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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지속적 노력을…

문서에서 우리의 특별한 귀국 이야기 2020 (페이지 124-128)

이상진

외교부(전 재외동포영사실장, 현 주뉴질랜드대사) 기고문

새벽에 떠나달라는 통보에 급히 항공사와 조율, 비행 편 감소(4대에서 2대)에 따른 방역 조치 계획 변경 등 밤을 새가며 일 처리를 했던 기억이 새롭다. 결과적으로 당초 오려고 했던 8백여 명 모두가 무사히 국내에 도착해서 2주간 격리에 들어갔다.

항공편 외에도 현지에서의 출발 준비 상황 또한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중국 당국의 봉쇄 조치로 인해 우한시 외곽에 사는 우리 교민들이 집결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우리는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들께서 오실 수 있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월 31일, 2월 1일 전세기 투입 당일, 봉쇄를 뚫고 공항에 질서정연하게 티케팅을 위해 줄을 서 계신 우리 국민들을 보았을 때 신속대응팀들은 가슴이 뭉클했었다. 질서정연한 시민 의식, 봉쇄를 뚫고 대부분 와주셨다는 안도감 등이 뒤섞인 감정이었다.

우한 3차 전세기에는 1, 2차 때 오지 못했던 중국인 배우자 및 가족들이 같이 들어오고 그편에 국내에 있던 우한 출신 중국인(16명)이 중국으로 돌아간 일도 있었다. 이러한 인도주의적 국제 협력은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따뜻한 에피소드들을 만들어왔다.

일례로 인도에서 급성 백혈병 판정을 받은 한국 국적 어린이가 어린이날 일본 전세기를 타고 국내 귀국이 실현되었던 사례와 같이 재외국민의 귀국을 위한 노력은 다국적 협력으로 재현되기도 하였다. 인도, 일본, 대한민국의 긴밀한 국제 공조를 통해 매우 신속하게 귀국 지원이 이루어졌던 사례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다른 국가들보다 앞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했던 이란에서는 국제항공 노선 운항이 중단되고, 마스크와 손 소독제가 품귀 현상을 빚는 등 우리 국민들의 안전이 매우 위협을 받는 상황이었다. 재외국민 보호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의 특수한 상황은 전세기 투입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역시 국제공조를 통해 이란항공사를 이용하여 테헤란에서 두바이까지, 우리 국적 항공사를 통해 두바이에서 인천까지 국민들을 수송하는 입체 연계 작전을 펼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귀국 후에도 국내 임시 생활숙소 마련 등을 통해 안전하게 귀가하고 국내 감염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페루의 상황은 더욱 극적이었다. 페루정부의 극단적 국경 봉쇄 조치로 쿠스코, 리마 등 페루 각지 16개소에 흩어져 있던 관광객 등을 주 페루 대한민국 대사관의 주도적 노력으로 국내 봉쇄를 뚫고(쿠스코에서는 항공기로 리마에 도착) 무사히 리마공항에 집결시켜서 멕시코를 거쳐 국내로 귀국시켰다.

현재는 상기 언급한 정부 임차 전세기가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국민들의 귀국이 이루어지고 있다. 스페인의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심각해지자 한인회가 주도적으로 항공사와 교섭하여 민간 임시 항공편을 마련하고 우리 대사관은 조속한 운항 허가 요청 등 측면 지원을 했다. 이러한 틀은 좋은 선례가 되었고 여러 사례가 축적되어 하나의 귀국 지원 모델이 되었다.

우리 대사관은 임시 항공편 운항 및 영공통과 허가 승인, 국내이동 허가증 발급, 경유 비자 신속 발급 등을 위해 주재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임시 항공편 운항이 확정되면 공항에서 헬프 데스크를 설치하여 우리 국민 비자 도과 사례 등 출국 심사 지원, 차량 제공을 통한 이동 지원, 식·음료 제공 등 영사 조력을 진행해왔다. 또한, 기내 감염 최소화를 위해 마스크, 항균 물티슈, 위생 장갑 등

‘코로나19 안전 키트’를 배포하거나 출국자에게 자가 격리자 안전 보호 앱 설치 등 한국 입국 후 행동 수칙에 대해 지속적으로 안내하였다.

귀국 지원은 타국과의 방역 협력 또는 최소한의 세계 공급망의 유지를 위한 기업인들의 예외적 입국 등과 연계하여 추진되기도 하였다. 방역 협력과 재외국민 귀국 지원을 연계시킨 대표적인 사례는 모로코의 경우이다. 모로코 정부는 우리

정부에 진단 키트 등 방역 물자를 수입코자 하였고, 우리 측은 방역 물품 수송을 위한 항공편에 우리 국민에 대한 귀국을 연계코자 하였다. 모로코 정부와 긴밀히 협의한 결과 4.3.(금) 105명(코이카단원 45명 포함), 4.14.(화) 32명, 5.12.(화) 53명의 우리 국민 및 가족이 귀국하였다. 이러한 방식은 한-모로코 양자 관계를 한층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양측 국민들의 안전과 보호를 위한 매우 좋은 협업 모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지구촌 사회’라는 말이 이제는 무색하게 되었다. 어쩌면 세계는 탈세계화(deglobalization)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과정에서 각국이 취한 국경 봉쇄, 국제항공 운항 중단, 도시 간 이동 금지 등의 조치는 해외에서 체류하는 우리 국민들을 다양한 고립상태에 처하도록 만들었다.

향후 코로나19가 빚어낸 수많은 고립과 단절은 점차 해소되어 가겠지만 국제교역 규모나 활발한 국제 항공 노선의 운항은 코로나19 이전 사태로 쉽게 회복될 것 같지 않다. 그에 따라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고 있는 대한민국으로 귀국하려는 재외국민들의 수요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외교부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우리 국민들이 무사히 귀국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재외국민들이 한국에 있는 우리 국민들과 같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구할 것이다.

※ 우리나라는 우리 재외국민 귀국 지원 계기에, 외국 국민의 탑승을 함께 지원해오고 있습니다.

(미국,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약 60개국 1,300명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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