형식이 마련되었는지의 여부 보다는 그 절차가 실제로 상호이행지향 행위의 구조에 적절한 분쟁규율의 절차인지 또는 지배로부터 자유로운 대화의 과정을 보장하는 절차인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절

차로써 법치주의가 완성된다고 보는 것은 또 다른 제도에 의한 기회주의적인 행동이 나 비윤리적 행동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구성원들간의 신의적인 관계형성에 문제 가 순환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구성원들간의 신뢰를 보다 공고히 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절차를 마련할 때 형식보다는 그런 절차를 만들 수밖에 없는 사회 적 배경social context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비유를 하자면 한 학생의 성적을 꾸준 히 올리기 위해서는 시험성적에 따라 상/벌을 주는 것보다 주위 친구들로부터 성적 을 올리는 것이 자신에게 이로움을 이야기하고 듣는 배경context을 형성해주는 것이 시간대비 효과성에서는 낮을지 모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성적을 올릴 수 있 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므로 면학에 대한 배경을 구성원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형성할 필요가 있다. 즉, 구성원들 사이에서 당연하게 생각하게 하는 것

taken-for-granted들을 통해서 개인의 기회주의적이고 이기주의적인 행위를 제약하게 된 다면 제도의 강제성에 의해 야기되는 상대적 박탈감이나 제도 자체의 지시적이고 일 방적인 데서 오는 모순이 어느 정도 해소 가능할지도 모른다.

문서에서 1. 대리인의 비윤리적 의사결정 (페이지 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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