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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간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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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사례 간 분석

2. 사례 간 차이점

사례별로 범주화 한 의미단위를 살펴보면서 참여자들 간 독특하게 나타나 는 경험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a. 참여자1과 참여자2의 특성

참여자1과 참여자2는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취업모이다. 이 두 사례는 자 녀를 양육함에 있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한 편이었으며 아이 역시 정상발달의 아이들로 변화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참여자1과 참 여자2는 직장을 갖고 있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지만, 두 사례에서 ‘직 장’은 다른 의미로 나타났다.

참여자1의 경우에는 직장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되는 만큼, 퇴 근 후에 아이에게 그만큼 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미안함을 느꼈다. 또 직장 에 소속되어 있는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코로나19의 감염에 대해 더 조심하였고, 다수의 사람들과 접촉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불안 해하기도 했다.

반면, 참여자2의 이야기에서는 직장이 지니는 긍정적인 의미가 강조되었 다. 참여자2는 직장에서 만나는 동료들과 정서적인 교류를 하면서 새로운 에 너지를 얻었고,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이 아닌, 직장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기분전환을 할 수 있었다.

참여자2에게 직장이 좀 더 긍정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던 것은 참여자2의 경력단절과 관련이 있었다. 참여자2는 아이의 출산과 양육으로 인해 5-6년 동안의 경력단절을 경험했다. ‘집 안에만 갇혀’아이를 양육하는 그 시간은 너무나 답답했고, 응어리진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지금이 아니면 일을 하기 더 힘들어진다는 주변인들의 말이 참여자2 의 가슴에 꽂혔고, 잠깐이라도 괜찮으니 근무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하게 된 일이었다. 일과 가정을 양립해야 하는 상황 속, 몸

은 힘들었지만 오롯이 집 안에서 양육만을 전담하던 시기와 비교하여 심리적 으로 훨씬 안정될 수 있었다. 직장 동료들의 정서적 지지와 배우자 및 조모 의 양육 조력에 고마워하며, 참여자2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운이 좋았 죠.”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b. 참여자1과 참여자3의 특성

참여자1은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취업모이고, 참여자3은 전업으로 아동의 양육을 전담하는 전업모이다. 코로나19의 발발 초기에 두 참여자는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가정보육을 선택하였다는 공통점이 있었으나, 가정보 육의 기간 동안 경험한 소진의 정도는 다르게 나타났다. 참여자1은 가정보육 을 하면서 풍부한 지지자원을 통해 양육적인 도움을 받고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었으나, 참여자3이 경험하는 정서적 어려움은 상대적으로 더욱 심화되 었다.

참여자3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도 사회적 관계에 대한 간절한 욕구를 가 지고 있었으나, 타 지역에서 시작하게 된 결혼생활과 두 아이를 양육해야 하 는 상황 때문에 정서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대상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었 다. 이러한 상황은 코로나19의 발생 이후에 더욱 극대화되었고, 결과적으로 참여자3은 더욱 빠르게 소진되었던 것이다. 참여자3은 특히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를 양육하면서 겪었던 신체적인 소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참여자3의 심리적 어려움은 양육태도에도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쳤고, 우울과 무기력감 을 경험하면서는 방임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게 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많은 제약과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참여자1은 코 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조금씩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참여자3은 아이의 발달과 관련한 걱정,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음에 대한 어 려움 등 여전히 많은 것을 걱정하면서 힘들어하고 있었다.

c. 참여자1과 참여자4의 특성

참여자1은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취업모이고, 참여자4는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를 양육하는 전업모이다. 두 참여자의 경험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코로나19의 상황 속에서 주로 하였던 걱정에 대한 것이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참여자1은 주로 돌봄 공백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였다. 직장이라는 환경에서 주어지는 역할을 수행해 야하면서도 어머니로서 책임져야 하는 많은 것들이 존재하였고, 외부 환경에 노출되는 장면이 많은 만큼 감염에 대한 위험성 역시 더 높아졌기 때문에 더 많은 신경을 쓰며 조심하였다. 코로나19가 일상의 많은 부분을 잠식하고 그 영향력이 여전한 지금, 참여자1의 주된 걱정은 아이와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것이었다. 초기와 달리 조금씩 여행도 다니고 외출의 빈 도도 늘어나고 있으나,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여전 히 남아있는 답답함은 한결같은 걱정거리였고, 내 아이의 다섯 살이 마스크 에 가려진 채 지나가버렸다는 사실은 너무도 안타까웠다.

참여자4는 주로 아이의 발달과 관련한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갑작스러운 변화와 위험에 대해 나의 아이가 과연 잘 적응하 고 대처해나갈 수 있을까에 대해 걱정했다. 자가격리, 음압병실과 같은 상황 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았고 그러한 상황이 닥쳤을 때 나의 아이가 과연 ‘엄마 없이’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초기의 고민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아이의 발달과 관련한 다른 걱정이 시작 되었다. 참여자4는 유치원보다 발달센터에 의존하는 마음이 더 컸기에, 모든 센터의 휴원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발달적으로 적절한 자극을 주고 있지 못하다는 걱정이 참여자4를 무 겁게 짓눌렀고, 아이가 퇴행하고 더 나빠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였다.

d. 참여자2와 참여자3의 특성

직장동료, 가까운 곳에 있는 가족, 친구 등 지지자원이 많은 참여자2와 달 리, 참여자3은 어떠한 사회적 관계도 갖고 있지 못했다. 타지에서 결혼생활 을 시작하면서 고향에 있는 가족들, 친구들과 멀리 떨어지게 되었으며 결혼 과 동시에 경력이 단절된 현실은 실질적인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 회를 앗아갔다. 두 아이를 낳고 양육을 하는 지금까지도 참여자3은 사회적 관계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으나, 하루의 전부를 아이에게 헌신하는 일상으로

인해 참여자3의 욕구는 충족되기 어려웠다.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학 원을 알아보려고도 했으나, 코로나19라는 새로운 시대적 변화로 인해 그러한 기회마저 박탈당한 기분이었다. 정서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혹은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한 현실은 참여자3으로 인해 코로나19의 파 급력을 더욱 크게 실감하게 만들었다.

e. 참여자2와 참여자4의 특성

참여자2가 코로나19라는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고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도왔던 것은 여러 지지자원이었다. 그 중에서도 참여자2가 자주 언급 했던 것은 경력단절 후에 새로 구하게 된 직장에서 만난 동료들이었다. 집이 라는 제한된 공간이 아닌 직장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참여자2는 정체성을 찾고 에너지를 얻었으며, 직장 동료들과 고민을 나누면서 서로 정서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했다. 동시에 참여자2는 가까이에 있는 가족들과 더 자주 만나 면서 코로나19로 생긴 많은 제약 속에서도 새로운 재미를 찾아낼 수 있었고, 가족들과 더욱 강하게 밀착될 수 있었다.

참여자4는 엄마이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아이만을 보고 극복할 수밖에 없었 다고 말했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는 여전히 많은 부분이 부족하게 보였고, 참여자4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 신경 쓰고 보살펴야 했다. 참여자4의 머릿속 은 언제나 아이로 가득했고, 참여자4의 일상은 아이에게 모든 것이 맞추어져 있었다. 참여자4는 아이가 다니는 여러 센터의 일정을 홀로 관리하면서 아이 의 등원과 하원을 책임졌고, 취미활동을 하거나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 없 이 아이의 돌봄에 모든 것을 쏟고 있었다.

f. 참여자3과 참여자4의 특성

(1) 친지들과의 물리적 거리감

참여자3과 참여자4의 원가족 또는 친지들은 다른 지역에서 거주 중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역 간의 이동이 제한되고, 한 번에 모일 수 있 는 인원수가 한정되면서 물리적으로 먼 거리에 있는 가족들과의 교류가 거의

끊기다시피 되었다. 특히 다 함께 모여 맛있는 것을 나누어 먹고 근황을 공 유하던 소중한 명절이 사라져버린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었다. 참여자4는 명 절이라는 특별한 날에도 여느 휴일과 다름없이 집 안에서 같은 활동을 반복 하였던 장면을 떠올리며, 아이에게 명절이라는 날을 경험시키지 못하고 설명 하지 못함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2) 발달장애가 있는 나의 아이

참여자3과 참여자4는 전업주부이며,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를 양육하고 있 다. 참여자3의 둘째 아이는 만4세의 여아로, 언어지연이 있어 올해 6월부터 언어치료와 놀이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며, 점차 말이 트이고 있다. 참여자 4의 아이는 만6세의 남아로, 발달지연과 언어지연이 있으며 지적장애 진단을 받았다. 참여자4는 일찍이 아이가 진단을 받았을 때부터 현재까지 놀이치료,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미술치료 등 아이에게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여러 센터를 전전하고 있다.

참여자3과 참여자4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상담센터를 이용하는 것과 관련한 걱정과 아쉬움에 대해 이야기 했다.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 용해야 했기 때문에 아이는 치료사의 얼굴표정과 입모양을 볼 수 없었고, 아 이에게 줄 수 있는 언어적인 자극은 제한되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라는 보육기관 이외에도 센터라는 환경에서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상 황은 감염에 대한 불안을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닌 자신은 해내 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과, 아이의 발달에 필요한 충분한 자극을 주기 힘든 상황은 코로나19로 인한 걱정을 뒤로 하게 만들었다.

특히 참여자4는 센터를 가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더 크게 반응했다. 여러 센터를 다닌 기간이 오래 되었기도 하고, 하루에도 두세 군데의 센터를 다니 는 만큼 센터에 많이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여자4의 눈에 비친 아이 의 모습은 여전히 부족했다. 더 많은 자극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참여자4를 더 조급하게 만들었고, 마음만큼 빨리 변하지 않는 아이의 모습에 많이 좌절 하기도 했다. 아이의 문제행동이 더 자주 보일 때마다, 아이가 하는 배변실 수가 잦아질 때마다 참여자4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소진되었으며,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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