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지)
아시아 금융위기는 남미나 러시아 등의 금융위기와 달리 그 원인 이 더 근본적이고 구조적이었다
.
또한 그 파급효과도 한두 나라에 그치지 않고 동아시아 지역 전체에 걸쳐 일어났고,
피해국가도 한국 처럼 비교적 경제기반이 탄탄했던 나라와 말레이시아 같은 상대적 으로 낙후된 나라까지 경제발전단계나 경제구조가 상이한 나라들을 모두 포함했다.
근본적으로 기존과는 다른 양태를 보인 아시아 금융 위기는 선진국들로 하여금 국제 금융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인 식을 갖게 했고,
그 결과1999
년6
월G-7
국가들을 주축으로 그 개 혁방안들이 마련되었다.
여기에는IMF
등 국제 금융기구의 개혁,
금 융정보의 투명성 제고 및 국제기준 개발,
신흥시장국의 경제정책 및 금융시스템 강화,
금융위기의 예방과 해결을 위한 민간부문의 참여 확대,
환율제도 개선 등이 포함되어 있다(오순상, 2005).
이 가운데 아 시아 지역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들을 살펴보면,
신흥시장국 금 융시장의 건전한 활성화,
환율제도의 유연화,
그리고 단기차익을 노 리는 국제자본에 대한 규제 강화를 통한 금융산업의 면역력 강화 등 이 있는데,
특기할만한 사항은 아시아와 같이 과도기적 상황에 있는 국가들에서는 자본자유화를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다는 현실 인식의 전환이다.
또한 자본자유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서는 국내 금융시장의 경영 효율성이나 투명성 및 경쟁력이 강화되 어야 한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결론은 성급하게 자본시장 개방을 단행했던 중남미와 아시아 국가들이 사후 한바탕 치렀던 홍 역으로부터 얻은 소중한 실증적 경험이라 하겠다.
IMF
와 세계은행은 신흥시장국들의 금융산업 육성을 보조하기 위 해 금융부문 평가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회원국 금융시스템을 전반적으로 평가하여 취약한 부분을 찾아내고,
이에 대한 적절한 정책대응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이 프로그램 은 세계적으로 그 호응도가 높아서 현재 약95
개국이 참여 또는 향 후 참여할 것을 약속한 바 있으며,
한국도 활발히 참여하면서 지금 까지 세 차례의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가장 최근의 평가인2003
년IMF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금융산업 관련분야에 있어서 많은 진 보를 이루었으며,
은행업의 경영건전성이 크게 강화되었다.
그러나 금융관련 감독기관들의 독립성이 여전히 부족한 상태이며,
은행의 위험관리 능력도 좀 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또한 제2
금융권의 개발 및 육성도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IMF, 2003).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 이외에도 홍콩,
일본,
필리 핀,
싱가포르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데,
다소 우려가 되는 것은 이들 국가들이 역내에서 상대적으로 금융산업이 이미 많이 발 전해 있는 나라들이라는 것이다.
금융부문 평가 프로그램의 본 취지 가 상대적으로 저개발된 나라들의 취약한 금융시장의 육성이라는 것을 상기할 때,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같은 역내 다른 국가들의 더 욱 적극적인 참여가 시급하다고 하겠다.
외환위기 이후
IMF
등의 국제기구에서 아시아 지역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내놓은 제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로 외환위기의 근본원인 중 하나였던 은행산업의 낙후된 경영효율성을 개선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이 제기되었다.
둘째로는 상대적 으로 발전수준이 미약한 증권산업 내지 자본산업의 발전을 도모함 으로써 아시아 지역 금융산업의 체질개선과 함께 국제경쟁력 향상 을 꾀하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지난10
여 년간 괄목할 만한 변화를 이룩했다.
역내 국가 간 효율적인 정 책조율을 위한 대외적 금융제도 개선과 이에 상응하는 대내적 금융산업 경쟁력의 강화 노력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
이에 따른 금융 산업의 양적 팽창도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
본 장에서는 외환 위기 이후 이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금융산업의 변화를 직접금융 형태인 은행업과 간접금융 형태의 증권시장으로 대별하여 간략히 살펴봄으로써 이 지역 금융산업의 발전방향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
1. 은행산업
미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들이 직접금융 형식의 증권시장 위주로 금융산업이 발달해 온 반면
,
독일과 일본 등 후발 선진국들과 대부 분의 개발도상국들은 국가 발전에 필요한 빠르고 효율적인 자본 형 성을 위해 간접금융 형식의 은행업 위주로 발달해 왔다(Allen andGale, 2001)
.
본 연구의 대상이 되는 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모두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
은행은 일반적으로 대출자와의 긴밀한 관 계 유지를 통해 투자기회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소시켜 준다는 장점 이 있다.
반면에 바로 그런 관계 때문에 그에 관련된 정치적 요소들 의 영향에 노출되어 있다는 단점도 내재하고 있다. 1997
년의 외환위 기는 이러한 부조리한 측면이 증폭되어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도 있 을 것이다.
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각고의 노력 끝에 은 행산업의 체질개선에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
우선 아시아 주요국의 부실대출 규모를<
그림6>
을 통해 살펴보면 그 규모가2000
년 이후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2000
∼2005
년간 이들 국가에 서의 부실대출 규모는 모두 두 자릿수의 감소세를 보였다. 2000
년 당시 부실대출 비율이34.4%
였던 인도네시아는2005
년까지 그 수준을
15.6%
까지 끌어내렸고,
특히 한국에서의 부실대출 규모는2000
∼
2005
년간87%
가 줄어들어 가장 큰 폭의 개선을 보였다.
이러한 전체적인 추세에서 싱가포르가 예외적으로 같은 기간 부실대출 규 모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긴 하지만,
그 절대규모는2005
년 현재3.8%
수준으로 한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작다.
그러나 이런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2005
년 현재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의 평 균 부실대출 비율은9.2%
를 넘고 있어 미국의0.7%
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부실대출 규모의 축소를 통한 경영효율성 강화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부실대출규모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각국 은행들의 자산대비 자본 비율도 대체적으로 크게 개선되고 있다(<그림 7> 참조 )
.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은2005
년 현재 미국보다 높은 자본비율을 유지하 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2000
년에 미국보다3.5%p
나 낮았던 자 본비율을5
년 안에 미국 이상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한국도 같은 기간 자본비율이4.6%
에서5.8%
로 개선되면서 은행의 경영건전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이러한 부실대출 규모의 축소와 자 본비율의 개선은2007
년 상반기에 순소득이 전년대비23%
증가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세계 은행, 2007).
❙그림 6. 각국의 총대출대비 부실대출 규모
0 5 10 15 20 25 30 35 40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자료: 세계은행, World Development Indicator 2007.
❙그림 7. 각국 은행의 자산 대비 자본비율 추이
0 2 4 6 8 1 0 1 2 1 4 1 6
중국 일본 한국 말
레 이 시 아
태국 미국 인
도 네 시 아
싱
가 포
르 필
리 핀 2 0 0 0 2 0 0 5
주: 중국은 2000년 대신 2001년 지수, 일본은 2005년 대신 2004년 지수. 자료: 세계은행, World Development Indicators 2007.
은행산업에서의 최근 변화를 살펴보면
,
아시아 주요국 중 인도네 시아가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세계은행이2007
년에 발행한East Asia and Pacific Update
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은행산업은 기업심리가 크게 개선되고 투자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큰 호황을 보 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은행대출의 증가율이2006
년의14%
에서2007
년6
월 현재39%
로 크게 늘어났으며,
은행이윤도6%
라는 이율 마진에 힘입어 크게 증가했다.
그럼에도 은행의 경영건전성은20%
이상의 자기자본비율에서 보듯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
금 융산업에서 흔히 호황은 부실경영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측면에서 볼 때 인도네시아 은행의 양호한 경영건전성은 정부가 펼치고 있는 일련의 금융개혁 정책들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인도네시아 정부는2006
년에 이어2007
년7
월에 두 번째의 금융개혁 방안을 내놓았는 데,
여기에는 규제당국 간의 긴밀한 정책 조율,
신용정보시스템의 강화,
연기금과 보험산업에 대한 규제 및 감시 강화,
자본시장의 효 율성 및 유동성 증대,
그리고 금융산업 각 분야에 걸쳐 관련규제와세제제도 개선 등이 포함되어 있다
.
이러한 인도네시아 당국의 금융 개혁 정책들은 아시아 지역 다른 국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 다.
인도네시아 못지않게 중국에서도 거센 금융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은 최근4
개의 거대 국영은행 중3
개를 대상으로 구조조 정을 실시했으며,
그 결과로2003
년2%
였던 이들 은행의 수익률이2006
년에는12
∼13%
까지 크게 증가했다.
또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외국은행과 일반을 상대로 이들 은행의 소수지분10
∼25%
를 처분하 여 투명성과 경영성 증진을 꾀한 바 있다.
태국의 경우 은행산업은2005
년 이후5%
미만의 성장을 보인 경제 둔화로 인해 조금 더 어 려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국 은행의 수익률 은 이자수입의 증대와 투자대상의 다변화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자산건전화와 부채비율 감소 등을 통한 체질개선과 함께 아시아 권 은행들의 신용공급 패턴이 최근 들어 변화하고 있다
.
우선GDP
에서 차지하는 은행의 국내 신용공급 비중을 살펴보면,
한국을 제외 한 다른 나라 은행들의 대내 신용공급이 외환위기 이후인1998
년부 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30)31) 이러한 추세의 이면에는 이들 지역 의 투자가 전반적으로 감소추세 내지는 변동성이 큰 영향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은행의 자본중개 역할이 조금씩 축소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IT
기술의 발달로 정보비용이 낮아지고 있고,
역내 증권산업의 육성방안들이 실효를 거두면서 자 본조달창구로서의 은행의 메리트가 상실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30) 세계은행, East Asia and Pacific Update, 2007년 10월.
31) 한국의 경우 1998년에서 2006년간 가계대출 등의 급증으로 인해 은행에 의한 신 용공급이 28% 증가함(세계은행, 200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