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Ⅰ. 서 론

1) 연구 방법

땅에 대한 실질적인 지식을 구하는 사람에게는 그 땅에 대한 답사의 형 식을 취하지 않으면 이론적 지식으로 흐르기 쉬운 것처럼 시간, 상황, 경제적 여 건, 동기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간접적 소속감을 기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문 학의 세계로 통하는 문을 열어야 할 것이다. 직접 문학 작품을 읽고 장소가 어 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보아야 할 것이다. 작품 속의 장소와 공간을 찾기 위하 여 경관의 찍힌 사진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택하였다. 즉 한 장의 사진을 보면서 캐어내 수 있는 양과 깊이는 현상을 도식화하는 틀의 종류에 따라서 달라질 것

3) Tuan, Y. F.(1977), Space and Place: the Perspective of Experience,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원문은, “In summary, we may say that deeply-loved places are not necessarily visible, either to ourselves or to others. Places can other places, visible prominence, and the evocative power of art, architecture, ceremonials and rites. Human place is achieved by dramatizing the aspirations, needs, and functional rhythms of personal and group life.“

이다. 사진 속의 장소는 혹은 공간은 어디인가? 장소 또는 공간 속에는 무엇이 놓여져 있는가? 사람은 있는가? 사진 속의 사람은 무엇을 하고 무엇을 얘기하고 자 하는 가? 를 읽어내려고 한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가능한 한 많은 사진 을 보는 방법이 보아내는 눈을 형성시켜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한 장면으로 완결 이 되는 사진을 많이 보았다. 문학의 갈래로 이야기하면 시를 많이 접하고 시를 이루고 있는 시어를 중심으로 작품의 출현 빈도를 계산하였다. (부록 참조)

단순하게 출현빈도를 중심으로 정리를 하였더니 가장 중추를 이루고 있 었던 시어들은 “섬, 바다, 산, 돌, 돌담, 바람, 억새꽃, 한라산, 4·3, 유채꽃, 동백 꽃, 숨비소리, 수평선, 4월, 이어도, 파도소리, 돌하르방, 테우, 파도, 협죽도, 성산 포, 5월, 하늘, 어머니, 보리, 테왁, 새, 꽃, 해녀” 등이 작품의 주종을 이루고 있 었다. 제주의 시(詩) 영역에서 탁월하게 뽑히는 시어들 중에는 자연소재를 능가 하는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것은 시인들이 단순히 시적 소재의 대상으로 인 해 무르익은 정서를 복잡하고 얽힌 구조를 버리고 즉흥적으로 단순하게 정감만 을 표현하는 서정시라고 할 수 있다. 즉, 시가 곧 자연이 되고 있었다. 이러한 자연 상태 그대로의 일차적 특성의 소재를 평면 위에, 프레임에 올려놓고 사진 을 찍었더니 그 평면공간은 섬, 바다, 산의 이미지로 현상되었다. 그 섬의 공간 속으로 가서 무엇이 놓여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놓여진 것들을 보게되고 알게되 는 사람들은 그것들로 무엇을 하고 무엇을 생각하는지를 따라가 본다. 사람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들의 생활공간은 무엇으로 채워놓고자 했는지를 느껴보 고자 한다. 이후로 ‘그들의 생각은 어떠한 건축으로 형상화되어 자신들의 삶의 시간적 한계선을 넘고자 하였는가’라는 흔적의 부스러기를 찾아 복원을 해보고 자 한다. 그렇다면 나와 동시대의 제주 사람들은 이런 맥락의 생각을 어떻게 구 체화하고 있는지를 묻을 수 있는 질문은 어떠한 것이 되어야 하는지를 염두에 두고 공간탐방에 임하고자 한다.

이 연구는 수평적 공간을 배경으로 나타난 수직적 공간이 형성된 섬을 이미지에서 시작한다. 바다 평원 위에 놓인 섬으로 존재하는 산(山), 그 산 속의 골과 결을 넘나들면서 오르는 길과 내리는 길이 모두, 섬 안에서 섬이 되는 이 야기를 듣고자 길을 떠난다. 산을 찾기 위하여 바다를 통과했다. 산에 오르기 위 해서 우선 바다를 보아야 했다. 탁 트인 바다와는 달리 물결처럼 굽이쳐 멈춘 것 같은 땅의 모습은 또한 내어 디딘 걸음걸음마다 돌멩이가 채일 것처럼 돌을 품고있다. 지천에 흐드러진 돌멩이, 돌담, 돌하르방, 산담. 돌멩이 사이사이로 오

가는 바람, 바람이 있는 곳마다 느껴지는 여자들의 땀과 몸부림. 그 여자들의 삶 속에 전해 내려오는 영등할망 전설, 바람이 들녘을 찾을 때마다 귀를 가진 사람 들을 붙들려 흔들리는 몸짓으로 서 있는 억새꽃, 수직으로 선 이야기를 담은 하 얀 꽃이 바람에게 하소연하는 곳에 언 듯, 땅 속의 층 층으로 뻗은 골 깊은 뿌 리를 한 팽나무에 까마귀 한 마리. 팽나무를 울타리 마냥 차지하고 있는 추사의 집과 이중섭의 거리.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밤바다로 떠나고 있었다, 그들 의 땅을 찾아서. 아들에게 할아버지 영혼이 살아있는 바다를 얘기하며 삶을 위 한 땅을 개척하려는 사람들이 떠나는 바다, 생명을 잉태하고 가꿔야하는 여인들 이 숨가쁘게 뿜어낸 숨비소리가 스며드는 바닷물의 결 사이사이. 새로운 공간을 꿈꾸며 이여도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가서 살고 싶은 곳, 제주임을 전하는 사람 들을 따라서 해발을 달리하면서 피는 숨비기꽃, 솜양지꽃, 수선, 돌매화들이 함 께 어우러진 곳을 스쳐 지나는 문인들의 가슴이 되어 그 공간들을 찾아가 보고 자 한다. 그 문학공간 속에 구조화되어 있는 제주도 특성을 대표하고 있는 요소, 문학적 기교로 처리된 자연지리적 사실 혹은 인문 지리적 패러다임, 제주 사람 들이 잃어버린 정서이거나 작품 속에서 생활하는 인물이 행동하는 자취를 따라 가 보는 방법을 취하고자 한다. 먼저 제주문학 속의 나타난 장소와 공간을 분류 함에 있어서 중심시어를 중심으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은 분류와 순서가 될 것이다. 시어가 던져주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제주의 공간을 보고 공간 속의 장 소를 보았다.

첫째, 자연공간으로서의 제주이다.

1. 섬과 바다의 공간: 섬, 바람, 바다, 산, 이어도, 백록담을 품고 있는 공간 2. 섬 안의 대륙: 석다(石多), 풍다(風多), 여다(女多) ,돌하르방, 건천(乾川), 고팡 둘째, 역사공간으로 인식되는 제주도이다.

3. 섬의 역사 : 영등할망, 땅울림, 이재수 4. 4·3의 현장: 무둥이왓, 억새꽃

셋째, 예술공간으로서의 제주섬의 재구성된 모습이다.

5. 까마귀와 팽나무: 비새[悲鳥], 한 노파 6. 추사적거지와 이중섭의 거리

넷째, 생활공간으로서의 제주사람들의 땅이다.

7. 바다: 보제기들은 밤에 떠난다, 그들의 터전 바다로 8. 숨비소리가 들리는 곳: 물결 속

다섯째, 미래공간으로서 문학인들이 갖고있는 공간이다.

9. 가서 살고 싶은 곳, 제주

위와 같은 구분으로 작품을 정리함에 있어서 플롯을 따라서 이야기가 전 개되고 발전되는 특성이 아니라 단순히 스냅사진을 펼쳐들고 사진의 소프트웨어 를 찾아내는 방법으로 작품 속의 텍스트를 갈무리하였다.

사진 속에 찍히지 않은 사람이 사진을 보는 경우에, 어떤 감흥을 일으키 려면 사진을 위한 테크닉이 그 역할을 담당해야하거나 사진이 갖는 기록적 역사 현장과 같은 첨예한 의식이 그 몫을 해낼 것이다. 그렇지 않은 일상의 경관이 흥미를 자아내기 위해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사진 속에 내가 들어가 있지 않 으면 유도할 수 없는 정서이다. 결국 연구를 통하여 내가 얻고자 하는 정서를 가지고 연구를 해야 얻고자 하는 정서가 구체적인 실체로 형상화한다는 생각으 로 문학의 숲을 통과하고자 한다.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