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연 (경기개발연구원 사회경제센터 센터장)
1. 서론
가. 연구 배경
최근 우리나라에서 복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다양한 주장과 방안이 나오고 있다. 전면적인 복지 확대에서부터 점진적 복지확대까지, 스웨덴식 복지모델에서 한국식 복지모델까지, 수많은 제도와 ‘모델’이 등 장하고 있다. 복지에 대한 관심은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문 제가 선거전의 쟁점으로 전면에 부상하면서 강력하게 나타나게 되었다.
복지확대나 증세에 반대하는 집단도 있지만 무상복지 시리즈, 생애맞춤 형 복지 등 여야, 진보・보수 할 것 없이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복지 확대와 선진 복지국가 건설을 역설하고 있다.
복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어떤 복지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우리나라에 맞는 복지 모델은 무엇인가? 에 대 한 논의는 적다. 우리나라에 맞는 한국형 복지모델에 대한 논의는 최근의 일은 아니다. 1980년대에 들어서 서구선진복지국가에서 복지국가위기론 이 대두되고 있었고, 한국에서도 자칫 잘못하면 복지병을 유발할 수 있다 는 우려 때문에 80년대 후반에 한국형 복지모형론이 등장하였다. 한국형
108) 본 글은 김희연 외(2012). 『한국적 복지의 방향과 지방정부의 역할』 경기개발연구원 연구보고서의 내용을 주제에 맞게 요약・정리한 것임.
복지모형은 국가개입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고 가족의 기능을 강화하며 요보호자 자신의 자조와 재활을 강조하며 자원봉사의 참여를 장려하는 내용이었다. 국민복지기획단(1995)109)에서 상정하고 있는 한국형 복지 모형의 기본 이념은 국가보다는 공동체적 결속을 복지욕구에 대응하는 핵심적인 기제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한국형 복지모델은 시대적 흐름이나 국민적 소망과 맞지 않 다. 서구의 경우 ‘복지국가’가 하나의 규범으로 정착되었고, 이러한 복지국 가가 추구하는 보편적 특성, 즉 국민최저수준의 보장, 사회적 시민권, 평등, 연대성 등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으면서 공동체적 결속을 강조하는 한국형 복지모델로는 질적, 양적으로 우월한 국가복지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복지국가가 우리나라에 맞는 것인가? 가장 손쉬운 논의 는 Esping-Anderson의 복지국가 세 유형 중 한 유형을 따라가는 것이 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 유형 중 어떤 것에도 포함되기 어렵다는 결론이 다. 다른 나라에 비해 GDP 대비 사회지출 비중이 월등히 낮아 함께 범주 화할 수 있는 나라가 없다. 어떤 유형의 복지국가에 포함될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현재의 복지수준을 높이기 위해 국가복지를 확대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복지욕구에 대한 국가역할을 무한 정 증대시킬 수 없다. 경제상황이 이를 어렵게 하고, 얼마큼 확대해야 하 는지 그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복지를 확대하되, 국민기대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기제를 찾아야 한다.
결국 우리의 전통이나 문화 등에서 복지적 자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앞서 한국형 복지모형에서 복지기제로 추진했던 우리의 전통적 자산인 공동체적 결속은 국가역할을 보완하는 중요한 제도적 기제가 될 수도 있 다. 차이점은 한국형 복지모형은 공동체적 결속을 국가복지를 대체하는
109) 국민복지기획단(1995). 『‘삶의 질’ 세계화를 위한 국민복지의 기본방향』
것으로 상정하였으나, 본 연구자는 이를 국가복지확대를 기본으로 하면 서 이를 보완하는 기제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식을 토대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복지에 대한 욕구 분출의 문제를 국가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과 함께 우리 전 통과 문화에 내재되어 있는 복지요소를 찾아 보완할 수 있는 한국적 복지 의 방향을 정립해보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나. 연구 목적
본 연구는 다른 나라와 구별되는 한국적 상황에 맞는 복지모델 혹은 복 지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먼저, 한국의 복지 상황을 진단한다. 방향을 정하기 위해서는 현재를 알아야 하 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전통이나 문화에 내재된 복지적 요소를 분석한다. 현재 복지 수준에 대한 분석은 변화의 수준을 가늠하기 위한 것과 구체적인 내용분 석을 통해 보완해야할 수준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이나 문화 속의 복지요소가 바로 부족한 국가복지 수준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된 다. 따라서 계, 향약, 두레, 연줄 등의 전통이나 유교문화에 포함된 복지 적 요소를 찾고, 이를 공식적인 복지제도로의 전환 가능성을 탐색한다.
세 번째로, 한국적 복지모델을 만들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방향은 복지국가에 도달하기 위한 기준선으로 OECD 국가의 평균수준을 이념형 (ideal type)으로 상정하고 현재 우리 복지수준과 이념형 수준간의 차이 를 점검하고, 이 차이를 좁히기 위해 조세 부담 및 재정지출 수준을 정리 해보고, 국가 복지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우리의 복지 전통 을 되살려 복지자원화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한다.
2. 한국 복지의 진단 가. 한국 복지의 현실
(1) 복지 재정 지출의 지속적 증가
복지에 대한 사회・정치적 요구가 증대함에 따라 복지재정 지출도 급속 히 확대되어 2004년 44.1조원에서 2012년 92조원으로 같은 기간 동안 약 2배 증가하였다. 또한 동기간 동안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총 재정규모 는 연평균 6.1% 증가하였지만, 복지재정에 대한 투자는 연평균 8.0%로 확대되어 복지에의 재정투자가 다른 부문에 비해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증가추세에 따라 2012년 총 재정지출 대비 복지재정 비중은 28.2%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였다.
이같이 복지재정지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미흡한 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먼저, 취약계층 지원, 노동, 노인, 보건의료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분야의 증가율은 미미하다는 점이다. 다음 표에서 보는 바와 같 이 상기 분야는 전체 증가율인 6%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증가하였다. 증 가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건복지 예산으로 포함된 것 중에는 일반 국민 들의 복지와는 무관한 내용들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2년 보건복지 예산 중 가장 큰 비중 (34.2%)을 차지하는 것이 공적연금이다. 이 중 1/3 정도는 국민연금으로 지출되고, 나머지는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으 로 지출된다. 특히, 일반국민들이 낸 세금이 사립학교를 포함한 사학연금 에 지출된다고 한다면 이 비용이 일반국민들을 위한 복지재원이라고 이 해할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같이 일반 국민과 관련성이 적은 예
산으로 보훈(4조원)이 있다. 노인・청소년분야의 예산이 4조원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일반 국민과 관련성이 적은 보훈 예산은 상당히 큰 규모라 고 할 수 있다.
〔그림 2-14〕 정부총지출 중 보건복지분야 재정 추이(2004~2012)
(단위 : 조원, %, 기준 : 본예산)
주: 복지분야 총지출은 기초생활보장, 취약계층지원, 공적연금, 보육・가족・여성, 노인, 노동, 보훈, 주택, 보건의료, 건강보험 등을 포함
자료: 보건복지부(2011). 뺷2012년 업무계획뺸 재구성
〈표 2-20〉 2012년 분야별 보건복지 예산
3. 공적연금 314,080 32,247 11.4
4. 보육・가족・여성 30,072 1,313 4.6
〔그림 2-15〕 OECD 국가의 GDP 대비 사회지출 비중(2007)
(단위 : %)
자료: OECD(2011). Social Expenditure.
〔그림 2-16〕 OECD 국가의 분야별 재정 지출 비중(2009)
(단위 : %)
자료: OECD(2011). OECD Statistics.
(2) 낮은 공공 복지재정지출과 미흡한 사회안전망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몇 년간 재정지출의 급속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본적인 사회보장인 4대 보험이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국민이 연인원 2,600만 명이고 이 중 중복인원을 빼면 1,5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110) 또한 소득이 최저생계 비 이하이지만 부양기준을 초과하여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지원을 받지 못 하는 비수급 빈곤층도 103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부양의 무자(자녀)의 소득기준은 ‘최저생계비 185%’로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의 56%에 불과111)하여 부모를 부양할 수 있는 경제적 수준이라고 보기 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자 조항을 대상자 선정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은 이후 부양의무와 관련해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효(孝) 사상에 근거하여 자녀의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개인 의 빈곤상태에 따른 국가지원의무보다 우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 해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다.
이와 같이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실제 급여를 받고 있는 경우도 급여수준이 낮아서 사회보장의 역할이 충분치 않다는 문제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회보장인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보면, 우리나라의 건강보장율이 64.5%로 OECD 주요국의 77~90%에 비해서 낮으며 공적 연금의 소득대체율도 42.1%로 그리스(95.7%)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110)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12). 뺷보건복지포럼뺸 3월호에 따르면, 보험 6개월 이상 체납자 310만 명, 국민연금 납부 예외자 487만 명, 고용보험 사각지대 815만 명, 산재보험
110)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12). 뺷보건복지포럼뺸 3월호에 따르면, 보험 6개월 이상 체납자 310만 명, 국민연금 납부 예외자 487만 명, 고용보험 사각지대 815만 명, 산재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