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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은 주거 이전과 직업 변경을 수반하는 개인적 선택이다. 그런데 경 우에 따라서는 의도하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역 시 대응하기에 따라서는 인구사회학적 측면에서 재생산 위기를 심각하게 경험 하고 있는 우리나라 농촌 지역사회 활성화의 중요한 모멘텀이 될 가능성도 있 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귀농‧귀촌 현상에 대응하는 정책 개입의 명분이 드 러난다. 하지만 그런 정책 개입은 귀농‧귀촌의 양적 확대 자체를 목표로 삼아서 는 안 된다. 귀농‧귀촌이라는 특수한 사회적 트렌드를 ‘연착륙’시키는 것이 중 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준비된 귀농‧귀촌인이 농촌에 정착하여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표현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정책의 목 표는 귀농‧귀촌을 실행하는 도시민의 거래비용과 리스크를 낮추고 농촌 지역사 회의 통합과 사회자본 축적을 도모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 바탕을 두고 앞으로 더 고민해야 할 정책 과제들을 몇 가지 제 시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것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귀농‧귀

촌 의향을 지닌 도시민들에 대한 초기의 안내자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귀농‧귀촌 의향을 지닌 도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공할 것인가? 정보제공 창구를 통합하고 단일화하는 것으로 충분한가? 어쩌 면 귀농‧귀촌의 동기가 다양하기 때문에 정보제공 창구 또한 다양한 조력 주체 들에 의해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특히 귀농인들에게 필 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교육 프로그램’을 어떤 내용으로 편성하고 누구를 동원 하여 조직할 때 농어촌 이주 전 단계에 걸맞은 적절한 조언을 할 수 있는가?

둘째, 귀농‧귀촌 문제에 대응하려는 농촌 지방자치단체를 적절한 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 관련된 보조금이나 융자금을 확보하여 지방에 배분하는 것만으 로 중앙정부의 역할은 충분한 것일까? 정책의 관점과 목표에 대해 농촌 지방자 치단체가 합리적으로 수용하고 그에 걸맞은 실천을 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역 할이 중요한 것은 아닐까?

셋째, 귀농‧귀촌과 관련된 법규, 제도, 행정 지침과 절차 등을 잘 정비해야 한 다. 귀농 혹은 귀촌에 대한 현재의 정의는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데 적절하고 명확한가? 귀농‧귀촌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낳게 하는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선결적으로 정비해야 할 법규나 제도 는 무엇인가? 전국 수준의 정보(예: 통계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은 분명 중앙정부의 역할인데, 현 단계에서 그것과 관련하여 해결해야 할 부분은 무엇 인가?

귀농‧귀촌에 따르는 리스크를 줄이고 농촌으로 이주한 도시민들을 지역사회 에 통합시키고 건강한 의미의 사회자본을 증진하려는 노력은 무엇보다 농촌 지 역 현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만큼 농촌 지방자치단체에 남겨진 과제들이 많다는 말이다. 농촌 지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귀농 또는 귀촌을 활성화 하려 노력하고 있다. 2010년 말을 기준으로 농촌의 62개 시‧군과 5개 도에서

‘귀농인 지원 조례’를 제정한 상태이다(김정섭‧김광수, 2011). 그 조례들은 대체 로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의 종류를 열거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 로 하고 있다. 교육훈련 경비 보조, 귀농인 대상 보조 및 융자 지원 사업, 빈집 수리비 지원, 의료 비용 및 자녀 학자금 지원, 농지구입 자금 지원, 영농정착 자 금 지원, 컨설팅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지원 사업의 시 행 여부를 심의하는 의사결정 기구로서 ‘귀농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명시한 곳 도 상당히 많다.

농촌 지방자치단체들의 그런 노력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그렇게 많은 시책들이 마치 귀농 희망자를 ‘원자화된(atomized) 경제적 개체’로 간주하 는 관점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비판할 뿐이다. 이런 시책들은 ‘개인에게 제 공되는 경제적 유인(incentive)을 적절하게 제공한다면 잠재적 귀농‧귀촌 수요 가 상당 부분 현실화될 것’이라는 가정에 기초한 것이다(김정섭, 2009). 예컨대, 빈집 수리비 지원이나 농가 주택 구입비 융자는 어디에 가나 빠지지 않는 ‘귀농 인 지원 조례’의 단골 레퍼토리이다. 영농자금 융자와 교육 프로그램도 빠지지 않는 메뉴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한가?

그런데 앞 절에서 살펴본 것처럼 농촌에 형성되어 있는 주민들의 사회적 관 계는 귀농 과정상의 어려움을 낳거나 강화하는 일종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한 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 사회적 관계야말로 귀농인들이 지역사회에 동화되 고 구성원으로서 정당한 인정을 받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경로이다. 정책의 힘 만으로 지역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를 조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 그런 방식의 사회공학적 접근방법은 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그렇게 인위적으로 단기간 내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 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주거확보 비용을 지원하고 영농기술 교육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영농후계 인력을 ‘모집’하겠다는 방식의 귀농 정책이나 좋은 가격 조건에 주거단지를 조성하고 주택을 분양함으로써 농촌 인구를 ‘모 집’하겠다는 식의 정책에는 한계가 있음이 분명하다.

귀농인들을 경제적 유인에 따라 거주지 이전을 선택하는 원자화된 개인으로 간주하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들을 농촌 지역사회에 포섭되고 동화되어 능동적으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잠재적인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인정 하는 관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더 큰 역할이 필요하다. 그들을 지역발전을 위 한 다양한 활동의 실행 집단으로 조직화한다는 관점에서 귀농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즉,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의 ‘모집’ 스타일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새로운 일원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보살핌’을 전제로 하는 지방자치단 체의 개입이 필요한 것이다. ‘모집’에서 ‘보살핌’으로의 관점 전환을 시도하는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의 노력들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 실험은 앞으로도 계속되 고 진화되어야 한다. 중앙정부의 정책 또한 그런 관점 전환을 유도하고 촉구하 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귀농‧귀촌이라는 사회 현상이 농촌 지역사회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기

초 지방자치단체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에 도 불구하고 역량이 모자란 부분은 정부나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도맡아야 할 것이다. 그런 당면 과제가 몇 가지 있다.

첫째, 농촌의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은 다양한 관련 정책들을 통합적으로 추진 할 수 있는 업무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중앙정부의 여러 정책 사업들이 지방자 치단체의 각 실과에서 분산되어 추진되는 것을 한데 모아 귀농‧귀촌 관련 정책 을 집중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단위를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귀농 희망자들이 지역에 최초로 접촉하는 상담 창구부터 일원화하고 실제적으로 운 영되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둘째, 귀농 관련 사업을 현장에서 추진할 때 지역사회의 민간 사회단체가 참 여하도록 길을 열고 장려해야 한다. 귀농(또는 귀촌) 관련 업무 담당 부서와 파 트너십을 이루는 사업 실행조직으로서 진안군의 ‘귀농‧귀촌 활성화 센터’, 서천 군의 ‘귀농인 협회’, 남원시의 ‘도시민 유치 협의회’ 등과 같은 형태의 민간 활 동 조직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귀농 정책은 ‘모집’ 정책이어서는 안 되며 ‘보살 핌’의 정책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귀농인들이 스스로 의 경험을 갖고 이런 활동에 기여할 수 있게 하려면, 그리고 토박이 주민들이 진정성을 갖고 귀농인들을 따뜻하게 맞이할 수 있게 하려면 민간 부문의 실질 적 참여가 필수적이다.

셋째, 지역에 이주한 귀농인들이 갖춘 다양한 재능과 역량을 지역사회 발전 에 활용할 수 있게끔 정보를 확보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떤 이들이 지역에 정착하고 있으며 그들은 지역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으며 지역사회가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를 민감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 리고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부분에 역량 있는 귀농인들을 결합시키는 참신한 기획과 관리를 수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광역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현재 중앙정부, 민간 부문의 단체, 기초 지방자치단체 등이 각자의 배경 위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수 행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국민들에게 ‘귀농’에 관한 내용을 알리고 기초 지방자 치단체에 정책 자금을 배분하며 민간 부문의 단체들이 예비 귀농인들을 대상으 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민간 부문의 단체들은 예비 귀농인들이 귀농을 준비하는 과정을 돕는 교육훈련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은 대체로 지역으로 이주해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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