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Ⅲ. 제주 방언의 시간 표현 체계와 실현 양상

1. 제주 방언의 시간 표현 체계

1.2. 상의 체계

상은 시간적 흐름에 상태나 사건이 일어나는 모습을 나타내며 발화시를 기준 으로 ‘진행상’과 ‘완료상’이 결정된다.19) ‘진행상’은 사건이나 상태가 일어나고 있 는 모습을 표현하며, 과거 어느 시점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말한다. ‘완료상’

은 현재를 기준으로 볼 때, 과거의 행위가 이미 끝나거나 행위의 결과가 남은 모 습을 파악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하여 제주 방언에서 상의 형태를 보면 다음과 같다.

19) 권재일(2013:334)은 시간과 관련을 맺는 관념으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일이 일어나는 모습을 양상이라고 설명한다. 발화시를 기준으로 해서 일이 일어나는 모습, 이어지는 모습, 막 끝난 모 습, 되풀이되는 모습 등을 진행, 완료, 결과, 반복으로 설명한다.

(14) ㄱ 늙은 할망덜은 삼십 분벳기 못 살주만은 이제덜은 바당에 세 시간, 네 시간 살암 서.(늙은 할머니들은 삼십 분밖에 못 살지만 이제들은 바다에 세 시간, 네 시간 살고 있어.) [삼달리]

ㄴ 이젠 뒈지 ​​아난 국물을 먹엄서?(이젠 돼지 삶았던 국물을 먹고 있어?) [함덕리]

ㄷ 경헌디 우리 밧거리도 오란에 집 빌리렌 헨 그 방에 살아나서.(그런데 우리 바깥 채도 와서 집 빌리라고 해서 그 방에 살았었어.) [고내리]

ㄹ 옛날 할망 어른덜은 (탁배기) 잘 먹어나서양.(옛날 할머니 어른들은 (탁배기) 잘 먹었었어요.) [구엄리]

(14)는 제주 방언에서 상이 실현되는 양상으로 (14ㄱ), (14ㄴ)은 진행상을, (14

2.1. 시제의 실현 양상

시제는 화자가 발화시를 기준으로 사건시의 위치를 나타내는 문법 범주이다.

제주 방언에서도 일반적으로 선어말어미를 통해 시제를 구성하며, 주로 ‘과거, 현 재, 미래’의 시간을 나타낸다.

1) 과거시제

과거시제는 사건시가 발화시에 선행하는 시간 표현으로 제주 방언에서는 선어 말어미 ‘-아시/어시/여시/라시/앗/엇/엿/랏-’에 기대어 표현된다. 제주 방언에서 과거시제 선어말어미 대표형인 ‘-아시/어시-’는 본래 통사적 구성인 ‘-아 시-’에 서 문법화가 된 것이다. ‘-아 시-’에서 ‘-아’는 보조적 연결어미이고, ‘시-’는 보조 용언이 결합한 구성으로 ‘시다’는 국어의 ‘있다’에 대응한다. 따라서 본래 통사적 구성인 ‘-아 시-’는 제주 방언에서 ‘-아시/어시-’20)로 문법화가 되고, 이후 ‘-앗/

엇-’21)의 형태까지만 문법화가 되었다.

(1) 선행 요소와의 관계

제주 방언에서 과거시제 선어말어미가 선행 요소와 결합하는 양상을 보겠다.

20) 권재일(2014)은 국어에서 ‘-았/었-’으로 실현되는 어미는 15세기 국어에서 통사적 구성인 ‘-어 잇/이시-’에서 문법화된 형태로 설명하였다. 15세기 국어에서 ‘-어 잇/이시-’ 구성은 본래 ‘상태 지속상’으로 어떤 동작이나 상태가 완결되어 그 모습이 지속됨을 실현하였다. 이후 통사적 구성 인 ‘-어 잇/이시-’가 모음이 축약하여 중모음 형태가 된 ‘-엣/에시-’[제2형]가 나타났고, 중모음 이 단모음으로 바뀌어 ‘-엇/어시-’[제3형]가 나타났다. 이를 볼 때, 제주 방언은 제3형의 모습까 지만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아래의 예문은 제주 방언의 과거시제 선어말어미와 동일한 형태 가 실현된 것이다.

(예) 비록 ​​​어더시나[얻-어시-나](두시언해-초간 18:12)

21) 문숙영(2012:47)에서는 통사적 구성인 ‘-아 시-’는 이후 제주 방언에서 ‘이시-’와 ‘잇-’이 ‘있-’으 로 변화지 않은 것처럼 ‘-아시/어시-’도 ‘-았/었-’으로까지 변하지 않고 ‘-앗/엇-’에 머무른 문법 화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먼저, ‘-아시/어시/여시/라시/앗/엇/엿/랏-’과 어간과의 결합 양상을 보면 다음과 같다.

(15)의 밑줄 친 부분은 ‘가다, 먹다, 살다, 고치다’에 선어말어미 ‘-아시/어시/앗 /엇-’이 결합하여 ‘가서, 먹어서, 살앗주, 고쳣주’로 실현된 양상이다. (15ㄱ)은 자 동사 ‘가-’에 ‘-아시-’가 결합하였고, (15ㄴ)은 타동사 ‘먹-’에 ‘-어시-’가 결합하였 다. (15ㄷ)은 자동사 ‘살-’에 ‘-앗-’이 결합하였고, (15ㄹ)은 타동사 ‘고치-’에 ‘-엇 -’이 결합하였다. (16)의 밑줄 친 부분은 형용사에 결합한 경우로, ‘짧다, 크다, 하 다(많다), 엇다(없다)’에 선어말어미 ‘-아시/어시/앗/엇-’이 결합하여 ‘짧아서, 커 서, 핫주, 엇엇주’로 실현되었다. (16ㄱ)은 형용사 ‘짧-’에 ‘-아시-’가 결합하였고,

(15) ㄱ 밥​곡 궤기도 궝 가서.(밥하고 고기도 구워서 갔어.) [대평리]

ㄴ 옛날에는 이제 그거를 헹 놧다가 고대로 꺼꺼다가 그거 먹어서.(옛날에는 이제 그거를 해서 놨다가 그대로 꺾어다가 그거 먹었어.) [도련동]

ㄷ 그런 밥 먹으멍 살앗주.(그런 밥 먹으면서 살았지.) [구엄리]

ㄹ 저 초가집 이제 그 저 그거 짓으멍 고쳣주게.(저 초가집 이제 그 저 그거 지으면 서 고쳤지.) [신창리]

(16) ㄱ 옛날에는 이 남자들이 수명이 굉장히 짧아서.(옛날에는 이 남자들이 수명이 굉장 히 짧았어.) [고산리]

ㄴ 옛날 빙떡 하나민 요새 세 개야, 엄청 커서.(옛날 빙떡 하나면 요새 세 개야, 엄 청 컸어.) [표선리]

ㄷ 보리 하영 간 집의가 ​스락도 하고 그 저 보리찍도 핫주.(보리 많이 간 집이 까 끄라기도 많고 그 저 보릿짚도 많았지.) [표선리]

ㄹ 옛날엔 소고기 엇엇주.(옛날엔 소고기 없었지.) [신도리]

(17) ㄱ ​​말 담는디 옛날 할망덜은 뒈싱 ​​뒈 놓는덴 헤서.(한 말 담는데 할머니들은 큰되 한 되 넣는다고 했어.) [한동리]

ㄴ 웃드리 사름덜이 건(사냥) 헷주.(‘웃드리’ 사람들이 건(사냥) 했지.) [고내리]

(18) ㄱ 우리 아버지가 어디 저 대국 갓단에 ​​안 재로 오라서.(우리 아버지가 어디 저 대국 갔다가 살라서 재로 왔어.) [삼달리]

ㄴ 무신 경 허단 쪼끔 잇어 가사 돈이 좀 나오랏주.(무슨 그렇게 하다가 조금 있어 가야 돈이 좀 나왔지.) [남원리]

ㄷ 이젠 또 그때는 요집도 큰 집이라서.(이젠 또 그때는 요집도 큰 집이었어.) [함덕 리]

ㄹ 감전 주로 간식이랏주.(고구만 주로 간식이었지.) [도련동]

(16ㄴ)은 형용사 ‘크-’에 ‘-어시-’가 결합하였다. (16ㄷ)은 형용사 ‘하-’에 ‘-앗-’이 결합하고, (16ㄹ)은 형용사 ‘엇-’에 ‘-엇-’이 결합하였다. 예문 (15)와 (16)을 볼 때, 과거시제 선어말어미는 선행 요소의 품사에 제약 없이 결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과거시제 선어말어미 ‘-아시/앗-’과 ‘-어시/엇-’은 선행하는 어간 의 모음이 양성이냐 음성이냐에 따라 선택되는 음운론적 이형태이다. 우창현 (2002)에서는 ‘-아시-’는 결과지속을 ‘-앗-’은 시제의 의미로 본다. 그러나 예문 (15ㄷ) ‘살앗주’를 ‘살아서(살-+-아시-+-어)’22)와 같이 교체해도 의미는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의미상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17)의 밑줄 친 부분은

‘허다’에 선어말어미 ‘-여시/엿-’이 연결되어 ‘허여서, 허엿주’를 만들고 다시 줄여 서 ‘헤서, 헷주’로 실현되었다. ‘-여시/엿-’은 선행하는 어간이 ‘허다’ 동사나 ‘-허 다’를 접사로 한 경우에 결합하므로 ‘-아시/앗-’의 형태론적 이형태이다. (18)의 밑줄 친 부분은 ‘오다’와 ‘명사-이다’에 ‘-라시/랏-’이 결합하여, ‘오라서, 나오랏 주, 집이라서, 간식이랏주’로 실현되었다. (18ㄱ)은 동사 ‘오-’에 ‘-라시-’가 결합하 였고, (18ㄴ)은 동사 ‘나오-’에 ‘-랏-’이 결합한 구성이다. (18ㄷ)은 ‘집+-이다’에

‘-라시-’가 결합하였고, (18ㄹ)은 ‘간식+-이다’에 ‘-랏-’이 결합하였다. 과거시제 선어말어미 ‘-라시/랏-’은 동사 ‘오다’나 ‘-오다’ 합성어, ‘명사+-이다’, ‘아니다’가 어간일 때 결합하는 ‘-아시/앗-’의 형태론적 이형태이다.

위의 논의를 정리하면, 제주 방언에서 과거시제 선어말어미는 선행 요소에 따 라 ‘-아시/어시/여시/라시/앗/엇/엿/랏-’가 관여한다. 이들은 선행 요소의 품사에 관계없이 모두 결합하였지만 음운론·형태론적 조건에 따라 이형태를 갖는다.

(2) 후행 요소와의 관계

다음으로 제주 방언에서 과거시제 선어말어미가 후행 요소와 결합하는 양상을 보겠다. 제주 방언은 종결형 어미에 따라 과거시제 선어말어미의 형태가 결정되 는데, 먼저, ‘-아시/어시/여시/라시-’와 어미와의 결합 양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 다.

22) ‘살아서’는 ‘우리 공출 때 그추룩 고생허멍 살아서.(우리 공출 때 그처럼 고생하면서 살았어.) [옹포리]’에서 볼 수 있다.

(19) ㄱ 그 홍수 터져난 후에 막아서.(그 홍수 터진 후에 막았어.) [선흘리]

(19)의 밑줄 친 부분은 평서형 반말체 어미 ‘-어’가 결합한 경우로, ‘막다, 엇다

(없다), 허다(하다), 오다, 상군이다’에 ‘-아시/어시/여시/라시-’가 결합하여 ‘막아 서, 엇어서, 헤서, 오라서, 상군이라서’로 실현되었다. (19ㄱ)은 동사 ‘막-’에 ‘-아 시-’가 결합하고, (19ㄴ)은 형용사 ‘엇-’에 ‘-어시-’가 결합한 다음 어미 ‘-어’가 결합하였다. (19ㄷ)은 동사 ‘오-’에 ‘-라시-’가 결합하였고, (19ㄹ)은 ‘상군+-이다’

에 ‘-라시-’가 결합한 다음 어미 ‘-어’가 결합하였다.23) (20)의 밑줄 친 부분은 평 서형 어미 ‘-ㄴ게’가 결합한 경우로, ‘놓다, 내다, 허다(하다), 들어오다, 집이다’에

‘-아시/어시/여시/라시-’가 결합하여 ‘놔신게, 내어신게, 헤신게, 들어오라신게, 집 이라신게’로 실현되었다. (20ㄱ)은 동사 ‘놓-’에 ‘-아시-’가 결합하고 (20ㄴ)은 동 사 ‘내-’에 ‘-어시-’가 결합하고 어미 ‘-ㄴ게’가 결합한 구성이다. (20ㄷ)은 ‘허-’에

‘-여시-’가 결합하였고 (20ㄹ)은 ‘들어오-’에 ‘-라시-’가 결합한 다음 어미 ‘-ㄴ게’

가 결합한 구성이다. (21)의 밑줄 친 부분은 평서형 어미 ‘-녜’가 결합한 경우로,

‘갈다, 먹다, 못허다(못하다), 오다’에 ‘-아시/어시/여시/라시-’가 결합하여 ‘갈아시 녜, 먹어시녜, 못헤시녜, 오라시녜’로 실현되었다. (21ㄱ)은 동사 ‘갈-’에 ‘-아시-’

가 결합하고 (21ㄴ)은 동사 ‘먹-’에 어미 ‘-어시-’가 결합한 다음 어미 ‘-녜’가 결 합한 구성이다. (21ㄷ)은 ‘못허-’에 여시-’가 결합하고 (21ㄹ)은 동사 ‘오-’에 ‘-라시-’가 결합한 다음 어미 ‘-녜’가 결합하였다. (22)의 밑줄 친 부분은 의문형 어 미 ‘-냐’가 결합한 경우로, ‘​​다(말하다), 잇다(있다), 안허다(않다), 오다’에 ‘-아 시/어시/여시/라시-’가 결합하여 ‘​​아시냐, 잇어시냐, 안헤시냐, 오라시냐’로 실현 되었다. (22ㄱ)은 타동사 ‘​​-’에 ‘-아시-’가 결합하였고 (22ㄴ)은 자동사 ‘잇-’에

‘-어시-’가 결합한 다음 어미 ‘-냐’가 연결되었다. (22ㄷ)은 ‘안허-’에 ‘-여시-’가 결합하고 (22ㄹ)은 동사 ‘오-’에 ‘-라시-’가 결합한 다음 어미 ‘-냐’가 결합하였다.

(23)의 밑줄 친 부분은 의문형 어미 ‘-ㄴ가’가 결합한 경우로, ‘가다, 들다, 허다 (하다), 원이다’에 ‘-아시/어시/여시/라시-’가 결합하여 ‘가신가, 들어신가, 헤신가, 원이라신가’로 실현되었다. (23ㄱ)은 자동사 ‘가-’에 어미 ‘-아시-’가 연결되고 (23 ㄴ)은 동사 ‘들-’에 ‘-어시-’가 결합한 다음 어미 ‘-ㄴ가’가 결합한 구성이다. (23 ㄷ)은 ‘허-’에 ‘-여시-’가 결합하고 (23ㄹ)은 ‘원+-이다’에 ‘-라시-’가 결합한 다음 어미 ‘-ㄴ가’가 결합한 구성이다. (24)의 밑줄 친 부분은 의문형 어미 ‘-카’가 결

23) ‘막아서, 엇어서, 헤서, 오라서’의 경우 ‘막앗어, 엇엇어, 헷어, 오랏어’와 같이 표기할 수 있으나, 본래 ‘-아시-’가 결합한 형태를 보이기 위하여 전자의 표기법을 택하였다.

합한 경우로, ‘앚다(앉다), 잇다(있다), 허다(하다)’가 결합하여 ‘앚아시카, 잇어시 카, 헤시카’로 실현되었다. (24ㄱ)은 자동사 ‘앚-’에 ‘-아시-’가 결합하고 (24ㄴ)은 자동사 ‘잇-’에 ‘-어시-’가 결합하였고 (24ㄷ)은 ‘허-’에 ‘-여시-’가 결합한 다음 어미 ‘-카’가 결합한 경우다.

한편, 국어와 다르게 제주 방언에서는 선어말어미 ‘-아시/어시-’가 다음과 같이 명령형이나 청유형 어미가 와도 결합한다.

한편, 국어와 다르게 제주 방언에서는 선어말어미 ‘-아시/어시-’가 다음과 같이 명령형이나 청유형 어미가 와도 결합한다.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