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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임대의무비율제도

문서에서 재건축 규제의 허와 실 (페이지 46-56)

이제 이상의 논의를 기초로 하여 검토해 보아야 할 문제가 도정법 개정을 통해 2005년 5월부터 재건축에 대해서도 임대

주택 건설을 의무화한 조치이다. 재개발의 경우와는 달리 재 건축 임대주택에 대해 도정법은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는데, 재건축 임대의무비율제도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시행되는 주택재건축사업에 대해 기본적으 로 재건축에 따른 용적률 증가분의 25%를 임대주택으로 건설 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그 골자로 하고 있다(도정법 제30조의2 시행령 제41조의2).

재개발과 재건축에 대한 임대의무비율제도는 공통점과 차이 점이 있다. 이는 구체적으로 재건축 임대의무비율제도의 목적 이 세입자의 주거안정 및 개발이익의 조정으로 명시되어 있다 는 점에서(도정법 제30조의2)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1) 세입자 주거안정

우선 공통점으로, 재개발이나 재건축 모두 임대주택의 건설 의무화는 정비계획에 의거한 세입자 주거대책(도정법 제30조)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관행에 비추어 보면 일 견 획기적인 일이다. 재건축이 과거 구(舊) 주택건설촉진법(현 주택법)에 의해 이루어지던 민간사업이었을 때에는 세입자 대 책을 별도로 수립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즉 민간사업에 대해 세입자 문제는 원칙적으로 소유자와 세입자간 민법상의 임대 차 계약관계에 의해 자체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로 처리되 었던 것이다. 따라서 재건축에 대해서도 세입자 주거대책으로 임대주택 건설을 의무화한 것은 재건축이 도정법에 의해 관리 되기 시작하면서 재개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세입자 보호를 위해 공공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의도로 풀이될 수 있다.

그러나 재개발과는 달리 재건축의 경우 임대주택은 재건축 등 도시개발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세입자가 아니 고, 불특정 다수의 세입자를 수혜 대상으로 하고 있다. 주택재 개발사업과 같은 재개발의 경우에는 재개발로 인해 주택이 철 거되는 구역 안에 거주하는 세입자에게 임대주택에 대한 입주 우선권이 주어진다(도정법 제50조 제3항, 시행령 제54조 제2항, 별표 3). 이에 비해 주택재건축사업에 있어 임대주택은 무주택 기간 과 재건축사업이 위치한 지역에 거주한 기간이 각각 1년 이상 인 범위 안에서 오래된 순으로 입주 우선권이 부여된다(도정법 제50조 제3항, 시행령 제54조 제3항). 이때 ‘재건축사업이 위치한 지 역’이라 함은 원칙적으로 시

도지사가 재건축 임대주택을 인 수하도록 되어 있으므로(도정법 시행령 제41조의2 제3항)

도 단 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선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이와 같이 재건축으 로 인해 당장 피해를 받는 세입자를 직접적 대상으로 하지 않 는 임대주택의 건설이 애당초 세입자 주거대책이라는 취지와 부합되느냐의 문제이다. 특히 도정법과 같이 특정 도시개발행 위를 제어하기 위한 목적의 법률에서 재건축이라는 개발행위 로 인해 주거공간을 상실하게 되는 세입자가 아닌, 재건축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다른 모든 세입자를 포괄적인 정책 대상으 로 삼을 수 있느냐의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된다. 형평성의 관 점에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은 무엇보다 그 수 혜 대상이 분명해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혜 대상이 명확하지 않으면, 재건축 임대의무비율제도는 주택소 유자에 대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규제라는 논란을 피하 기가 어렵다.

물론 과거에서부터 재건축에 대해서는 별도의 세입자 대책 이 수립되지 않았던 것처럼, 현재 재건축에 있어서도 재개발에 서와 같은 세입자 주거대책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 을 수 있다. 이에 대해 한편으로는 재건축에 있어서도 세입자 는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이해당사자이므로 세입자 대책이 필 요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재개발의 경 우와 비교할 때 재건축 세입자는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할 때 공공정책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에 대한 정책적 판단을 제공할 수 있을 만큼 재개발과 재건축 세입자의 소득관계 등 사회경제적 특성에 대한 실증적 증거가 축적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이는 향후 보다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할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임대의무비율제도는 여전히 또 다른 차원에서 세입자간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현 재의 규정대로라면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 무주택 기간과 재건축사업이 위치한 지역에 거주한 기간에 따라 기존의 세입 자는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게 되고, 원래 그 곳에 거 주하지 않던 다른 세입자가 이들을 대신하여 입주하게 되는 상황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제 도를 포괄적 의미의 세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주거복지정책의 차원에서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정책의 우선순위는 분 명해야 한다.

재개발의 경우와는 달리 재건축 임대의무비율제도를 보다 포괄적 의미의 주거복지정책 차원에서 임대주택 공급확대 정 책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단서는 용적률에 관한 규정에 서 찾을 수 있다. 재개발의 경우 임대주택 비율은 재개발로 건

설되는 주택 전체를 대상으로 적용되며, 임대주택 건설에 따른 추가적인 용적률 증가가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재건축 에 있어 임대주택의 비율은 용적률 증가분에 한해 적용되며, 임대주택의 바닥면적을 연면적에서 제외함으로써 임대주택 건 설을 위해서는 계획규제에 의해 규정된 용적률이 초과될 수 있는 여지를 허용하고 있다(도정법 제30조의2).

그러나 이와 같이 정책의 목표가 도시개발 과정에서 직접적 으로 피해를 입는 계층을 보호하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보 다 포괄적인 의미의 주거복지정책 차원에서 불특정 다수의 세 입자를 위한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려는 데 있다면, 이러한 의미의 임대주택 공급은 비단 재건축의 경우뿐만 아니라 (재개 발을 비롯하여) 새로이 신축되는 공동주택의 경우 등에 대해서도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특히 이러한 목적이라면 적어도 주택법에 의해 이루어지는 모든 주택건설사업에 대해 임대의 무비율제도를 공히 적용하여야 마땅하다. 또는 특정 지역에 한해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할 의도를 갖고 있다면, 이는 개별 사업 단위가 아닌 포괄적 의미의 계획규제 차원에서 일정 지 역 내 모든 개발행위에 대해 임대주택 공급을 의무화하는 계 층혼합형 용도지역제(Inclusionary Zoning)를 채택할 수도 있다. 따 라서 유독 재건축에 대해서만 포괄적 의미의 임대주택 공급을 강제하는 것은 또 다른 형평성의 시비를 야기할 수 있다.

(2) 개발이익 환수

앞서 언급하였듯이 재건축 임대의무비율제도의 또 다른 목 적은 개발이익의 조정으로 규정되고 있다(도정법 제30조의2). 이

러한 점에서 이 제도는 이른바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라고도 불린다.11)

그러나 엄밀히 말해 ‘개발이익환수제’는 잘못된 개념 또는 표현이다. 건설교통부의 보도자료들에 의하면 임대주택의 부 속토지는 공공에 무상으로 귀속되는 대신, 토지비용은 앞서 언 급한 바와 같이 계획규제에 의해 규정된 범위를 초과하는 용 적률 완화에 의해 보상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임대주택의 건 축비용은 인수자(시・도지사)에 의해 보상된다. 따라서 충분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일정 ‘보상’이 이루어지는 재건축 임대주택 에 대해 개발이익 ‘환수’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는 없다. 기본적 으로 ‘환수’란 ‘보상’ 없이 이루어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러 한 점에서 개발이익의 ‘조정’도 궁색한 표현이다. 이는 앞서 논 의한 바와 같이 기반시설연동제를 개발이익 환수의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시도와 마찬가지로, 가능한 모든 제도를 ‘개발이익 환수’라는 이름으로 포장함으로써 정치적 차원에서 이를 정당 화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진정한 의미에 있어 개발이익의 ‘환수’ 또는 ‘조정’이라는 개 념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먼저 ‘개발이익’에 대한 정의가 명확 해야 한다. 재건축을 통해 기존보다 용적률이 증가한다고 해 서 무조건 개발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제

장과 <부 록>에서 설명한 것처럼 일반분양세대를 수용하기 위한 용적률 증가는 이로 인한 대지(토지)지분의 양도라는 비용을 초래한다.

그러므로 엄격히 말해 재건축에 따라 조합원세대에 귀속되는 개발이익은 재건축 후 이들의 몫으로 배분되는 주택의 규모가

11) 엄밀히 말해 ‘재건축’은 이미 개발행위를 의미하므로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는 잘못된 표현이며 ‘재건축이익환수제’가 옳은 표현임.

기존에 비해 증가하였을 경우, 이에 따른 주택가치의 상승분에 국한하여 논의되어야 한다.

개발이익을 환수하거나 조정하기 위해서는 또한 개발이익이 얼마만큼 발생하였는지가 분명해야 한다. 그러므로 실제 얼마 의 개발이익이 발생할지 모르는 재건축 계획 단계에서 아직 실현되지도 않은 개발이익을 사전적으로 조정하거나 환수한다 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특히 모든 개발사업이 그렇듯이 재건축도 사업 완료까지는 많은 위험(Risk)을 안고 있기 때문에 사전적으로 개발이익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어렵다. 더욱이 사 후적으로도 이러한 위험 감수에 대해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 지 않는다면, 엄밀한 의미의 개발이익을 정의하기란 어렵다.

흔히 우리 사회는 개발이익환수제를 논의하면서 개발이익 그 자체에만 관심을 가질 뿐, 이러한 개발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개발주체가 감수해야 하는 위험에 대해서는 정당한 고려와 배 려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발행위에 수반되는 위험 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은 개발주체 스스로가 책임져야 할 문제로 치부하는 반면, 이익은 사회적으로 환수해야 할 대상으 로 삼는 이중적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개발이익의 ‘조정’ 또는 ‘환수’라는 표현이 암시하듯, 이러한 정책 목표는 모든 재건축이 반드시 초과이윤(개발이익)을 남길 것이라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하였듯이 재건축은 결코 공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일 반분양 주택의 처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재건축 비용 보다 적으면 개발이익은 발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업성 이 확보되지 않아 재건축 자체가 경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임대주택 건설 의무화는 어디까지나 최소한 재건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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