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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니소스적 긍정과 현대사회

5. 영원회귀와 디오니소스적 긍정

5.2 디오니소스적 긍정과 현대사회

현대사회에 이르러 니체가 주장했던 니힐리즘의 징후들은 현대인의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니체는 자기 삶의 고통을 극복하기 보다는 외면하고 자신을 보존하려는 인간의 나약함을 강력하게 비판하는데, 인간의 이러한 자기 보존적인 모습은 현대인들의 삶 곳곳에 퍼져있다. 현대사회는 자본주의 경제체제 를 중심으로 나날이 발전해가고 있고, 또한 현대과학 기술의 놀라운 발전으로 현 대사회를 디지털문명이라는 새로운 문명으로의 이행을 가능하게 하였다. 특히, 자본주의 체제와 현대과학 기술의 만남은 현대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가속도를 내게 하였다. 이러한 시대상황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사회의 체제와 발전 속도에 적응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며 살고 있다. 물론 자유와 평등이념의 확대와 생활의 편리의 제공은 자유로운 경쟁을 추구하는 자 본주의 체제에 의해서 이전 사회보다 더 나아졌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가 수많은 사회적인 문제를 발생시켰다는 사실 또 한 부정할 수 없다. 그러한 예로 빈부격차에 의한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었으 며,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인간들 사이의 신뢰가 깨지면서 인간관계가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음을 들 수 있다. 여기에서 인간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도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지 않으면 안 됐다. 이러한 삶 속에서 인간은 자기의

아니다. 이러한 새로운 사회의 기계적인 메커니즘 내에서 비인격성의 증대를 통해 노예 상태의 치욕이 하나의 미덕으로 변형될 수 있다는 말을 곧이듣는 것은 어리석다! 아! 인 격이 아니라 나사가 되는 대가로 하나의 값을 갖게 되다니! 그대들은 무엇보다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생산하고 가능한 한 부유해 지려는 국민이 현재 범하고 있는 어리석음의 공모자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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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자본주의 체제가 인간을 하나의 인격이 아니라 기계적인 소품으로 도 구화 하는 것을 비판한다. 즉, 자본주의 체제가 인간을 도구적인 가치로만 이해 하면서 인간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것을 비판하다. 그는 이러한 인간의 가치하락 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인간이 자신을 억압하고 있는 모든 제도와 조직, 특 히 사회와 국가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스스로가 주체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 한다. 이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부터 유럽의 노동자들은 하나의 계급으로서 자신들의 상태를 인간이 참을 수 없는 것으로 천명해야 하며, 보통 주장되는 것처럼 단지 가혹하고 불합리하게 조직된 것이라 천명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유럽이라는 꿀벌집 속에서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거대 한 집단적 탈출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러한 대규모적이고 자유로운 이민에 의해 기계, 자본 그리고 지금 그들을 위협하고 있는 선택, 즉 국가의 노예가 되든지 아니면 국가를 전복하려는 정당의 노예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선택에 저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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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인간이 사회 안에서 어떠한 불합리한 상태에 있는지 스스로 깨달아야 하며, 이를 통해서 자신의 삶의 주체성을 회복하고 사회의 불합리한 요구에 적극 적으로 저항할 힘을 길러야 함을 강조한다.83) 그에게 있어서 인간은 사회가 요 구하는 것에 끌려 다니는, 즉 복종하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명령을 내려야 하

81) 니체전집(KGW Ⅵ)-아침놀 , 206번, 228쪽.

82) 니체전집(KGW Ⅵ)-아침놀 , 206번, 229쪽.

83) 자본주의 사회는 인간의 문화까지도 자본주의 논리로 합리화 시켜서 인간들의 내면적인 심리를 조종한 다. 그것은 인간들의 관심과 생각을 어떤 동일한 상품을 추구하는 상태로 변모시키고 그것을 대중의 문 화로서 자리 잡게 만들어 인간 스스로 비판적이고 주체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게 조종하는 것이다. 따라 서 니체는 이러한 문화를 비판하는 의미에서 대중문화를 거부하고 대중이 추구하는 삶이 아니라 인간이 주체적인 삶을 추구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이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강용수, 「니체의 대중문화 비판」, 철학연구 , 제61집, 118쪽 참고.

는 존재이다. 달리 말해서 사회 안에서 인간은 자신에게 불합리하게 요구되는 체 계들을 거부하고 끊임없이 자신이 원하고 하고자 하는 바를 추구하려는 시도를 해야 하는 것이다.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자는 누구이며 복종을 할 수밖에 없는 자는 누구인지 그 대답이 여기에서 시도되리라! 아, 얼마나 오랜 탐색과 모색, 실패와 학습, 그리고 새로운 시도 끝에 이루어지는 것인가!

인간사회, 그것은 일종의 시도, 일종의 긴 탐색이다. 나 그렇게 가르치는 바이다. 그러 나 인간 사회가 찾고 있는 것은 명령을 내리는 자렷다!

오, 형제들이여, 일조의 시도! 결코 “계약”이 아니다! 부숴버려라. 심약한 사람과 변변 치 못한 자들이 지껄여대는 그런 말을 부숴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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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니체의 주장처럼 인간이 자신의 의지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 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자신을 얽매고 있는 기존의 척도 들, 즉 수많은 관습과 윤리체계 그리고 기존의 가치들에 저항하면서 자신의 의지 대로 살아가는 것은 정말로 고독하고 험난한 길이기 때문이다.85) 또한 인간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두려워하는 근원적인 불안감을 지니 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명확한 자신의 운명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인간은 보다 더 안정적이고 편안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설령, 자신의 문제를 알고 있 다 할지라도 자신의 운명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이를 외면하려고 한다. 따라서 인간이 자신의 운명에 대한 불안감을 극복하고 또한 사회의 불합리한 요구에 저 항하며 자신의 삶의 주체성을 확립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니체는 자신이 살고 있는 삶 속에서 자기 내면의 불안감을 극복하고 자기 삶의 주체성 을 확립할 것을 적극적으로 주장한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인간의 문제가 자신이

84) 니체전집(KGW Ⅵ-1)-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제3부, 353~354쪽.

85) 호르크하이머도 자신의 저서 도구적 이성 비판 에서 사회에서 인간이 자신을 지배하는 척도들로부터 벗 어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는 이 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저 항하는 개인은 진리에 대한 요구와 현존재의 비합리성을 화해시키려는 모든 실용적 시도에 대항할 것이 다. 그는 지배적인 척도에 순응함으로써 진리를 희생하는 대신에, 이론에서와 마찬가지로 실천에서도 가 능한 한 많이 자신의 삶 속에서 진리를 표현하려고 고집 할 것이다. 그는 충돌이 많은 삶을 살아갈 것이 다. 그는 극단적인 고독의 위험을 감수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 막스 호르크하이머, 도구적 이 성 비판 , 박구용 옮김, 146쪽.

살고 있는 무대인 삶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며, 이 문제의 해결 역시 자신의 삶 속에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니체는 자신의 문제를 삶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구체적인 삶이 아닌 형이상학적 세계와 참된 존재에 대한 염원과 믿음에 의존해서 외면하려는 것은 그것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신의 문제를 삶 속에서 적극적으로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외면하고 회피하기 위해 다른 무언가에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