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의료계약의 의료기관 쪽 당사자는 의료기관개설자이다. 의료 기관개설자가 국가인 경우, 국가는 아래에서 논의하는 국가배상책임과 다른 내용의 계약책임을 짊에 유의해야 한다. 계약당사자는 당사자로서 지는 계약책임 외에 매우 다양한 지위에 따라 지는 책임의 유형이 다양하다. 이하에서는 계약당사자라는 지위 에서 지는 계약책임에 이어서, 수술로봇을 이용하여 의료행위를 시행한 의료인의 사 용자로서 지는 사용자책임, 수술로봇의 점유자 내지 소유자로서 지는 공작물책임, 자신이 수술로봇과 관련하여 직접 부담하는 의무 위반으로 지는 일반불법행위책임 등을 분석한다.
가. 계약책임
의료기관개설자가 계약당사자로서 지는 계약책임은 그 개설자가 집도의인지 여부 를 불문한다. 가령 당사자 본인의 무과실항변을 하여도 이행보조자를 사용한 경우 그의 무과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수술로봇의 오작동108)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계약책 임을 면하지 못한다. 이 경우 그가 부담하는 계약책임의 범위는 위반한 의무의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우선 본인이나 이행대행자 및 이행보조자가 위반한 의무가 급부의무 에 종속하는 부수의무로서의 주의의무 위반이라면 신체적 인격법익의 침해로 인한 재산상 손해 및 정신상 손해의 배상책임을 진다.
한편 본인이나 이행대행자 및 이행보조자가 위반한 의무가 급부의무와 독립적인 부수의무로서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 즉 위에서 언급한 내용의 설명이 결여되었거 나 불완전한 경우 기본적으로 정신적 인격법익 침해로서의 정신상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을 진다. 설명의무는 해당 의료행위에 관하여 면허가 있는 의료인이 부담한다. 계약 당사자가 의료인이 아니라면 그 설명의무를 위반한 의료인의 사용자로서 민법 제391조에 따라 당사자는 그 이행대행자나 이행보조자의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환자 쪽 당사자의 정신적 인격법익 침해를 부담함이 원칙이다. 그러나 신체적 인격법익
108) 로봇의 오작동은 의료현장만이 아니라 우리 생활전반의 문제로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한 일본 의 논의로 佐藤英樹, 医療․介護福祉․生活支援ロボットの法規制対応, Pharm Stage(ファーム ステージ) 第16卷 第11号, 2017.
제4장 수술로봇으로 인한 의료과오의 민사책임 71
침해의 손해 배상책임을 지는 경우도 있다. 가령 가정적 거절이 인정되는 경우 신체적 인격법익 침해로 인한 손해도 포함된다.
나. 사용자 책임
계약당사자가 집도의가 아닌 경우이며 집도의를 계약상 채무의 이행이라는 사무에 종사하게 한 당사자는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을 진다. 이는 집도의에게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함을 전제로 한다. 이 경우 당사자가 집도의에게 구상 권을 행사하는 경우 수술로봇의 도입 및 이용 등의 경위에 따라 구상권의 행사나 구상금의 액수가 신의칙상 제한될 수 있다.
특히 개발도상에 있는 의료기기인 수술로봇의 경우 그 하자가 손해발생에 기여한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 기여도에 따라서 의료기관개설자인 사용자는 피용자인 집도 의에게 구상할 수 있는 정도가 달라진다. 문제는 그러한 하자의 증명이다. 사용자와 피용자 사이의 계약에서 피용자가 부담하는 주의의무는 수술로봇의 하자가 존재함을 발견하고 이를 사용자에게 알릴 의무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의료기기의 물리학 내지 공학 전문가의 기준이 아니라 그를 이용하여 수술하는 의학 전문가로서 집도의 에게 그러한 존재를 발견하여 고지할 의무를 너무 높게 설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자 발견 및 고지의 의무 위반에 관한 과실 유무의 판단에는 통상적인 집도의 기준 즉 합리성(reasonableness) 기준이 적용될 것이다. 그 기준에서 발견이 가능한 하자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라고 하여도 그 모든 손해를 집도의에게 구상하여 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사용자인 의료기관개설자도 수술로봇의 관리 및 하자 방지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료기관개설자와 집도의 가운데 누가 더 큰 책임을 지는가의 여부이다. 이는 해당 하자의 성질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통상적 관리 단계에 서 발견할 수 있는 하자인가 아니면 수술로봇을 운행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나타나는 하자인가 등 누가 발견하기 좋은 성질의 하자인지 등에 따라 판단할 일이다. 그것도 모호한 경우에는 누가 더 책임을 지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는 결국 그 수술로봇을 운행하여 얻게 되는 이익의 귀속주체가 누구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다. 이는 수술로봇을 도입하여 운행하는 의료기관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판단하되 통상은 의료 기관의 이익이 더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의료기관개설자인 사용자의
72 자동화기계를 이용한 의료수술의 형법적 쟁점 연구
구상 범위는 이러한 논의를 적용하여 축소하는 방향에서, 손해의 궁극적 귀속을 판단 해야 할 것이다.109)
다. 공작물책임
수술로봇이 공작물이라면 이를 이용한 수술에서 환자의 법익이 침해된 경우, 수술 로봇의 설치나 보존에 있어서 하자가 인정된다면 민법 제758조가 적용되어서 환자 쪽은 민법 제390조나 제750조보다 용이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런데 책임을 물을 상대방이 의료기관개설자인지 아니면 수술실의 집도의인지 문제도 있다. 수술로 봇이 누구의 소유인지 그리고 점유 아래에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먼저 수술로봇이 공작물인지 여부에 관한 검토가 필요하다. 통상 민법 제758조의 공작물이란, 인공이 가미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의 공작물에 수술로봇이 포함 됨은 물론이다. 그런데 공작물책임에서 흔히 등장하는 대상물이 도로 등 부동산이므 로 공작물은 부동산에 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동산도 포함된다.110) 따라 서 수술로봇은 민법 제758조가 말하는 공작물이다.
민법 제758조는 손해의 원인이 공작물의 하자로 인한 것이다. 그 하자는 설치나 보존상의 하자이다. 그러한 하자가 인정되려면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어야 한다.111) 수술로봇이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치지 않은 의료기기라면 그 자체로 민법 제758조의 하자가 인정되는가? 그렇지는 않다. 의료기관 쪽 당사자가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치지 않은 수술로봇을 이용한 수술을 시행하여도 의료법상의 제재를 받을 것이며 그 의료 행위에 대한 적법성 즉 정당행위로서의 위법성 조각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할 뿐이다. 민법 제758조의 하자는 신의료기술평가와 무관하게 법정에서 안전성을 평가하여 판 단될 것이다. 이 안전성은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춰야 하는 상태이다. 이 경우 수술로봇 의 용도가 우선 검토되어야 한다. 용도가 특정 적응성에 한정된 것인지 아니면 여러
109) 피용자에 대한 사용자의 구상권은 신의칙으로 제한하는 것이 통설과 판례이다. 곽윤직, 채권 각론, 2000, 519면; 김증한/김학동, 채권각론, 2006, 844면; 대법원 1992. 9. 25. 선고 92다 25595 판결.
110) “동적인 기업설비도 공작물로” 본다는 곽윤직, 앞의 책, 521면; “동적인 공작물도 … 포함된 다.”는 김증한/김학동, 앞의 책, 850면; ‘복스대’에 관한 대법원 1979. 7. 10. 선고 79다714 판결, 탄차에 관한 대법원 1975. 1. 14. 선고 74다1870 판결.
111) 김증한/김학동, 앞의 책, 850면.
제4장 수술로봇으로 인한 의료과오의 민사책임 73
적응증에 모두 적용이 가능한 다용도의 것인지에 따라 안전성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한편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치지 않은 수술로봇은 그러한 안전성을 구비한 것이 되어 민법 제758조의 적용이 배제되는가? 그렇지 않다. 해당 관련 법령이 설정한 기준을 준수한 공작물이라고 하여도 그 법령의 기준은 참작기준일 뿐이고 절대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112) 그래서 민법 제758조는 설치 당시 즉 수술로봇의 도입 당시 안전한 것만으로 적용이 배제되는 것이 아니고 그 이후 상황도 고려하여 안전성이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다. 민법 제758조는 보존상 하자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즉 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존을 잘 해야 하는 방호조치의무가 공작물의 설치·보존자에게 부과된다.113) 문제는 그 설치 이후 안전성이 고양된 기술이 있음에 도 그 전의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이다. 항상 새로운 수술로봇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하 는 것은 부당하다. 하지만 로봇의 교체가 아니라 합리적인 비용으로 안전성을 고양하 는 프로그램 등을 적용할 수 있다면 그러한 조치는 보존상 하자 방지 의무로서 요구될 것이다. 물론 그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물리적·기술적 내구연한과 사용 가 능 횟수 등으로 고려하여 안배되어 각 환자 쪽으로 전가될 것이다.
이러한 안전성이 결여된 수술로봇이 이용된 수술에서 환자의 생명 신체가 손상된 경우 그 신체적 인격 법익 침해라는 손해와 안전성 결여 즉 하자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즉 그 하자가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손해이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안전성이 결여된 수술로봇이 이용된 수술에서 환자의 생명 신체가 손상된 경우 그 신체적 인격 법익 침해라는 손해와 안전성 결여 즉 하자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즉 그 하자가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손해이어야 한다. 문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