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의
약속에 의한 자백의 문제와 관련하여 검토해 보아야 할 사항으로 영미법계의 유‘ 죄답변협상’(plea bargaining)제도가 있다.154) 영미법계의 형사사건의 다수는 유 죄답변현상으로 처리되고 있다. 이 제도 하에서 검사는 피의자 및 그의 변호인과 협상을 벌이면서 피의자가 공소사실의 일부에 대하여 자백하는 경우 나머지 공소 사실을 취소하거나 상대적으로 가벼운 범죄로 기소하는 공소사실협상(change 또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을 선고 받을 수 있도록 형량을 낮추어 주 bargaining)
는 형량협상(sentence bargaining)을 한다.155) 또한 법원은 유죄답변협상을 통한 피고인의 유죄답변(guilty plea)을 받아들이기 전에 피고인에게 공소사실의 성질, 법정 최고 최저형, , 피고인의 유죄답변을 하지 않을 권리, 형사소송의 모든 단계에 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자기부죄금지의 특권 등을 알리고, 피고인이 이상 의 점을 이해하였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법원은 피고인이 유죄답변의 임의성을 해 할 우려가 있는 수사기관의 강제 협박 또는 유죄답변협상과 무관한 약속이 있었는․ 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156) 이런 유죄답변협상 제도의 전제로는 피의자와 변호
152) 조국, “자백배제사유 재검토(2) ”, JURIST, 2003, 10, 101 .면 즉 검사는 범행후의 정황 형법 제( 51 조 을 고려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 ( 247 ),조 구형량에 대한 재랑도 가지고 있다 또한 형법 제. 152조의 위증과 모해위증의 죄를 범하거나 제156조의 무고죄를 범한 자가 그 공술 한 사건의 재판 또는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 또는 자수한 때에는 형감경의 이익제공을 허용하 는 범규정이 있기도 하다.
153) 조국, “자백배제사유 재검토(2) ”, JURIST, 2003, 10, 102 .면
154) Albert W. Alschuler, Plea Bargaing and Its History, 79 Colum. L. Rev. 1, 3 1979.
155) Federal Rulers of Criminal Procedure, §11(c)(1).
156) Federal Rulers of Criminal Procedure, §11(b)(1),(2)
인에게 수사기록이 공개된다는 점과 피의자신문과정에 변호인의 참여가 보장된다 는 점이다. 그러나 유죄답변협상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의 판례는 이 제도를 계속 인정하고 있다. .157)
(2) 유죄협상의 도입 필요성
검찰은 뇌물사건이나 마약사건, 조직범죄 등의 수사에 있어서 증거확보가 매우 어려워서 당사자의 자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그 어려움을 실토하고 있다.
뇌물사건은 범하는 자들이 물적 증거를 남기지도 않고 갈수록 그 수법이 은밀해지 고 영악해지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당사자 진술 이외에 뚜렷한 물적 증거를 찾 기 어려운 경우에는 검찰이 자백에 많이 의존하게 되고 억지로 자백을 끌어내려다 보면 가혹행위도 수반된 것이 지금까지 현실이었다. 이러한 검찰수사상의 애로상 황을 일정부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고려되고 있는 것이 바로 유죄협상제도 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유죄협상제도의 도입 필요성으로 제시되는 주된 근거는 자백하는 사건 은 신속하게 처리하고 부인하는 사건에 수사 인력을 투입하면 검찰뿐 아니라 법원 도 사건 부담에서 벗어나 형사사법의 효율성을 기하고 선택과 집중의 장점을 누릴 수 있는 제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며, 조직폭력 마약류 등 내부 고발이 없으면 범․ 행을 입증하기 힘든 범죄행위가 우리 사회에서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과학수 사만으로 해결이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3) 검토
157) Brady v. United States, 397 U.S 742 (1970): "유죄답변협상의 직접적인 결과를 충분히 자각한 자 가 행하는 유죄인정은 그것이 위협이나 기망 또는 그 본질상 검사의 업무와 적절한 관련이 없는 약속, 등에 의하여 유도된 것이 아니라면 유효해야 한다 라고 판시하면서 유죄답변협상으로 도출된 피의자의“ 자백은 임의성이 있음을 밝혔다.
유죄협상제도가 갖는 독자적인 장점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장점 이라는 것이 제도자체에 내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법률문화와 사회문 화적 뒷받침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장점이 발휘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죄협상 제도는 일단 수사절차에서도 피의자 및 피고인과 수사기관간에 대등한 지위확보가 먼저 이루어 져야 함이 전제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대등한 지위에 있을 때에 어떠한 약속이 있더라도 진실에 반하는 자백이라든가, 왜곡된 의사에 의한 자백의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피의자와 변호인의 권리의식이 효율성 만을 추구하는 수사기관의 작용에 대하여 항상 기본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권리의식이 사회전반에 걸쳐서 함양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영미에 서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수사기관과 피의자 및 피고인의 관계는 상하관 계로 설정하는 것이 일반의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추 어 보면, 이러한 전제조건들이 아직은 성숙되지 않았고 또 이를 뒷받침된다고 보 기에는 이르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유죄협상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수사편의라는 형사사법운영의 효율성 만을 우선시하고 실체적 진실발견의 이념과 자백배제법칙의 근거인 가치들을 희생 시킬 위험성이 농후한 견해로서 아직은 도입가능성을 검토하기에는 이른 제도라고 생각한다. 특정한 사건의 수사상 어려움을 협상이라는 거래수단을 통해 편리하게 해결하겠다는 것은 수사기관의 공무원으로서의 성실의무, 진실발견의무 그리고 증 거에 의한 사실인정을 토대로 하는 증거법정주의를 골간으로 하는 형사절차에 정 면으로 반할 소지가 있다. 그러므로 아직 엄격한 증거주의와 과학수사를 기본으로 하는 선진적 수사관행이 정착하지 못하고 여전히 자백편중의 수사에 의존하는 우 리로서는 유죄협상제도의 도입이 가져올 부정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