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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하 였으나, 지난 1997년 말의 경제위기로 엄청난 국부를 상실하는 등 경제․사회구조의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였다. 이러한 변화 속에 서 조세정책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기여 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행 조세제도 및 세무행정의 주된 역할은 1960년대 초부터 계 속되어 온 정부주도하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세무 행정은 납세자를 위한 봉사와 지원보다는 경제개발을 뒷받침하는 재원확보에 치중하게 되었고, 그 결과 납세자에 대한 서비스 개선 을 위한 노력은 크게 미흡하였다. 또한 국민의 납세의식은 낮고, 세제 및 세정이 기능할 수 있는 인접제도도 미비하여 효과적인 조세정책을 수립하고 공정한 세무행정을 집행할 수 없었다.

이러한 우리나라 세제의 기본틀은 적어도 1960년대의 군사정부 이래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요즈음 학계와 선진국 에서는 소득과세를 인세 형태의 소비과세로 대체하는 방안, 법인 소득세의 폐지, 소득세의 누진세율을 단일 비례세율로 대체 등 기 존의 틀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근본적인 세제개혁이 논의되고 있 다.

이러한 세제개혁 논의에서 통상적으로 망각되어 결과적으로 개 혁의 취지가 달성되지 못하는 근본적 사항들이 있다. 몇 가지 중 요한 사항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세제와 세정의 혹사문제이다. 많은 경우 문제발생의 근원

이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함이 없이 그리고 조세정책의 효과를 비 교․형량함이 없이 대증요법적(對症療法的)으로 세제상의 조치가 동원되곤 하는데 이는 문제를 개선시키기보다는 개악시킨다는 사 실이다.

둘째, 조세정책과 세무행정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세제 및 세정을 뒷받침하는 유통질서의 확립, 자산의 적정한 평가, 국 민의 납세의식 제고 등과 같은 외부적 여건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행정의 중요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여타 정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나 우리나라의 조세정책은 정책의 내용 자체만을 논의 하여 왔지, 과연 조세행정이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는 망각하여 왔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세부담 불공평이라는 정책 문제나 납세자들이 세금 납부 과정에서 겪는 각종 어려움은 세제 에서 연유되기보다는 세정에서 더 많이 연유되고 있다.

조세정책은 경제이론, 세법이론 그리고 회계이론이라는 과학 (science)을 근거로 한 하나의 정치적 예술(art)이다. 학문적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과학적 요소와 정치적 역량 발휘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예술적 요소가 잘 조화될 수 있을 때 조세정책 및 세무행정 과 관련한 개혁은 성공할 수 있으며 국민복지는 증진될 수 있다.

2. 세제개혁의 필요성과 방법

조세정책을 제대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세제 또는 조세의 기능 및 역할이 무엇인가가 제대로 인식되고 항시 명심되어야 한다. 조 세의 제1차적 기능은 국가 활동에 필요한 충분한 세수를 확보하 는 것이다. 주어진 세수를 확보한다는 전제하에서만 사회의 구성

원에게 세부담을 어떻게 공평하게 배분하느냐 하는 것과 조세가 민간의 경제활동을 가장 적게 왜곡시킬 수 있도록 하는 효율성이 추구되어야 한다. 국고조달 기능이 무시되거나 등한시되면서 효 율성과 공평성의 추구가 전면에 부각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의 조세정책 논의를 보면 형평성 논리가 지나치게 지배적이다.

세제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현실적 여건을 살펴보면 첫째, 경제의 국제화가 급진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거나 경쟁국에 비해 불리한 제도가 존재하고 있으며, 둘 째, 과세행정의 편의나 과도한 정책적 고려 때문에 불합리하게 세 제가 민간부문의 경제활동을 규제하고 있는 사항이 많으며, 셋째, WTO체제 출범과 FTA의 체결에 따라 조세의 산업정책적 기능 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며, 넷째, 정보화 탈산업화의 진전으 로 사회의 본질과 국민의 의식이 판이하게 달라졌으며, 다섯째,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환경 및 교육투자, 통일 대비 등 재정수요 를 충족시키기 위한 재정수입의 증대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이다.

세제개혁은 그 기본적인 성격에 따라 조세설계(tax design)와 조 세개편(tax reform)으로 구분된다. 조세설계는 백지 위에 최적의 세 제를 새로 그리는 것과 같은 개혁을, 조세개편은 현행 세제를 바 탕으로 하여 점진적으로 최적세제에 접근시키는 개혁을 의미한 다.

설계적 세제개혁의 경우 현행 세제에 대한 납세자의 관습 그리 고 현행 세제에 의존하는 납세자의 행동양식을 바꾸게 되므로 이 행을 위한 과도기의 처리가 매우 어렵다. 개편적 세제개혁의 경우 현상을 출발점으로 하여 점진적으로 개혁이 이루어지게 되므로 혼란을 피할 수 있으나, 현상 유지적인 세제의 미조정에 끝날 가 능성이 높다.

고도 성장기에는 자연증수를 배경으로 설계적 세제개혁이 자주

이루어져 왔다. 이는 세제개혁의 내용이 모든 사람을 유리한 상황 으로 이끌 수 있었기 때문인데, 경제가 고속성장을 멈춘 시점에서 모든 사람에게 동시에 혜택을 베푸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개 편적 세제개혁도 용이하지 않다.

오늘날 우리의 정치현실과 정책담당자들의 자세를 놓고 볼 때 개편적 세제개혁도 용이하지 않으나, 국내․외적 여건을 놓고 볼 때 우리의 세제와 세정은 설계적 관점에서 세제개혁이 한 번은 제대로 추진되어야 한다.

역대 모든 정권이 세제개혁을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집권 후 세 제개혁을 시도했다. 그러나 한 번도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레이건(R. Reagan) 대 통령과 부시(G. W. Bush) 대통령의 지도력이 훌륭한 사례가 된다.

부시 대통령과 레이건 대통령은 후보로서 세제개혁을 구체적인 공약으로 내걸고 취임 후 6개월 내에 야당을 설득시켜 세제개혁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의회를 설득 시키고 집권 초에 최우선적으로 세제개혁을 마무리하였다.

3. 조세정책의 목표

지난 경제위기와 그 후 추진된 각종 정부정책은 우리 경제의 미래에 길고도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기업과 기업인은 불 확실성의 증대와 악화된 활동여건 때문에 신음하고 있고, 공공부 문의 효율성 또한 낮다. 특히 정부부문은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 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국민부담의 증가에 합당한 성과를 얻지 못 한 채 대규모 채무를 누적해 왔으며 고질적인 예산․기금․공기 업의 방만한 운영, 대규모 국책사업의 비용초과와 공사기간 연장,

사회보험의 재정불균형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라도 공공부문의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면 서 경제정책의 질적 수준을 높여 국민경제가 효율성을 회복하여 안정적인 성장궤도로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조세정책은 효율과 형평을 기본원리로 한다. 경제성장이나 경 제위기로 인하여 조세정책의 내용이나 조세정책 환경이 변하여도 효율과 형평이 조세정책의 두 축이 되는 것은 변함이 없다. 다만 국가목표나 경제상황에 따라 조세정책의 역할의 구체적인 내용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리 경제는 경제위기 이후 빈부격차가 심화 되고 사회의 투명성이 높아짐에 따라 계층 간 사회통합을 위해 조세의 형평성에 대한 요구가 증가되고 있는 실정이나, 소득종류 간․계층 간 세부담 형평성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 과세의 경우 여전히 거래단계의 과세비중이 높고 보유단계 과세 비중이 낮아 과세형평성이 저해됨은 물론 부동산 투기억제 효과 도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국가간 자본이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외국자본과 기업을 유치하 기 위한 국제적인 조세경쟁(tax competition)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 이므로 세계시장에서 주요 각국과 경쟁하여야 하는 소규모 개방 경제(small open economy)인 우리나라에서는 경쟁국보다 세율을 높 지 않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또한 세제와 세정은 지속적으로 개선하여 조세제도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국민의 납세협력 비용 을 축소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조세정책은 적어도 다음의 네 가지 목표를 추구해 야 할 것이다. 첫째, 경제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규모 정 부채무가 발생하고 공공부문의 부실한 관리․운영이 누적됨에 따 라 취약해진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적정한 세수입을 확보 해야 한다.

둘째, 재정건전성의 회복에 긴요한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뒷받 침하기 위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

셋째,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사회보장제도와의 역할분담을 조정하고 조세제도와 세무행정의 조화와 상호보완을 도모해야 한 다.

넷째, 지방자치의 발전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며 종합적인 경 제정책의 틀 안에서 효율과 형평이 조화를 이루게 해야 한다.

4. 조세체계의 전면적 개편

우리나라 조세체계는 15개 세목(稅目)의 국세와 16개 세목의 지 방세로 도합 무려 31개의 세목으로 조세체계가 매우 복잡하다. 세 목 수가 많으면 제도가 복잡해지고, 그에 따라 납세자들이 세제를 이해하기 어려워지면 납세와 징세의 비용이 많아지게 된다. 특히 교육세․농어촌특별세․지방교육세․주행세 등이 부가세(add-on- tax) 형태로 부과되고 있으며, 동일한 과세대상에 국세와 지방세 를 포함한 여러 가지 조세가 중복적으로 부과되며 심지어 농어촌 특별세의 경우 조세 감면액에 세금이 부과되기도 하여 실제의 조 세제도는 필요 이상으로 훨씬 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행 조세체계의 또 다른 특징은 용도가 특정 재정지출에 한정 되는 목적세가 매우 많아 조세제도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 이다. 국세의 경우 목적세는 교육세․교통세․농어촌특별세의 세 가지가 있고, 지방세의 경우에도 도시계획세․공동시설세․사업 소세․지역개발세․지방교육세의 다섯 가지가 있다.

우리나라의 목적세는 국세와 지방세를 막론하고 특정 부문의 세출에 직결되는 목적세의 외형을 갖추기는 했지만, 목적세 존립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