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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소통으로서의 문화공간

현대인들의 삶에 대한 주된 관심사는 ‘생존이 아니라 여가를 위해 일한다’라고 할 정도로 일이 아닌 여가로 이동하고 있다. 네덜란드 역사가 요한 호이징가(Johan Huizinga)에 의해 처음 주창된 놀이하는 인간형을 일컫는 호모루덴스(Homo Luden s)31)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호이징가는 놀이에는 뜻이 있고 놀이에 열광하거나 몰두 하는 것, 미치게 만드는 힘 속에 놀이의 본질이 있으므로 놀이 자체가 의미를 가지고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국민의 건강과 레저욕 구를 충족시키고 문화에서 아시아의 중심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문화, 레저, 관광산업 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본 연구자는 문화공간을 개인 및 사회의 놀이의 공간으로 바라본다. 따라서 본 장에 서는 문화공간의 전통적인 의미와 놀이적 상징과 소통으로서의 공간의 의미, 그리고 나아가 사회문화적, 경제적 의미를 이론적 배경으로 연구하였다.

1. 개인 및 사회의 놀이 기능

1) 일과 삶의 균형으로서의 놀이 기능

우리는 일반적으로 놀이와 일을 분리된 것으로 정의한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활동은 일, 아니면 놀이(여가)라고 인지한다. 하지만 일과 놀이를 명확히 구분 짓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아야 한다. 나에게는 놀이일 수 있지만 상대방에게는 일이 될 수 있는 것이고, 반대로 나에게 일인 것이 상대방에게는 놀이가 될 수 있듯 이 언제든지 그 위치는 바뀌어 대립할 수도 있다.

놀이는 인간의 역사와 더불어 존재해왔다. 개별적 놀이와 사회적 놀이가 공존하면서 개인에게는 지적, 육체적 발달과 휴식, 안정을 제공한다. 또한 놀이는 사회생활에서

31) 요한 호이징가는 놀이가 사회에서 최고도의 문화활동을 발전시키는 주요 원동력의 하나라고 했다.(요한 호 이징가, ≪호모루덴스≫, 김윤수 역, 1981, 까치

생긴 제반 갈등을 해소하는 데 공헌한다. 놀이라는 것은 외형적으로 목적이나 생존 에 관계없이 행해지는 것 같지만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행해진다. 그 것은 개인적, 문화적 차이로 다양한 형태를 띠며, 자발성과 일탈성을 특징으로 하고 즐거움과 기쁨을 수반하는 인간행동의 총칭이다.

질 안드레스키 프레이저(Jill Andresky Fraser)32)에 의하면 일터는 장시간 근무와 만 성적인 과로에 의해 점점 더 스트레스를 가하며 비인간적인‘화이트칼라 노동착취 공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흔히 인류학자들은 인간의 본성을 두고‘노동 인 간’으로도 보고‘놀이 인간’으로도 본다. 말하자면 일하는 것과 노는 것은 인간의 삶의 양면을 규정하는 두 개의 커다란 범주라 할 수 있다. 노동과 유희는 둘 다 인 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것이되, 노동은 의지의 산물임에 비해 놀이는 본능적 작용이 라는 점에서 일단 차이점을 갖는다. 그러나 일하는 것과 노는 것은 결코 따로 분리 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그 둘은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서 삶의 총체를 이룬다.

노동과 놀이는 인간의 육체를 통해 실현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노동은 사 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 위를 말하며, 노동의 결과로 생기는 육체적 노폐물을 휴식을 통하여 말끔히 씻어버 린다. 노동이란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취하기 위해 신체를 사용 하는 행위를 말한다. 좀 더 포괄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때 노동이란 자연 속에 내재 한 어떤 생명력을 다른 생명력으로 전화시키고 순환시키는 인간의 활동이다. 삶의 근본이 노동에 있다는 사실은 바로 이와 같은 자연 생명력의 순환구조에 연관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 사이에 사회적 갈등이 생겨나면서부터는 단순한 휴식보다는 이 러한 사회적, 정신적 노폐물을 씻어내는 놀이의 기능이 더욱 강화되었다. 사회적 갈 등은 한마디로 노동의 결과가 노동한 사람에게 정당하게 돌아가지 않을 때 빚어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노동의 결과가 노동한 사람에게로 당연히 돌아가야 하는 것은 사회적 순환을 위한 본성적인 기능이며, 그 노동의 순환구조가 차단됨으로써 생겨나는 갈등을 해소해 나가는 놀이의 기능 역시 본성적인 것이다.

32) ≪뉴욕타임즈≫, ≪뉴욕옵저버≫와 ≪포브스≫ 등에 경제관련 기사를 써온 비즈니스 전문작가. 20여 년 동 안 임원감축과 생산성 향상 노력, 초대형 기업들의 합병, 공공정책의 변화, 세계화 등 직장환경의 변화를 낳 고 있는 기업문화에 대해 많은 글을 써왔다. 발로 뛰면서 쓰는 현장성과 날카로운 시각으로 정평이 나 있다.

현재 뉴욕에 살면서 ≪Inc.≫와 ≪블룸버그 퍼스널 파이낸스≫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 인간 공동체적 문화로서의 놀이 기능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여가활동을 통하여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확장 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 이 점에서 놀이란 소속감의 욕구와 사회교류 욕구를 충족 시켜주는 데 적절한 활동임에 틀림없다. 놀이행동은 사회적 접촉을 위하여 구성원 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친구와 이성을 사귀고 새로운 인연으로 관계를 맺는 데서 시 작된다. 놀이를 통한 사회적 교류 욕구에는 대인관계의 질을 더욱 돈독하게 하는 것 과 대인관계의 범위를 넓히고자 하는 것이 모두 포함된다. 특히 자아의 정체성이 확 립되기 이전인 청소년 시기에 집단정체감 형성을 위한 집단적 놀이 경험은 매우 중 요한 의미를 갖는다. 청소년들은 놀이 활동을 통해 또래들 간의 공감대를 확인하면 서 그들만의 특유한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커뮤니티의 문제는 가상공간에 국한된 것으로 생각될 정 도로 온라인에 치우치게 된다. 가상 커뮤니티를 다룬 하워드 라인골드(Howard Rheingold)의 <The Virtual Community: Homesteading on the Electronic Frontier>(1993)에 의하면“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한 최첨단의 정보 교류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교제하고 사회관계를 맺는 데 더 관심이 많다”고 한다. 결국 가상공간이 든 물리적 공간이든, 인간에게는 공간이 주는 의미보다는 공동체적 의식이 더욱 더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UCLA의 사회학 교수인 브라이언 벅헬터(Bryon Burkhalter)는 온라인상에서의 인종에 대한 인식은 오프라인과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 다.33) 즉 온라인에서 인종의 개념은 오프라인만큼 뚜렷하다는 것이다. 진정한 유비 쿼터스(Ubiquitous)34)의 환경은 우리가 차마 인식되지 못하는 것이므로 이제 가상공 간과 물리적 공간을 나누는 자체가 무의미해진 것이다. 오히려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회복, 자유로운 정보의 교환과 공유, 정서적 사회적 지원 등을 통해 현실적인 제약을 뛰어넘어 공동체적 관계를 회복하고 있다.

33) “Reading Race Online: Discovering Racial Identity in Usenet Discussions”, 1999

34) 사용자가 네트워크나 컴퓨터를 의식하지 않고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 신 환경.

2. 전통적 공간의 의미

공간이라는 단어의 뜻을 살펴보면 공(空)은 비어 있으며 아무것도 없고 쓸데없음을 나타내는 말로 불교에서는 실체가 없고 자성(自性)이 없음을 이르는 말이며, 간(間)은 대상과 대상, 관계와 관계 사이, 또는 대상과 관계 사이에서 거리를 나타내는 말이 다. 이 뜻만 봐도 공간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공간은 본질적으로 만질 수 없다. 즉 공간은 설명할 수 없다. 물리적인 공간 외에 공간이라는 단어 자체의 뜻을 생각해봐도 수많은 것들과의 관계, 즉 모든 것이 공간 이며 그 범위가 우리의 의지에 의해 작아지기도 하고 한없이 커질 수도 있는 공기 와도 같은 것이다. 스피노자는 공간 정의를‘무한정한 넓이’를 갖는 것으로 설명하 고, 뉴튼의 공간35)은 절대적이고 현실이며 비어 있고 불확정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공간이란 단어를 사용할 때 사람들이 각각 생각하는 범위가 달라36)질 수 있다. 신앙 과 조화를 이루는 기계론적 세계관을 주장하는 헨리 모어(Henri More)의 주장에서부 터 과학혁명의 새로운 우주관과 새로운 공간개념을 심어준 뉴턴에 이르기까지, 공간 의 개념에 관한 연구는 끊임없이 연구되어야 할 만큼 방대하고 복잡하다.

라이프니츠(Leibniz)의 관점은 우리가 세상을 발견할 때 사물들 사이를 질서 있게 정 리, 연결시켜주는 방법을 재현하기 때문에 가공현실, 즉 이데아라고 말한다. 그러므 로 공간은 세상의 지적인 앎이라고 하는 일종의 기구 작동과 분리될 수가 없다. 결 국 라이프니츠에게 공간이라고 하는 것은‘지적인 앎의 장소’로 실질을 생산해내는 현실적인 장소로 제공된다.

공간에는 인간의 삶이 배어 있고, 그들의 가치, 태도, 관습이 추상되고 연역된다. 공 간이라는 물리적인 의미는 인간의 삶의 활동무대로 볼 수 있지만, 여기서 보이지 않

35) 뉴턴은 거대한 우주의 또 다른 우주, 외부 우주의 공간이 존재함을 믿게 되는데 이는 현대 예술에서 응용이 론, 특히 설치예술 공간으로 착안, 그 이론적 근거로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6) 물리적인 공간에 스스로의 범위를 정의하려고 하는 인간의 습성 때문에 어떤 이들은 공간이라고 하면 건물 이나 집의 내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어떤 이들(불교사상에 지식이 있는)에게는 그 개념이 조금 더 확대해서 해석될 수 있다.

는 많은 활동들을 상상해본다면 공간은 물리적 공간의 의미일 뿐 아니라 나아가 사 회연구라는 관점에서 볼 때 문화의 영역으로서의 공간으로 그 의미가 확대된다.

합리성을 근간으로 하여 기능적으로 체계화되고 조직화된 의미를 담고 있던 모던사 회의 공간과는 달리, 포스트모던 사회의 공간은 근본주의적 질서의 해체와 정체성이 급속화화는 현실에서 그 의미가 이미지와 기호, 상징 등으로 구체화하는 경향이 두 드러진다. 따라서 현대를 대표하는 놀이공간은 당연히 현대문화의 올바를 이해를 바 탕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나아가 공간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머물고, 생활하고, 생 산해가는 개념의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창조하며 편안함을 느끼고 즐기는 장소라는 개념의 인식 전환이 시도되어야 한다. 놀이공간은 특정한 장소로 국한되는 것이 아 니다. 공간 안에서 즐겁고 편안하다면 그곳이 놀이공간이 될 수 있다.

구 분 비 고

국가 시설 구분 놀이공원 등의 지역적 공공 시설물(박물관, 미술관 등) 사회적 상업 시설 상업적인 필요에 의한 수요 공간(유치원, 보육원 등)

기업 차원 시설 구분

수익창출을 위한 상업적 시설물 유원지, 놀이시설, 편의시설 사회봉사, 사회환원 차원 시설물 박물관, 과학관, 역사관, 미술관 등

<표 2> 협력활동에 의한 놀이공간 구분(박종일, 2005.)

위 표에서 보듯이 시설물에 대한 구분은 아이나 어른들의 경계가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놀이문화나 놀이공간에 대한 연구는 지나치게 어린 이 위주의 연구로 되어 있다. 그만큼 놀이의 비중이 아이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놀 이는 어린들만의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놀이에 더욱 집중하고 몰입을 하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의 것이라고 치부되는 것은 옳지 않다. 놀이가 문화발전에 원동력이 되며 그것을 바탕으로 생긴 창의력이 국가발전의 밑거름이 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결코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어린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 모두가 각각에 맞는 다양한 콘 텐츠가 있는 공간들로부터의 소통이 문화산업의 발전에서 기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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