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국내 대학교는 1990년대 중반 대학설립 자율화 조치 이후 약 20년 동안 양적 팽창 과정을 겪으며 보편적인 고등교육기관으로서 기능해 왔다(이병식 외, 2012; 정영근 외, 2011). 고교 졸업자들의 약 70.7%가 대학 진학을 선택하고 있으며(교육통계연보, 2013), 이는 20대 학령기 청년들의 대다수가 대학교육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 나 국내 대학들의 급격한 양적 팽창과는 대조적으로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은 심화되어 왔으며, 그로 인한 장기적인 인력수급 불균형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어 왔다(윤명 희 외, 2010; 신선미·손유미, 2008).
이에 따라 교육계는 대학교육이 학생들의 노동시장 진출에 대한 직접적인 책무성을 부담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대학들이 학문탐구의 장으로서 기능하던 기존의 역할로부터 한 걸음 나아가 학생들의 직업세계 정착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전향적 개념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윤명희 외, 2010). 이러한 경향은 특히 노동시장의 불안정성 심화 추세에 대처하여 대학교육이 학생들의 취업 및 지속적인 고용 유지를 위한 실질적 역량을 배양해 주기를 요구한다(김재현, 2011; 김성남·정철영, 2010).
대학교육에 관한 최근의 연구도 대학교육의 책무성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학효과(college impact)라는 키워드 또는 아이디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대학효과를 구명하기 위한 실증적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이병식 외, 2012; 최정윤 외, 2008). 구체적인 데이터로써 대학효과를 검증하려는 이러한 연구 경향에 발맞추어 대학 의 교육성과에 대한 정의와 측정방법도 꾸준히 논의되어 왔다(고장완 외, 2011; 김성 훈, 2011; 신정철 외, 2008; 서민원, 2003). 그러나 대학교육은 교육의 성과를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어, 교육성과의 개념과 그 측정방법에 대 한 합의는 쉽게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대학효과 연구에서 교육성과를 구명하기 위해 사용한 대표적 데이터로는 학점 과 취업률이 있다(채창균․김태기, 2009; 조영하 외, 2008; 황여정․백병부, 2008). 학점 은 교육 내용의 습득 정도를 직접적이고도 객관적인 수치로 표현하므로 상호간의 비교 가 용이하다는 장점을 가진 반면, 학교마다 점수를 산출하는 기준이 달라 학교 간의 비 교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학점은 또한, 대학교육의 책무성이라는 측면에 서, 노동시장으로까지 지속 가능한 능력을 예측케 해주지는 못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 다. 취업률은 노동시장 진출을 위한 성과지표로서 학교 간의 비교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진 반면(조영하 외, 2008; 황여정․백병부, 2008), 대학교육의 순수한 효과를 나타내 는 지표로서는 적합하지 못하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취업률은 또한 취업의 질이 고려 되지 않은 개념이자, 교육 외적 요인들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지표라 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대학교육의 성과를 보다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는 학점 과 취업률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별도의 지표가 요구되며, 이는 학교 간 비교가 가능 하고 노동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요구를 반영하여 국내외적으로 대학성과지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들이 시도 되었는데(진미석 외, 2011; 이병식․최정윤, 2008),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대학성과 지표는 핵심역량이다. 핵심역량은 대학생이 학교교육을 통해 개발해야 할 능력요소들을 의미한다. 그것은 교육의 내용과는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으므로 많은 대학에 보편적으 로 적용될 수 있으며, 노동시장에서의 개인의 능력도 예측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K-CESA라는 이름으로 국가 차원의 대학생 핵심역량 진단 사업을 실시해 왔으며(진미석, 2013), 개별 연구자 차원 에서도 역량모델링을 통해 대학생의 핵심역량을 도출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루어졌다(노 윤신․리상섭, 2013; 박성미, 2011).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효과 연구라는 분야 자체의 협소성으로 인해 핵심역량을 교육의 성과로 삼은 연구 또한 아직은 양적으로 부족한 실 정이다(이병식 외, 2012; 이장익․김주후 2012). 교육성과 지표로서 핵심역량이 가지는 높은 객관성과 활용성을 고려할 때, 향후 관련 연구가 보다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이 논문은 핵심역량을 교육성과로 간주하여 대학교육의 효과를 분석하였다.
한편, 대학교육은 성과 뿐 아니라 그 과정 또한 구명이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학교육의 과정 영역은 다른 학교급의 그것과는 달리 아직 “블랙박스”의 수준에 머
무르고 있다(진미석, 2013). 이는 대학교육이 국가의 교육과정계획에 의하여 공급되는 방식(top-down)이 아닌, 비교적 특수성을 지닌 교육과정을 고수하는 단위학문들의 집 합체로서 구성되는(bottom-up) 존재론적 특성으로부터 기인한다. 또한 학생 개개인이 교육과정 구성에 대한 자율성을 지니고 있어 같은 학문집단의 학생들 사이에도 교육경 험이 매우 상이하다. 이러한 연유로 기존의 대학효과 연구들은 구체적인 과정요인들보다 는 대학서열이나 소재지 등과 같은 투입요인들을 통해 대학교육의 효과를 비교해 왔으 며, 그런 만큼 구체적인 효과를 밝혀내는 데는 일정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김진 영, 2007; 오호영․김승보 2006; 장수명, 2005).
이와 같은 교육과정 파악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학효과를 보다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서는 대학에서 학생들이 경험하는 활동들을 상호 비교하여 대학의 순수효과를 구명해 내는 것이 적합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Astin, 1993). 즉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가 아닌 개별 학생이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내용을 파악함으로써 대학 교육이 개 인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연구에서는 대학생 들의 구체적인 학교생활이 교육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구명하여 구체적인 교육경험의 효 과를 탐색하였다.
한편, 대학효과 연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Astin(1993)의 투입-과정-산출 모형 은 개인의 학습 참여를 개인과 대학 간의 상호작용에 관여하는 조절요소로 설명하고 있 다. 즉, 동일한 교육조건 하에서도 개인의 특성은 교육을 내재화하는 정도에 개인적인 차이를 발생케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 모형에 의하면, 학습 참여에 영향을 주는 개인 의 일반적인 또는 심리적인 요소들은 교육 경험의 효과에 영향을 끼친다. 다시 말해서, 학생의 교육경험을 학교생활로써 측정하고, 교육 효과를 조절하는 개인의 내외면적 요소 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함으로써 대학교육이 개인에게 미치는 교육효과를 구체적으로 파 악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우리나라 대학생 핵심역량 연구들에 의하면 학년에 따라 핵심역량 수준의 차이가 존재한다(진미석, 2011; 이장익, 2012; 김안나·이병식, 2003). 그러나 현재의 핵심역량 연구들은 대부분 핵심역량의 현재 수준을 일회적으로 측정하여 대학기 간동안의 역량 개발 정도를 측정하지 못한다. 따라서 학교에 진학하기 전 학생들의 출발 점 행동을 통제하고 현재 수준과의 차이를 측정함으로써 대학교육 이후의 순수한 변화
를 측정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기존의 연구들이 제시했던 개인의 변인은 개인의 배경적 특성에 머무른 경우가 많으며, 학교 수준의 변인은 학교의 관점에서 설정되어왔으며,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서 비스의 특성 및 경험여부로 설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백평구, 2013; 이병식·최정 윤, 2008). 그러나 대학의 교육서비스는 개인의 내적 특성에 따라 상이한 효과를 가지 며(Astin, 1993), 개인의 학교생활 양상은 매우 다양하여 동일한 시스템 속에서도 상이 한 교육 효과를 유발한다. 따라서 보다 구체적인 수준에서 학생들의 특성과 교육경험을 구명하고, 이들이 대학 입학 후의 순수한 교육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구명할 필요가 있 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연구는 학생들의 개인 내적인 변인과 학교생활 변인이 핵심역량 각 요소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구명하고자 한다. 이 연구의 결과를 통해 대학성과 지 표로서의 핵심역량 개념의 타당성을 확인할 수 있으며, 핵심역량의 개발정도에 영향을 주는 구체적 수준의 개인 및 학교생활 변인에 대한 탐색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