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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글을 쓴다는 것은 인간의 복잡한 사고를 언어로 표현하는 언어 사용 행위이 다.사고와 언어는 닭과 달걀처럼 어느 것이 먼저이고 중요한지를 가늠할 수 없 을 만큼 연관성이 크다.따라서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사고에 영향 을 끼치기도 하고 영향을 받기도 한다.그러므로 쓰기라는 표현 활동을 통해서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은 의미 있는 활동이라 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글쓰기를 통해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그리 쉽고 만만한 일이 아 니다.혼자만의 외로운 작업이고,필자 이외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의사소통 수단임을 한 번쯤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학교 현장에서는 쓰기 시간이 되면 정해진 주제에 따라 숨죽여 글을 쓰거나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 지 몰라 서 고민하는 학생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글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한 방법으로 교사는 학생들에게 글쓰기 단계와 절차 를 안내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쓰기를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문제는 남아있 다.선행 연구를 통해 쓰기 영역에 대한 다양한 이론적 접근과 끊임없는 현장 연구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은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한다.왜 아직도 교실 수업 에서의 쓰기 능력은 학생 필자 자신의 책임으로만 여겨지고 있는가?우리나라 처럼 다인수 교실의 쓰기 수업 환경에서 교사와 동료들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 가? 글쓰기를 싫어하고 어려워하는 학생들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면서 수업을 진행할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가?등의 문제들이다.

이러한 쓰기 교육의 상황에서 필자 개인의 인지적 능력과 과정 중심의 쓰기 이론을 보완하기 위해 학문공동체가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사회적 상호작용 이다.최근 사회적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우리나라의 교육과정과 교과 서에서도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7차 교육과정에서는 담화 또는 글의 수준과 범위를 ‘친교’라고 명명하던 것을 2007년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는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바꿈으로써 개인의

목적 차원을 넘어서서 사회적 목적으로 인간관계 형성을 지향하는 언어활동의 범위를 제시했다.그리고 2011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는 다시 ‘사회적 상호 작용’이라는 용어 대신 ‘친교’를 부활하여 ‘친교 및 정서 표현’이라는 글의 수준 과 범위를 제시하고 있다.이렇게 개정되고 있는 교육과정 속의 용어상에서도 사회적 상호작용의 중요성은 인식되고 있지만 더 넓은 범위의 용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혼란스러움을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교과서에서의 예를 살펴보면 7차 교육과정 이후 쓰기 교과서에서는 수업의 마지막 활동으로 ‘자신이 쓴 글을 친구와 바꿔 읽고 고쳐 써 봅시다.’라 고 제시되어 있다.즉,이 활동은 학습자가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략 과 기능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서 글쓰기의 과정과 결과를 점검해 보자는 좋은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교육과정과 교과서에서 의도한 것처럼 사회적 상호작용의 중요성은 실제 현 장에서 가르치는 교사들에게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는 있다.그러나 문제는 방법적인 측면 즉,어떻게 협의 또는 협상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지도 방법 이 교사들에게는 생소하고 어려운 활동으로 인식되다보니 협의나 협상의 궁극 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활동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키는 현상 을 초래하였다.

예를 들면 ‘자신이 쓴 글을 친구와 바꿔 읽고 고쳐 써 봅시다.’라고 교과서에 는 한 줄로 제시되어 있다.이 한 가지 활동만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한다고 해 도 한 차시 분량의 활동을 할 수 있는 목표 내용이다.그나마 제한된 시간에서 소집단 돌려 읽기를 통해 상호평가까지 하는 것은 관심 있게 지도하는 편에 속 하고 시간 관계상 생략되는 실정이다.그렇기 때문에 쓰기 수업에서의 사회적 상호작용의 목표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다른 교과목에서 하고 있는 협동학습의 모습과 차별성이 없는 전략적 차원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회적 상호작용은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 자체를 포괄하는 용어이다.즉 교 사와의 상호작용,동료와의 상호작용,보이지 않는 독자와의 상호작용,텍스트 내용과의 상호작용,그리고 나 자신과의 상호작용까지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또한 사회적 상호작용은 텍스트를 매개로 글을 쓰는 사람 과 글을 읽는 사람이 서로 고정된 역할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모두

를 넘나드는 역동적인 역할로 인식되고 있다.

안부영(2012)은 읽기 주체의 역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있다.

읽기 주체는 정보를 수용하면서 동시에 정보를 창조하는 자로 변화해야 한다.읽기 주체는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공적 담론 형성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그래서 읽기 주체는 텍스트에 기반하여 새로운 아이디어,새로운 지식,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p.3)

읽기 주체의 역할에 대한 그의 견해는 의미교섭을 진행하는 필자와 독자에 대해서도 두 가지 역할이 모두 요구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즉 필자와 독자는 의미를 구성하는 고정된 역할을 맡은 학습자가 아니라 서로의 역할이 바뀔 수 있는 생비자(Prosumer)1)로서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생각해보면 필자 역시 정보를 창조하는 역할만 가지고 있는 것 이 아니라 다른 읽기 주체와의 교섭을 통해서 새로운 정보를 의미로 수용하는 역할,또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주체와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새로운 정보를 거부하기도 하고 때로는 무시하기도 하는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 석될 수 있다.그리고 필자가 쓰기 주체에서 읽기 주체로 바뀌게 되면 다른 사 람의 정보에 대해 비판하고 갈등을 일으키거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다른 필자로 하여금 자신의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도 할 수 있다.이처럼 필자와 읽기 주체가 의미교섭을 통해 서로의 역할이 바뀌는 현상을 그림으로 표현해보면 [그림 Ⅰ-1]과 같다.

필자

⇕ 읽기 주체

읽기 주체

⇕ 필자 텍스트

[그림 Ⅰ-1]의미교섭에 따른 필자와 읽기 주체의 역할교대

1) 프로슈머(Prosumer)란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한 용어로 1980년 앨빈 토플 러가 『제 3의 물결』에서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제2의 물결사회(산업사회)의 양 축인 공급자와 소 비자간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면서 소비자가 소비는 물론 제품 개발과 유통과정에도 직접 참여하는 생산적 소비자 로 거듭난다며 미래의 인간이라는 뜻으로 만든 말이다.

즉 필자가 텍스트를 매개로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의 대상들과 교섭하고 그 역할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 역동적임을 인식한다면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을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글을 쓰고 있는 필자의 어려움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주체인 담화공동체 모두의 어려움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학습자들이 글쓰기를 하는 과정에서 의미의 층위를 수직 적으로 나누어 제시한다면 의미교섭의 목적을 좀 더 분명히 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높은 층위의 의미를 향해서 교섭을 해야겠다는 의미교섭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이 연구 결과가 모든 글쓰기의 전략이나 해법 이 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그러나 다양한 층위에서 나타나는 의미교섭의 양상을 분석하고 필자와 타자가 의미를 구성하거나 재구성할 때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게 되면 의미교섭의 교육적 요소를 추출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쓰기 교육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2.선행 연구 검토

가.협상 중심의 의미교섭에 관한 고찰

의미 구성의 과정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Hayes(1996)의 작 문 모형과 대화중심의 사회적 상호작용 관점에서 연구한 박태호(1996),인혜련 (1996),협상을 통한 의미 구성 과정을 제안한 박영목(2008)의 연구를 들 수 있 다.의미 구성 과정에서 협상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는 있으나 이론적 배경은 인지주의,사회구성주의,대화주의 등으로 조금씩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따라서 연구자는 어느 하나의 이론적 배경만을 주목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주의, 사회구성주의,대화주의와 쓰기 교육과의 접점을 찾아보고 장점을 취합하여 시 사점을 얻고자 한다.

Hayes(1996)는 의미 구성 과정을 더욱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하여 Hayes와 Flower의 1980년 모형을 수정ㆍ보완하여 의미 구성 과정에 대한 새로운 모형을 제시하였다.Hayes의 새로운 모형에서는 의미 구성 과정에서의 협상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그러나 이 모형에서는 필자가 의미를 구성하는 과 정에서 필수적으로 수행하게 되는 작문의 사회적 환경 및 물리적 환경과의 상

호 교섭 작용을 명료하게 밝히고 있다.그리고 필자 개인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상호 교섭 작용의 방식과 그러한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매우 정교하 고도 체계적으로 밝히고 있다(Hayes, 1996; 박영목, 2008, p.146에서 재인용).

이 연구에서는 개인을 둘러싼 사회적․물리적 환경과의 교섭 작용은 물론 개

이 연구에서는 개인을 둘러싼 사회적․물리적 환경과의 교섭 작용은 물론 개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