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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증권법의 역외적용에 관한 판례의 변화가 우리나라 기업에 미치는 영향

미국 증권법의 역외적용에 관한 위와 같은 변화는 우리나라 기업에도 중 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 증권법이 역외적용되면 우리 기업도 미국 증권집 단소송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4년 7월 30일 현 재, KB금융지주, 케이티, 포스코 등 13개의 우리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미 국예탁증권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148)148)거래기준에 비추어 볼 때 미국예

145) Id. at 68.

146) 임재연, 앞의 책, 360면; 최승재, 앞의 논문, 83면.

147) Fox, supra note 62, at 1246-49.

탁증권을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놓은 경우에는 Morrison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미국 연방증권거래법 Section 10(b)에 기한 사적소송이 제기될 위험 에 노출되어 있다.149)149)아울러 우리나라 기업이 일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방 법은 아니지만 1999년 두루넷의 NASDAQ 직상장과 같이 원주를 미국 증권 거래소에 직접 상장한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150)150)이때에도 우리 기업이 미 국 연방증권거래법 Section 10(b)에 기한 사적소송의 피고가 될 위험이 있 다. 마지막으로 미국 시장에 상장되어 있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기업의 증권 이 미국의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151)151)장외시장의 특성 상 미국 법원이 시장사기이론을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때에도 미국 연방증권거래법 Section 10(b)에 기한 사적소송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 울 수는 없다. 그러므로 미국 증권거래소에 원주나 미국예탁증권을 상장했거 나 상장하고자 하는 기업, 또는 미국 장외시장에서 자사의 증권이 거래되는 기업은 Morrison 사건 이전과 동일하게 미국 증권법을 준수하기 위한 노력 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나아가 Morrison 사건 이후 미국의 증권집단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축소 됨에 따라 미국과 유사한 집단소송제도를 가진 다른 국가에서 집단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연방지방법원은 2010년 벨기 에에 본사를 둔 Fortis라는 회사를 상대로 제기된 증권사기소송을 기각하였 는데, 이 결정을 내린지 일 년이 채 지나지 않아 네덜란드의 위트레흐트 법 원에 같은 원인으로 소송이 제기되었다.152)152)미국과 유사한 증권집단소송제도

148)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SEIBro), http://www.seibro.or.kr/websquare/control.jsp?

w2xPath=/IPORTAL/user/ovsSec/BIP_CNTS10002V.xml&menuNo=247 (2014년 7월 30일 기 준).

149) 2014년 7월 30일 현재, KB금융지주, LG디스플레이, SK텔레콤, 신한금융지주회사, 우리금 융지주, 케이티, 포스코, 한국전력공사의 미국예탁증권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고, 그라비티의 미국예탁증권이 나스닥(NASDAQ)에 상장되어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 포털, 위의 자료.

150) 금융감독원, 해외증시상장을 통한 해외직접금융 활성화방안 추진, 보도자료, 2002. 6. 10., 3면.

151) 2014년 7월 30일 현재, S-OIL, 에듀컴퍼니, 웹젠, 인스프리트의 미국예탁증권이 OTC (Over-The-Counter Market)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앞의 자료.

를 운영하고 있는 캐나다에서도 증권집단소송의 제소건수가 급격히 증가되 고 있다고 한다.153)153)따라서 각 기업들은 미국의 증권법 뿐만 아니라 다른 나 라의 증권법, 특히 잠재적 영향범위 내에 있는 주주들이 존재하는 국가의 증권법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154)154)

2. 자본시장법 제2조에 관한 문제

연방대법원의 Morrison 판결, Morrison 사건 전후의 하급심 판결, 도드-프 랭크법 Section 929P(b)(2), 연방증권거래위원회의 연구보고서 등 미국에서 이루어진 역외적용에 관한 일련의 논의가 우리나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 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 한다) 제2조를 해석하고 이에 대한 향 후 입법방향을 제시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원칙적으로 국내법은 속지주의와 속인주의에 따라 국내에서 이루어진 행 위 또는 내국인이 행한 행위에 대해서만 적용된다.155)155)그런데 자본시장법은 이에 대한 예외로 제2조에서 효과기준에 따른 자본시장법의 역외적용을 인 정하고 있다.156)156)동법 제2조는 “이 법은 국외에서 이루어진 행위로서 그 효 과가 국내에 미치는 경우에도 적용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외국인이 국외에서 행한 행위에 대해서도 우리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미 국에서의 논의에 따르면 위 규정의 ‘그 효과가 국내에 미치는 경우’란 예측 가능하고 실질적인 피해를 준 것을 의미한다. 즉 외국에서 일어난 행위가 우리나라의 자본시장 또는 투자자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 우리 자본시장법이 적용된다는 것이다.157)157)예컨대, 외국인이 국외에서 국내 상장증권의 시세를

152) Noam Noaked, A New Playbook for Global Securities Litigation and Regulation, Harvard Law School Forum on Corporate Governance and Financial Regulation, Feb.

2, 2012, at 1, available at http://blogs.law.harvard.edu/corpgov/2012/02/02/a-new- playbook-for-global-securities-litigation-and-regulation/.

153) Id. at 2.

154) Id. at 4.

155) 임재연, 「자본시장법」, 2013년판(박영사, 2013), 15면.

156) 석광현·정순섭, 앞의 논문, 35면.

조종한 경우나,158)158)외국인이 국외에서 행한 증권사기로 인하여 국내 투자자 가 피해를 입은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159)159)

그러나 자본시장법 제2조와 같이 효과기준에 따른 역외적용을 법 전체에 일률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앞서 본 미국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우선 효과기준에 따라 자본시장법이 역외적용되기 위해서는 과연 어느 정도의 효과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해야 하는지가 불분명 하다. 게다가 오늘날과 같이 정보통신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시대에는 효과주 의에서 말하는 ‘효과’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자본시장법의 역외적용이 무리하게 확대될 우려도 있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미국 증권법의 역외적용으로 인한 문제는 주로 사적 소송에서 심각하게 나타난다. 연방증권거래위원회와 같은 감독당국이 미국 증권법을 국제증권사기에 적용할 때에는 국제관계를 포함한 제반사정을 고 려할 뿐만 아니라, 해당 기관이 독자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 는 외국 감독당국과 공조하여 해결하므로 이해당사국과 사전 조율이 가능하 다.160)160)반면에 사적소송을 제기하는 일반투자자들은 손해배상책임을 물어 금 전적 피해를 구제받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국제관계나 국제공조에는 관심이 없다. 국가간 충돌을 야기하는 과도한 역외적용이라고 하더라도 자신 의 피해구제를 위해서라면 개의치 않고 국내 증권법의 역외적용을 주장한다.

효과기준의 모호성과 과도한 확대가능성을 고려해 볼 때 장기적으로는 미 국과 같이 민사책임에 한하여 자본시장법 제2조의 효과기준을 거래기준으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즉 ‘국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증권 의 거래’와 ‘상장되지 않은 증권의 국내 거래’에 한하여 우리 자본시장법상의 민사책임을 허용하는 것이다. 거래기준은 국내 증권법의 적용범위를 일정한 거래에 한정하고, ‘효과’나 ‘행위’ 보다 명확한 개념인 ‘거래장소’를 기준으로

157) 김건식·정순섭, 「자본시장법」, 제2판(박영사, 2010), 597-598면

158) 정찬형, 「주해 금융법(III)[자본시장법1]」, 제1판(한국사법행정학회, 2013), 38면.

159) 김건식·정순섭, 위의 책, 598면.

160) Park, supra note 64, at 81-82.

적용범위를 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거래기준을 채택하면 구체적인 사안에 서 국내 증권법이 역외적용되는지 여부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고 무리한 확 장해석의 여지를 줄여 역외적용으로 인한 국가간 충돌을 피할 수 있다. 다 만 거래기준을 미국의 연방법원과 같이 엄격하게 적용하는 경우에는 자본시 장법의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축소되어 자본시장과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자 본시장법의 본래 목적과 기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거래기준 을 도입하더라도 미국 연방대법원이 제시한 원형 보다는 2012년 미국 연방 증권거래위원회의 연구보고서에서 제시한 수정된 형태의 거래기준을 채택하 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고 본다.161)161)이러한 견지에서 거래기준을 우리나라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수정·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거래기준의 첫 번째 유형인 ‘국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증권의 거래’

와 관련하여, 거래장소에 국외 거래도 포함시키는 방안이다. 즉 우리나라에 상장된 증권과 동일한 종류의 증권을 매수 또는 매도한 투자자는 해당 거래 가 실제로 일어난 장소를 묻지 않고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인한 민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명시하는 것이다. 어떤 회사가 우리나라의 증권거래소에 자 사의 증권을 상장시킨다는 것은 우리 자본시장법상 부과되는 의무와 조건을 준수하겠다고 동의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회사가 우리 자본시장법을 위 반한 경우에는 거래장소를 불문하고 그 회사의 증권과 동일한 종류의 증권을 매수한 투자자로 하여금 자본시장법상 민사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줄 필요 가 있다. 이렇게 수정된 거래기준을 채택함으로써 자본시장법상 역외적용의 의미를 명확히 할 수 있고, 또한 자본시장법의 적용범위를 무리하게 확장시 키지 않으면서도 증권사기에 대한 범죄억제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다.162)162)

둘째, 거래기준의 두 번째 유형인 ‘상장되지 않은 증권의 국내 거래’와 관 련하여, ‘국내 거래’의 의미를 구체화하는 방안이다. 즉, 우리나라 증권거래소 에 상장되지 않은 증권이 우리나라에서 거래되었다고 보기 위해서는 거래의 일방당사자가 우리나라 영토 내에서 매매의 청약을 하거나 매매의 청약을

161) Sec. & Exch. Comm’n Staff, supra note 64.

162) Id. at 64-66.

승낙하여야 한다고 명시하는 것이다.163)163)Morrison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은 장 외거래가 언제 미국 내에서 일어났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 다.164)164)따라서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은 주로 Morrison 사건 이후 하급심 법 원에서 이루어졌다. 연방제2항소법원은 Absolute Activist Value Master Fund 사건에서 장외거래가 미국 내에서 일어났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할 때 ‘철회할 수 없는 책임’과 ‘소유권이전’ 장소를 판단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판시했다.165)165)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거래기준을 규정한다면 다국적 증권사 기범들이 자본시장법상 민사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이 규정을 악용할 수 있 다. 예컨대, 우리나라 회사가 국내 투자자들에게 주식매매계약서를 발송함으 로써 장외주식거래를 권유했다고 가정해보자. 자본시장법상 민사책임을 회피 하기 위해 이 회사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계약서에 서명을 한 뒤 그 회사의 해외 대리인에게 팩스로 송부할 것을 요청한다.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매매계 약서를 받은 해외 대리인은 회사를 대신하여 해외에서 그 계약서에 서명한 다. 이 사안에서 철회할 수 없는 책임은 해외 대리인이 서명한 시점의 장소, 즉 대한민국 영토 밖에서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이 거래와 관련 하여 자본시장법상 민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166)166)

따라서 장외거래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영토 내에서 거래의 일방 당사자가 매도 또는 매수의 청약을 하거나 매도 또는 매수의 청약에 대한 승낙을 할 경우에는 해당 거래가 국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고 규정할 필요가 있 다. 이렇게 규정함으로써 장외거래 당사자들은 구체적인 사안에서 우리 자본 시장법상 민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이 방안 은 투자자들이 장외주식거래를 하는 경우에 자신이 위치하고 있는 국가의 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투자자의 기대에도 부합한다. 나아가 이 방안은 국제증권사기범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거래를 우리나라 영토 밖

163) Id. at 68.

164) Morrison, 130 S. Ct. 2869.

165) Absolute Activist Value Master Fund Limited, 677 F.3d 62.

166) Sec. & Exch. Comm’n Staff, supra note 64, at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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