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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적 공간의 혼성적 표현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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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연구자 작품의 혼성적 표현

본 연구자는 예전부터 현재까지 하나의 일관된 기법이나 표현형식을 지속하거 나 업그레이드시키기보다는 다양한 형식을 동시대적 상황에 맞춰 조형적으로 보 여주고 있다. 연구자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영상설치작품으로 졸업 작품을 진행할 만큼 다양한 오브제와 매체를 다원적인 표현형식으로 구사해왔 다. 2000년대 중반까지 평면과 입체의 결합, 영상과 설치 등과 같은 확장된 양 상으로 작업을 표현하면서 본 논문의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는 2000년대 중반 이후의 작업인 <혼자놀다 >시리즈는 이질적인 재료의 사용과 이미지의 조합, 디 지털프린트와 페인팅의 결합 등의 작업으로 나타난다. 이에 연구자 작품에 다채 롭고 혼성적인 표현에 대해 평론가 김병헌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필자는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전시들과 이번 전시의 차이를 주목하고자 한다. 기존의 전시들과 문형선의 전시 사이에는 어떤 다른 점이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물 론 기존의 전시들 역시 세련되고 오늘날의 시대에 맞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형식에 있어서도 매우 다양함이 존재한다. 하지만 한 번의 전시에서 전시되는 그들의 작품에는 어떤 공통적인 양식이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한 작가는 팝 아트적인 작품으로 전시를 하 며, 다른 작가는 미니멀리즘적으로, 또는 디지털 매체로, 아니면 전통적인 회화로 자신들만 의 양식을 나타낸다. 그러나 문형선의 작품은 다양한 양식으로 제작되어 있다. 이 번 전시가 재밌는 점 중 하나는 동일한 전시 공간 안에서 그의 여러 가지 작업 스타일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하나의 양식으로만 보여주지 않는다. 여

러 장의 사진을 겹쳐서 사용한 작품도 있고, 한 사진의 여러 기법을 이용한 사진 작품도 있 다. 나무 줄기에 자신의 작은 이미지들을 올려 놓은 작품은 포토샵을 사용했다. 그런가 하면 팝 아트적인 작품도 있으며, 유화 작품도 있다. 또 사진에 유화 등을 칠한 복합적인 작품도 있고, 여러 캔버스를 입체적으로 설치한 작품도 있다. 우표의 이미지를 사용하기도 하고, 글 자를 쓰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전시 공간 안에서 보여 진다.”105)

위의 글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연구자는 <혼자놀다>라는 주제에 맞춰 다양한 형식과 방법들을 통해 나타낸 작품들을 전시회를 통해 선보여 왔다. 자연과 인 간의 공존, 디지털과 페인팅의 결합, 이질적 이미지의 결합 등의 혼성적 표현의 실험들은 작업의 방향을 주제와 내용에 따라 표현 형식을 달리하게 하는 특징을 갖는다. 이는 연구자 작품이 하나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있음을 말하며, 연구자 의 탈 장르적 성격과 혼합적인 매체의 사용이 동시대적 미술의 경향과 그 맥락 을 함께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연구자의 원형이미지를 통한 유토피아적 공간의 혼성적 표현 양상이 연 대기적으로 구분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며, 주제와 표현방법이 시간을 가로질 러서 나타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2000년 중반부터 최근까지 작품의 내용 과 표현형식은 유토피아라는 하나의 일관된 연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시기상의 교차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작가로서의 성장을 위한 작 업적 정체성을 끌어올리는 작용을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연구자 작품 에 나타난 다양한 회화적 표현 양상은 오늘날의 상황에 적합한 혼성적 표현이라 고 볼 수 있다.

나.

연구자 작품의 표현 양상

연구자 작품의 주요 특성은 매체, 장르, 기법 등 작업 전반에서 볼 수 있는 혼 성적 표현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토피아라는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에

105) 김병헌, 「컨템포러리 아티스트 문형선을 말한다」, <문형선개인전 : 혼자놀다>, 유스퀘어 문화관 금호갤러리 1관, 2010, p. 5.

있어서 소재가 되는 기억 속의 이미지들은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 있는 것임 에도 불구하고 작품 안에서 공존하며, 이것들을 표현하는 매체 역시 이질적이지 만 함께 융합된다. 이처럼 본 연구자의 작품은 혼성의 개념을 다양한 각도에서 적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연구자의 작품과 관련하여 시대적 현상과 연 결된 복합적인 의미와 다양한 표현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미디어 놀이 : 복합매체

미디어는 사회 환경에서 개인의 의사나 객관적 정보를 서로 주고받는 수단이며 매개체이다. 줄여서 매체라고도 한다. “동아출판사에서 나온 국어사전은 매체 를 둘 사이에서 어떤 일을 하는 구실을 하는 물건으로 정의하고 있다.”106) 예 컨대, 사람과 사람이 의사소통을 하는데,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 라, 휴대폰으로 서로 소통을 하고 있다면 바로 휴대폰이 매체인 것이다.

[도판-39] < 혼자놀다2005 ...ing >, 100×70cm, 복합매체, c-print. 2005.

[도판-40] < 혼자놀다 - 엘로우맨 >, 120×90cm, 복합매체, c-print. 2006.

연구자가 사용하는 혼성적 표현 방법의 하나는 매체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

106) http://blog.naver.com/tjswhdvy/20017596802, 강준만, 「대중문화의 겉과 속」, 한샘출판사, 인용

중에서도 복합매체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복합매체란 여러 개의 표현요소가 종 합되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즉, 어떤 웹페이지에 문서와 그림, 동영상과 소리 가 동시에 구현되는 것이 있다면 이것을 복합매체라 한다. 현대미술에서 미디어 영역의 확장은 추구하는 목적과 사용하는 재료, 웹 프로그램 등에 따라 다양한 의미가 부여 될 것이다.

본 연구 작품에서 미디어 매체가 혼성과 관련해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를 표현 형식이나 방법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이 살펴보았다. 먼저 자연이미지는 유토피 아적 공간의 기초적인 재료이다. [도판-39],[도판-40]을 보면 만물의 생동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자연물의 형상인 나무를 중심으로 공간을 설정한다.

자연 그대로의 이미지를 숭고하게 여기고 그 장소에 또 다른 이야기를 설정하 는 작업과정에 앞서 2000년대 초반부터 연구자의 작업의 전개과정에서 바탕이 되는 것이 바로 유희적 사유인‘놀이’이다. 하얀 캔버스를 벗어나 연출과정을 드로잉하고 스텝들과 논의하면서 연구자 스스로의 욕구분출을 위해 자연 속에서 현실과 분리되어 있던 예술적 이상들을 현실에 녹여내는 것이며 쉽게 바라만보 고 지나쳤던 자연의 형상들이 연구자의 놀이터가 된 것이다.

[도판-41]

< 혼자놀다-Trademark >, 120×90cm, 복합매체, c-print. 2008.

[도판-42]

< 혼자놀다2008-Trademark> 작업이미지

네덜란드 역사가 요한 호이징하(Johan Huizinga, 1872~1945)는 문명은 놀이 속 에서 생겨난 것이며 놀이를 떠나는 법이 없다. 놀이가 없다면 문명 자체가 존재 할 수 없다는 것이다.107) 이에 [도판-42]의 이미지는 대중적인 제품의 상표들 인데, 이것은 [도판-41]을 제작하기 위한 출처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도판 -41]은 하나의 놀이로서 본 연구자는 [도판-42]에서 나오는 제품을 직접 입고 포즈를 취한 상태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이 사진은 다시 포토샵을 통해 상표 의 이미지가 결합되면서 시골에서 장을 보는 여성의 이미지로 나타나게 된다.

이것은 본 연구자의 어머니께서 일상에서 일하고 동네를 마실 다니면서 입고 계 신 복장에 영감을 얻어 복합매체방식으로 완성시킨 미디어 놀이작업이다. 또한 이것은 이렇게 완성된 의상을 입고 작가 스스로가 주인공이 됨으로써 고가의 제 품보다도 어머니의 힘든 노동과 사랑이 묻어있는 복장이 가치가 있음을 사회에 전하고자하는 미디어놀이라는 혼성적 표현형식인 것이다.

[도판-43] < 혼자놀다-장암마을 >, 60×90cm, 복합매체, c-print. 2009.

[도판-44] < SPACE-UTOPIA ROAD >, 65×95cm, 복합매체, c-print. 2013.

연구 작품 [도판-43], [도판-44]는 전남 영암 고향 마을을 배경으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항상 반복적으로 무심코 지나쳐 왔던 자연의 원형적 풍경 이미지들 을 중첩한 작품으로 고요하고 풍요로운 고향마을에 축복을 기원하고자 진행한 작업이다. 위 작품들은 미디어 영역의 사진 기술이라는 매체를 일러스트, 포토 샵 등의 웹 프로그램과 결합하고 전위적인 예술형식을 직·간접적으로 혼성하여 놀이로 승화시킨, 미디어놀이라는 표현 형식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미디어 107) 요한 호이징하, 이종인 역, 「호모 루덴스」, 연암서가, 2010, pp. 74-82 참조.

놀이는 자유로움과 상호 관계적 특성을 지니면서 억압되고 구조화되어 있는 현 실세계와의 구별을 명시하는 가상현실 속 유토피아라 볼 수 있는 것이다.

나. 이미지 차용과 치환(置換)

연구자는 본인의 무의식에 잠재된 이상적 형태를 이끌어 내기 위하여 자연으로 부터 직접 경험했던 이미지들을 차용한다. 보고 느낀 것을 차용하여 치환하기 위해서는 직접 관찰해보고 재현할 수 있는 즐거운 상상을 펼칠 능력이 필요하 다. 이미지란 심상(心象), 영상(映像), 표상(表象) 등을 뜻하는 말로써 인간의 내면에 그려지는 사물의 감각적인 영상이나 감각적인 심상을 가리켜 이야기한 다. 심리학적 용어로는‘ 머리에 떠오르는 것으로서 감각적 성질을 지니는 것’

이라 정의되기도 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잔상이나 형상을 눈에 보이게 시각화 해서 나타내는 것은 일상에서 사물을 보는 순간적인 관찰력과 집중력이 요구되 며 창의적인 생각을 구상하는데 중시된다. 그래서 연구자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자연 이미지를 차용하여 치환한다.

치환(置換)이란 명사로서‘바꾸어 놓음’이라는 사전적이고 기본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수학과 화학분야의 치환은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본 연구논문에서의 치환은 명사로서 자연에서 차용된 이미지를 연구자의 상상 력과 결합함으로써 실재하는 자연이미지는 화폭안의 차용된 이미지를 통하여 무 의식에 잠재된 원형적 이미지로 바뀌어 놓이게 된다는 의미를 가리킨다. 따라서 이 작업은 자연의 이미지와 무의식의 원형이미지가 서로 섞여 있는 혼성적 표현 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연구자의 작품에서 이미지의 차용과 결합, 치환하는 양상은 그 대상에 따라 인간, 자연, 공간으로 나누어 오늘날의 미술과 비교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1) 인간으로부터

인간과 자연, 인간과 동물, 인간과 식물, 인간과 인간 등과 같은 결합은 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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