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과 질료라고 하는 대립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제3비판서 전체 를 지배하고 있다. 하이데거의 예술작품의 근원에 따르면, 이 대립개념은 난폭 하게 사물에 가해지는 세 가지 규정들[기체와 속성(hypokeimenon/symbebekos), 감각될 수 있는 것과 사유될 수 있는 것(aistheton/noeton), 형상과 질료 (eidos-morphē/hylē)] 중의 하나라고 한다. 이 대립개념이 어떠한 예술이론을 위 한 ‘개념적 도식(Begriffsschema)’을 확보해 준다. 충분히 그것은 합리적인 것과 형식적인 것을, 비합리적인 것과 질료를, 비합리적인 것과 비논리적인 것을, 합리 적인 것과 논리적인 것을 결합하고, 그 전체를 주체와 객체라는 대립개념 쌍에 연결하는데, 이는 그 어떠한 것도 저항할 수 없는 ‘개념장치(Begriffsmechanik)’를 마음대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형식을 부여받은 질료로서 사물 을 규정하는 것은 어느 영역에서 유래하는 것인가? 미학에 의해 그 규정이 대 대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볼 때, 우리는 그것이 예술의 영역으로부터 이송되어 30) Jacques Derrida, 앞의 책, p. 86.
온 것이라고 여길 수 있다. 어쨌든, 하이데거에 따르면, 기독교적 창조론이, 그러 한 규정과 아울러 ‘특별한 격려[선동](incitation particulière)’를, ─ 즉 형식-질료 라고 하는 복합체를 모든 실체[존재]의 구조로서 간주하기, 곧 피조물(ens creatum)을 형상(forma)과 질료(materia)의 통일체로서 간주하기에 대한 보완적 동기부여를 ─ 제공해 왔다고 한다. 기독교 철학의 그 도식들은 여전히 효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사물을 질료와 형식이라는 견지에서 해석하는 것은, 그것 이 중세적으로 남아 있든지, 칸트적 의미에서 선험적으로 되든지, 흔하고도[공통 적이고도] 자명한 것이 되었다. 그러나 이는 사물의 사물성에 대한 여타 해석들 못지않게, 사물의 사물-존재 위에 기습적으로(Überfall) 가하는 과도하게 중첩된 해석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이미, 엄밀한 의미의 사물들(eigentlichen Dinge, 본 래의[고유한] 사물들)을 순수하고 순전한 사물들(bloss Dinge, 본연의[벌거벗은]
사물들)이라고 명명한다는 사실에 그 자체로 드러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본연 의,벌거벗은(bloss)’이라고 하는 말은 유용성(Dienlichkeit)의 특성 및 제작됨[만 들어짐]의 특성에 관한 박탈[벗어버림](Entblössung)을 의미한다. 본연의 사물은 일종의 산물(Zeug)이지만 그것은 산물로서인 자기 존재를 벗어던진(entkleidete) 산물이다. 그때 사물-존재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was noch übrigbleibt)에 있 다. 그러나 이러한 남아 있는 것(Rest)은 그것 자체로는 엄밀히[고유하게, 알맞 게](eigens) 규정되지는 않는다.”31)
이는 디자이너의 딜레마가 발생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다음과 같은 점들일 것이다. 모든 디자이너들 은 작품(ergon)을 완성하기 전에 주제와 관련된 수많은 스케치들, 곧 수많은 파레 르가(parerga)를 그리곤 한다는 점, 그러고 난 다음 본 작품이 완성되면 그저 스 케치에 불과했던 작품의 주변적 텍스트들은 흔히 잊히고 만다는 점, 하지만 바로 이 수많은 파레르곤, 파레르가를 통해 에르곤이 탄생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칸트의 순전한 이성의 한계들 안의 종교와 판단력비판
31) Jacques Derrida, 같은 책, p. 77-78.
에 나타난 파레르곤 개념과 예시들을 통해서, 그리고 그 개념을 회화 안의 진리
에서 제3비판서의 해석의 틀로 사용한 데리다의 글들을 통해서, 디자인의 여러 특 성들을 규명해 보았다. 연구자가 다섯 가지로 명제화한 특징들은 각각의 디자인 산물 및 영역에서 따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이고도 다층적으로 존 재한다. 즉, 우리가 파레르곤으로서 디자인과 관련하여 다룬 다섯 가지 명제 및 그 핵심어들 ─ 일반적 주해, 부대 작업, 에르곤, 확장, 허식 ─ 은 디자인의 각각 의 모습이면서 또 그들 성격 모두를 함께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첫 번째부터 네 번째까지의 디자인에 관한 긍정적인 성격 외에 특히, 다섯 번째 성격인 디자인이 허식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은, 현대의 디자이너에게든 디자 인 산물의 사용자에게든 디자인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칸트 미학에서 예술 및 부가적 장식과 관련해 파레르곤을 그야말로 부가적 으로(!) ─ 그렇지만 결코 단순한 부가가 아님을 ─ 강조하면서 함께 언급한 여러 예시들은 오늘날 우리로 하여금 현대 디자인을 파레르곤의 성격을 지닌 디자인으 로서 고찰하게 하며 그와 관련하여 묵직한 생각하기를 제공하고 있다.
32)
* 논문투고일: 2015년 8월 15일 / 심사기간: 2015년 8월 16일-9월 19일 / 최종게재확정일: 2015 년 9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