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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반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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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반수 신화는 동서양 신화를 막론하고 흔히 등장하는 신화적 소재이다. 그러 나 그리스․로마 신화와 같은 서양 신화에서는 반인반수를 몬스터(monster)로 지 칭한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 신화에서는 주로 요괴(妖怪)로 불린다.28) 그러 나 동일한 동아시아 국가라 할지라도 반인반수는 서로 다른 관점에서 이해된다. 예 를 들어 일본의 경우, 민속학자 야나기타 쿠니오(柳田国男)에 의하면 괴물이란 신 의 위상을 잃어버린 형태로 규정한다. 즉 요괴란 인간이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으 며, 통제되지 않는 힘을 가진 모든 실체로 규정된다.29) 따라서 동양적 신화 사고에 의하면 요괴란 원래 신적 존재이지만 신의 위치를 잃어버린 형상으로 묘사된 것으 로 볼 수 있다. 또한 초기 이들의 모습은 매우 공포스러운 존재로 그려진 것이 사 실이지만, 최근에 이르러 요괴 이미지는 애니메이션 소재로서 자주 등장하고 있으 며, 이에 따라 반인반수 이미지는 매우 다정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30)

28) 손서평(2016), 앞의 논문.

29) 김경혜(2018), ‘도깨비 설화의 신화적 성격 연구’, 창원대학교대학원 박사학위논문.

30) 손서평(2016), 앞의 논문.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반인반수는 귀신(鬼神), 귀 것, 요괴, 요수(妖獸), 도깨비 등 반인반수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이에 대한 학문적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산해경에 소개된 반인반수는 다음과 같은 존재로 파악된다.

첫째, 요괴는 요(妖)의 속성과 괴(怪)의 속성을 함께 지닌 존재로 이해된다. 요라 는 속성은 신, 귀신, 괴, 도깨비 등의 신적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괴(怪) 는 ‘정상이 아닌 것’이라는 의미로서 이들의 유한적 한계를 상징한다. 따라서 요괴 란 신, 귀, 도깨비와 같이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 곧 반인 성격을 지닌 존재이며, 정상적 범주를 벗어난 유한적 한계를 동시에 지닌 존재이다. 따라서 산해경에 등 장하는 반인반수는 각기 다른 존재의 개별적 특성이 아니라 인간의 양면성을 의미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반인반수와 요괴는 신화를 통해 나타난 모든 종류 의 환상 동물을 포함한 개념이지만, 반인반수는 외적 이미지에서 동물과 인간이 결 합 된 특정 형태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반인반수는 고대인들의 가치관이 함축된 것으로 이해된다. 산해경을 살펴 보면 수많은 환상 동물과 반인반수가 소개된다. 그러나 반인반수는 특별한 공간에 홀로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그려진다.

예를 들어 산해경에 의하면 소요산에 거주하는 성성(猩猩), 유양산에 거주하는 녹촉(鹿蜀)과 선구(旋龜) 단원산에 거주하는 유(類), 기산에 거주하는 박이(䍸詑), 청구산에 사는 구미호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반인반수의 외모는 인간과 일부 닮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 모습은 기괴하기 짝이 없다. 말 같은 생김새에 귀가 희고 호랑이 무늬에 붉은 꼬리를 가진 녹촉, 양의 형상을 지니고 있으나 아홉 개의 꼬리와 네 개의 귀를 갖고, 등 뒤에 눈이 붙은 ‘박이’는 기괴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반인반수의 기괴한 외모는 인간에 의해 창조된 이미지로서 당시 인간의 자 연관을 반영한 결과다. 특히 반인반수와 인간의 식용 관계는 당시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보여준다. 신화에 의하면 인간과 반인반수는 서로 잡아먹고, 잡 아먹히는 식용 관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관계는 당시 고대인들의 생태적 관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 다. 즉, 반인반수는 인간과 동떨어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 가는 존재로 인식한 것이다. 따라서 반인반수와 인간은 약육강식의 생태계 원리에 구속된 존재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다음은 <해외동경> 편에 소개된 반인반수 천오 에 대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군자국은 북쪽에 있는데, 군자국 사람들은 옷과 갓을 차려입고 칼을 차고 있으며, 짐승을 잡아먹는다, 두 마리 큰 범을 곁에 두고 부리며, 그곳 사람들은 양보하는 것 을 좋아하고 다투지 않는다. 그곳에는 훈화초가 있는데, 꽃이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진 다. 한 편으로 일러 말하기를 북쪽 조양곡에 사는 신을 천오라 부른다. 그는 수신이 다. 또한 그 생김새를 살펴보면 여덟 개의 머리는 사람 얼굴이며, 여덟 개의 다리, 여 덟 개의 호랑이 꼬리를 가지고 있다. 등은 누런 황색이고 이름을 천오라고 부른다.

또한 청구국 북쪽에는 네 개의 발과 아홉 개 꼬리를 가진 여우가 산다고 전해진다.

<산해경, 해외동경>31)

산해경에 의하면 천오는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다른 부분은 동물의 형상 을 하고 있다. 8개의 머리와 8개 꼬리를 가진 천오는 상상해 보면 기괴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산해경에 의하면 천오는 기괴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당시 인간으로부터 신(神)으로 대접받는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고대인들은 천 오와 같이 외모는 비록 인간과 다르다 할지라도 반인반수는 적대적 관계로 인식되 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고대인들은 반인반수와 같은 외모를 지녔 다 할지라도 모든 만물이 자연의 일부라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범신론적 인식은 타자와의 외모적 차이를 인정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려는 태 도에 의해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31) 정재서(2015),『산해경』, 김영사, pp. 252-254.

셋째, 산해경 신화는 남성 중심 사회의 성격은 물론 모계(母系) 사회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 신화는 남성 중심 사회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남성 중심 신화는 모계 사회 이후의 상황을 중심으로 기록된 것으로 서 가부장제의 확립과 더불어 강력한 국가의 성립과 관련된다. 이에 따라 남성 중 심 신화의 주된 내용은 전쟁과 패권 다툼, 힘겨루기, 영웅담 등 대부분 무력에 의한 강력한 힘의 과시, 지배를 통한 계층 구조와 같은 사회적 인식에 기반한 것이다.32) 그러나 산해경 신화는 여성 중심 신화가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예를 들 어 인간을 창조한 것으로 알려진 여와(女媧) 신화, 곤륜산에 사는 서왕모 신화 등 은 여성 중심적 신화다. 산해경 신화가 이처럼 여성 중심적이며, 모계 사회 특성 을 비교적 온전히 보존하는 이유는 전승 주체가 무녀(巫女)였기 때문으로 추측된 다. 즉 전국시대의 무녀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서 산해경을 수정 없이 전승 보존하였으며, 이를 통해 모계 사회적 특성을 반영 한 신화를 온전히 전승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넷째, 산해경 반인반수는 현대 콘텐츠로 활용됨에 따라 매체적 특성에 따라 다 양한 형태로 변형된다. 산해경 반인 반수는 오래전부터 판타지 문학의 소재로 사 용되어왔다. 특히 문학 소재로 사용된 반인반수는 당시 도가 사상의 확산과 함께 음양오행 그리고 불교의 인과응보 사상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반인반수 신화는 문학 콘텐츠를 통해 선과 악의 전령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도 교적 이상향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33).

손서평(2016)은 중국의 기서로 알려진 서유기 역시 반인반수 캐릭터를 활용한 판타지 문학이라고 본다. 특히 이 시기에 이르러 반인반수는 인간 행위에 대한 심 판자의 권한이 주어짐에 따라 인과응보 관점에서 신적 능력을 대신하고 선과 악을 심판하는 존재로서 표현된 특성을 갖는다. 또한 반인반수는 현대에 이르러 <로드스 도 전기> <천국> <드래곤 퀘스트> 등 RPG 게임 또는 MMORPG(Masive Multi 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즉 게임 캐릭터로서

32) 정재서(2015). 앞의 책, pp. 132-137.

33) 손서평(2016), 앞의 논문.

반인반수는 신화적 환상성에 주목한 것이며, 이들의 신화적 특성을 반영한 결과다.

우리나라의 경우 반인반수는 다양한 장르를 통해 매력적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예컨대 애니메이션으로 창작된 <은비와 깨비>는 도깨비라는 반인반수를 통해 선과 악의 전령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은비와 깨비>의 경우 이러한 신적 능력은 인간 행위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간접적 개입을 통해 신적 능력이 부여된다. 이러한 특성 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 특성을 반영한 것이지만, 영화 <신과 함께>를 통해 소개된 반인반수는 사후 세계를 대상으로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부수적 존재 로 활용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반인반수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띤다.

첫째, 고대인들은 반인반수를 통해 자연 질서를 이해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고 대인들은 반인반수와 같은 신기한 동물들이 자연 속에 존재할 것으로 상상한다. 또 한 이러한 상상은 인간이 직접 경험할 수 없는 높은 산이나 깊은 바다와 같은 공간 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둘째, 현대에 이르러 반인반수의 활용은 과거 문학적 소재로만 활용된 한계를 벗 어나 다양한 장르를 통해 구체화 된다. 현재 문화산업에 활용된 반인반수는 애니메 이션, 게임,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구현된다. 특히 반인반수의 매체적 활용은 AI 기술, 가상 현실 기술 등을 적용해 더욱 실감 나고 생동감 있게 표현되 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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