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지)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
아시아 지역의 금융시장은1997
년 외환위기 이후 주목할 만한 체질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역내 금융통합으로 가는 길은 아직 요원해 보이 는데,
이는 여전히 아시아 금융시장의 질적 수준이 상대적으로 낙후 되어 있고,
역내 국가 간에도 많은 편차를 보이고 있다는 데 부분적 인 요인이 있다.
또한 금융통합의 최대 장애요소로 지적되고 있는 역내 공동체 인식의 부재에 대한 정책적 대안이 없었다는 것도 통합 논의의 진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역내 국가 간 금융시장 개방을 통한 자본흐름의 자유화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시킬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
역내 국가 간 금융시장 개방은 경쟁의 도입을 통해 해당국의 금융산업 발전에 긍 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와 관련하여Levine
(2001)은 국제 포트폴리오 흐름에 대한 제한의 완화는 주식시장의 유동성 증진에 도움을 준다 고 주장했으며, Chinn and Ito
(2002)와Huang
(2006)은 금융시장의 개 방이나 자본통제가 금융산업의 발전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인 바 있다.
또한 금융시장 개방 및 자본흐름 자유화를 단계적으 로 역내 국가를 상대로 시행함으로써 국제 금융자본에 대한 역내 금 융시장의 개방에서 오는 시장 불안정성을 해소할 수도 있다.
더불어 국제 금융시장의 통합 내지 동조화라는 큰 추세에 비추어 보더라도 역내 국가 간 자본흐름의 자유화는 역내 통합이라는 정책과제와 별 개의 독립된 중요성을 띤다.
또한 자본흐름의 자유화는 점증하고 있 는 역내 무역과 더불어 상대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상호 교류를 증진함으로써 경제공동체로서의 아시아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상품무역과 달리 자본흐름의 자유화는 해당 국가 간의 정보공유를 촉진시키며 나아가 국가 간 금융산업의경쟁 및 규범의 수렴을 통해 역내 금융산업의 수준 향상에 촉매로 작용할 수도 있다
.
유럽의 경우를 보더라도1980
년대 들어 대내외적 경제환경이 변화하고 국제 금융시장의 통합이 이루어지면서 통화동 맹의 중요한 선결조건으로서의 자본흐름 자유화의 중요성이 부각되 었다.
이에 따라1986
년과1988
년 두 해에 걸쳐 회원국 간의 완전한 자본이동에 대한 새로운 법령을 제정한 바 있다.
40)실증적으로도 통 합 이전 유럽지역에서의 자본흐름 자유화 수준에 대한 연구들이 행 해졌고,
유럽 국가 간 자본의 흐름이 상당한 수준으로 자유화되어 있음을 발견한 바 있다(Armstrong et al., 1995).
본 장에서는 현재 아시아 지역의 역내 국가 간 금융시장의 개방 수준을 자본흐름의 현황을 통해 짚어보고
,
자유로운 자본이동에 걸 림돌이 될 수 있는 요인들을 파악하여,
이에 대한 개선점을 도출하 고자 한다.
40) 정홍열(1998)
1. 역내 자본흐름의 현황
근래 들어 진행되고 있는 금융세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
41) 우선 국가 간 자본이동이 장기 부 채나 직접투자보다는 단기차익을 노리는 단기 포트폴리오 주식투자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개발도상국들이 차례로 자 국의 자본시장을 개방하면서 성장가능성이 높은 이들 국가들의 주 식시장에 투자함으로써 높은 단기 수익을 올리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산구성의 다변화를 목 적으로 하는 자본투자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투자 다변화의 주 요 도구로 은행권보다는 주식시장이 더욱 선호되고 있다(Lane and Milesi-Ferretti, 2005).
그러나 아시아 지역 국가들 사이에서는 이와는 다소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
아시아 역내의 자본흐름은 주로 채권시장과 직접투 자를 통해 이루어지며,
단기투자 이익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대상 국가의 생산능력 향상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지고 있다. <
표6>
은 아 시아 주요국들이 해외에서 발행한 채권총액과 그 중 아시아에서 매 입되는 채권의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2002
∼2005
년간 이들 국가들 이 자금조달을 위해 해외시장에 발행한 채권의43.1%
가 아시아 시 장에 흡수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ASEAN
지역으로의 직접투자도 이 지역의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크게 늘어나고 있 다(<표 7> 참조).
대ASEAN
직접투자는 특히2004
년 이후 급격히 증 가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대ASEAN
투자가2006
년에는 미국을 제 치고 일본, EU
의 뒤를 이어 세 번째를 기록했다.
41) 금융세계화와 이에 따른 자본이동의 변화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Cowen et al.(2006), Jean et al.(2005), 조복현(2006) 등을 참조하기 바란다.
❙표 6. 국별 해외시장 채권 발행 규모(2002년 9월∼2005년 5월)
국가 발행건수 발행채권 총액(십억 달러) 아시아(%)
중국 5 3056 43.1
인도네시아 7 3100 58.8
한국 25 11498 44.8
필리핀 6 3230 48.1
싱가포르 3 2617 55.4
태국 1 350 65
평균 43.1
자료: Rana(2007), 수정 재인용.
❙표 7. 대아세안 지역 직접 투자 추이
(단위: 백만 달러, %)
Partner country/region 200 4 2005 2006
아세안 2,803.7(8.0) 3,765.1 6,242.1
미국 5,232.4(14.9) 3,010.6 3,864.9
일본 5,732.1(16.3) 7,234.8 10,803.3
EU-25 10,046.1(28.6) 11,139.6 13,361.9
중국 731.5(2.1) 502.1 936.9
한국 806.4(2.3) 577.7 1,099.1
호주 566.7(1.6) 195.9 399.2
인도 118.7 351.7 (380.4)
캐나다 301.2 161.3 274.0
러시아 – – 5.6
뉴질랜드 3.5 480.7 (282.8)
파키스탄 4.8 3.5 7.8
기타 8,770.1 13,644.9 16,047.9
총액 35,117.2 41,067.8 52,379.5
주: ( ) 안의 숫자는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임. 자료: ASEA N 해외직접투자 데이터베이스, 2007.
아시아 주요국의 종목별 대외자산 현황을 보면
2000
년 이후 이 지 역 국가들의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활동이 아주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표 8> 참조).
아시아 지역 금융의 주축을 이루고 있 는 은행분야의 대외투자 활동이2000
년 이후 다소 부진해진 반면,
고도의 금융기법 지식을 요구하는 파생상품이나 포트폴리오 투자 거래가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역내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 고,
대외자산 규모의 증가가 중국을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 만,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던 한국과 다른 아시아 지역 국가들 의 이 분야 참여수준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 고 할 만하다.
❙표 8. 주요국 종목별 대외 자산 현황
(단위: 십억 달러)
구 분 파생상품 은행 포트폴리오 투자
2000 2005 2000 2005 2000 2005
중국(홍콩) 8.44 20.80 23.86 -4.06 -22.02 -40.72
한국 0.53 3.54 -1.22 -0.59 -0.52 -13.55
말레이시아 0.28 -0.06 – 1.58 -0.39 -0.72
필리핀 0.17 0.10 2.27 -2.29 -0.81 -1.15
태국 0.00 0.38 -2.19 -1.70 -0.16 -1.45
싱가포르 2.04 -9.23 -13.37 -18.18
일본 106.74 230.59 36.51 -29.80 -83.36 -196.40
총액 116.16 255.35 61.27 -46.09 -120.63 -272.17 자료: IMF, International Financial Statis tics, 2007. 5.
아시아 지역의 빠른 경제성장과 점차로 발달해 가는 역내 금융시 장 덕분으로 역내 포트폴리오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표 9> 참조)
.
1997
년 이후 이 지역의 내부 포트폴리오 투자는 증권투자가1310
억달러(1997)에서
4740
억 달러(2004)로,
채권투자는810
억 달러(1997)에 서1490
억 달러(2004)로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외 부투자도 크게 증가해서 증권투자는190
억 달러에서2670
억 달러,
채권투자는200
억 달러에서3520
억 달러로 증가했다.
대내외적 포 트폴리오 투자가 이처럼 급격히 증가한 데는 홍콩,
한국,
싱가포르 등의 신흥공업국들의 투자 증가에 기인한다.
이에 병행하여 신흥공 업국 간 상호투자도 크게 늘어1997
년10
억 달러에서2004
년230
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역내 신흥공업국과 신흥개발도상국 간의 자본 이동은 다소 비대칭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자의 후자에 대한 투자는 대폭 증가해서 현재 증권투자의 경우380
억 달러,
채권투자 는290
억 달러에 달하고 있는데,
후자로부터 전자로의 자본이동은 증권시장에서는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채권시장을 통한 자본이동은 미국,
일본,
유럽연합에 편중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는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수준이 낮은 아시아 채권시장의 특 성을 반영함과 동시에,
두 그룹의 투자 동기가 서로 다름을 보여주 고 있다.
신흥공업국들의 대신흥개발도상국 투자 동기는 새로운 수 출시장과 안정된 자원공급의 확보에 있으므로 단기투자 이외에도 채권투자와 같은 장기투자가 늘고 있는 반면,
신흥개발도상국들의 경우는 안정적 소득원의 확보가 대외 채권투자의 주요 동기로 작용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역 내 제도기반 비교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내외 자본이동의 활성화와 함께 이 를 기반으로 한 역내 금융시장의 통합 수준에 대한 연구도 왕성하게 진행되고 있다
.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역내 금융시장의 양적 내 지 질적의 개선과 역내 국가 간 투자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의 경우 아시아의 금융시장은 역내보다는 역외 경제와 통합이 더 잘 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최근의 연구들을 간략히 살펴보면
,
우선Click and Plummer
(2005)가ASEAN-5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이 지역 의 금융통합이 다소 진전은 있었으나 아직 미비한 수준임을 보였다.
이외에도Yongseung Jung et al.
(2004)이 한・중・일3
국을 대상으로 금융시장 통합정도를 테스트하고, 3
국의 금융시장이 미국 금융시장과 더 밀접하게 통합되어 있다고 보고했으며, Cowen et al.
(2006)이 국 가 간 금융자산의 이동 현황,
이자율 및 주가의 동조성 등을 검토한 후 동아시아 지역의 금융산업은 역내보다는 역외시장과 더욱 잘 통합 되어 있다고 결론 내렸다.
반면에Chi et al.
(2006)은International Capital Asset Pricing Model
을 이용하여 동아시아 지역의 주식시장 의 통합정도를 분석했는데,
이 지역 주식시장의 효율성과 통합수준 이1991
∼2005
년간 상당한 진전이 있었음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금융시장 관련 변수들의 단순한 직접적 비교는 금융업의 글로벌화와 아시아 경제의 산업구조 변화로 인해 정확한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
금융업의 글로벌화는 아시 아 국가들의 금융변수 연동이 역내 통합의 진전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미국과 같은 금융 중심국과의 연동에 따른 간접적 효과인지 구별 해 내는 것을 어렵게 한다
.
또한 역내 금융통합 수준이 실제로는 동 일하다고 하더라도,
아시아 경제의 산업구조가 수평적 분업체제일 경우가 수직적 분업체제일 때보다 역내 국가 간 금융변수들의 연동 이 더욱 밀접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이는 미국 등 특정 국가를 중 심으로 하는 아시아 경제의 구조특성상 나타나는 결과인데,
가령 미 국경제의 부침에 따른 아시아 경제의 반응이 수평적 분업체제를 이 루고 있을 경우 더욱 동질성이 높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Jeon et al.
(2005)이 동아시아 금융시장의 통합수준 이 최근 들어 증가했으나 이는 국제시장과의 통합진전에 따른 부수 적인 결과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분석적 단점을 보완하기 위 해Mercereau
(2005)는 금융통합은통합된 국가 간의 소비패턴을 동 조화시킬 것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동아시아 국가들의 소비성장률 을 조사했는데,
소비의 동조화 현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보고 했다.
금융관련 기초통계를 분석한
Sa and Gue
́rin
(2006)도 동아시아 지 역의 금융산업은 규모 면에서 큰 성과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역외 국가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동아시아 지역의 주식시장의 경우,
그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미의존도가 강하며,
42) 은행업 부문에서도 대내보다는 대 외 통합의 진전속도가 더욱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43)42) 가령 2004년 일본, 한국, 태국 주식시장의 회전율(turnover)의 30% 가량이 외국투 자자들에 의한 것이며, 다른 아시아 지역 투자자의 역할은 미미하다.
43) outstanding claim으로 본 아시아 주요국에서의 비중이 가장 큰 외국은행은 미국과 유로지역이며, 일본은 한국을 제외하고 세 번째 비중을 가짐(한국에서는 첫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