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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로봇의 형사상 지위

문서에서 발간사 (페이지 103-111)

가. 수술로봇의 행위능력과 책임능력 존재 유무

서론에서 논의했던 것처럼, 본 보고서가 전제로 하는 수술로봇은 “자율성”을 가지지 않은 자동화기계를 말한다. 따라서 현재 이용되고 있는 수술로봇은 형법상 행위능력 과 책임능력을 가지지 않는다. 만약, 수술로봇이 기술의 발달로 인해 독자적으로 판단 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율성을 획득하게 된다면, 형법상 행위능력과 책임능력이 문제 될 여지는 충분하다. 현재 인공지능을 둘러싼 형법상 행위능력과 책임능력 존재 유무 논의도 이러한 견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투입되는 로봇수술 혹은 로봇의 사는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의료 환경을 형성하고 이에 따라 새로운 법적 쟁점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자율적인 의료시스템 이 단기간 내에 도래하지는 않을 것이다.132) 설혹 도래한다고 하더라도, 인공지능이 기존의 형법상 행위능력과 책임능력 개념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의 영역이다. 이미 인공지능의 행위능력과 책임능력 존재 여부에 대한 논의에서 도 찬반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133)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자율성을 전제로 하지

132)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의료 로봇의 규제: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면서 기회를 극대화하기, 글로 벌기술협력기반육성사업(GT) 심층분석보고서, 2016, 4면.

133) 이에 대해서는 김영환, 로봇 형법(Strafrecht für Roboter)?, 법철학연구 제19권 제3호, 2016, 144면 이하; 임석순, 형법상 인공지능의 책임귀속, 형사정책연구 제27권 제4호, 2016, 74면 이하.

94 자동화기계를 이용한 의료수술의 형법적 쟁점 연구

않는 수술로봇의 행위능력과 책임능력은 더욱 더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나. 수술로봇의 형벌능력 존재 유무

수술로봇의 행위능력과 책임능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것처럼, 형벌능력 또한 인정할 수 없다. 자율성을 전제로 하는 로봇의 경우에는 행위능력이 없더라도 법인에 대한 양벌규정과 같이 형벌능력을 별도로 인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율성이 없는 수술로 봇의 경우에는 이러한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위에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자율적인 로봇의 형벌능력 인정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는데,134) 자율적이지 않은 로봇의 형벌능력은 인정할 여지가 더욱 현저하게 감소한 다. 다만, 의사가 이러한 수술로봇을 이용하여 수술하도록 허용한 의료기관의 형사책 임은 법인에 대한 양벌 규정으로서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수술로봇의 형벌능 력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이다.

다. 수술로봇과 기존 의료기기와의 차이

현재의 수술로봇은 의사가 직접 수술로봇을 조정하기 때문에 독자적인 판단에 기초 해 수술을 수행하는 자율적인 로봇에 가깝기보다는 기존의 의료기기에 더 가깝게 보일 수도 있다.135) 하지만, 기존의 개복수술에서 사용되는 메스와 같은 의료기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수술로봇도 의료기기에 속하기는 하지만, 훨씬 덜 복잡하고 덜 정교 한 수술기구와 수술로봇을 동일한 선상에 놓고 평가할 수는 없다. 수술로봇을 다루는 의사는 기존의 의료기기를 다룰 때와는 다른 자격과 훈련을 필요로 한다. 의사는 콘솔과 근거리에 떨어져 있는 4개의 로봇 팔의 움직임에 익숙해져야 한다. 특히, 로봇 을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7자유도 로봇이 제공하는 혁신적인 향상성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136) 이런 점에서 수술로봇은 최소한의 범주에서 사람의 행동을 제한하 고 규제한다. 때로는 수술 도중 관련 도구를 교체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에 수술

134) 김영환, 앞의 논문, 161면 이하; 임석순, 앞의 논문, 77면 이하.

135)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앞의 보고서, 7면.

136) Erica Palmerini/Federico Azzarri, RoboLaw. Guidelines on Regulating Robotics. Regulating Emerging Robotic Technologies in Europe: Robotics facing Law and Ethics, 2014, 93면 이하.

제5장 수술로봇으로 인한 의료과오의 형사책임 95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137)

라. 의료과실 형사책임에서 로봇수술의 유의미성

수술로봇을 이용한 수술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수술로봇은 형사상 행위 능력과 책임능력, 형벌능력이 인정될 수 없기 때문에 형사책임 자체를 수술로봇에게 귀속시킬 수는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의료과실과 관련하여 수술로봇이 기존의 형법적 책임귀속의 문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수술로봇은 기존의 의료기기와는 현격한 질적인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기존의 의료과실 판단에 있어 세부적 기준의 변경이 이루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관련 행위주체의 형사책임 인정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로봇수술에서 특별히 고려해야 할 형법적 쟁점은 다음과 같다.

2. 로봇수술에서 고려해야 할 쟁점

가. 형사책임 귀속의 주체

1) 집도의와 수술팀

우선, 로봇수술로 인해 환자의 사망 혹은 상해라는 결과에 이르는 의료과실이 발생 하였을 때, 이에 대한 형사책임을 누구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첫째, 로봇수술을 주도하는 집도의와 수술팀의 형사책임 여부를 논할 수 있다. 일반적인 의료과실의 경우, 책임은 수술팀 구성원 모두에게 있다. 수술 팀 전원이 각자 역할에 집중하고 다른 팀원의 수술을 감독할 뿐만 아니라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함께 대처하 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결정을 내리고 환자의 건강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누가 했는지에 따라 그 책임의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로봇수술의 경우에는 마스터 콘솔을 맡은 집도의의 책임이 중하다. 수술로봇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집도의 뿐이다. 마스터 콘솔이 3D화면을 통해 의사에게 환자의 체내에서 수술을 집도하는

137) 예를 들어, 로봇 팔에 장착해서 사용하는 수술기구는 사용횟수에 제한이 있어 사용한 시간이 나 노화 정도에 상관없이 교체해야 한다.

96 자동화기계를 이용한 의료수술의 형법적 쟁점 연구

가상의 감각을 전달하고, 나머지 수술팀원들은 2D 스크린을 통해 수술부위 영상을 본다. 이 스크린은 수술로봇 시스템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로봇 팔은 복강경 도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수술부위가 외부로 드러나지 않아 직접 관찰할 수 없다. 이러한 수술환경 속에서는 다른 의사들에게 콘솔을 맡은 의사가 내린 결정에 대해 실시간으 로 논의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게다가 콘솔을 맡은 집도의의 고의나 과실로 행위결과가 발생한 경우, 수술팀의 다른 의사들이 언제나 적시에 환자에 대해 개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따라서 로봇수술의 경우에는 집도의 개인의 형사책임이 다른 수술보다 더 중하다. 하지만, 부콘솔(second console)이 주콘솔(first console)과 함께 로봇 팔에 연결되어 있을 때는 이와 다르다. 이때는 부콘솔을 맡은 의사가 직접 로봇수술에 개입할 수 있다.138)

2) 의료기관

둘째, 로봇수술을 수행하는 집도의와 수술팀이 속해 있는 의료기관의 형사책임을 논할 수 있다. 수술로봇과 같은 시스템은 상당히 고가인 의료장비로서 비교적 많은 전문분과가 있고, 상이한 사람들이 근무하는 대형병원이나 종합병원에 설치되어 있 다. 이러한 수술로봇을 구입하여 설치하고 관리하는 것은 의료기관의 몫이다. 특히, 수술로봇이 다른 의료기기와 비교하여 매우 복잡한 기계임을 고려할 때, 수술로봇을 어떻게 관리할지 문제될 수 있는데, 이때 의사와 병원 내 전문관리 인력의 업무를 조율하는 일은 해당 의료기관이 맡는다. 또한, 수술로봇를 이용하여 의사가 환자를 수술하도록 허용한 것도 의료기관이다. 따라서 이러한 측면들을 고려하여 의료과실이 발생하였을 때, 해당 의료기관이 법인책임을 질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3) 제조업자 및 판매자

셋째, 수술로봇을 생산하거나 판매한 제조업자 및 판매자의 형사책임 성립여부를

138) Erica Palmerini/Federico Azzarri, 앞의 문헌, 96면 이하 참조. 다빈치 시스템은 두 개의 콘솔 을 모두 수술로봇의 팔에 연결하도록 시스템을 설정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다빈치 시스템 교육을 받은 숙련된 전문의가 수행하는 수술을 다른 의사가 단계별로 따라 하거나 해당 지도 의(숙련된 전문의)의 감독 하에 수술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제5장 수술로봇으로 인한 의료과오의 형사책임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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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하지만, 의료기기법상의 규정들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 마지막으로, 수술로봇 시스템에 저장되는 개인의 의료정보보호와 관련하여 업무상 비밀누설죄(형법 제317 조) 적용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

다. 민사책임 판단기준의 전용가능성

1) 주의의무 판단기준

의료과실과 관련된 형사책임 판단에 있어서도 – 앞의 민사책임 판단과 마찬가지로 –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여부가 기준이 된다. 하지만, 민법과 형법 각각의 규범에 있어 주의의무 기준에 대한 규정은 기본적으로 상이하다. 형사책임에서는 주의의무기준의 판단은 객관적 기준과 주관적 기준 모두를 기초로 판단한다. 즉, 구성요건해당성 판단 에 있어 일반적인 주의의무요구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그 위반 여부를 판단하

의료과실과 관련된 형사책임 판단에 있어서도 – 앞의 민사책임 판단과 마찬가지로 –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여부가 기준이 된다. 하지만, 민법과 형법 각각의 규범에 있어 주의의무 기준에 대한 규정은 기본적으로 상이하다. 형사책임에서는 주의의무기준의 판단은 객관적 기준과 주관적 기준 모두를 기초로 판단한다. 즉, 구성요건해당성 판단 에 있어 일반적인 주의의무요구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그 위반 여부를 판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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