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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 목적 및 연구 내용

1)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1987년 이후1) 한국의 민주주의는 민주화의 모범 사례로 인식될 만큼 성장하였 다. 한국은 시민사회의 강력한 도전 아래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을 전환점으로 권위주의체제로부터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이루었고, 오늘날까지 공고화의 길을 걸어 왔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지난한 투쟁의 과정에서 많은 희생을 지불하고 성취한 것이 지만, 우리가 명실상부하게 만들려고 한 것은 단순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민 주 공화국이다. 1919년 우리 헌정사상 최초의 근대 헌법에서부터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자기 정체성이 민주 공화국으로 일관되게 천명되어 왔다.

사실 그동안의 대한민국의 역사는 민주 공화국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누구나 한번쯤 접해 보았을 헌법 제1조 제1항의 민주 공화국은 무엇 을 의미하는가? 민주 공화국의 이념적 기반이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로 구성된 것 으로 이해할 때, 한국에서 권위주의체제에 대항하는 민주화 과정을 통해 민주주 의 담론은 넘쳐 났고,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의미는 십분 이해되었다. 반면에 공화주의에 대해서는 의식적이었든 무의식적이었든 간에 천착하지도 않았다. 또 한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은 공화국이지만,2) 공화주의 가 우리 사회의 전통으로 뿌리 내리고 있지 않다. 즉 우리는 온전하게 공화국의 전통을 경험하지 못하였다. 게다가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 체제의 전개 속에서 북

1) 한국 민주주의를 둘러싼 모든 논쟁에도 불구하고 1987년이 민주화의 분수령이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현대 정치사를 통사적으로 개관할 때에 한국 민주화의 계기를 1987년으로 보는 것은 통상적이다. 1987년 이후 한국 정치의 발전에 대한 관심의 초점은 ‘민주화 이후’의 과제에 집중되어 있다 (박동천, ‘한국 민주주의의 개념과 현실’, 정치사상연구 제12집 2호, 2006, pp.59-60).

2) 전체 199개국 중 공화국은 152개국에 이른다(김철수, 대한민국 정부형태 어떻게 할 것인가 , 예지각, 2010, pp.20-26).

한의 정식명칭에 포함된 공화국이란 말을 사용하는 데 거부감을 느꼈었다. 이에 따라 최장집이 잘 지적한 것처럼, 민주 공화국의 내용은 우리에게는 이렇다 할 의미를 갖지 않은 채, 공화주의라는 말은 관심을 끌지 못했거나 그저 민주주의 국가의 다른 말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므로 민주 공화국의 의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3)

1987년의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진단이 폭넓게 나타나면서,4) 공화주의 및 민주 공화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극도로 낮은 투표율은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집약하여 보여준다. 정치적 무관 심이 심화되면서, 정치는 일부 엘리트 직업 정치인들의 것이 되었고, 시민들은 단지 구경만 하는 ‘관객’ 내지 ‘청중’5)의 모습으로 전락해버렸다. 또한 한국 사회 는 자유주의 헤게모니의 부작용으로 인해 민주주의 공고화에 위기를 맞고 있다.

개인과 사적 영역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개인주의의 폐해를 불러왔다.

특히 1997년의 외환위기를 계기로 이루어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사회경제적 삶에 중요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경 제․성장 제일주의와 약육강식 및 적자생존이라는 시장경쟁 논리를 쉽게 받아들인 다. 지난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른바 ‘CEO 리더십’을 대통령이 최우선으 로 갖추어야 할 자질의 하나로 요구하였다. 실제로 국민들은 기업과 국가의 존재 목적을 구별하지 못한 채 기업의 경영자를 뽑듯이 대통령을 뽑는 경향이 나타났 다. 또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국가가 국민 공동의 안녕을 위한 공적 기구로서 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해 깊은 회의를 갖게 하였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 후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로 타오른 시민들은 ‘헌법 제1

3) 최장집,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한국 민주주의의 보수적 기원과 위기 , 후마니타스, 2002, p.17.

4) 1987년의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기로 진단한 시발점은 최장집의 연구로 보인다. 최장집은 그의 저서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한국 민주주의의 보수적 기원과 위기 에서 “이 책을 통해 내가 말하고 자 하는 것을 압축적으로 표현한다면 한마디로 한국 민주주의는 위기라는 것이다.”라고 말한다(위의 책, p.17).

5) 현대 민주주의를 관객 민주주의(spectator democracy)라고도 한다. 정치는 하나의 오락이자 관객의 흥미 대상으로 변하기 쉽기 때문에, 시민은 정치의 관객으로 머물러 있고 시민의 삶에 주요한 일들은 직업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결정을 하게 된다. 또한 마넹(Bernard Manin)에 의하면, 우리는 청중 민주주의 (audience democracy)라고 불리는 대의 민주주의의 변형 속에 살고 있다. 대중매체를 통한 의사소통 기술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미디어적 인물(미디어 전문가)이 선출 과정에 비교적 우월한 지위를 갖게 되고, 유권자들은 대중매체를 통해 제시되는 특정 이슈에 대해 단순히 반응하는 일종의 청중으로 나타난다.

청중 민주주의는 이른바 미디어 전문가의 통치인 것이다(Bernard Manin, 선거는 민주적인가 , 곽준혁 옮김, 후마니타스, 2010, pp.239-283).

조’라는 노래6)를 부르면서, 실용정부가 민주 공화국의 참다운 모습에 위배되고

민주 공화국의 시민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으로 형성된다. 그러므로 학교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사회과의 정치교육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사회과는 국가의 정체성과 관련된 교과이며,9) 국가 공동체에 살아가는 민주적인 시민을 육성하는 본질 교과이다. 정치교육은 사회과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중핵을 이루는 것이다. 정치교육에서 육성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살아가는 정치 공동체가 바로 민주 공화국이다. 따라서 사회과의 정치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민주 공화국이 의미하는 바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민주 공화국의 유지와 번영을 위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공화주의에 대한 무관심과 몰인식으로 인해 민주 공화국 의 의미는 명확하게 이해되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애매모호한 채로 남아 있다. 이 에 따라 사회과의 정치교육에서 교육 내용으로 민주 공화국에 대해서 다루어 왔 지만, 사회과의 정치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민주 공화국이 의미하는 바를 온전하 게 이해하고 있지 못할 우려가 높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사회과의 정치교육에서 민주 공화국 에 대한 내용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지금까지의 접근 방법이 가지는 한계를 지적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제1차 교육과정부터 2009 개정 교육과정까지 교육과정 시기별로 발행된 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 중 정치 관련 교과서(이하 ‘고등학교 정치 관련 교과 서’)에 서술된 민주 공화국의 내용을 분석하여 그 한계점을 찾고, 서술 내용의 재구성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나아가 민주 공화국의 이념적 기반인 공화주의 가 정치교육의 철학적 기초를 강화하는 데 어떤 함의가 있는지에 대해 모색하고 자 한다.

2) 연구의 내용 및 방법

본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연구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9) 진재관 외, 고등학교 사회과 선택 중심 교육과정 개선 방안 연구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06, p.152.

첫째, 오늘날 공화주의의 의의는 무엇인가? 단순히 비군주국이나 민주국이 아닌 민주 공화국인 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둘째, 고등학교 정치 관련 교과서에서 민주 공화국에 대한 서술 내용은 어떠한 가?

셋째, 고등학교 정치 관련 교과서에 서술된 민주 공화국의 내용이 갖는 한계점 과 민주 공화국에 대한 서술 내용의 재구성 방향은 무엇인가? 민주 공화국의 이 념적 기반인 공화주의가 사회과의 정치교육에서 갖는 함의는 무엇인가?

위와 같은 연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 논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연구를 전개 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배경’에서는 먼저, 민주 공화국을 교육 내용으로 하는 사회과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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