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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수급기본계획

문서에서 정부계획과 시장경제의 왜곡 (페이지 45-64)

(1)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법적 지위와 그 역사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기사업법과 그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다.

전기사업법 제25조(전력수급기본계획의 수립)는 산업자원부장관이 전 력수급의 안정을 위하여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공고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전력수급의 기본방향, 장기전망 그리고 전기설비 시설계획 및 전력수요의 관 리에 관한 사항과 기타 전력수급에 관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이 포함된다. 산업자원부장관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 기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전기사업자, 한국전력거래소와 기타 대 통령령이 정하는 관계기관 및 단체에 대하여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전기사업법 시행령 제15조는 전력수급기본계획 을 2년 단위로 수립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의 수립과 변 경은 전력정책심의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동 조항은 규정하 고 있다. 동법 시행령은 제27조 및 제28조를 통해 전력정책심의 회의 역할과 구성을 규정하고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02년부터 수립되었으며 2004년도에 제2 차 계획이 발표되었다. 이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따라 한전에서 발전부문이 분리되고 전력계통에 대한 운용과 수요예측과 전원계 획의 기능이 한전으로부터 한국전력거래소로 이관된 이후에 나타 난 계획이다. 과거에는 정부가 공기업인 한전에게 이러한 전원설 비계획을 작성하게끔 하고 이를 감독하였지만 전력산업에서의 경 쟁도입으로 민간사업자가 다수 참여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한전을

통하여 강제적인 성격의 전원계획을 작성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 다는 인식하에 가이드라인 성격으로 바뀐 전원계획을 전력시장을 주관하는 한국전력거래소로 하여금 실무를 맡아 수립하게끔 하면 서 전력수급기본계획이라고 그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

그러나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역사는 1991~2000년에 있었던 장 기전력수급기본계획과 그 이전 1985~1989년에 수립되었던 장기 전원개발계획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와 같은 형태의 전력계획 의 외형적인 명분은 경제개발기에 급속히 성장하였던 전력수요와 이를 충족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 전기 사업법에 전력설비와 관련된 계획이 처음 나타난 것은 1989년에 이르러서이다. 그 이전에는 이러한 전력설비에 대한 건설계획이 정부계획으로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한전이 자체적으로 수립하 고 이를 정부가 승인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 로 전력설비의 건설이 정부계획을 통하여 이루어진 것은 1991년 부터이고 전기사업법에 정부계획으로 등장한 것은 1989년 법개정 을 통해서이다. 이 시점은 이미 우리나라의 경제개발이 성숙기에 접어든 시점이다. 따라서 전력설비 건설의 시급성에 따라 정부계 획이 나타났다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된다. 왜냐하면 전력설비 건설의 시급성이 정부계획이 필요한 이유였다면 전력설 비에 대한 정부계획은 1960년대나 1970년대에 나타났어야 했기 때문이다.13)

그렇다면 왜 1989년에 와서야 전력설비에 대한 정부계획이 전 기사업법에 나타났던 것일까? 중요한 단서 중의 하나는 이 시점 에서부터 우리나라 전력설비에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을

13) 전력수요에 맞춘 전력설비에 대한 건설계획이란 의미를 갖는 전력수급기본 계획은 그 이전에는 일반적으로 전원개발계획이란 이름으로 불렸기 때문에 이하에서는 이를 전원개발계획이란 일반화된 명칭으로 부르기로 한다.

들 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원자력발전설비의 등장이다. 원자 력발전설비는 부지선정, 주민설명 등으로부터 시작하여 토지매입 과 건설에 이르는 기간이 10년 이상 걸리는 대규모 장기 프로젝 트여서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부의 행정적 지원과 법 적 뒷받침이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2) 전원개발계획의 수립 과정

전원개발계획은 주로 독점적 사업자인 한전에 의해서 주도적으 로 입안되었다. 한전의 전원개발계획 업무를 담당하였을 때의 전 원개발계획 업무는 <그림 2>와 같이 나타난다.14) 먼저, 수요관리 효과를 감안한 장기 수요예측안으로부터 여러 전산모형을 이용하 여 비용최소화에 의한 전원개발 계획안을 도출하고, 계통운영 측 면, 재무적 평가, 전원입지문제 고려 등을 통하여 이를 수정・보완 한 계획안을 작성한다. 이 과정에는 계획 수립의 객관성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정부 및 외부 전문가와의 협의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은 절차를 통하여 마련된 계획안을 정부에 제출하여 국가 경제운용 및 에너지정책 등과 관련된 여러 요소들을 검토하여 최 종적으로 정부가 이를 확정・공고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살펴보면 정부의 정책적인 측면에서의 수정 그 리고 외부전문가들로부터의 협의가 나타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한전이 그 초안을 설계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인하여 발전부문이 한전으로부터 독립 되고 경쟁이 도입된 이래로 전력수급계획은 한전이 아닌 전력거

14) 김영창・김광인 편(1995), p .38.

래소에서 그 실무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전력 거래소는 이를 위하여 총괄정책, 수요예측, 발전설비계획, 계통계 획, 수요관리 등의 분야별로 실무위원회를 구성하고 수요를 예측 하며 계획수립의 기준을 세운다. 그리고 발전사업자에게 발전설 비계획에 대한 의향조사를 벌인 후 전산모형을 기초로 시안을 작 성하고 계통계획을 반영하고 각종 이해당사자 및 전문가와의 회 의를 거친 후 전력정책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산업자원부장관이 확정하여 공고한다.

<그림 2> 전원개발계획의 수립 과정

기본자료 입력

∙공급신뢰도 기준

∙발전소설비 특정자료

∙경제자료(할인율, 건설비)

수요예측

전원개발 계획안 도출

∙발전계통 운전시뮬레이션

∙비용최소화 원칙의 동태 최적화

정부 및 외부전문가와의 협의

∙국가 에너지정책 반영

∙환경영향 및 원자력 PA 고려 계획안 조정

∙계통운용 측면 고려

∙재무계획 및 전원입지문제 고려

∙정책적 사항 고려

한전의 전원개발 계획안 확정

전원개발 계획안 확정

(3) 전력수급계획, 과연 효율적으로 작동하였는가?

전력수급계획은 전력계통의 수급조절 기능과 전원구성 및 전원 간의 경쟁이 얼마나 건강하게 작동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시금 석이다. 이하에서는 수급조절기능, 전원구성, 발전설비간 경쟁 등의 기준을 통하여 전력수급계획의 성과를 검토한다.15)

1) 전력수급계획의 수급조절기능

전력공급예비율의 변천을 보면 1966~1967년에는 전력공급예비 율이 1%에 지나지 않았지만, 1972~1973년에는 50%, 다시 1975~

1976년에는 5%, 그리고 1986~1987년에는 55%, 1994년에는 3%로 과소공급과 과잉공급이 주기적으로 반복되어 나타나고 있다.

<그림 3> 연도별 설비용량과 최대전력수요

0 10,000 20,000 30,000 40,000 50,000 60,000 70,000

1981 1984 1987 1990 1993 1996 1999 2002 연도

천kW

설비 용량(천 kW) 최대 전력 (천kW)

15) 이하의 내용은 전력산업연구회(2005)의 제2장 제5절의 내용을 참조하였다.

<그림 3>에 나타난 연도별 설비용량과 최대전력수요의 차이는 바로 예비율이 어떻게 실제로 나타났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두 곡선의 차이는 각 연도별 최대전력수요와 설비용량과의 차이를 말해 주는데 이는 앞에서 지적한 대로 과소공급과 과잉공급이 반 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말해 준다. <그림 3>의 특징은 외환 및 금융위기 이후에 최대전력수요가 급격하게 하락하였음에도 불 구하고 설비용량의 증가세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수요의 급격한 하락에 설비공급계획이 전혀 반응을 하지 못 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수요의 급감세가 있고 나서 2~3년이 지난 후에도 설비용량 건설의 둔화세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전력수급계획에서 공급측의 유연성이 근 본적으로 제약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바로 이와 같은 공급 측 유연성의 문제가 전력수요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 고 과잉 및 과소공급이 반복되었던 근본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4> 최대전력수요의 실적치와 예측치의 비교

보다 구체적으로 이를 살펴보기 위하여 지금까지 전력수급계 획에서 예측하였던 최대전력수요와 실적치의 차이를 살펴보면

<그림 4>와 같이 나타난다. 여기서 ’93년 수급계획까지는 최대전 력수요를 지속적으로 과소예측한 반면 ’94년에는 과다예측하였음 을 알 수 있다. 당시 외환 및 금융위기를 예측하기는 어려웠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으나 그 이후 나타나는 수요예측은 다시 과소 예측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나마 수요예측은 경기침체 이후의 상 황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지만 설비건설계획은 이러한 구조적 인 변화에 보다 둔감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그림 5>에서 설비용량에 대한 건설계획은 사실상 ’98년의 설비계획보다 큰 차이가 나지 않고 있다. 이는 발전설비 건설계 획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음을 의미 한다.

왜 우리나라 전력수급계획에서는 이와 같이 공급측의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을까? 이는 전력수급계획이 대용량 발전설비 중 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수급계획은 2년마다 수립 되어 확정되고 있다. 따라서 건설 중인 전력공급설비를 제외하고 는 다음 계획에서 수급상황에 따라 변경이 가능하다. 그 결과 원 자력, 석탄화력 발전소와 같이 건설기간이 오랜 발전설비는 준공 시 수요와는 무관하게 건설되기 마련이지만 LNG 발전소 등 단 기간에 건설이 가능한 발전설비는 수급상황에 따라 건설이 취소・

지연되거나 반대로 급속하게 건설이 요구되는 경우도 나타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나타날 수 있다. 어차피 변경될 가능성 이 있는 계획이라면 왜 전력수급계획을 발표하는 것인가? 결국 과거 전력수급계획의 실용적인 목적은 단순한 수급전망이나 유연 성 있는 수급조절보다는 원자력발전소나 석탄발전소 등 대용량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인허가 근거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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