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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이 농촌 지역사회에 끼칠 영향과 사회 연결망

도시로부터 농촌에 유입되는 인구가 증가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 것인가를 예상하는 것은 농촌 지방자치단체와 그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아주 중요한 과제 이다. 부정적인 영향과 긍정적인 영향을 논의할 수 있다. 현재 우리 농촌의 인 구사회학적 상황이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 위기를 대표하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인구 유입 그 자체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현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금 더 면밀하게 고찰한다면 귀농‧귀촌 인구 증가 현상이 자동적으로

농촌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충분히 검증 되지는 않았지만 귀농‧귀촌이 농촌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되는 논거들이 몇 가지 있다. 그것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는 ‘자금 유입론’이라고 부를 수 있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자산을 가진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여 농촌에 이주‧정착하게 되면 자연스 럽게 ‘자본’이 농촌에 유입된다는 논리이다. 그들이 토지를 구매하고 주택을 건 축하고 일상생활에서 소비 지출을 할 것인데, 그것이 빈약한 상태에 있는 농촌 지역경제 내의 자금 흐름에 추가적인 투입(input)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이 다. 최근에 발표된 농림수산식품부의 귀농‧귀촌 대책에 포함되어 있는 ‘농가 주 택 구입 후 도시 주택 매각 시 양도세 면제’ 같은 내용이 그러한 논거에 기초한 정책 대응인 것으로 보인다.

과연 귀농‧귀촌은 농촌 지역의 자금 흐름에 활력을 가져올 것인가? 외부로부 터 지역 경제에 자금이 투입될 때만 순수한 의미의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 가 일어난다. 그러한 승수효과를 낳는 주된 투입에는 네 종류가 있다 (Armstrong and Wells, 2001). 소득 증대, 수출, 지역 외부로부터의 투자, 정부 지출(government spending) 자금의 유입이다. 도시민들이 농촌 지역에 정착하여 상대적으로 더 높은 부가가치를 낳는 비즈니스를 펼침으로써 지역경제의 생산 성을 높일 수 있겠는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는 어떤 역량을 가진 귀 농‧귀촌 인구가 어떤 종류의 비즈니스에 종사하게 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 이다. 비교적 연령이 높은 도시민이 농촌에 들어와서 별다른 경제활동에 종사 하지 않고 은퇴 후 전원생활을 누리거나 취미 삼아 아주 작은 규모의 영농활동 을 하는 경우에 그런 종류의 소득 증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른 한편으 로 상대적으로 젊은 도시민이 이주하여 (아마도 여러 해가 지나야 할 것이지만) 생산성 높은 후계 영농인력으로 자리를 잡거나 관광 부문 등에서 창업하여 현 재의 농촌 지역경제가 활성화하지 못했던 분야의 비즈니스를 활발하게 전개한 다면 소득 측면에서의 승수효과를 낳을 것이다. 특히 지역 외부의 고객을 상대 로 하는 비즈니스는 지역경제의 수출 효과를 거두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런 경 제활동을 하기 위해 귀농‧귀촌 인구가 투입하는 자금은 대체로 도시에서 축적 한 자본일 것이므로 승수효과를 낳는 외부로부터의 투자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인구 유입에 따라 지방교부세 등의 중앙정부 배분이 조금이라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귀농‧귀촌 인구가 지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성공적으로 창업

하거나 지역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분야에서 활동하게 될 것인가 아니면 별다 른 경제활동 없이 전원생활만을 향유하게 될 것인가에 따라 경제적 측면에서의 지역 활성화 효과가 달라질 것이다.

귀농‧귀촌 인구의 경제활동 양상에 관계없이 변하지 않는 것은 인구 유입에 따른 정부 지출의 유입인데, 그 규모는 유의미한 수준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귀농‧귀촌인이 토지를 매입하는 경우, 그 토지가 생산적인 경제활동에 투입될 것인가 아닌가에 따라 그리고 지역의 상황에 따라 지역경제에 서로 다른 효과 를 낳을 수 있다. 농지가 그리 많지 않은 지역에서 귀농 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경우 농지 가격 상승, 농지 배분 등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등의 부정적인 결과 를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우려하여 과도한 귀농 인구 유입을 꺼리며 오 히려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 귀촌 인구의 유입을 환영하는 농촌 지역도 일부 존 재한다. 전원생활을 지향하는 은퇴자의 토지 매입 또한 순수한 의미의 승수효 과 발생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는 ‘혁신적 인적 자본 유입론’이라고 부를 수 있다. 농촌 지역에서 필요 로 하는 인적 역량은 농업 외 부문에서 그리고 특히 지역사회 외부의 사람들을 소비자층으로 삼는 경제활동 부문에서 비즈니스를 활발하게 전개할 수 있는 역 량이라는 인식이 이 주장의 바탕을 이룬다. 예컨대, 충청북도 충주시에 귀농한 여러 사람들이 일종의 ‘협회’를 이루어 활동하면서 농촌관광 분야의 비즈니스 를 성공적으로 추진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또한 귀농인들이 주축이 되어 영 농조합법인을 결성하여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고 도시 소비자와의 직거래 활동 을 펼치고 있는 사례가 소개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농촌발전 정책을 담 당하는 중앙정부의 관료나 관련된 연구자들에게 흥미로운 분석 대상으로 부각 되고 있다.

그런데 모든 귀농‧귀촌인들을 ‘혁신적 인적 자본’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농촌으로 이주해 오는 모든 도시민들이 상당한 수준의 비즈니스 역량을 갖고 있다고 가정할 수는 없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이 성공사 례로 거론되는 이유를 면밀히 분석해 보면 귀농인들의 높은 수준의 비즈니스 역량이 성공의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도 있다. 그 사례가 성공사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귀농인들이 적절하게 조직화되어 집합적 행동(collective action) 을 수행하였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혁신적 인적 자본 유입’의 가설은 다른 가설로 대체된다.

세 번째 가설인 ‘사회 자본(social capital) 형성론’이 바로 그것이다. 지역 외 부와의 사회적 관계 그리고 농업 외 부문에서의 사회적 관계를 유지한 인적 자 원이 농촌에 유입되면 그만큼 지역사회의 ‘사회적 학습(social learning)’ 역량이 증대될 가능성이 커진다. 사회적 학습이 활발하게 이루어질수록 지역혁신의 가 능성 또한 커진다. 귀농인들이 또는 귀농인과 토박이 주민들이 일정한 관계를 형성해 나가면서 함께 농촌 지역 발전에 기여할 활동을 ‘집단적으로 학습하고’

모색하는 계기가 만들어진다면 그런 지역혁신의 가능성이 현실화되기 쉬울 것 이다.2

사회적 학습은 사회 자본에 바탕을 두고 일어나는 행동이다(Portes, 1998).

(특정한 주체들이 맺고 있는) 외부와의 사회적 연계(social tie)가 경제 활동을 활성화시키거나 혁신 과정을 촉진하는데 동원될 수 있다. 사회 연결망(social network) 이론이 그 점을 잘 밝혀주고 있다. Burt(2001)는 ‘구조적 공백 (structural hole)’, 즉 아직 서로 연결되지 않은 군집들을 연결하는 잠재적 연결 고리를 현실화하는 데 사회적 연계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인 바 있다.

그것을 토대로 농촌 지역사회에 이주한 귀농‧귀촌 인구가 학습 집단(learning group)을 형성하면서 지역 내외에 맺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 유형을 다음과 같 이 세 유형의 이념형으로 표현할 수 있다.

지역사회

동화 동화되지 않음 혁신적

연결망

그림 3. 귀농‧귀촌 인구가 형성하는 사회적 관계 유형

2 농촌 지역 발전에 있어 ‘사회적 학습’ 또는 ‘집단적 학습’은 핵심적인 메커니즘이다. 그 메커 니즘을 밝힌 연구로는 송미령‧박주영‧김정섭(2006), 송미령 등(2006), 김정섭(2009b)을 참고 할 수 있다.

첫째 유형인 ‘지역사회 동화형’의 연결망은 귀농‧귀촌인이 농촌 지역사회의 특정 조직에 포함되어 있으면서 조직 내 관계를 잘 형성한 상태에서 지역 외부 와는 별다른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지 않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예를 들어, 홀로 귀농하여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품목 연구회 활동을 하며 지역의 농업인으로 정착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둘째 유형인 ‘동화되지 않음’은 귀농‧

귀촌인이 지역의 토박이 농업인과 함께 하는 모임에 가입해 있으나 실제적으로 는 토박이 주민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상태에 있거나 아예 가입해 있 지 못한 상태라고 이해할 수 있다. 셋째 유형인 ‘혁신적 연결망’은 귀농‧귀촌인 이 지역 주민 및 지역 외부와 온전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으로 귀 농‧귀촌인이 지역사회에 적응하는 동시에 지역 외부와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 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활동의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유형 외에도 귀농‧귀촌인이 지역 내외에 아무런 사회적 관계를 맺지 않고 홀로 ‘점(點)’으로 존재하는 모습이 있을 수 있다.

세 가지 유형 가운데 과거에 가장 흔한 모습은 첫째 유형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귀농‧귀촌인을 지역 발전을 위한 여러 프로젝트에 참 여할 인적 자원으로 인식하지는 않았으나 자연스럽게 귀농‧귀촌인 스스로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 동화되어 가는 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습이다. 두 번째 와 세 번째의 연결망 유형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두 번째의

세 가지 유형 가운데 과거에 가장 흔한 모습은 첫째 유형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귀농‧귀촌인을 지역 발전을 위한 여러 프로젝트에 참 여할 인적 자원으로 인식하지는 않았으나 자연스럽게 귀농‧귀촌인 스스로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 동화되어 가는 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습이다. 두 번째 와 세 번째의 연결망 유형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두 번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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