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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포스트미적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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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신디 셔먼(Cindy Sherman)은 사진 게시 및 공유 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의 계정을 갑자기 비공개에서 공

53) www.ifa.de/en/visual-arts/biennials/biennale-venedig/anne-imhof-faust.html

54) Ziada Ayorech, Sophie von Stumm, Claire M. A. Haworth, Oliver S. P. Davis, and Robert Plomin, “Personalized Media: A Genetically Informative Investigation of Individual Differences in Online Media Use” in: PLOS ONE (January 2017).

doi.org/10.1371/journal.pone.0168895 (2017. 12. 9 최종 접속).

55) “파레시아는 만인이 발언권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 […] 정치적 장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발언이고, 정치적 장에서 자기 자신과 자기 자신의 의견을 단언하는 행위로서의 발언” 미셸 푸코, Discours et verite-La Parrêsia, 오트르망 심세광, 전혜리 옮김, 담 론과 진실 (동녘 2017), p. 32 등을 참고할 것.

개로 전환하고 이미지 가공 앱(Facetune, Perfect 365)을 써서 심하게 변형한 모 바일 초상사진 30여 점을 게시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 미술비평 지면을 비롯 해 여러 아트 저널이 뜨거운 관심을 표했다. 특히 1980년대 이래로 컨템포러리 아트 신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 자리를 지킬 수 있게 한 그녀의 핵심 주 제인 ‘무제 자기초상사진 연작’ ― <Untitled Film Still #○○> ― 이 온라인 소 셜 미디어 조건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으로 진단하는 시각이 흥미롭다.56) 그 같은 판단은 셔먼뿐만 아니라 로버트 메이플소프, 소피 칼, 모리무라 야스마사 등이 1980-90년대 초상 사진을 통해 사회적, 성적, 심리적, 인종적 정체성의 수행 을 문제시했던 시대와 오늘날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준다. 이전 시기 해당 작가들의 사진에는 퍼포먼스 요소를 내재하되 그 수행성의 흔적, 기록, 증거로써

“실재를 묘사하려는 노력” 또는 “수행적인 예술의 죽음”57)과도 같은 작품의 존재 론적 한계가 있었다. 반면 셔먼의 2017년 인스타그램 셀피는 온라인 디지털 앱을 통해서만 이루어지고, 온라인 네트워크 상 어디서든 언제든 실시간 작동하며 생 명을 이어간다. 그 점에서 인스타그램 셀피는 셔먼의 예술적 의도가 남긴 껍데기 나 개념의 그림자가 전혀 아니다. 자체로 온라인 리얼리티이며 온라인 기반 수행 성 예술이다. 거기에 대고 우리는 미술관 벽에 걸리는 미적 오브제, 수장고에 보 관되는 영구작품, 컬렉터의 배타적 사전 관람 특권이나 초고가 매입 능력, 비판적 예술이 문화자본 상품이 되는 역설을 기준으로 논하기 혹은 비판적으로 사고하기 가 어렵다. 그것은 물질이 아닌 곳에서 이뤄지는 생산-소비 경제이고, 이전부터 쌓인 예술가로서 셔먼의 명성과 영향력이 기회자본이 되어 예측 불가한 소비와 이질적인 수요를 만들어내는 소셜 미디어 조건 속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런 조 건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 연구자의 손과 머리에 쥐어지는 것은 기존 미학의 선명

56) Jason Farago, “Cindy Sherman Takes Selfies (as Only She Could) on Instagram”

in: New York Times (2017. 8. 7). nyti.ms/2vaIY9o 앞서 알리스가 10위에 랭크된 조 사에서 셔먼은 3위를 차지했으며, 지난 이십여 년 간 이어져온 결과다.

57) 마리 루이제 앙거러, 「예술에서는 무엇이 행해지고 있는가? - 징후적인 고찰」, p. 90 비교요.

한 판단 기준이 아니다. 당분간은 그러한 조건의 변화, 그 변화가 드러내는/표상 하는 시대의 수행적인 것 또는 징후적인 것에 대한 관찰과 서술이 가능할 뿐이다.

거기서 조금 나아간다면, 앞서 임호프의 경우에서 제시했듯 클라인병 구조 같은 현실과 예술의 곤혹스러운 관계에 관한 비판적 분석이 이뤄질 수 있으리라 본다.

2000년대 후반부터 일어난 현대미술의 변화는 ‘1990년대 이후 미술’이라는 범주로 통칭하고 집합화하기 어려운 특수성과 개별성을 갖는다. 때문에 거시적 패러다임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내부의 질(質), 내용, 예술 의도 및 수행성에 관해 세부적인 내용을 밝히고자 한다면, 1990-2000년대와 2000-2010년대를 구분할 필 요가 있다. 이 연구는 그 분리의 기제로 ‘포스트온라인 조건’을 주장하며 본문의 두 장에 걸쳐 논했다. 로절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는 ‘포스트미디엄 조건 (post-medium condition)’ 개념을 통해 개념미술, 비디오아트, 설치미술 등이 출현 한 1960년대 이후 미술의 실체를 해명했다.58) 하지만 우리에게 지금 여기의 미술, 즉 컨템포러리 아트는 미술 내재적 비평에 입각해 ‘매체’의 순수성이나 매체 ‘이 후’의 격투를 탐구해서는 충분치 않다. 오히려 그러한 변화와 쟁투가 벌어지는 현 실 사회적, 현존의 조건이 중요한 점으로 부상한다. 그런 맥락에서 본 연구는 포 스트온라인 조건에서 경제와 노동의 문제, 미적 수행과 소셜 미디어의 작용 문제, 컨템포러리 아트 신과 컨템포러리 라이프의 상호 엮임에 대해, 그리고 소셜 미디 어 플랫폼에서 자족적으로 발생하고 순환하고 완결되는 동시대 현대미술의 측면 에 대해 다뤘다. 요컨대 그렇게 시대적 징후를 표상한 예술의 면모와 그 하부구 조를 분석한 것이다.

이상이 이 연구에서 ‘다른 미적 수행성’이라는 말로 짚어내고자 한 내용이다.

향후 본격적인 논의와 연구, 교차 검토 과정을 거쳐야겠지만 그에 대해 어쩌면

‘포스트미적(post-aesthetic)’이라는 뜻을 새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대 그 리스의 유래를 따르면, 아이스테시스(aisthēsis)로서 미학은 인간의 경험과 인식,

58) 로절린드 크라우스, A Voyage on the North Sea: Art in the Age of the Post-Medium Condition, 김지훈 옮김, 북해에서의 항해: 포스트-매체 조건 시대의 미술 (현실문화연 구 2017).

감각 지각하는 모든 것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이었다. 이후 근대 미학에 접어들어 서는 특히 주어진 자연, 미, 예술작품에 대한 분석과 판단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 만 현재는 그러한 차원을 지나 기술적 자연(physis)이 인간의 현존을 맵핑하는 시 대, 디지털 온라인 조건이 우리의 몸, 정신, 노동, 관계, 진리, 물질, 비물질 등을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 이끄는 시대다. 그런 역사적, 학문 내적 변화를 고려하면 지금 여기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미학의 범위 및 방법론에는 ‘포스트미적인 것’에 관한 연구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59)

* 논문투고일: 2017년 12월 14일 / 심사기간: 2017년 11월 16일-2018년 1월 13일 / 최종게 재확정일: 2018년 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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