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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와 일터 학습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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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이 가정하고 있었던 지식의 인식론적 틀이 함께 바뀌어야 함(한숭희, 2004)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일터 내에서 존재하는 지식은 일터의 특성과 밀접하게 얽히어 있는 지식이며, 그것을 학습하는 방식 역시 학교에서 요 구되는 방식과 전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일터에서 요구되는 지식과 그것을 학습하는 방식은 일터라는 공간의 특성에 대한 이해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즉, 기존의 “일터 학습” 논의들을 바탕으로 학습에 관련한 일터의 존재적 특성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본 연구 주제와의 관련성을 고려하여 주로 학교에서의 학습과의 비교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학교 학습과 다른 일터학습의 속성과 특징을 가장 선명히 드러내어 줄 수 있는 논의는 단연 무형식학습이라 할 수 있다. 무형식 학습은 그 이름 에서도 드러나듯, 논의의 출발점이 형식학습 즉, 학교 학습과의 비교에 있 기 때문이다. 무형식학습이란 구조화되고 제도화된 교육 밖에서 일어나는 학습상황(Marsick & Watkins, 1990)을 포착하게 하는 개념으로, Knowles 에 의해 1950년에 정의 된 이래로 많은 학자들에 의해 다양한 논의가 이루 어지고 있다. 무형식학습에 관한 논의를 따를 때, 일터학습의 속성은 다음 과 같이 드러난다(문세연, 2002: pp 13. 재정리).

먼저 일터학습의 가장 명시적인 특징으로 교육장이 아닌 업무 현장에서 일어나는 학습(Cofer, 2000)을 가리킨다. 일터학습은 비구조적, 경험적이며, 비제도적, 비계획적으로 설계된 학습(Marsick&Watkins, 1990; Rothwell, Sanders&Soper, 1999)이라는 특징을 지니며, 일터학습의 학습 요소는 주도 성, 자율성, 개방성, 유연성, 참여, 일상성 등의 특징을 갖는다. 또한 일터학 습은 학습에 있어서 학습자 주도성(Kimdhl, 2004; Ellinger, 2005; 한숭희, 1997)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일터학습은 감독자나 동교근로자 등의 직무 를 직접 관찰하여 배운다(Lynch& Black, 1998)는 특징을 지닌다.

일터학습을 무형식학습을 통해 정리하는 것은 일터학습의 다양한 측면을 드러낼 수 있게 해준다. 특히 무형식학습은 형식학습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서 학교학습과 대별되는 일터학습의 속성을 잘 드러내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무형식학습에 대한 논의들은 일터학습의 속성과 특성을 전반적으로

드러내어 주는 데에 기여하였지만, 일터학습 그 자체의 내재적인 특성을 드러내어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일터학습에 내재한 인식론과 일터학습 방법을 더욱 자세히 살펴본다면, 일터학습의 고유한 특성이 더 잘 드러날 수 있다.

무형식 학습 외에도 일터학습을 설명하는 방식은 다양할 뿐 아니라, 일 터학습에 대한 통일된 정의와 설명방식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직 통일되지 않은 일터학습의 개념에도 불구하고, 일터학습에서 전제되는 공통적인 인식론은 존재한다. 이러한 인식론을 기반으로 일터에 존재하는 학습을 이해하려고 하는 이론적인 시도들이 있어왔고, 그 이론적 인 시도들은 기존의 학교와 학습 방식의 차이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주로 논의되어왔다. 이는 일터의 내재적 특성, 그리고 그 특별한 존재조건으로 인해 학교 학습이 전제하고 있는 지식과 학습과는 다른 특징을 지닌다.

예를 들면 쇤은 학교 교육에서 배운 지식과 이론이 현장의 상황에 적용 되지 않는다는 문제에 대해, 학교가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인식론적 가정이 현장의 그것과 다르기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쇤에 따르면 학교의 이론 교육이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인식론적 가정은 ‘기술적 합리성(technical rationality)'이다. 기술적 합리성은 서양의 근대 학문의 성격을 대표적으로 나타내어주는 개념으로, 실증주의, 정초주의에 기반 한 서구의 근대 학문의 특징을 드러내주는 개념이다. 근대 서구의 학문은 자연과학이라는 특정 지 식의 인식론과 방법론을 다른 어떤 것보다 우위에 두고 다른 모든 지식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이러한 기술적 합리성의 인식론적 가정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지식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에서 비롯된다. 그 러나 실제(real practice)의 세계에서 기술적 합리성이 가정하는 것처럼 단 순하고, 확실하고, 안정적인 구조와 원칙, 원리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러한 인식아래 쇤은 기술적 합리성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실천적 인식론‘을 주장한다. 유사하게 구성주의적 인식론이 있다. 구성주의는 인간의 이성적 능력으로 보편적, 절대적인 자연의 법칙을 인식하고자 했던 객관주의 인식 론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하였다. 즉, 구성주의는 기본적으로 인간은 궁극적

으로 그 자신에 내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지식을 구성해 나가며, 각 개인이 구성해 나가는 지식은 필연적으로 독특할 수밖에 없다는 신념을 바 탕으로 하고 있다.

기술적 합리성과 실천적 인식론, 지식의 객관주의와 구성주의는 모더니 티(modernity)와 그것의 해체(post-modernity)라는 동일한 틀로 설명 가능 하다. 모더니티는 근대시대와 연관된 이념, 양식들의 총제로서, 전통적인 사회의 거부와 함께 등장한 근대적인 사회형태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개념이다. 즉, 14세기 말, 가톨릭교회의 권위에 묶여 있던 생활에서 인간 정신의 근원으로 돌아가자는 개혁 운동으로서의 르네상스 운동 이후, 모더 니티는 서구 사회의 구성 원리로서 존재해왔다(한숭희, 2004)고 할 수 있 다. 이러한 과정 중에 나타난 근대 학교는 모더니티 사회의 지식 규정과 재생산을 공고히 하는 중심기제로 기능한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 새로운 시대이념으로서 포스트모더니즘이 등장한다. 더 이상 객관성이나 확실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불활실성, 혼돈, 그리고 복잡성에 대한 강조가 포스트모 더니즘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는 지식에 대한 인식론적 변화를 수반하는 개념이다. 포스트모던적 지식은 “명제적 위계에 의해 구성되기보다 스스로 변화를 생성하는 것, 선형적인 사고보다 비선형적 사고에 의존하는 것, 전 략적으로 통제되기보다 혼돈으로부터 창조를 추출해내는 것, 균형을 유지 하기보다 불안정한 평형 속에서 생성되는 것(Goldstein, 1994; 한숭희, 2004 재인용)”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이는 일터의 지식의 속성을 잘 드러내어준 다. 일터를 학교에 대비하여 이분법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지양되어야겠지 만, 일터에서의 인식론은 분명 학교가 중심으로 하는 ‘이성’과 ‘객관’의 논 리와는 구분되는 인식론을 갖는다. 일터의 인식론은 실증주의, 객관주의, 기술적 합리성 등과 대별되는 구성주의적, 실천적인 인식론이다. 요컨대, 일터라는 맥락에서 존재하는 지식은 일터의 특징을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지식이며, 이는 학교라는 맥락 속에 존재하는 지식과 전적으로 다르다. 폴 라니는 이를 ‘암묵적 지식’으로, 오크쇼트는 ‘실천적 지식’으로 설명한 바 있다. 또한 오늘 날 현대 지식의 흐름을 ‘유동적’ 지식으로 표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폴라니(Polanyi, 1967)는 지식의 객관성과 확실성을 추구하는 인식론적 경향을 경고하면서, ‘암묵적 지식’이라는 용어를 통해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지식 이면에 존재하는 다른 종류의 지식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우리는 우 리가 말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알 수 있으며, 우리의 앎에 의존하지 않고는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Polayi, 1967,p.4; 장상호, 1994, p.34)와 같은 명제 는, 모든 앎이 말이나 규칙으로 진술 될 수 없다(Polayi, 1967,p.4-5; 유연 상, 2003, p63-64 재인용)는 것을 강조한다. 즉, 암묵적 지식은 말해질 수 없는 차원의 지식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개념이다. 언어와 같은 상징으로 는 표현되지 않는 암묵적인 차원의 앎(tacitknowing)이 들어있으며, 언어적 으로 표현되는 명시적인 차원의 앎(explicitknowing)은 암묵적인 차원의 앎 을 수반해야만 이해가 가능한 것이라는 가정하고 있다. 이는 학교 뿐 아니 라, 일터, 생활세계에서 자연스럽고 우연하게 일어나는 다양한 학습의 가능 성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또한 폴라니의 암묵적 지식에 대한 논의가 일터학습에 주는 또 다른 중 요한 시사점은, 일에서의 앎이 “명시적인 결과로서 인식 주체와 분리 될 수 없는 지식”이라는 점이다. 폴라니는 이를 지식의 ‘내주’(indewlling)라고 표현하였다. 이는 정신과 신체, 이성과 감성, 주체와 객체, 인식주체와 대상 사이의 전통적인 이분법을 지양하고, 인식 주체가 합목적적인 탐구의 결과 로서 지식 창조에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Polanyi, 1967;

진성미, 2002, 재인용)이다. 즉, 학교의 학습이 지식의 고유한 논리를 따르 고, 따라서 지식이 ‘객관적’으로 ‘외부’에 존재할 가능성이 큰 반면, 일터에 존재하는 암묵적인 지식은 인식 주체 속에 ‘내주’하는 지식일 가능성이 크 다.

한편 오크쇼트 역시 ‘실천적 지식’이라는 표현을 통해 학문적 지식 이외 의 새로운 지식의 존재 가능성을 설명하고 있다. 오크쇼트에 따르면 지식 에는 ‘기법적 지식(technical knowledge)’과 ‘실천적 지식(practical knowledge)'이 있다. 기법적 지식이란 운전의 기법, 요리의 기법, 과학적

탐구의 기법 등과 같이 규칙, 원리, 지침, 격률 등 ‘명제’의 형태로 엄밀하 게 명문화되는 지식이다. 반면 실천적 지식은 엄밀한 명문화가 불가능한 지식, 오직 사용되는 과정을 통하여 그 존재가 드러나는 지식, 즉 실제를 통하여 드러나는 지식이다. 이러한 지식이 사람들 사이에 공유되는 것은 명문화된 규칙이나 원리의 학습에 의해서가 아니라 일을 수행하는 관계적 또는 전통적 방식의 획득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이 두 가지 지식은 ‘두 가 지 종류’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차이를 가지고 있으며, 그렇기 때 문에 어느 한가지고 환원되거나, 서로 대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 날 학문의 세계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합리주의 관점은 기법적 지식에 절대적인 권위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오크쇼트에 의하면, 합리주의에 가정되어 있는 지식의 이론은, 그 두 가지 지식 중에서 실제적 지식은 지식이 아니며, 기법적 지식이 아닌 지식은 없다는 주장으로 요약 될 수 있다(차미란, 2003). 그러나 오늘 날 일터에서 통용되는 지식의 성격 을 고려해 볼 때, 일터의 지식은 ‘실천적 지식’에 가깝다. 반면 학교의 지식 은 그 학문적인 성격으로 말미암아 명제적으로 제시되는 ‘기법적 지식’에 해당할 것이다.

특히 오늘날 일터에 존재하는 ‘유동적’인 성격은 일터 지식의 이러한 측 면을 더 부각시킨다. 바우만에 따르면 오늘 날의 사회는 액체(fluid)로 표현 될 만큼 유동적인 특징을 갖는다. 이는 근대사회가 고체적인, 즉 예측과 통 제가 가능한 사회였던 것과 달리, 오늘 날의 사회가 액체적인 유동성, 불안 정성이 지배하는 사회임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다. 바우만에 따르면 개인 의 해방과 자아실현, 시공간의 문제, 일과 공동체라는 삶의 거의 모든 영역 이 액체와 되는 특징을 지닌다. 이는 오늘 날 일터를 둘러싼 인식론과 일 터의 지식에도 적용될 수 있다. 오늘 날 고정된 체제에서 발전되어 온 교 육훈련 프로그램만으로 변화무쌍한 환경에 대처할 수 없고, 예상할 수 없 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력이 필요로 하다는 인식 과, 이를 위해서는 경직된 교육 훈련보다는 현장에서의 유연한 학습이 적 합하다는 시각(오영훈 외, 1999; 권남훈 외, 2001: Howorth, 2001: 정연순,

2004:15에서 재인용)이 바로 이러한 측면을 반영한다.

일터의 인식론과 일터의 지식의 특징을 고려해 볼 때, 일터에 존재하는 개인이 지식을 학습하는 일은 매우 어렵고도 난삽한 일로 보일 것이다. 일 터에서는 정리되고, 짜여있고, 확정된 방식으로 학습이 진행되지 않는다.

일터학습의 방식을 다룬 연구들 역시 이러한 복잡한 상황을 설명할 수 있 는 방식으로 일터학습을 설명하여 왔다. 상황학습(Situated learning)이론, 인지적 도제이론(cognitive apprenticeship), 경험학습이론(experienced learning)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설명은 교수자가 중심에 서서 객관적, 불변의 지식의 전수, 습득을 하는 학습의 방식과는 달리, 복잡하고, 설명하 기 어려운 일터학습의 다양한 양상을 설명하려는 공통점을 갖는다.

먼저 상황학습(Lave&Wenger, 1991; 손민호 역, 2010)은 사고와 그 사고 가 일어나는 맥락(혹은 상황)의 필연성을 인지하고 학습에 있어서 실제 상 황의 내재적 중요성을 탐구하고자 하는 학습이론이다. 이때 지식은 개인과 환경 간의 독특한 관계의 역동적인 산물로 간주되고, 학습은 지식이 자연 스럽게 포함되어 있는 상황 안에 종사하는 개인의 자연적 산물이 된다. 즉, 상황학습은 가르쳐질 지식이나 기능은 실제 사용되는 상황이나 맥락에 밀 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한다.

다음으로 인지적 도제 학습이론이 있다. 이는 학교 제도가 탄생하기 오 래 전부터 존재해왔던 전통적인 교수-학습 방식인 도제식 학습이 갖는 가 능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인지적 도제 학습은 신참자가 전문가가 되게 하 는 하나의 학습 방식의 하나로, 전형적 교실 수업의 틀에 대한 대안으로 도제 교육의 특징을 되살려냄으로서 실제상황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의 모습 을 참고하여, 창의적․반성적 사고와 문제해결 등과 같은 고등정신 기능을 학습하는데 적합하도록 재구성된 학습을 의미한다(강인애, 1997). 일터라는 맥락, 즉, 다양한 직급의 사람들과 교류해야 하는 공간에서, 도제식 학습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경험학습론(experiential learning theory)은 인간의 학습을 ‘경험의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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