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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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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법부와 규제개혁 』 토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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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해 말하자면, 국회의 또 다른 비입법기능으로 사회 담론의 형성(혹은 사회 의제의 설정) 및 여론 조성도 빼놓을 수 없다. 19세기 말에 훗날 미국대 통령까지 되는 우드로 윌슨은 의회의 입법기능과 행정부 감시·감독 기능 못지 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이 담론 형성, 정보 전달, 여론 조성 기능이 중요하다 고 설파한바 있다. 이 중요한 비입법기능을 어떻게,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수 행할 때 역시 바람직한 규제개혁이 나올 수 있을지 다룬다면 더욱 좋을 것이 다. 예를 들어, 의회 의사진행과정상 단순다수주의 원칙에 방점을 두는 방식 (미국 하원의 경우처럼), 합의주의 혹은 초다수주의 원칙에 우선순위를 두는 방식(미국 상원의 경우처럼), 단순다수주의와 합의주의를 절충하는 방식(‘국회 선진화법’ 체제의 우리나라 국회) 중 어느 것이 각종 규제개혁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여론을 환기시켜 중요한 사회의제로 올리고, 극소수 이익단체, 행정관 료, 소관 상임위 소속 의원 간 “철의 삼각지대”(iron triangle)의 담합을 막아 민주적 방식으로 규제개혁을 이끌어가는 데에 유리한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논문 내용에 대해 논평하자면, 대부분의 내용에 공감한다. 논문에서 다뤄진 몇 가지 점을 재차 강조하면서 관련된 유의사항을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국회에 대한 시민단체의 감시 필요성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 만, 걱정되는 점은 시민단체의 편향성으로 인한 논란을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 이 필요하다. 시민단체 중 상당수가 좌든 우든 이념색채를 띠고 있거나 적어도 띠고 있다고 인식되고 있다. 심한 경우엔 특정 정파에 가깝기도 하다. 단순히 가까운 정도가 아니라 시민단체 활동가 중 아예 정치권에 편입되어 국회의원 이 되는 경우도 제법 있다. 이런 현실에서 아무리 중립성을 고수하려 해도 특 정 시민단체의 평가를 국민과 정치권이 진정성, 정통성 있게 받아들일지 우려 된다. 자칫 다른 입장의 시민단체들의 상충되는 평가를 놓고 이념적, 정파적 대립이 더 격화되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시민단체가 아닌 전문가 위주의 학회에 의한 감시는 어떨까? 역 시 한편으로 동의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전문가 집단에 의한 편향성도 전적으 로 부인할 수는 없다. 과도한 스테레오타입이지만, 예를 들어 경제학자나 행정 학자는 상대적으로 효율성을 강조할 것이고 정치학자나 사회학자는 형평성에 상대적 비중을 둘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국회를 감시, 평가하는 사람들의 구성을 어떻게 해서 그러한 편향성을 줄여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요구 된다.

둘째, 높은 전문성의 독립적인 입법지원기구의 확보에 대해서도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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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국회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가 34쪽의 표에는 언급되고 있지만 본문 에서는 별로 다뤄지지 않고 있는바, 보다 역점을 두어 본문에서도 강조했으면 좋겠다. 국회 기구 중 정파성 시비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몇 안 되는 예들 중 대표적인 것이 이 두 기구이다. 이 두 비정파적 기구가 어떻게 운영될 때 규제 개혁의 취지가 잘 살려질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를 보다 집중하면 유용한 결 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제심사 기능의 폐지에 대해서도 찬성한다. 이 점 의 중요성을 감안해볼 때 논문에서 보다 충분한 논리로 뒷받침되었으면 좋겠 다. 평자는 과거에는 법사위의 법제심사 기능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시대착오적 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각 상임위 및 국회사무처나 입법조사처의 법제심사 능 력이 충분히 제고되었으므로 그 기능을 법사위로 몰아줄 필요성이 많이 떨어 졌다. 또한 과거에는 법안심의가 너무 졸속으로 흐르거나 다수당에 의해 너무 성급하게 이루어지지 않게 법사위가 “문지기”(gate-keeper) 역할을 할 필요가 있었지만,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제도화된 이래로는 법안심의과정이 충분히 길어지고 곳곳에 “문지기”가 들어섰기 때문에 법사위마저 그 역할을 수행할 필요는 없어졌다. 숙의민주주의의 구현, 소수의견의 존중, 신중한 의사결정 등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를 살리되 국회가 과도한 지연과 교착에 빠지는 부작용 을 없애기 위해선 법사위의 법제심사라는 불필요한 “문지기”를 이제는 없앨 때가 되었다.

넷째, 통합의안(omnibus bill) 제도의 도입은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신중 할 필요도 있다. 미국의회를 보면, omnibus bill을 정략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즉, 대통령이 하나의 법안을 전체적으로 승인하거나 아니면 전체 적으로 거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통령 측이 싫어할 법안을 대통령 측이 좋아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법안과 합해 단일 법안을 만들고 그럼으 로써 대통령 측을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책략이 왕왕 사용된다.

다음으로 학술논문으로서의 완결성을 기하기 위한 향후 수정 작업 시 고려 할 점들에 대해 말한다.

첫째, II장 전체를 굳이 원고에 넣는 것이 좋을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의원 입법의 원칙과 과정에 대한 다분히 교과서적인 내용이므로 없어도 될 것 같다.

만약 그대로 둔다면, 독자들로부터 “새로운 내용이 있는지,” “논쟁이 될 만한 부분이 있는지,” “항목들이 너무 나열식으로 제시되고 있고, 항목들 간의 우선 순위나 상쇄효과(trade-off)에 대해 논해야 하는 것 아닌지” 등의 질문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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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III장 1절에서 의원입법의 문제점에 대해 논하고 있는데, 규제개혁을 위한 의원입법에 직결되는 것이라기보다는 국회 운영과정 전반에 관련된 것으 로 보인다. 너무 넓게 논하다 보니 초점이 다소 흐려지는 것 같고, 그 결과로 논의가 나열식으로 진행되며 피상적, 단편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규제개혁을 위한 의원입법에 보다 좁게 초점을 맞춤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논문 전체적으로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되기 전에 작성된 듯 하다. 이런 느낌을 없애기 위해서는 논문의 곳곳 해당 부분에서 ‘국회선진화 법’ 체제의 내용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주제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