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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흡연에 대한 사회규범

문서에서 저작자표시 (페이지 50-54)

여성 흡연자들은 한국 사회가 흡연자에게 부여하는 사회적 압력에 더 하여 성별에 따라 여성에게 가중되어 나타나는 사회규범을 경험하고 있었 었다. 성별은 개인의 흡연 행위를 판단하는 강력한 기준으로 사용되어 여 성과 남성의 흡연을 다르게 인식하게 하였다. 여성 흡연자들은 성별에 따 라 흡연이라는 행위를 다르게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실제로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행위를 하고 있음에도 성별에 따라 다른 대우를 경험하였고, 동일한 행위를 하는 남성도 여성의 흡연을 다르게 바 라본다고 느끼고 있었다. 또한, 여성 흡연자들은 성별을 기준으로 흡연 행 위를 차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선 혹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주로 부모님이나 윗세대가 가지고 있는 ‘보수적인’ 또는 ‘고지식한’ 시선으 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보수적인 지역의 경우 여성의 흡연을 더욱 좋지 않 게 인식한다고 응답하였다.

“엊그제도 흡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제 주변에 다 남자분이었고 저 혼자 여자였는데 치우시는 아저씨가 제 발 쪽을 이렇게 쇠 이렇게 집는 쓰레기 집는 걸로 툭툭 치시면서 이제 바닥에 버리지 말라고 저한테만 그러시는 거예요.” (참

여자 7, 미혼 여성 25세)

“흡연 구역 가면 여자들이 들어가면 조금 구석 쪽으로. 자기네가 배려를 해주는 건가. 하여튼 뭐 피하는 것인지. 여자가 서 있는 데는 남자가 옆에 주변에는 안 서 있죠. 남자가 들어가면 상관을 하지 않는데. 여자가 들어가면 좀 우수수 옆으 로 비켜주고. 앉아있던 사람도 좀 옆으로 비켜주고.” (참여자 6, 기혼 여성 38 세)

“보수적인 면에서 ‘무슨 여자가 담배를 피우냐’ 이렇게 말을 하실 분들이라고 생 각을 해서. 제가 남동생이 있는데. 만약에 남동생이 대학교에 가서 아니면 군대 에 가서 피우게 된다고 했을 때. 그때는 뭐 잠깐 그럴 수 있지. 걔한테는 그럴 수도 있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저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이렇게 하실 것 같아서.” (참여자 13, 미혼 여성 24세)

여성 흡연에 대한 사회규범은 사회 구성원의 말과 행동으로 표현되었 고, 여성 흡연자들은 여성 흡연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을 간접 또는 직접 경험하였다. 비난의 유형은 흡연 중인 ‘나’를 비난하는 것과 나의 흡연을 보고 ‘여성’의 흡연을 비난하는 것으로 나뉘었다. 비난의 주체는 흡연자보 다 연장자였으며, 성별은 여성과 남성 모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 여성 흡연에 대해 사회가 형성한 고정적인 관념은 여성 흡연자에게 본인의 흡연 여부가 본인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고 인식 하게 하였다. 여성 흡연자는 흡연 사실이 개인이 가진 다른 속성보다 개 인을 판단하는 중요한 속성으로 작용한다고 인식하였으며, 나아가 실제로 흡연 사실이 자신을 대표하는 속성으로써 작용하는 경험을 하기도 하였 다.

“아줌마들도 지나가면서 ‘쟤 뭐야?’ 이렇게 째려보는 사람들도 있고. 제가 어디

슈퍼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어떤 나이든 아줌마가 지나가면서 갑자기

‘야 여자애가 길거리에서 담배나 피우냐.’ 이런 말씀 하시는.” (참여자 11, 미혼 여성 30세)

“제가 학교 다닐 때도 남자 초과 집단이었는데. 거기서도 담배를 피웠었거든요.

근데 이미지 자체도. ‘어! 담배 피우는 애’ 이렇게 기억을 하고, 제가 뭔가 해도, 약간 첫인상이 ‘담배 피우는 애, 맞아 쟤 담배 피우는 애였어.’ 이런 게 심해서.

(중략) 회사에서 만약에 담배를 피운다고 하면. ‘담배 피운다는 애’로 기억하지 않을까.” (참여자 3, 미혼 여성 27세)

여성 흡연자가 간접 또는 직접 경험한 여성 흡연에 대한 사회규범은 여성 흡연자의 인식과 행동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이러한 사회규범은 여 성 흡연자인 자신의 인식에도 내재화되어 있었다. 본인 스스로 사회적 시 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였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 는 장소에서 흡연하거나, 주변인에게 본인의 흡연 사실을 밝히는 것을 꺼 렸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성 흡연자는 자신뿐 아니라 다른 여성 흡연자도 흡연 사실을 공개하지 않거나 길거리와 같은 공개된 장소에서 흡연하지 않는다고 응답하였다.

“아무 생각이 없다가도 ‘아, 어디 가서 담배 피운다고 말은 안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왜냐면 저는 그런 생각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다 그러니까.” (참여자 15, 기혼 여성 29세)

“이상하게 여자들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 뭐 백 명 중에 거의 구십 명은 다 이런 다고. 당당할 수가 없고. (중략) 다 숨어서 폈던 것 같아요.” (참여자 4, 미혼 여 성 29세)

또한, 여성 흡연자들은 같은 여성의 흡연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기도 하

였다. 여성 흡연자들은 본인의 이러한 인식이 부모님과 같은 주변인의 영 향으로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것이라고 자각하였고, 그 범위는 여성이 흡 연한다는 사실에 부정적인 것부터 길거리라는 공개된 장소에서 흡연하는 여성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 스스로가 약간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왜 여자가 담배 피우고 있 어?’ 이렇게 생각하는 게 있는 것 같고. 이거는 부모님의 영향도 있는 것 같고..”

(참여자 1, 기혼 여성 28세)

“어디 길에서 담배를 피우냐가 포인트가 아니고 어디 여자가 담배를 길에서 피 우냐 이게 포인트여서. 어릴 때부터 그런 걸 되게 많이 보고 자랐고. 그런 인식 을 무의식적으로 나도 약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여성에 대해서 좀 더 그런 사회 적 통념상 피우면 안 된다는 느낌이 좀 더 강한 것 같아요.” (참여자 2, 미혼 여 성 27세)

여성 흡연자들은 한국 사회가 생성한 사회규범을 직접 경험하며, 이러 한 규범을 내재화하는 동시에 세대에 따라서 변화하는 사회규범을 체감 하고 있었다. 변화하는 규범적 맥락에서 여성 흡연자는 여성 흡연에 대해 압력을 부과하는 시선에 반감을 갖거나 이를 직접 표출하였다. 흡연하는 여성을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불쾌한 감정을 느끼거나, 쳐다보 는 행위를 넘어 말과 행동으로 자신을 비난하는 개인에게는 그러한 행위 가 부당하다는 것을 직접 표출하기도 하였다.

“막 골목에서 피고 그러잖아요. 대놓고 이런 데서 피는 건 좀 아니니까. 지나가 는 사람들한테도. 그러면 뭔가 아저씨들이 이렇게 막 쳐다보고 가는데. 뭐 지들 도 피면서. 뭐 저렇게 쳐다보고 가나 싶기도 하고. 그러고 할머니들도 엄청 쳐다 보고.” (참여자 5, 미혼 여성 24세)

“여성들은 밖에서 흡연을 잘 못 하잖아요. 이제 숨어서 흡연을 많이 하는데, 저 도 22살 때인가 숨어서 흡연하는데 경찰 아저씨가 와서 ‘왜 여기서 흡연을 하 냐.’, ‘민증을 줘라.’ 막 고등학생인 줄 아셨나 봐요. 그래서 당당하게 민증을 주 는데 너무 기분이 나쁜 거죠. ‘여기요.’ 이랬더니 ‘그러니까 왜 숨어서 담배를 피 워요.’ 이런 식으로 말을 해서 ‘밖에서 담배를 피울 때 좋은 시선으로 보신 적이 있으세요?’ 이러면서 저도 막 따지고 그랬거든요.” (참여자 15, 기혼 여성 29세)

여성 흡연자들은 성별이 개인의 흡연 행위를 판단하는 강력한 기준으 로 작용하였던 기존의 맥락과는 다르게 흡연을 성별과 무관한 행위라고 인 식하기도 하였으며, 이전과 비교했을 때 여성의 흡연 행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여성 흡연자 들은 흡연 구역, 길거리에서 실제로 흡연하는 여성들을 많이 볼 수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이전보다 여성 흡연자가 많아졌다고 체감하고 있었다.

“그냥 어쨌든 여자건 남자건 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여자라도 피우고 싶으면 피우는 거지. 굳이 남자만 피워야 한다는. (중략) 그게 여자건 남자건 상관없다 고 생각해요. 길거리에서 피는 것도.” (참여자 11, 미혼 여성 30세)

“길거리를 지나다녀도 예전에는 여성 흡연자들이 거의 실내 공간 안에서만 폈었 는데, 지금은 길거리에서도 지나가면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상황이 됐잖아요.

그래서 사회적인 눈부터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을 하고.” (참여자 9, 기혼 여성 39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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