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여성과 평화에서 생태주의로

Ⅱ. 제주해군기지반대운동에서의 강정지킴이

3) 여성과 평화에서 생태주의로

필자는 강정에서 여성 다이버로서 꾸준히 강정 연산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는 것을 뿌듯하게 생각한다. 다이빙 장비를 입고 무거운 공기통을 메고 호흡기를 물고 물속에 들어가면 그 때부터는 호흡하는 소리만 들리고 고요하다. 말하는 것, 걷는 것이 물속에서는 쉽지 않다. 당연하게 여기던 신체적 경험들은 물속에 서 해체되고 오롯이 호흡기와 동료 다이버들과 수중 생물들에게 의지한 채 30분 정도를 유영한다. 매번 조금의 방심이 큰 실수로 이어지는 해상 활동에서는 긴장 하고 동료들을 더 챙기게 된다. 2020년부터는 ‘강정 다이버스’팀을 만들어 강정에 서 다이빙 자격증을 가진 강정 지킴이들과 강정 연산호 모니터링 기록을 나누고 다이빙 경험을 쌓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 준공을 포함하여 기후 변화, 오염과 쓰레기로 인한 생태계 파 괴와 압력이 계속되고 있어 지속적인 시민 모니터링과 기록이 중요한 시기다. 해 군기지 준공 이후 여전히 해군기지 운용을 감시하고 주변 생태를 모니터링 하는 시민들이 있다. 꾸준히 연산호 모니터링을 진행해 온 경험과 축적된 자료들이 강 정 연산호 모니터링단이 가진 역량과 자원이다. 그동안 강정 연산호 모니터링을 통해 강정 앞바다 연산호 군락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이를 근거로 보도 자료와 보고서를 작성했다. 또 국제연대 등을 통해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생명·평 화의 운동 중 하나로 자리매김 하였다.

46) 홍진훤, 『우리는 달에 가지 않았다 』, 2019서울사진축제-리서치쇼, p.242-243

기지가 들어온/들어올 환경적인 측면에서 오키나와 헤노코 기지 확장운동을 반대하는 사람들과도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다. 현재 오키나와현에서 진행되는 미 군기지 이전 문제로 듀공의 먹이 활동지이자 산호 군락지인 헤노코 앞바다가 파 괴될 위험에 놓였기 때문이다. 오키나와는 일본 전체 미군기지 중 70% 이상이 집중하여 주둔해 있는 곳이다. 기지를 이전하면서 듀공이 먹이활동을 하러 오는 해초 군락지 등을 매립하여 공군기지를 위한 활주로도 건설하게 된다. 매립 과정 에서도 생태계의 파괴가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여기에 활주로 완성 후 이착륙 훈련 등이 진행되면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 보고 헤노코 바다 를 지키는 사람들과도 연대한다. 2017년에는 오키나와 헤노코 앞바다에서 공동조 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강정의 연산호와 헤노코의 생태에 대해 교류하고 기록들 을 살펴보고 대응 방식에 대한 방법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여전히 서로의 활 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강정의 다이버들은 개발과 국가 안보라는 논리와 폭력적인 흐름 앞에 누구도 대 변해주지 않는 비인간 행위자들, 스스로 목소리 낼 수 없는 생명들에게 목소리를 내어준다. 그들은 강정 바다 속 연산호들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기록해왔다. 그리고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는 중요한 사실들을 알려준다. 해군기지 방파제 가 만들어 지면서 물의 흐름이 바뀌면서 얼마나 많은 산호 군락지가 폐사 되었는 지, 천연기념물 해송이 기후변화로 인해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민군복합관광미 항이라는 해군기지 옆에 크루즈항을 짓겠다던 그 항로 밑은 얼마나 아름다운 연산 호들이 살고 있는 장소들인지와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이들은 남들이 쉽게 보기 어려운 바다 속에서 연산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이 속한 바다와 삶을 가꾸고 저항하는 사람들이다.

강정지킴이들은 가부장제와 군사주의 체제에서 남성의 여성 지배가 인간의 자연 지배와 같은 맥락에서 같은 방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확인했고 생태계를 되살 리는 것이 자신의 몸을 지키는 일임을 확인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종식하는 것 또한 자본주의 가부장제가 형성해온 폭력적인 경제를 넘어서서, 여성과 지구를 존중하는 비폭력적이고 지속가능하며 평화로운 경제로 나아가는 행보를 포함해 야 한다(반다나 시바, 2020: 19). 강정지킴이의 활동은 때로는 무모해 보일지라도 다양한 활동과 경험들이 기나긴 강정의 삶과 투쟁이 결합된 시간들 속에서 성장하

고 있음을 보여준다. 거대한 군사기지 바로 옆에서 강정지킴이들은 자신의 목소리 를 내기위해 끊임없이 선언하고 기록하며 저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