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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개혁이든 그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혁의 원칙과 절차, 또 그 개혁이 만들어내는 성과를 제도화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 이 필요하다. 규제개혁에 있어 시스템은 법령의 뒷받침을 받는 추진 기구와 규제영향분석․규제등록 등 규제개혁을 위한 각종 제도적 정책수단들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정부의 규제개혁에 대한 시도는 8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러한 법적․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된 것은 1998년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다.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절대명제하에서 출범한 국민의 정부는 출범 과 동시에 조속한 IMF 경제위기 탈출과 시장경제의 확립을 위하여 과감한 규제개혁을 단행하였다. 1998년 4월, 국민의 정부는 행정규 제기본법에 따라 우리나라 최초의 법정 규제개혁기구인 규제개혁위 원회를 출범시키고 1998년 한해에만 11,125건에 달하는 기존규제 중 절반 이상을 폐지하거나 개선하는 대대적인 규제개혁을 추진하 였다.

OECD는 󰡔한국의 규제개혁󰡕 보고서(2000)에서 국민의 정부 2년 간의 규제개혁 성과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특히 그간 OECD 가 주창해 온 바람직한 규제의 원리와 개혁전략을 적극적으로 수용 한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도 이 부분의 평가에 인색하지 않다. 수량적으로 보아서는 부인할 수 없을 만큼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으며 특히 규제개혁의 제도적 기반을 갖추었다는 것 이 높이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OECD가 지적하듯이, 규제개혁은 비상시기에만 적용되는 일시적 과제가 아니다. 좀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규제개혁체계의 틀

을 공고히 하고 시스템의 개선과 개혁의 확산을 위한 노력을 지속 해야 한다. 지금의 규제개혁의 여건은 지난 국민의 정부에 비하여 매우 열악하고 앞으로의 규제개혁과정 역시 결코 평탄하지 않을 것 이라고 앞에서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지난 규제개혁이 시스템에 의 하기보다는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에 매우 크게 의존하여 이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시스템 에 의해 규제개혁이 추진되지 못하고 정치사회적 시대상황과 경제 여건에 따라 우선순위가 크게 변동하는 셈이다.

규제개혁 추진체계의 확립에 대한 논의와 연구는 문민정부 말기 에서부터 범정부적 규제개혁의지를 천명한 국민의 정부에 걸쳐 활 발하게 이루어졌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그간 국민의 정부 규제개혁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비전을 제시한 연구들에서도 정치적 변동에 흔들리지 않을 보편타당한 규제개혁체계의 구축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개혁의 성공조건 중 하나가 시스템의 구축이라고 보면, 우리나라 규제개혁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현행 규제개혁의 추진체계가 어떻게 구축되어 있고 어떠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며, 보다 효율적 인 구조의 구축과 운영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를 살펴보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이하 제Ⅱ절에서는 그간 규제개혁의 추진체계가 어떠한 진화과정 을 거쳐 변천해 왔는지 살펴보고, 현 규제개혁체계를 추진기구와 법 령, 기본제도 등을 위주로 분석할 것이다. 제Ⅲ절에서는 선진외국의 규제개혁 추진사례와 이들이 주는 정책적 시사점을 살펴보고 제Ⅳ 절에서는 현행 추진체계의 평가와 문제점, 제Ⅴ절에서는 이에 바탕 하여 우리나라 규제개혁 추진체계의 개선과제를 모색하고자 한다.

Ⅱ. 우리나라 규제개혁 추진체계 현황

1. 규제개혁 추진체계의 변천

모든 시스템이 그러하듯이 현 정부의 규제개혁 추진체계도 역사 적 진화과정이 없이 독자적으로 탄생한 것은 아니다. 역대 정부들의 규제완화 또는 규제개혁 추진과정에서 조금씩 진화해 온 것이다. 따 라서 역대 정부의 규제개혁 추진체계와 그 노력들을 개괄적으로 들 여다보는 것은 현행의 규제개혁 추진체계를 이해하고 진단하는 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리라고 본다.

우리나라 규제개혁의 역사는 길다. 규제개혁의 기원을 그 이전으 로 보는 견해6)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자분들은 우리나라 규제개혁 의 시초가 80년대 초반의 제5공화국부터 시작된 것으로 본다.

(1) 제5~6공화국(1982~1992)

1960년대초 정치적 격변을 거친 제3공화국이 출범하면서 외자도 입에 의한 경제개발이 시작되고 적극적인 산업육성정책이 추진되었 다. 정부는 불완전한 시장기능을 대신하여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 하고 자원배분에도 직접 간여하는 정부주도의 발전전략을 견지하여 괄목할 만한 고도성장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성장을 구가하던 정부주도의 불균형발전전략 은 경제 각 분야의 불균형을 누적시킴으로써 자생적인 민간의 성장 능력을 배양하지 못하고 오히려 경기침체를 불러오게 되었다. 1980

6) 서울대 행정대학원 최병선 교수는 1977년의 수입자유화정책을 규제개혁의 기원으로 보고 있고, 유승민 박사는 1979년의 “4.17 경제안정화시책”을 시초로 보고 있다. 신 종익(2002), p.22에서 재인용.

년 이후 경기침체와 함께 과거의 규제중심적 경제체제가 그 효율성 의 한계를 드러내게 되자 5공화국 정부는 경제운용방식을 민간중심 으로 전환하여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정 부규제의 완화에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 중의 하나가 1982년 5월에 설치된 󰡔성장발전저해요 인개선 심의위원회󰡕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규제완화를 위한 민관합 동위원회인 이 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관계부처의 장관과 각계 민간전문가를 위원으로 하였는데 그 설립목적은 “우리 국정의 각 분야에서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법령, 제도, 관습, 행정 선례 등 비능률적이고 불합리한 요소를 과감히 개선”하는 데 있었 다. 이 위원회는 정부차원에서 개선해야 할 주요 정책과제 46건을 포함 총 760여 건에 이르는 규제완화를 추진하였다.

1980년대 후반에 이르면서 유럽공동체(EC)를 중심으로 나타난 세계경제의 지역화 현상과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의 진전에 따 른 개방화 추세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해졌다. 국 내적으로도 사회윤리의 상실 및 공직기강 해이, 과소비 등 많은 문 제점과 병폐가 발생하였는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제6공화국 정부는 1988년 대통령직속으로 󰡔행정개혁위원회󰡕를 설치하였다. 이 위원회 는 민원사무처리기준표상에 수록된 행정규제 중 총 849건의 행정규 제개선안을 처리하였으나, 작은 정부의 구현에 초점을 맞춘 행정부 개편에 치중한 나머지 규제개혁과 관련해서는 전 정부에 비해 그리 큰 진전을 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와서 임금과 물가의 상승 등으로 대외경쟁 력이 약화되고 무역수지가 적자로 반전하는 등 경제사정이 악화되 자, 정부는 1990년 경제 활성화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90년 5월 국무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관계부처 장관을 위원으로 하는 󰡔행정규제

완화위원회󰡕를 설치하여 시장경제원리에 반하는 과도한 규제를 적 극적으로 정비하였다. 위원회는 산하에 “경제행정규제완화실무위원 회”와 “일반행정규제완화실무위원회”를 설치하여 경제기획원과 행 정조정실이 각기 이를 주관하도록 하였다. 이 위원회는 현지조사와 서면조사를 통해 발굴된 893종의 규제에 대한 제도개선을 추진하였 다.

또한 정부위원으로만 구성된 󰡔행정규제완화위원회󰡕의 행정규제 개선작업이 민간의 건의나 의견을 수렴하는 데 제약이 있고 국민 불편이나 애로사항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며, 실질적인 정비보다는 외형적인 규제정비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1991년 9월 경제계 인사 등 5인의 위원으로 구성된 󰡔행정규제민간자문위원회󰡕

를 국무총리 직속기구로 설치하여 649건의 개선과제를 건의, 그중 393건을 개선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학자들의 평가를 종합해 보면 5공화국과 6공화국 정부의 규제완 화시책은, 첫째, 규제완화에 대한 장기적 목표나 비전이 없이 단기 적 실적과 목표에만 집착하였고, 둘째, 개선대안으로서의 구체적인 후속조치 없이 예시 차원의 형식적 정비에 그쳤으며, 셋째, 주로 민 원성 사안에 대한 해결 등 지엽적인 개선을 위주로 접근하여 개혁 의 본래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7)

(2) 문민정부(1993~1997)

문민정부 들어서는 1990년대 초반의 경제상황이 매우 어려웠던 까닭에 규제개혁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이에 정부는 1993년 3월 경제기획원의 주관으로 경제행정규제완화위원회(96년 경제규제 개혁위원회로 개칭)를 출범시키고 1993년 4월에는 대통령 직속 자

7) 김정수(1992), pp.81-82, 김종석 외(1999), p.9.

문기관으로서 행정쇄신위원회, 1993년 9월에는 상공부 주관의 기업 규제완화심의위원회, 1994년 5월에는 총무처 주관으로 행정규제합 동심의회의 등 4개의 규제개혁 관련 위원회를 설치하여 규제개혁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아울러 규제완화를 위한 법적 장치로 1993년 6월 “기업활동 규제 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1994년 1월 “행정규제 및 민원사무기본 법”을 제정하여 규제개혁의 제도화를 추진하였다. “특별조치법”은 창업 및 공장설립, 고용의무, 수출 및 각종 기계기구 등의 검사부문 등을 골자로 하고 있고, “행정규제 및 민원사무기본법”은 행정규제 법정주의, 신설규제에 대한 사전심사, 행정행위에 대한 국민고충처 리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었다.

문민정부는 이러한 규제개혁체계의 제도화와 함께 임기내 총 4,477건에 달하는 규제개혁 추진과제를 선정하여 그 가운데 87%에 해당하는 3,918건의 규제를 완화하는 실적을 거두기도 하였다.

그러나 문민정부는 이와는 별도로 교육개혁위원회, 금융개혁위원 회, 노사관계개혁위원회 등 특수한 목적의 위원회를 많이 운영하였 는데 이런 위원회의 핵심적 업무 역시 규제완화였다는 점에서 결과 적으로 규제개혁의 추진체계가 매우 복잡하고 다기화되었으며 국민 경제 전체적 시각이나 종합적 시각에서 규제개혁을 효과적으로 추 진하는 데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 면도 없지 않다.8)

또한, 규제개혁의 이행상태를 사후적으로 점검하고 규제의 신설 에 대한 사전심사를 수행해야 할 행정규제합동심의회는 발족 이후 해산까지 2년 3개월에 이르는 동안 단 2회의 명목상 회의를 가졌을 뿐 그 목적에 단 한 발짝도 다가서지 못하였다.9)

8) 최병선(2002), p.59.

9) 김종석 외(1999), pp.12-13.

문서에서 규제개혁의 정책과제와 발전방향 (페이지 3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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