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Ⅴ. 결론

1. 요약

본 연구는 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 중 정치 관련 교과서에 서술된 민주 공화국 의 내용에 대한 분석 연구이다. 제1차 교육과정부터 2009 개정 교육과정까지 교 육과정 시기별로 발행된 고등학교 정치 관련 교과서를 대상으로 내용 분석 방법 을 사용하여 민주 공화국에 대한 서술 내용을 분석하였다. 내용 분석법은 양적 분석과 질적 분석을 함께 사용하였다.

연구 내용 및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서구의 정치사에서 군주의 자의적인 일인 통치에 대한 저항의 논리로 발 전 해 온 공화주의는 전제 또는 자의적 권력에 반대하며, 시민적 덕성과 정치적 참여를 바탕으로 공공선을 실현하여 공동체의 조화로운 운영을 도모하고 개인의 자유를 실현하는 사상이다. 공화주의는 오늘날 자유주의의 헤게모니에 도전할 수 있는 소중한 방식을 제공한다. 즉 공화주의는 공공선을 외면한 채 사익만을 추구 하고 정치에 무관심하며 사적 영역에 몰두하는 사적 개인으로 왜소화된 시민들 로 이루어진 자유주의 사회에 대한 반성과 함께, 공공선을 추구하는 시민적 덕성 을 갖춘 시민의 부활을 꾀한다. 나아가 민주주의의 확산과 공고화를 위한 시도로 서 의의가 있다.

둘째, 민주 공화국이 의미하는 바를 단순히 민주주의 국가로만 이해하거나 비군 주국이라 말하는 것은 정확한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와 공화국 또는 공화주의는 엄연히 구별되는 개념이며, 민주 공화국이란 민주와 공화가 온전히 결합되어야 이해될 수 있다.

민주 공화국이란 주권이 세습적 군주가 아니라 국민에 있으며 군주가 없는 국 가이다. 이러한 정의는 민주 공화국의 이념적 기반인 공화주의의 의미를 협소하 게 이해하는 것이다. 공화주의의 핵심 가치를 담아 민주 공화국의 의미를 규정한 다면, 민주 공화국이란 ‘시민적 덕성을 갖춘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에 의해 운영

되고, 공공의 이익(공공선)을 위한 통치가 이루어지며, 모든 시민의 자유로운 삶 이 가능한 우리 모두를 위한 국가’이어야 함을 말한다.

셋째, 교과서에 나타난 민주 공화국의 서술 내용을 양적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민주 공화국의 내용이 수록된 체제를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 헌법 제 1조에서 일관되게 민주 공화국을 천명하여 왔듯이 교육과정 시기마다 민주 공화 국에 대한 내용을 교과서에 수록하고 있다. 즉 고등학교 정치교육과정의 변화에 도 불구하고, 민주 공화국은 정치교육의 주요 내용 요소로 다루어져 왔다. 민주 공화국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의 원리를 나타낸 것이라는 점에서 민주 공 화국에 대한 내용은 줄곧 우리나라의 ‘민주정치’ 또는 ‘우리나라의 헌법’ 단원에 수록되었다. 또한 민주 공화국 내용은 제1차 교육과정 시기부터 제4차 교육과정 시기까지 ‘국가의 형태’ 단원에서도 수록되었다.

다음으로, 민주 공화국에 대한 서술 내용이 전체 교과서 분량 중에서 얼마나 많 은 공간을 차지하며, 얼마나 자주 서술되는지 그 양을 구하여 분석한 결과를 살 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제1․2차 교육과정 시기의 정치와 사 회 와 정치․경제 교과서에 서술된 민주 공화국에 대한 내용의 비중과 빈도가 나머지 교육과정 시기의 교과서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제3차 교육과정 시기의 교 과서부터 비중과 빈도가 확연하게 낮아지는데, 제5차 교육과정 시기의 교과서부 터는 다시 한번 두드러지게 낮아진다.

넷째, 교과서에 나타난 민주 공화국의 서술 내용을 질적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은 서술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교과서에서 민주 공화국은 줄곧 군주국 에 대립하는 국가 형태를 가리키는 것으로 서술되어 왔다. 이는 민주 공화국을 군주국이 아닌 국가, 즉 비군주국이라는 형식적 개념으로 이해한 것이다. 이러한 서술 경향은 민주 공화국에 대한 우리 헌법학계의 전통적이고 지배적인 입장을 따르는 것이며, 그 입장은 헌법학자 유진오 이래로 이어져 온 것이다. 특히 제1․

2․3․4차 교육과정 시기에는 민주 공화국을 비군주국이라는 의미에 더하여 파시즘 공화국이나 쏘비에트 공화국, 인민 공화국 등과 같은 부정적인 또는 비민주적인 공화국이 아닌 ‘민주적’ 공화국을 가리키는 것으로 서술되었다. 즉 민주 공화국이 독재적․전체주의적 국가에 대비되는 국가 형태로 이해된 것이다. 또한 민주 공화 국은 일관되게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국가, 즉 국민주권의 원리가 실현되는 국가

를 의미하는 것으로 서술되어 왔다. 즉 민주 공화국을 주권 소재의 측면에서 주 권이 세습적 군주가 아니라 국민에게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온 것이 다.

전체적으로 보아 고등학교 정치 관련 교과서에서는 민주 공화국에 대하여 국가 의 주권이 세습적 군주가 아니라 국민에 있는 비군주국이라는 국가 형태로 서술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서술 경향이 나타나는 것은 교과서의 내용이 유 진오 이래 우리 헌법학계에서 굳혀져 온 지배적인 입장을 따르고 있으며, 초창기 사회과 교과서를 유진오가 직접 집필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국가적 요구 나 필요로부터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사회과교육에서 반공(反共)이 강조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섯째, 기존의 교과서에 나타난 민주 공화국에 대한 서술은 민주 공화국이 비 군주국이라는 국가 형태를 나타내는 상당히 형식적인 개념으로만 이해된다는 점 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이러한 서술 내용을 담은 교과서로 학습하는 학생들 이 자신이 살고 있는 민주 공화국이라는 국가 공동체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에 대하여 온전하게 인식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민주 공화국의 유 지․번영은 민주 공화국을 이해하는 수준과 같이 간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정치 교육이 그 일차적 소명, 즉 대한민국 국민을 민주 공화국의 구성원답게 형성하는 일에 성공하지 못하였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교과서의 민주 공화국에 대한 서술 내용은 무엇보다도 민주 공화국이 지향하는 규범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민주 공화국의 규범적 측면은 다양한 방식 으로 해석하여 구체화될 수 있는데, 특히 기존에 민주 공화국의 의미를 해석할 때 소홀히 다루어지거나 무시되어 온 공화주의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즉 대한민 국이 단순히 민주국가가 아니라 민주 공화국인 것이 의미하는 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공화주의의 핵심 가치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국민주권을 바탕으로 한 민주 공화국에 대한 규정을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시민적 덕성을 갖춘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에 의해 운영되고, 공공의 이익(공공선)을 위한 통치가 이루어지며, 모든 시민의 자유로운 삶이 가능한 우리 모두를 위한 국가

또한 민주 공화국의 규범적 모습과 현실 사이에 나타나는 괴리를 사고할 수 있 는 내용을 포함하여 학생들이 추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민주 공화국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지막으로 민주 공화국의 역사적 의의에 대해 서술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민주 공화국의 이념적 기반인 공화주의가 사회과 정치교육의 철학적 기 초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공화주의는 사회과의 정치교육이 목표 로 하는 좋은 시민이 갖추어야 할 자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일관된 답을 하여 왔다. 공화주의 관점에서 좋은 시민이란 개인의 단순한 이해관계를 넘어서 서 공공선을 항상 염두에 두어 숙고하여 행동하는 시민이다. 즉 시민적 덕성을 실천하는 시민이다. 따라서 정치교육에서는 시민적 덕성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 내용을 구성해야 한다. 즉 정치교육이 현대 민주주의의 주된 사상적 원류 중 잊 혀 졌던 공화주의에 관심을 갖고, 교육 내용으로 공화주의를 수용할 필요가 있 다. 시민적 덕성의 고양을 목표로 하는 정치교육의 교수․학습 방법으로 토론수업 이 장려될 필요가 있다. 정치교육을 통해 토론을 잘할 수 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것은 공화주의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하다.

이상의 결과를 논의하는 데 있어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제한점을 안 고 있다.

첫째, 본 연구는 공화국의 의미와 그 정신인 공화주의에 기반하여 민주 공화국 의 의미를 재구성하였으나 이에 대하여는 앞으로 학계의 논의가 많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우리 학계에서 공화주의에 대한 논의는 시작 단계이며, 민주 공화국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는 논의 자체가 부족하고 합의가 약하기 때문이 다.

둘째, 본 연구는 실제 학교의 교실 수업에서 민주 공화국이 어떻게 다루어지는 가에 대해서는 살펴보지 못하였다. 본 연구는 사회과의 정치교육에서 민주 공화 국의 내용을 다루는 것에 대한 경험 연구가 아니다. 따라서 기존 사회과의 정치 교육에서 민주 공화국을 다루는 교육 방식에 대한 비판은 교과서를 중심으로 한

둘째, 본 연구는 실제 학교의 교실 수업에서 민주 공화국이 어떻게 다루어지는 가에 대해서는 살펴보지 못하였다. 본 연구는 사회과의 정치교육에서 민주 공화 국의 내용을 다루는 것에 대한 경험 연구가 아니다. 따라서 기존 사회과의 정치 교육에서 민주 공화국을 다루는 교육 방식에 대한 비판은 교과서를 중심으로 한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