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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고향) :동경과 향수의 대상

문서에서 윤석중의 동요 연구 (페이지 87-90)

Ⅰ. 서 론

3.2. 소재적 측면

3.2.3. 자연(고향) :동경과 향수의 대상

옥비녀를 만들어서 엄마 드렸으면

- ‘고드름’ 부분

언제나 내 편인 엄마의 모든 신경은 항상 나를 향한다. 내 말은 뭐든지 다 들어주실 것만 같다. 조금 버릇없이 굴어도 괜찮을 것만 같다. 그래서 ‘눈도 채 뜨기 전에’아기는 이불 속에서 “엄마, 맘마아!”하고 소리부터 지른다. 실은 아기 가 먹고 싶은 것은 ‘맘마’가 아니라 엄마의 사랑, 엄마의 관심이다. ‘나 일어났 으니, 이제 엄마는 내 옆에 있어 주셔야 해요’하는 사랑의 갈구다. 그런 엄마를 위해 아기는‘처마 끝에 고드름’으로 옥비녀를 만들어 드리고 싶고, 심지어는 우 리 엄마 같은 친구 순이 엄마가 밤에 불이 없어 바느질을 못 하신다는 말을 듣 고 달이라도 따다 드릴 양이다. 사실 순이 엄마는 꼭 ’순이 엄마‘가 아니다. 우 리 모두의 엄마다. 우리를 위해 항상 희생하시고 인내하시는 우리 모두의 엄마 이시다. ’달‘은 소망이다. 그 소망을 엄마께 바치고 싶은 것이다.

윤석중은 자신이 추구하는 어린이 세계가 밝음, 맑음, 명랑함, 낙천적 동심을 완성 하기위해서는 출발선에 항상 엄마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온전한 밝고 미래지향적인 문학세계를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기’ 다음으로 빈도수가 많은 시어가 ‘엄마’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머니와 관련된 시어는 약 74편에 걸쳐 158회 사용 되고 있다. 이는 어머니의 부드럽고 섬세한 성질을 통해 자식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효과적으로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그가 아기, 어머니, 아빠, 누나, 동생 등의 가족의 일원을 지칭하는 시어를 반복적이고 집중적으로 사용 한 것은, 윤석중 자신이 어린 시절 가족 상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이런 시어들이 밝고 미래지향적인 그의 시 세계를 전달하는데 효과 적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보다는 ‘엄마’가 ‘아버지’보다는 ‘아빠’가 빈도수가 훨씬 더 높은 것은

‘엄마’나‘아빠’라는 호칭이‘어머니’나‘아버지’보다 훨씬 정겹고, 어린이의 동심을 표현하는데 적절하기 때문이다.

윤석중의 작품에서 천체어와 자연 배경어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동경의 대상으로 주로 사용되었다. 새는 306회, 꽃은 300회, 청색은 250회, 동 물은 236회, 달은 187회나 된다.195) 이 외에도 눈, 비, 바람 등과 이 역시 순 수함과 명랑, 동심을 드러낼 수 있는 장치이다.

위의 시어들은 윤석중의 작품에서 주로 순수하고 천진한 동심과 맑고 밝은 세계와 깊은 관계가 있다. 윤석중은 그의 작품에 사용하는 시어의 선택에 어린 이들의 눈높이를 충분히 고려하고 배려한 것이다.

아가야 나오너라 달맞이 가자 앵두따다 실에 꿰어 목에다 걸고 검둥개야 너도 가자 냇가로 가자.

비단 물결 남실남실 어깨춤 추고 머리 감은 수양버들 거문고 타면 달밤에 소금쟁이 맴을 돈단다.

-‘달맞이’부분196)

달, 냇가, 수양버들, 소금쟁이 등은 당시의 어린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자 연의 일부이고, 천진한 동심을 나타낼 수 있는 소재이다. 주요 독자인 어린이들 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이러한 소재는 윤석중이 즐겨 사용한 것이 다. 앵두를 따다가 목에 걸고 냇가로 나가면 달빛 비추는 금빛 물결이 어깨춤 을 추고, 머리를 감아 채 마르지 않은 수양버들이 머리를 풀어헤친 채 바람에 흔들려 거문고 타는 소리를 내면, 그 소리에 맞춰 수양버들이 춤을 추며 맴을 돈다는 이 노래는 교과서에도 실렸던 곡으로 무한한 상상력과 자연과의 교감을 함께 선물한다.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한 바퀴

195) 문선희,「윤석중 동요 동시 연구」,경희대학교대학원 석사학위논문,1997,11쪽.

196)『윤석중 동요 백곡집』, 학문사, 1954, 15쪽

우리 보고 나팔꽃 인사합니다.

우리도 인사하며 동네 한 바퀴 바둑이도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동네 한 바퀴’전문197)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위 작품은 『카네이션은 엄마꽃』에 실려 있다. 헐 벗고 굶주리던 가난한 나라에서 벗어나 모두가 잘 사는 힘찬 나라, 새로운 나 라를 건설하려는 열망에 가득 차 있던 60년대 후반, 당시에는 국민들의 생활 습관을 개선하자는 취지의 국민적 운동이 시작되는 시기였다. 그래서 어린이 노래도 계몽적인 성격인‘아동가요’가 필요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상쾌한 기분 으로 동네를 한 바퀴 돌며 아침 인사를 하는 나팔꽃과 눈을 맞추고 상쾌한 하루를 시작하자는 노래다. 이 시기 그의 작품들은 주로 어린이의 생활과 산, 강, 바다, 꽃, 나무 등 자연에서 그 소재를 빌려왔다. 내용적으로는 변함없이 맑고 순수하고 밝은 동심을 그리고 있어, 어린이 문학에 대한 일관된 그의 가치관을 알 수 있다. 형식적으로는 자유스러운 요적 동시를 주로 창작했고, 내용상으로는‘밝음과 명랑’을 지향했던 초기의 낙천적 동심과 중기의 현실인 식을 통합하여 새로운 시 세계를 만들어간다. 밝고 건강한 동심을 바탕으로 어린이의 생활과 자연을 작품에 투영시킨 것이다.

윤석중의 후기 작품은 중기에서 보여주었던 정형률 파괴에서 다시 6 ‧ 5 조나 8 ‧ 5조의 음수율을 가진 요적 동시로 바뀐다. 그리고 대구법과 어휘의 반복 등을 사용하면서 정형적인 외형률을 갖춘 시를 쓰기 시작하는데, 이는 이러한 효과들이 어린이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인 듯하 다. 이러한 특질들은 윤석중의 작품들이 지금도 세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요집『바람과 연』은 거의 정형률을 갖춘 작품들이다.

이 작품집에 실린 것 중에 <고향땅>이 있다. 1966년 발표되었던 이 동요집 은 2011년 재미마주 출판사에서 윤석중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복간한 바 있다.

고향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푸른 하늘 끝 닿은 저기가 거긴가.

197)『카네이션은 엄마꽃』, 교학사, 1967, 12쪽.

아카시아 흰 꽃이 바람에 날리니 고향에도 지금쯤 뻐꾹새 울겠네.

고개너머 또 고개 아득한 고향 저녁마다 놀 지는 저기가 거긴가.

날 저무는 논길로 휘파람 날리며 아이들이 지금쯤 소 몰고 오겠네.

-‘고향땅’전문198)

<고향땅> 역시 자연을 노래한다. 고향은 마음의 안식처이자 어릴 적 향수가 오롯이 남아 있는 곳이다. 한국전쟁의 여파로 타의에 의해 고향을 떠났거나, 혹은 좀 더 잘 살아보겠다며 새 삶을 찾아 낯설고 애달픈 타향에 부초처럼 떠도는 사람들은 타향살이가 힘들다. 아직은 모든 것이 낯선 사람들. 현실에 뿌리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힘들 때마다 어머니 품 같은 고향을 떠올리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하지만 자연은 무심하다. 타향에서 맞는 봄은 고향의 봄과 다를 바가 없다. 봄이 오니‘아카시아 흰 꽃이 바람에 날리’고‘뻐꾹 새’도 운다. 그러니 고향이 더욱 그립다. ‘고향에도 지금쯤 뻐꾹새 울겠’

고 ‘아카시아 흰 꽃이 바람에 날’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녁마다 놀 지는’그 곳이‘날 저무는 논길’에 휘파람 날리며 소 모는 아이들이 집 으로 돌아가는 고향인가 싶다.

이처럼 윤석중은 생활 주변의 친숙한 대상인 자연과 그것의 변화를 통해 어린이들이 인간의 본성과 밝고 아름다운 동심을 찾을 수 있도록 리듬과 운 율을 살려 동요를 표현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작품을 노래하다 보면, 저절 로 아름다운 자연이 떠오르고, 자연 속의 모든 생물들이 우리에게 속삭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자연의 움직임이 느껴지고 인간과 자연의 기분 좋은 관계와 함께 생명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것도 윤석중 동요의 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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