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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시민참여형 조사

Ⅲ. 국내의 숙의민주주의적 정책결정 사례

1. 신고리 5·6호기 시민참여형 조사

신고리 공론화 사례에 대한 연구는 이미 여러 연구에서 다뤄져온 바 있으나 공론 조사 절차를 유비하거나 숙의민주주의의 실효성을 평가하는 데 그쳤다.41) 본 논문 에서는 갈등의 유형과 더불어 정치철학적 의의를 검토한다.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5명의 주요후보자(문재인, 심상정, 안철수, 유승민, 홍준표)들은 모두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선거 공약을 제시하였다.42) 에너지 정책과 관련하여 자연스레 원자력 발전소 (이하 원전)에 대한 논의도 전개되었는데, 신규 원전과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한 논의가 별도로 진행되었다.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하여 문재인과 심상정, 안철수는 수명연장을 금지하고 향후 탈원전을 목표로 할 것을 발표했으며 유승민은 수명연장은 금지하되 내진설계를 보강할 것이라 주장했고, 홍준표는 수명연장을 검토하고 폐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신규 원자력 발전소와 관련하여 홍준표를 제외한 네 명의 후보자들은 검토 후 백지화를 주장하였다. 홍준표는 지질조사 등 안전성 여부 결과를 반영하여 추진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신고리 5 6호기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에 위치하여 육상 약 58만평, 해상 약 20만 평의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다. 2000년 9월 김대중 대통령 정권 당시 최초로 전력원자력 개발사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2008년 12월 이명박 대통령 정권 당시 산업부에서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시키며 본격적인 사업추진이 시작되었다.43)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백지화시킬 것 이라는 공약을 내세웠었다. 19대 대통령 선거 결과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41) 김남철, "탈원전을 위한 공론화위원회의 공법적 과제", 『공법연구』 제46권 3호 (2018). 신옥주, "공론 화위원회를 통한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결정방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연구", 『국가법연구』 제14 권 1호 (2018). 윤순진, "원자력발전정책을 둘러싼 사회갈등 해결을 위한 쟁점과 과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경제와 사회』 제118호 (2018). 최태현, "참여 및 숙의제도의 대표 성: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행정학보』 제52권 4호 (2018). 이 중 숙의 민주주의 이론을 정치철학적으로 다룬 연구는 최태현이 유일하다.

42) 환경운동연합, 『대선 후보자별 에너지-기후변화 공약 비교』 (2017).

43)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백서』 (2017).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검증 위원회,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검증위원회 검증보고서』 (2017).

6월에 들어 신고리 5 6호기 건설중단 선거공약을 이행하려하였다. 당시 국정기획자 문위원회 등 정부 측은 원전 제로화 공약을 반드시 이행하여 재생 에너지로 관심을 돌리고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갈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었다. 세계 시장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여 재생에너지 사업을 급격히 발전시키면서 상품 생산 시 일정비율 이상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다국적 기업의 제조업체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움직임에 동참하는 양상을 보이자 한국 역시 초국가적 환경문제에 공감한다는 취지와 세계 시장에서 외면당하지 않기 위한 선택으로 신고리 5 6호기를 중단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선거공약 이행이 일방적이라며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노동 조합과 국내 에너지 관련 학계의 일부 교수들이 부당함을 토로하고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에 반발하였다. 건설 중단 반대측은 신고리 5 6호기를 대체하려는 신재생 에너지의 불안정성을 비판하였다. 신재생 에너지는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연료비가 없는 대신 날씨에 따라 공급에 제한을 받으며 가격대가 높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 시행 당시 해당 원전은 종합공정률이 28.8%에 달했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의 안전기준을 모두 만족하였고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 Nuclear Regulatory Commission)의 설계 인증 심사 3단계 역시 통과한 상태였다. 나아가 지역 탈핵 단체와 일부 종교단체가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정부의 환경가치주장이 힘을 잃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는 고리 1호기 퇴역기념 행사 에서 신고리 5 6호기 중단 여부를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시 정부의 공론화 발표에 대해서도 옹호 측과 비판 측이 나뉘었는데 인류의 미래와 직결된 환경 문제를 다룸에 있어 일반 시민들에게 의견을 물어 정책을 결정 하겠다는 것은 책임 전가와 다를 바 없다는 의견과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을 대통령의 마음대로 중단하는 것은 비민주적이라는 의견이 비판 측의 주장이었다. 이와 달리 옹호 측은 시민들의 의견 수렴을 통하여 정책을 이행하는 것은 바람직한 민주적 발전 과정으로 시민들의 참여권이 확대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평가하였다. 결국 2017년 6월 27일 열린 제28회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 여부에 대한 공론조사가 확정되었고 7월 14일 진행 중이던 공사가 중단된 채 공론조사 과정을 밟게 되었다. 한국으로서는 최초의 공론조사 시도였으나 피시킨의 공론조사가 상표

권이 등록되어있어 사용이 번거롭다는 사유를 들어 변형된 한국형 공론조사를 실시 하게 되었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배경은 <표 4>와 같다.

일자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배경

2000.09.06. 산업부에서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 고시 2008.12.29. 산업부에서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 2009.02.27.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에서 건설기본계획 확정

2012.09.21.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건설허가 신청 2014.01.29.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 취득

2014.04.11.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과 종합설계용역 계약 체결

2014.08.28.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중공업과 원자로 설비 및 터빈 발전기 계약 체결 2015.06.12. 한국수력원자력,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한화건설과 주설비공사 계약 체결 2016.06.27. 건설허가 취득

2017.04.03. 신고리 5호기 최초 콘크리트 타설

2017.05.01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19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 발표 2017.05.09. 제19대 대통령 선거 결과 문재인 대통령 당선

2017.06.19. 문재인 대통령,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사회적합의) 발표

2017.06.27. 제28회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재개 공론조사 확정 2017.07.14.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 공사 일시 중단

출처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2017)의 내용을 바탕으로 연구자가 재정리함.

<표 4>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배경 일지

2) 숙의과정

2017년 6월 27일 문재인 정부는 제28회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 6호기 중단에 대한 공론조사를 결정하였고, 피시킨의 공론조사가 상표권이 등록된 관계로 공식명칭을 공론조사에서 ‘시민참여형 조사(한국형 공론조사)’로 변경하였다. 한 달이 채 안 돼 구성된 공론화위원회는 국무총리가 위촉한 위원장 외 전문가 8명의 위원(인문사회 2명, 과학기술 2명, 여론조사 2명, 갈등관리 2명)으로 구성되었다. 공론화 과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며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에 찬성한 시민단체들은 자발적으로 시민연대를 결성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공론조사의 공적숙의는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양적 질적으로 균등한 정보를 학습하여야하므로 정부는 서둘러 갈등학회를 통하여 지역순회 공개토론회를 실시하였다.

공개토론회가 진행될 당시 시민참여형 조사의 참여단을 모집하기 전이었으며 1차 여론조사가 진행되기 이전이었다. 시민참여형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온 국민 학습이 선행된 후 시민참여단을 모집하는 방식은 피시킨의 공론조사의 전개과정에서 1차 여론조사 이후 통계학적으로 비례되는 인원을 선정하여 학습을 진행하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한편,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시민참여형 조사가 결정된 후 2017년 8월 17일 이해관계자 소통협의회 운영을 의결하였다. 이는 시민참여형 조사를 진행함에 있어 선발될 조사 용역업체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함이었다. 논의 결과 시민참여형 조사 수행업체로 한국리서치 컨소시엄이 선정되었고 8월 25일에서 9월 10일까지 1차 여론조사가 실시되었다.

신고리 5 6호기 시민참여형 조사는 피시킨의 공론조사의 방법론을 변형하여 총 4차례에 걸친 심화여론조사를 시행하였다. 1차 여론조사 결과 2,006명이 응답하였고 이를 인구통계학적으로 비례 선발하여 9월 11일 500명을 선정하였으나 이틀 뒤 2명이 거부의사를 밝혀 최종 498명이 확정되었다. 시민참여단이 최종 확정된 후 본격적인 숙의 프로그램이 시행되었고 최종 심화여론조사(피시킨의 공론조사 단계)가 이뤄지는 10월 15일까지 총 33일에 걸쳐 학습이 진행되었다. 학습내용은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작성한 개괄적 정보와 건설 중단 측과 재개 측이 각각 작성한 자료 집이 제공되었고 6차례에 걸친 이러닝 강의도 병행되었다.

10월 13일부터 2박 3일 간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된 채로 종합 숙의토론회가 시행 되었으며 총 4차례의 세션(중단 및 재개 근거, 안정성/환경, 전력수급 등 경제성,

일자 내용 비고 2017.06.19. 문재인 대통령,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발표

2017.06.27.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 6호기 공론조사 결정 2017.07.14. 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 중단

2017.06.27.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 6호기 공론조사 결정 2017.07.14. 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 중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