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성매매의 규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성매매가 사회적으로 구성원들이 보 편적으로 선택한 결혼제도와 이를 근간으로 하는 가족제도의 유지에 교란요인이 되기 때문에 이를 불법화하고 제재하는 것

적인 논의에 입각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25) 결혼과 성매매를 이런 경제적 관점에서 특징짓는 것은 사실 윤리적・

도덕적 관점에서 보면 실로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 그러나 성매매와 관련된 본질적인 측면을 보다 사실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여 윤리적 도덕적인 이상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므 로 이런 고찰은 타당하고도 바람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라면, 성매매는 그 사회적 효율성의 관점에서 ‘나쁜 것’이라 고 규정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인류역사가 지속되는 동안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 도덕적 관점에서의 비난과 비판, 그리 고 국가권력에 의한 다양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성매매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살아남았고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성매매 가 그 나름대로 존재의 효율성을 확보하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인간의 성욕을 충족시키는 데 있어서 성매매가 여타의 대안보다 우월하거나 최소한 동일한 정도의 효율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오늘날까지 존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26) 그러나 살아남은 모든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또한 살아남았기에 그것이 ‘나쁜 것’이 아 니라든지, 설사 ‘나쁜 것’일지라도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주장 할 수는 없다. 다만, 설사 ‘나쁜 것’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살아 남은 것들은 그것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사실 상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다 할지라도 그 사회적 비용이 너무 커서 그 비용을 부담할 수 없거나, 그것이 사라지게 될 경우 더 큰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성매매는 관리될 수 있을

26) 특정한 문화, 관습, 전통, 제도, 관행 등이 특정한 지역이나 사회에서 세대나 인종을 넘어서 존재하고 있다면 그것들은 적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 범세계적인 규모로 거의 모든 사회에서 세대나 인종을 초월하여 특정 관행이 존재한다면 이 관행이 살아남은 것은 그 우월성과 환경변화에 대한 탁월한 적응능력 에 기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진화론에서는 이러한 탁월한 적응능 력을 가진 것만 살아남는 것을 적자생존이라고 해석하며, 경제학에서 는 이를 효율성이나 경쟁력이라 부른다. 그러므로 이 연구에서 성매 매가 효율성이 있다는 의미는 그것이 좋은 것이나 추구해야 하는 것 이라는 의미를 가진 것이 아니다.

지는 모르지만 완전한 근절은 불가능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성매매의 축소를 전제로 한 효과적 인 규제책의 마련은 이러한 관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규제책의 마련에서 유의해야 할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우 선 앞의 제

장의 우리나라 성매매 유형에서 볼 수 있는 것처 럼 성매매의 유형은 다양하고 신종업태의 증가와 성매매의 절 대수 증가가 이뤄지고 있으므로 이 원인을 입체적으로 파악하 여 그 규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유형별 분류를 볼 때, 현재 의 섹스서비스는 여러 개의 차별화된 서비스로 나뉘어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현재의 가격체계에 따르면 그 가격도 서비스 의 차이에 따라 다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현재 우리나 라 성매매시장의 섹스서비스가 각각 다른 계층의 소비자 또는 수요자를 대상으로 나누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표 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유형의 다양화와 신 종업태의 증가가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신종업태의 지속적인 확장과 성매매의 증가현상은 단지 남성들의 도덕적 불감증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으로 인한 소득증대, 도시화의 진 전, 산업구조의 변화에 기인한 여성 유휴노동력의 3차 서비스 업 진출 확대, 인터넷 등 정보의 생성과 제공을 신속히 해주는 기술적 진보, 그리고 성에 대한 개방적 풍조의 확산 등 다양한 요인들이 직

간접적인 영향을 주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성매매에 대한 규제는 단순히 남성들의 도덕 불감증을 비난하거나 그것이 모든 문제의 핵심인 것처럼 보고 이에 대 한 제재에 초점을 맞추는 제재수단의 사용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인 것처럼 접근하는 것은 제도적 실패를 자초하는 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규제가 설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규제의 순 응도(Regulatory Compliance)가 높아야 하므로 현재 피규제대상인 성매매 종사자, 성매매 알선 등 거래과정 참가자 그리고 성의 구매자들이 자발적으로 규제를 준수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 보다 유리한 대안들을 마련하는 것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규제에 대한 순응은 대개 그 규제가 시현하는 이 익이 커지든지, 규제가 발생시키는 비용이 커서 준수하지 않을 경우 손해가 커지든지 하는 두 가지 방법에 의해서 결정된다.

현 실정에서 성매매의 문제가 알선업자 등 거래 중개자나 성 매매의 수요자들의 도덕적인 불감증에 기인한 것이라고 단정 하고 이들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만 급급한다면, 규제의 실효성 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앞에서 언급 한 다양한 요인들이 상호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성매 매 종사자들을 도덕적인 타락자로 규정하여 성매매 종사자들 을 처벌하려 하거나 이들을 모두 선도하여 다른 직업으로 전 환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이에 치중하는 것도 그 결과에 비해서 비용이 너무나 큰 실효성 없는 규제와 지원책 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이러한 규제의 강화나 무분별한 지원 및 보호책은 결국 보다 색출이 어려운 대안적 수단에 의 한 거래로의 전환을 초래하거나 도덕적 해이의 발생으로 문제 를 더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를 통해서 실질 적으로 성매매를 축소 또는 관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실제 로 색출이 어려운 수단으로 성매매시장이 변경될 경우 그나마 지금까지 유지하던 규제조차도 사실상 사문화하고 그 효력을 잃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셋째, 규제의 집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환경을

제거하지 않은 채 처벌기준만 강화하는 것은 성매매 관리의 유효성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부패의 고 리를 확대시키는 문제점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수사당국이 나 감독기관 등 법의 집행을 담당하는 정부 관계기관들의 이 규제에 대한 집행능력이 충분하지 못하거나 실질적으로 확보 되지 못한다면 아무리 처벌기준을 강화한다 할지라도 성매매 의 축소나 근절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더구나 충분한 집 행능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현장에서의 규제자와 피 규제대상의 유착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 규제기준의 강화 는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수단이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성매매 현장의 실태에 대한 조사연구들은 다양한 비공식적 관 계를 통해서 규제를 집행하는 관계기관 종사자들과 피규제대 상인 성매매 관련 이해 당사자들이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드 러나고 있고, 이를 근절하거나 밝히는 것이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상태에 있어서 오늘날과 같이 성매매 문제가 증폭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27) 이럴 경우 집행능력을 결여하거나 담합 적인 성격의 규제자-피규제자 관계가 형성된 상태하의 규제는 이를 토대로 부패의 고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과 는 없으면서 또 다른 부작용과 비용을 초래한다. 그러므로 이 런 문제점을 현실 그대로 인정하면서 성매매에 대한 축소 또 는 관리를 위한 규제가 만들어지고 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성매매 산업의 특성들을 전제로 할 때 규제는 가격 을 높이고 그 시장거래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27) 구체적인 내용은 한국형사정책연구원(2002), 제5장 “성매매종사여성의 생활사 연구”, pp.286-346과 장필화 외(2001), 제Ⅳ장, “종합 및 제언”, pp.173-219를 참조할 것.

바람직하다. 통상적으로 ‘좋은 것’ 다시 말해서 재화(Goods)는 완전경쟁시장에서 가장 낮은 가격에 가장 많은 수량이 사회에 공급되어야 사회적 후생이 극대화된다. 그러므로 재화에 대해 서는 어떻게 해서든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하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공정거 래위원회 등 경쟁촉진과 독과점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조직 을 두어서라도 시장이 완전경쟁에 가깝게 유지되도록 하기 위 해서 노력을 한다. 그러나 성매매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마 약, 도박, 폭력 등과 같이 시장에서 거래되지만 사회적으로 바 람직하지 못한 ‘나쁜 것’28)이다. 이런 ‘나쁜 것’의 거래나 사용 을 축소 내지 감소시키는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므로 성매매처럼 사회적으로 ‘나쁜 것’에 대해서 정부가 사용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 또한 정당 하다. 성매매시장이 존재한다면 시장에는 당연히 수요자와 공 급자가 존재한다. 나쁜 것의 소비를 축소하기 위해서 할 수 있

28) 재화 또는 ‘좋은 것(Goods)’은 항상 가격이 0보다 높은 데서 거래된다.

그러므로 ‘나쁜 것(Bads)’은 가격이 0보다 낮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는 주장도 있다. 예컨대, 공해, 쓰레기 등은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 비 용이 추가로 들어가므로 사실상 가격이 0보다 낮은 ‘나쁜 것’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성매매나 마약 등은 가격이 0보다 높다는 점에서 ‘나 쁜 것(Bads)’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연구 에서 성매매가 ‘나쁜 것(Bads)’이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볼 때 바람직하 지 못하다는 관점에서이다. 실제로 섹스서비스가 0보다 높은 가격으 로 거래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 서비스가 가장 값싸게 가 장 많이 서비스되는 것이 사회적으로 효율적이거나 바람직하다는 것 은 사회나 개인의 보편적인 인식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본다 면 성매매를 통한 섹스서비스는 공해나 쓰레기처럼 최소화되거나 근 절되어야 할 ‘나쁜 것’이지 ‘좋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실제 로 성매매의 이러한 ‘나쁜 것’으로서의 성격 때문에 오늘날 이의 규제 에 대한 논쟁이 존재하는 것이라 할 수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