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으며 - 3. 베트남 결혼이주여성과 본국가족초청의 특성

이 연구는 한국 다문화가족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이 본국가족을 한국으로 초청하여 생활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에 주목하였다. 한 국의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은 결혼이주여성의 초기적응 중심의 정책에서 정착 주기가 장기화 되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가족을 위한 제도 마련과 다문화수용성 개선을 이끌 수 있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제3차 다 문화가족지원정책 기본계획 ’18-’22). 결혼이주여성의 다양한 사회참여 기회 확 대를 위한 정책이 5대 정책 과제 중 하나로 수립되었다는 측면을 통해서 어떤 방 식으로든 결혼이주여성의 한국 사회의 행위자로서의 ‘참여’가 중요함을 알 수 있 다.

그런데 이러한 결혼이주여성의 사회 참여는 쉽지 않다.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 사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언어의 한계, 자녀 돌봄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정 도로 가족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로 활용되는 것이 방문동거(F-1-5) 비자를 통한 본국가족초청제도이 다. 결혼이주여성이 결혼을 하고 출산과 양육을 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 제도는 폭넓게 활용된다.

본 연구는 본국가족초청제도와 결혼이주여성과 그 가족들의 경험과 그로 인한 역동을 살펴보기 위하여 2018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를 분석하였고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14명과 본국에서 초청된 가족 3명을 인터뷰하여 그들의 경험을 다 차원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2018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의 평균연령은 30.9세로 비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의 47.5세에 비해 크게 낮으나 배우 자의 나이는 두 집단간에 차이가 없었다. 또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은 자녀가 있

는 비율이 86%로 비베트남 출신여성의 73%로 보다 높았다. 이러한 결과로 미 루어 본국가족초청제도를 통해 입국이 가능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의 본국가족 은 비베트남 결혼이주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연령대일 경우가 많아 실질 적인 도움을 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한 결혼이주여성의 나이로 미루어 이들의 자녀도 돌봄이 필요한 연령일 가능성이 높다. 또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은 자신이 나 가족의 사회관계망을 통한 결혼경로보다는 결혼중개업을 통해 배우자를 만 난 경우가 절반이상으로 스스로 혹은 친구나 가족의 소개로 만난 경우가 58% 이 상인 비베트남 결혼이주여성에 비해 한국에서 사회관계가 협소함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자본의 결핍은 자녀양육과 한국생활의 어려움에 대한 응답 에서도 어느 정도 드러났다. 언어문제와 자녀양육 및 교육에서의 어려움, 외로움 을 한국생활의 어려움으로 응답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둘째, 2018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서 처음 등장한 질문인 가족초청경험 의 경우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다른 국적의 결혼이주여성보다 가족을 초 청한 경험이 두 배 이상이었으며, 앞으로의 초청 의향 역시 다른 국적의 결혼이 주여성은 46%이고,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은 71%로 더 높게 나왔다. 즉,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의 본국가족초청은 다른 국가에 비해 두드러진 현상으로 보여 진 다. 또한 과거에 가족을 초청했던 경험이 있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의 84%가 앞 으로도 본국가족을 초청을 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하여 과거에 가족을 초청했던 경험이 긍정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결혼이주여성과 본국초청가족 사이에서 나타나는 관계 양상과 경험을 반구조화된 질문지에 기초한 사례연구 결과, 베트남 결혼이주여성과 본국초청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환경은 돌봄을 지원하는 것 이외에도 사회문화적 그리고 경제적 차원에서 결혼이주여성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본국가족초청은 결혼이주여성과 본국가족 간의 상호 존재감을 확인하는 통로로 활용되기도 한다. 낯선 곳과 사람 사이에서 받게 될 문화적 스트레스와 기대했던 경제적 수준이 아닌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감은 결혼이주여성의 한국 정착에서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본국가족이 초청되어 함 께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결혼이주여성의 삶의 질 개선과 우울을 해소하는 데 역

할을 한다. 또한, 본국가족의 초청은 결혼이주여성의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데, 비단 이것은 결혼이주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본국의 가족 역시 결혼이주여성이 낯선 곳에서 어떻게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확 인하고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는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넷째, 본국가족은 결혼이주여성의 한국 사회 정착에 있어 정서적인 지원과 돌 봄노동에 도구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결혼이주여성이 배우자와의 친밀함을 발 전시키고 한국 내의 다양한 사회관계망을 형성하고 확대할 수 있는 여유를 갖도 록 한다. 본국가족의 실질적 도움을 통해 결혼이주여성이 개인적인 시간을 확보 할 수 있는 것은 결혼이주여성이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사회적 관계망을 더욱 빠 르게 구축 및 확대 수 있도록 돕고, 궁극적으로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안정적 인 사회생활을 하는데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본국가족은 결혼이주 여성의 한국사회 정착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다. 초기에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 를 보조하는 차원뿐만 아니라 언어가 통하고 한결 여유가 생기면서 사회적 관계 와 배우자와의 관계까지 돌볼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결혼이주여성과 친정가족의 생활양식과 관계 양상의 변화가 분 명한 지역적 차이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농촌지역 인근에 살거나 농업 을 할 경우 도시지역보다 비교적 본국가족의 경제활동이 쉽게 이루어지고 있었 지만 ‘허가되지 않은 노동 참여’의 이미지로 인해 적극적으로 일을 구하긴 어려웠 다. 번화한 도심 내 식당, 인근 공장 등에서 일을 하는 것은 모든 가족들이 꺼려하 는 부분이기 때문에 농촌보다 도시에서의 활동과 생활의 제약이 있다고 볼 수 있 다. 그러나 지역적 차이완 관련 없이 어떠한 형태로든 결혼이주여성과 본국가족 은 함께 살아가면서 생활양식을 공유하고 비정기적인 농업노동에 참여하는 양 상을 보이고 있었다.

베트남에서는 딸을 교육하고 사회화하는 과정에서 부모에게 빚을 지고 있으 며, 은혜를 갚기 위해 물질적·감정적 지원의 의무를 가지고 수행할 것을 가르친 다고 한다(Curran and Saguy 2001). 결혼이주여성 대다수가 이러한 마음을 가 지고 있었고, 본국으로 경제적 지원을 하거나 본국에서 가족을 초청하고자 한다

(조현미 and Hoang Thi Viet Ha 2017).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 결혼이주여성 과 본국가족간의 가족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화되고 그것은 결혼이주여성에게 정 서적 안정감을 준다. 그 결과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해내야만 하는 돌봄을 지원 하는 역할을 해 사회 참여를 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뿐만 아니라 정서적 지지 를 바탕으로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즉, 결혼이주 여성의 사회적 역할 확대와 경제활동 참여를 용이하게 하고 심리적 안정에 기여 하여 한국 사회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정착할 수 있는 역량강화에 기여한다.

최근 다양한 자료에서 결혼이주여성의 돌봄 역할은 상반된 해석의 대상이 되 기도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여파로 한국 사회에서 크게 부족한 돌봄노동에 동 원되고, 결혼이주여성의 본국가족 역시 한국으로 이주해 연쇄적으로 돌봄노동 에 임하게 되면서 자본의 세계화로 인한 피해자로 읽히거나⁷, 법에서 허락된 방 문동거제도를 통해 입국한 본국의 가족들이 불법적으로 노동을 해 일자리를 뺏 는 존재로 이미지화되기도 한다. 또 한국에 살면서 정당하지 않게 의료보험제도 를 도용하는 등 무전취식자로 여기는 시선도 동시에 존재한다. 이 연구가 이러한 분석을 부정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좀 더 객관적이고 실제적인 접근을 제안하 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즉 이러한 관계를 초국가적 네트워크가 강화되고 글 로벌 가구로서의 기능으로 확대된다고도 분석할 수 있지만 서로를 위한 돌봄이 순환하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족으로서 가족을 위한 호혜의 관계를 완성하는 계기이자 가족 정체성을 실현하는 과정의 일환으로도 바라볼 수 있음을 제안한다.

더욱이 두 국가의 문화와 행위자들이 동시에 역할하면서 서로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알게 되면서 다문화적 환경에 익숙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다문화가족 장 기정착 지원을 위해서도 안정된 가족생활 지원과 결혼이주여성 인권보호 강화

문서에서 3. 베트남 결혼이주여성과 본국가족초청의 특성 (페이지 3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