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기후변화 적응의 측면에서 리스크 목록을 도출하고 전문가 설문조사를 통 하여 정성적인 리스크 평가를 실시하였다. 리스크 평가의 방법은 영국 기후변화 리스 크 평가를 참고하였으며 델파이를 응용한 전문가 설문조사를 활용하였다. 리스크 평가 의 결과는 Klinke and Renn(2002)이 제안하고 있는 리스크 유형화와 관리방향에 적용 하여 연계하였다.
리스크 평가의 결과 전체 125개 리스크 중 42개의 리스크가 선택되었으며, 이들 리 스크를 대상으로 한 평가의 결과 상당수의 리스크가 그 정도가 심하고 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부문별로 살펴보면, 건강 부문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여름철 사 망률 증가가, 농업 부문에서는 기상재해로 인한 농업기반시설의 파괴 위험 증가가, 물 관리 부문에서는 홍수, 태풍 등으로 인한 수해 발생 증가가, 산림 부문에서는 기상재해 로 인한 산지토사재해 증가가, 생태계 부문에서는 생물종의 이동패턴 변화 및 외래종 침투 증가가 재난/재해 부문에서는 재해의 대규모화로 인하여 증가되는 사회․경제적 피해액 증가가, 해양/수산 부문에서는 수온상승으로 인한 해파리, 불가시리, 성게 등 유해생물 증가 및 어업손실 발생가능성 증가가 가장 우선적으로 관리해야 할 리스크로 나타났다. 또한, 기후변화 리스크의 원인별로 검토한 결과 정도가 가장 심한 것은 가뭄 이었으며, 시급성과 발생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대기오염 및 화학물질과 관련된 리 스크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 활용한 리스크 평가의 방법은 영국에서 시행한 리스크 평가 중 일부만 적용한 것이다. 영국에서는 정성적 리스크 평가를 함에 있어 최대한 객관성을 확보하 고자 해당 평가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기준, 상호 합의 및 조정, 경제적 평가 등 다양한
분석이 추가로 수행된다. 하지만 영국의 리스크 평가 역시 한계는 존재한다. 정책과 연계하기 위한 구조가 명확하지 않으며, 어떠한 부분에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지 그 리고 평가 결과에 대한 타당성의 논의 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다. 하지만 미래 에 대한 불확실한 상황을 고려하였을 때, 모든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하거나 완벽한 과 학적 근거의 연구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 따라서 최소한 전문가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수준에서, 그리고 현재를 기준으로 하여 대비가능한 위험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준비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소 과학적 엄밀성과 근거는 부족할 수 있고, 타당성과 전문 성은 부족할 수 있다 하더라도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최소한의 근거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기후변화의 영향과 분야별 과학적 근거에 대한 논의가 아직 부족하고, 정성적 리스크 평가에 대한 인지와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초기 단계이다. 이는 과학적 연구결과와 정책적 개입의 과정을 연계하고자 하는 중간적 매개체에 대한 경험과 이해 가 부족한 상황에서 비롯한다. 본 연구는 기초적인 단계에서 영국의 리스크 평가방법 을 적용한 것으로서 리스크를 탐색하고 전문가의 경험과 판단에 근거한 평가를 수행한 것이다. 전문가가 어떠한 근거에서 평가점수를 부여하였는지, 이러한 방법에 대한 타 당성, 전문가의 대표성 등은 한계가 있음을 밝혀둔다. 방법의 타당성에 있어서는 이를 보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3차에 걸친 설문을 시행하였고, 현재의 수준에서 적응역량 을 함께 고려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리스크 목록을 도출하는 데 있어 전문가들의 합의과정이 아닌 선행연구를 활용하였기 때문에 국내에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중심 으로 수행하여 보완하였다. 전문가 선정의 경우는 현재 국내 기후변화 적응 관련 연구 의 중심이 되고 있는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내 부문별 전문가 목록을 활용하여 어느 정도의 전문성과 대표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수행한 리스크 평가는 적응정책 수립에 있어 기후변화 영향평가, 취약 성 평가와 적응정책의 중간 매개단계로서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기후변화 영향평가와 취약성 평가에서 도출된 과학적 결과는 그 자체로 정책 의제로 연결되기 힘들다. 영향 평가의 경우 무엇이 정책적으로 관리되어야 하는 것인지 직접적으로 논의하지 않으며 취약성 평가의 경우 결과를 반영하여 정책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대리변수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안하지는 않는다. 리스크 평가는 이러한 기후변화 영향평가와 취약성 평가 를 기반으로 하며, 리스크 목록의 도출과 상대적인 평가를 통하여 무엇을 관리해야 하 는지에 대한 우선순위와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다. 또한, 리스크의 유형화는 향후 적응
정책의 수단이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본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기후변화 적응정책 구성에 있어 시사점은 앞서 리스크 평 가와 유형화의 결과를 토대로 도출할 수 있다. 국내 기후변화 적응과 관련한 리스크 관리에서 부족한 부분은 사회적 신뢰, 책임성, 리스크 인지에 대한 촉발메커니즘이었 다.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적응역량에 대한 강화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적응역량은 다양하게 논의할 수 있으나, 사회적 신뢰와 책임성, 인지 등에 관련된 부분은 제도적 기반에 기초한 역량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관계에 기반을 둔 적응역량은 사회적 관계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기후변화와 관계된 정보와 리스크 를 인지하고 이에 집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이는 사회의 구성원들 간 기후변화를 얼마나 리스크로 인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서로 신뢰를 기반으로 하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지, 이러한 리스크에 대하여 한 사회가 공동체로 대응할 수 있는 지를 의미한다. 국내의 경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소셜 네트워크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으나, 상호 간의 신뢰는 낮은 수준이며 사회 전반에 걸쳐 양질의 정보가 공유되고 있지 못하다. 또한, 공동체 사회의 붕괴로 인하여 사회 문제 전반에 걸친 정부 및 공동 체 불신이 나타나고 있으며 공동체 단위에서 이러한 리스크를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사회적 관계에 기반을 둔 적응역량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사회전반의 신뢰수준을 높 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국가가 적응정책을 시행하는 데 있어 단순한 정부중심의 정 책홍보가 아닌, 시민사회와의 협력 그리고 정책 구성과정에 있어 시민참여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기후변화 적응이 필요한 부분(needs) 그리고 시민의 적응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과정상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낮은 수준에서 인 지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하여 모두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이며, 적응을 위해 서 행동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증진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적응의 논 의에 있어서 계획된 적응(planned adaptation)과 자율적 적응(autonomous adaptation) 중 자율적 적응의 폭을 넓힘으로써 계획된 적응의 자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고 두 적응의 관점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초적 적응역량 의 구축은 보다 효과적인 적응정책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