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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결혼이주여성 암 환자의 질병 경험의 본질적 구조와 의미를 확인하고 서술하기 위해 Giorgi (2009)의 방법을 활용한 현상학적 연구이 다. 본 연구의 본질적 구조는 8개의 구성요소와 18개의 하위 구성요소로 확 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 도출된 구성요소는 ‘결혼이주로 생긴 암에 대 한 원망과 후회’, ‘타국에서 이룬 삶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 ‘견뎌내고 살아 감’, ‘치료과정에서 감내해야 하는 소외감’, ‘대인관계의 양가감정’, ‘고통을 이겨내게 하는 버팀목’, ‘한국의 치료 수월성에 안도함’, ‘불확실성 안고 한 국에서 뿌리내리기’ 등이다. 본 장에서는 결혼이주여성 암 환자의 질병 경 험에 대한 구성요소별로 논의하고자 한다.

구성요소 ‘결혼 이주로 생긴 암에 대한 원망과 후회’는 암의 원인에 대한 반추를 나타낸다. 참여자들은 국제결혼으로의 이주가 자신의 선택이며 운명 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인으로 통합되기 위한 혹독하고 일 방적인 적응과정이 암 발생의 원인이라고 인식하였으며, 무엇보다도 한국 생활이 기대한 만큼이 아니라는 현실에 던져지면서 결혼 이주 자체를 후회 하고, 특히 결혼 상대의 주체인 남편의 부적절한 역할은 참여자에게 큰 스 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참여자들이 암의 원인에 대한, 반추의 결과로는 국제결혼 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운명과 그 운명을 둘러 싸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러한 결과는 결혼이주여성 이 겪는 아픔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참여자의 암의 원인에 대한, 반추의 결과로 암의 원인을 자기 탓으로 돌리거나,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결과 는 암의 발병이 나쁜 생활습관과 스트레스를 관리하지 못한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고 반성하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인 연구와(박진아, 2015), 과거 회상 을 통해 암의 발생 원인을 과거의 사건, 경험 속에서 탐색하고자 했다는 연 구(이경민, 이금주, 2013)와 일맥상통함을 보여준다. 결혼이주여성 암 환자가 속한 독특한 문화에서 기인한 원인지각 양상을 파악함은 그들을 위한 간호

제공과 활용에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Leininger, 1984).

구성요소 ‘타국에서 이룬 삶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은 참여자가 암을 진 단을 받는 초기에 경험하는 것으로 출신국의 암에 대한 부정적 예후에 대 한 인식이 이들의 진단 초기의 감정에 영향을 미쳤으며, 암 진단과 치료과 정에서 야기되는 일상성 붕괴에 따른 감정을 현재의 삶에 비추어보면서 미 리 예견한 결과라고 해석된다. 한편, 죽음에 두려움은 암 환자 경험의 여러 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다(김태연, 2015; 박영숙, 박정숙, 2018; 신정하, 2018;

Gurm et al., 2008; Mystakidou et al., 2008; Pederson & Zachariae, 2010;

Sears, Satanton, & Danoff-Burg, 2003). 이러한 연구결과는 결혼이주여성 과 한국 여성이 겪는 암에 대한 경험이 동일하게 나타났는데 국적과 상관 없이 암 환자들이 겪게 되는 공통된 특성이라고 해석된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근원에 출신국의 암의 부정적인 인식과 암에 대한 그들만의 정보에 대한 부족을 포함하고 있어 결혼이주여성에게 이들의 언어로 된 정 보제공이 절실하다. 이러한 결과는 변성원(2013)의 연구에서 결혼이주여성 의 건강 행위 실천의 장애 요인으로 건강정보 부족을 보고하여 본 연구결 과와 유사함을 보여준다.

국립 암 센터에서는 2015년부터 다문화가정 구성원의 올바른 암 정보 인식 및 암 예방 실천 수준을 높이기 위해 중국어, 베트남어, 필리핀어로 구성한 암 정보 안내 책자를 발간해 배포하고 있으며, 현재는 동영상으로도 교육받 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본 연구결과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적절한 접근이라고 판단된다(국가암정보센터, 2017). 하지만 정보 접근 성의 용이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이와 더불어 다양한 언어로 구성된 정보 의 제공과 정보제공 방법의 다양화를 위한 제도의 구축이 필요하다.

한편,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암의 진단과 치료과정에서 가정 경제의 악화 와 친정 가족으로의 송금 중지에 대한 두려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는 데 이러한 결과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가정에서 시집온 이들의 현실을 반영 하며, 더불어 한국의 경제 사정도 녹록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결혼이주여성 들은 결혼으로 친정의 생계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는 데, 최호림(2015)의 연구에서 이주 가구가 결혼으로 이주한 딸로부터 일 년

이내에 최소 한 번 이상의 송금을 받았고, 가구 대부분에서 송금이 중요한 수입원이 되고 있으며, 송금을 받지 못한 일부 이주 가구의 경우 이주한 딸 이 가족들로부터 원성을 샀다고 보고하였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이 송금의 책임을 다하지 못함으로써 쓸모없는 존재라고 자신을 인식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연구결과와 맥을 같이 한다고 사료된다.

구성요소 ’견뎌내고 살아감’은 본 연구의 참여자들이 암 치료과정 중 수 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와 유방 재건 수술을 거치면서 발생하는 신체적 고통과 합병증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였으나, 살아야 한다는 생에 대한 강 력한 의지를 지니고 견뎌내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암 치료과정 중의 고 통과 합병증 발생에 대한 두려움은 문헌 고찰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국내 암 환자의 경험 연구에서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강경옥 등, 2016; 박영숙, 박정숙, 2018; 박진아, 2015; 신나연, 김지영, 2017; 신정하, 2018; 양진향, 2008; 이경민, 이금주, 2013; 최예숙, 2016; 최은녀, 2017; 한종희, 2015). 그 러나 본 연구결과는 국내 암 환자가 겪는 신체적 고통과 결혼이주여성이 겪는 신체적 고통과의 정도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본 연구의 참 여자들은 정서적 위안을 주는 친정 식구가 옆에 없음으로써 신체적 고통이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결혼이주여성 암 환자의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데 이들의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신체적 고통과 합병증 발생의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참여자들은 강력한 투병 의지를 나타냈다. 이들의 강력한 투병 의지의 원천으로 자식을 들 수 있는데 이들에게 자식은 한국에서의 삶을 지속시킬 수 있는 끈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유방암 경험에서 참여자들이 자식을 두고 죽게 될까 봐 큰 걱정을 하고 있었다는 결과와 일맥상통한다(Ashing-Giwa et al., 2003). 본 연구에서 결혼이주여 성에게 자식은 포기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했지만,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결혼이주여성에게 자식은 출신국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근 거가 되기도 하였다.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투병 의지를 다지며 의사의 권고를 따르거나 인

터넷에서 얻은 정보를 통하여 섭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대장암 생존자들이 건강한 삶을 회복한 후 의지적으로 운동을 선택 하고(변지용, 이미경, 정재연, 유사무엘, 전용관, 2019), 암 환자가 이전과 달 리 적극적으로 건강관리를 한다(양진향, 2008)는 결과와 동일하게 나타나 암 환자들은 암에 대한 인식의 확장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건강관리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구성요소 ‘치료과정에서 감내해야 하는 소외감’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치료 과정에서 언어 장벽과 문화장벽으로 건강 불평등을 경험하는 것으로 해석 된다. 이러한 건강 불평등의 결과로 참여자들은 치료과정이 지연되어 환자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국가적인 의료비 손실에도 영향 을 미치게 되고, 이들의 한국 사회로의 안정적인 통합에도 장애물로 작용하 게 될 것이다. 국외의 결혼이주여성 암 환자의 경험에서도 언어 장벽이 암 환자의 치료과정에서 발생했음을 보고하여(Ashing-Giwa et al., 2003;

Ashing-Giwa et al., 2004) 언어 장벽은 전 세계의 결혼이주여성의 겪는 공 통된 경험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국내 결혼이주여성의 건강 불평등 경험의 연구에서는 건강 불평등 의 원인으로 건강관리를 위한 자원의 부족, 결혼이주여성에게 적합한 의료 시스템의 부재, 언어·문화·환경적 장벽이라고 보고하였으며, 건강 불평등 해 소방안으로 스스로의 노력과 주변 사람들의 지지,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의 료지원 시스템 구축으로 제시하였다(최나연, 이병숙, 2018). 본 연구에 나타 난 결혼이주여성 암 환자의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 로는 건강관리에 대한 정보를 그들의 언어로 제공하여야 하며, 간호사를 포 함한 의료진은 이들의 문화적 규범에 관한 어려움을 고려하고 결혼이주여 성의 경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Grandahl et al., 2015).

외국인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의 일반적인 영어 구사 능력은 외국인 환자 와의 효과적인 의사소통에 장애를 유발하고 이와 같은 결과는 환자와의 오 해를 발생시킨다고 보고한 바 있다(박형숙, 하수정, 박정하, 유지형, 이상화, 2014). 따라서 결혼이주여성을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간호하며, 의료기관에 서 가장 많은 인력을 차지하고 있는 간호사는 결혼이주여성 암 환자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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