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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기 아베 정부는 ‘전후 레짐의 탈각’이란 슬로건하에 역사 및 영토문제에 관련해서는 수정주의적 내셔널리즘 정책을,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보통국가론적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2013년 7월의 참원 선거 승리를 통해 중참원 양원에서 자민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회복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왜곡된 내셔널리즘 정책과, 이에 결부된 보통국가론 성향의 외교안보정 책은 한일관계 및 중일관계 악화, 나아가 동아시아 안보질서의 불안정성을 초래 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일본의 왜곡된 내셔널리즘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초래되는 동 아시아 지역의 구조적 변화에도 대응해야 하는 외교안보적 과제를 안게 되었다.

우선 일본의 왜곡된 내셔널리즘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종전의 우리 정부는 한일관계에서 역사문제 등 내셔널리즘 이슈와 외교안보사안에 대 해 분리대응한다는 기조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아베 정부가 정부 차원의 보고서 에서 독도 영유권에 대한 한국의 실효적 지배를 부인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고, 종군위안부 문제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도 수정하려는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더 이상 분리대응이 아니라 이를 외교정책의 이슈로서 정면 제기하는 대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박근혜정부는 수차례에 걸친 대통령의 연설 및 외교부 담화를 통해 일본 정부에 역사인식의 시정을 촉구하거나, 그 연장선상 에서 양국 간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는 등의 초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이 일본 정부의 왜곡된 내셔널리즘을 변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일본 내의 대한 여론을 악화시켜, 한국 및 한국인

에 대한 호감도가 저하되고 있고, 이 결과 양국 간 외교는 물론, 사회문화 및 경제교류가 차질을 빚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내의 대한 호감도 저하는

‘혐한시위’ 등으로 이어지면서, 일본 내 한국 교민의 생업이나 안전에도 불이익 을 줄 가능성도 있다. 강경한 대일 정책 기조가 오히려 한국의 국가이익 손실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아베 정부의 왜곡된 내셔널리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일 양자 간 관계에서 정상회담 등 대화 채널의 재개를 통해 한국 정부의 명확한 의사를 전달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사회 레벨에서는 구미 각국과 연계된 형태로 아베 정부의 왜곡된 내셔널리즘을 압박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구미 각국은, 일본이 도발한 전쟁에 의해 피해를 받은 당사국들이기도 하다. 이 들 국가들의 시민단체 및 사회문화 단체들과 연계하여 일본의 전쟁책임 문제나 종군위안부 피해 등에 대한 국제적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아베 정부의 왜곡된 내셔널리즘을 억제할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방식이 될 것이다.

한일 양자관계에 국한하여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것은 한계가 있다. 현재 동아 시아 정세는 내셔널리즘 이슈에 촉발된 중일관계가 악화일로에 있고, 이러한 역 내 긴장이 한반도의 정세 불안으로 연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적 인식을 갖고, 우리로서는 중국과 일본 등 역내 주요 국가들의 상호 대립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인 지역외교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정부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표방하고 있으나, 보다 실질적으로 중국과 일본을 같은 협상의 테이블에 앉힐 수 없다면, 이 구상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점에서 매년 개최되어온 한중일 3국 정상회담과 같은 다자간 회의를 우리가 적극 주도 하여, 재가동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ARF나 APEC 등과 같은 아태지역 다자간 회의를 통해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이 상호 협력을 할 수 있는 정책 어젠다들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도 우리의 국가이익에 도움이 되고, 역내 질 서의 안정에도 기여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이러한 채널을 통해 역내 주요 국가 들 간 대립과 불화를 해소할 수 없다면, 그 부담과 피해는 역내 상대적 약소국의 위상에 있는 우리에게 전가될 것이다. 우리가 한일관계의 렌즈에만 사로잡혀 동

아시아 안보질서의 구조적 변화에 순발력있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악화일로에 있는 동아시아 안보질서가 우리 국가이익 구현을 저해하는 질곡이 될 수도 있다.

논문 접수 : 2014년 3월 3일 논문 수정 : 2014년 4월 1일 게재 확정 : 2014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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