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Ⅵ. 과도한 위임입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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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는 문제가 있다. 교육정책이나 교육법의 적용에 있어서 종 종 발견되는 병리현상은 이러한 이유에서 발생한 교육관계 법 령상의 체계혼란에 기인한 바 크다. 보다 구체적으로 교육관 련 위임입법이 헌법이 요구하는 한계규정하에서 내용상 타당 성을 견지하지 않고 있다.

지나친 위임입법의 문제는 비단 교육행정분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 행정분야에 있어서 공통된 문제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위임입법의 문제점을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불가능하 다. 여기에서는 과도한 위임입법의 예를 몇 가지 듦으로써 그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1. 교육과정

헌법 제31조 제6항상의 교육제도 법률주의는 기본권으로서 의 교육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하여 교육관련 제도의 핵심적인 사항을 법률로써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우리 헌법 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법률에 의해 뒷받 침되도록 한다. 학교의 교육과정은 이러한 교육제도의 중심이 며 이는 학교교육에 관한 기본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 교육기본법 제9조 제4항에서 증명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중등교육법 제23조는 교육과정에 대한 의미규정을 두지 않은 채 기본적인 사항을 교육인적자원부 장 관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학교별, 교사별 자율권을 부여한다는 취지와는 무관하게 교육인적자원

부 장관에게 상황에 따라 행정편의적(行政便宜的)으로 교육과정 을 정하고 개정하도록 전권을 부여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교육제도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교육과정에 대해서는 원칙 적으로 헌법정신에 맞추어 법률에서 그 기본이 되는 사항들을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교육과정의 모형, 교육과 정 편성의 기준, 구체적인 편성권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학교의 자율성을 인정한다는 헌 법 본래의 취지가 반영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중등교육법 제23조 제2항은 교육과정 의 기준과 내용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교육부 장관이 정하 도록 하면서 그 구체적인 규정형식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교육과정이 교육제도 전반, 나아가서 는 기본권으로서 교육권의 핵심적 영역임을 감안할 때, 교육과 정에 관해 이와 같이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다.

예컨대 현행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교육과정을 총론과 각 론으로 나누어 그 기준과 내용을 정하고 있는데 모법이 지시 하는 기본적인 사항을 넘어서서 세부적 내용까지 규정함으로 써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 운영권의 실질적인 재량을 거의 박 탈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학생의 능력이나 학업성취와는 상관 없이 모든 학생들이 모든 교과를 연차적으로 수준을 정하여 일정시간 동안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는 등이다. 이러한 결과 현행 교육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당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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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학교선택권

초중등교육법 제47조 제2항은 “고등학교 입학자격 및 절차 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함으로써 고 등학교의 학생선발권이나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에 관하 여 백지위임하고 있다. 이러한 포괄적 위임은 내용상 법률유보 사항에 대한 입법미비 차원을 넘어 입법자의 책임회피에 해당 한다고 할 것이다. 특히 행복추구권, 교육을 받을 권리, 능력에 따른 기회균등의 권리 등 헌법적 권리를 과도하게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으로 입법적 불법에 따른 국가배상청구의 문제까지 도 제기될 수도 있는 문제다.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고등학교 근거리 강제배정의 위헌 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는 “과열된 입시경쟁으로 말미암아 발 생하는 부작용을 방지한다고 하는 입법목적에 합치하고 또 입 법수단도 정당하므로 학부모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 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입시과열방지라는 목적을 위해 헌법 상의 교육이념이 최대한의 능력개발을 외면하고 소위 평준화 정책을 계속 채택하고 있는 것은 위헌소지가 농후하다. 특히 입학방법 내지 절차에 관한 규정은 국가의 교육제도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결단이며 국민의 교육권 실현의 본질적인 내용 에 해당하므로 이는 행정입법에서 규율할 성질이 아니다. 이 는 전형적인 의회유보사항인 것이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00. 4. 27 선고에서 “사교육에서의 과열 경쟁으로 인한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나아가 국민 이 되도록 균등한 정도의 사교육을 하려는 입법목적이 헌법이 허용하는 정당한 공익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하여 강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힘22)으로써 하나의 사안에 대해 두 가지 상반 된 판시를 하는 모순점을 보이고도 있다.

3. 중학교 의무교육제도

초중등교육법은 의무교육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국가는 교 육기본법 제8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의무교육을 실시하여야 하며, 이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 고 있다. 의무교육에 관한 헌법 제31조 제2항은 의무교육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이라고 그 범위를 획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기본법 제8조 제1항은 “의무교육은 6년의 초등교육 및 3년의 중등교육으로 한다. 다만 3년의 중등교육에 대한 의무교육은 국가의 재정여건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이 정 하는 바에 의하여 순차적으로 실시한다”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위임입법과 관련한 한계기준에 의할 때, 의무교육의 실시에 관한 사항은 기본적으로 법률사항이다. 즉 3년의 중등 의무교육 실시에 관한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사항들, 예를 들어 실시기준, 시기, 방법, 범위, 내용 등은 국회가 스스로 결정하 여야 할 사항이다. 이를 국회가 결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에 위 임하는 것은 기본권의 제한이나 행사를 위한 본질적인 사항은

‘국회에서 제정한 형식적 의미에서의 법률’에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소위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다.

헌법 제75조의 포괄적 위임금지의 원칙은 법률에서 이미 대

22) 98헌가16, 98헌마429 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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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범위와 목적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어 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입법자가 의도한 목적과 구체적 계획 및 범위를 명확히 도출해 낼 것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중학교 의무교육의 실시는 그 시간적 한계, 실시지역의 순위, 실시할 소득의 수준 등에 대해서 법률에서 규정하지 않 고 실시되었다.

이외에도 교육기본법 및 초중등교육법을 포함한 많은 다른 교육관련법들의 규정들도 이상에서 살펴본 포괄적 위임에 따 른 위헌소지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위헌적 관행에 따라 교 육관계법령의 지나친 방대화, 법령 상호간의 체계적, 내용적 모순, 규율내용의 타당성 결여 등 부작용이 만연하고 있으며 이는 교육행정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모호함, 분쟁 및 사회적 비용 상승이라는 폐해를 가져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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