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민법은 제정이후 수차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주로 친 족․상속법에 머물렀고 재산관계에 대하여 실질적인 개정이 없었다고 할 정도로 미흡하였다. 따라서 민사특별법의 번성을 가져오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자기본법27)은 소비자와 사업자사이에 상품 등의 거래에 관련하여 단체소송 등에 대하여 규율 하고 있지만 각종의 특수거래는 많은 민사특별법에서 규율하는 법체 계를 가지고 있다.
소비자거래에 관련한 할부거래법, 약관규제법, 방문판매법, 전자상거 래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에서 볼 수 있는 민사특별법의 입법체계를 현재의 상태로 두더라도 무방한가가 문제된다. 다시 말해 소비자계약 이나 소비자신용계약을 현재처럼 거래유형별로 나누어 각각의 민사특 별법으로 규율하는 방식이 적절한 것인가가 문제된다. 물론 이러한 입 법방식에도 나름대로 장점은 있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불가피한 측면 도 없지 않다. 즉 민사특별법은 일응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없는 것으 로 보이는 규범의 시행을 통해 법의 계속적 형성(Rechtsfortbildung)을 위한 여지를 남겨준다.28) 더욱이 우리나라 민법도 자기완결성을 목표
27) 소비자기본법은 소비자의 기본적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사업자의 의무와 소비자단체의 역할, 그리고 소비자보호 시책의 종합적 추진을 위한 기본적 사항을 규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실질적으로도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와 사업자의 의무 등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소비자보호의무와 각종의 행정적 규제 그리고 조치 등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을 입법화하고 있다.
28) 김진우, 거래의 다양화에 따른 입법과제(워크샵자료집), 한국법제연구원, 2008.04.
14면 참조.
로 하지 아니하고, 다른 법률 또는 관습에 의하여 보충될 것을 예정 하고 있다(예: 민법 제1조, 제185조, 제211조, 제224조, 제302조, 제372 조, 제379조, 제380조, 제488조 등). 뿐만 아니라 소비자계약이나 소비 자신용계약을 민사특별법으로 규율하는 경우에는 법률개정이 용이하 여 시대적 변화나 거래계의 요구에 신속히 부응할 수도 있다.29) 그러 나 이러한 입법방식은 사법체계의 체계성․통일성․명료성․조감성을 크게 저하시키고, 수범자(受範者)가 어떤 법령에 기하여 그의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지를 알기 어렵게 만들며, 또 민사관계의 중추적 법원 으로서의 민법의 가치와 유용성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중대한 단 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소비자계약법이나 소비자신용계약을 통합하여 체계화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통합방식은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소비자계 약법을 오스트리아․프랑스․이탈리아처럼 하나의 포괄적인 민사특별 법으로 규율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소비자계약법을 독일, 네덜란 드, 스위스처럼 민법에 통합하여 규율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방식 외에도 절충적 통합방식도 가능하다. 이를테면 종래 독일이 그러했듯 이 일단 통합할 수 있는 제도 내지 개념을 부분적으로 민법에 수용하 고 다른 제도들이 정착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통합하는 방식이다.30) 독일의 경우 2000년 민법 개정은 주로 채권의 총칙 및 각칙을 대상으 로 한 것이지만, 그 밖에 민법총칙편의 소멸시효법에도 커다란 변화 가 있었다. 그런데 당시의 독일민법 개정의 최대 특징의 하나는 개정 전까지 민법 밖에서 민사특별법으로 규율되어 왔던 상당수의 소비자 계약법이나 소비자신용법이 민법으로 통합된 점을 들 수 있을 것이 다. 이와 같이 독일민법은 2001년 개정에서 소비자와 사업자 개념을
29) 김진우, 워크샵자료집, 18면 참조.
30) 이에 관하여는 이병준, 민법에서의 소비자의 지위와 소비자특별법의 민법에의 통합”, 민사법학 제39~1호(2007. 12), 221-222면 참조.
연결고리로 하여 보통거래약관법, 방문판매철회법, 소비자신용법, 일 시거주권법, 통신판매법을 민법으로 통합한 것으로 법체계적으로나 법리적으로나 일종의 변혁이었다.
Ⅱ. 특수거래 법체계의 통합
1. 민법에로의 편입방안소비자거래는 그 목적물에 따라 상품 등의 거래에 관한 소비자계약 과 신용제공을 매개하는 소비자신용계약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전자의 경우는 약관규제법, 방문판매법,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등이 통합대 상에 해당되고, 후자의 경우는 할부거래법, 이자제한법, 대부업법 및 여신전문금융업법 등이 통합대상이 된다. 이들 민사특별법을 민법에 편입하거나 통합법화하는 것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으며, 그 중에서 긍정적 논거와 부정적 논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논 거 가) 긍정적 논거
먼저, 민법에 소비자계약을 편입하는 방안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보 는 논거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소비자계약은 누구나 소비자와 사업자가 될 수 있으며 오늘날 상품이나 서비스의 거래는 이미 소비자와 사업자라는 거래주체 사이 에서 보편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이를 일반시민의 일상생활에 관한 행위규범으로 거래관계에 있어서 핵심적인 지위에 있는 민법에 편입 하는 것은 당연하다.
둘째, 소비자계약법을 민법에 편입하면, 채권법의 투명성․조감성․
체계성․통일성을 강화할 수 있다. 즉 채권법의 매매계약 등과 소비 자와 사업자사이에 상품 등의 판매에 관한 민사특별법의 각종 소비자
계약과 신용제공에 관한 소비자신용계약을 통합하면 용이하게 법률관
여섯째, 소비자계약법이나 소비자신용법의 민법으로의 통합은 민법 의 기본원리인 사적 자치의 원칙과 조화를 이룰 수 없다고 하나, 임 대차법(민법 제652조)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사적 자치에 제한을 가하는 경우가 엄연히 인정되고 있으므로 소비자계약법이나 소비자신 용법의 민법으로의 통합은 결코 민법에 이물질을 투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임대차계약과 달리 일상생활에 속하는 소비자계약이나 소비자신용계약에서의 소비자보호는 민법에서 다루어져야 한다.34)
일곱째, 민법 제2조(신의성실),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 위), 민법 제110조(사기․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소비자보호를 기여 할 수 있는 주요한 규정이고, 소비자보호는 민법의 본래적 임무이다.
민법 밖에 소비자계약법이나 소비자신용법을 두는 것은 소비자보호에 관하여 이중으로 규율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여덟째, 약관규제법에 의한 통제 외에 오늘날의 소비자계약법이나 소비자신용법에서 인정되고 있는 소비자보호의 수단, 가령 사업자의 정보제공의무, 소비자의 청약철회권, 편면적 강행규정 등은 민법이 알 고 있거나 적어도 민법과 조화될 수 있는 것들이므로 이들이 민법에 편입된다고 하더라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나) 부정적 논거
다음으로, 민법의 소비자계약이나 소비자신용계약의 편입에 대하여 부정적 논거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장기적 관점에서는 소비자계약이나 소비자신용계약의 민법으 로의 편입을 고려해 볼 수도 있으나, 행정적 규제가 작지 않은 상황 에서 부담이 될 수 있으며, 이들을 민법으로의 흡수도 이질적인 성격 상 용이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35)
34) W.-H. Roth, Europäischer Verbraucherschutz und BGB, JZ 2001, 487.
35) 권오승/홍명수, “소비자보호의 계약법적 구성과 한계”, 서울대학교 법학 제43권 제2호, 123-124면.
둘째, 소비자계약이나 소비자신용계약의 민법으로의 통합은 계약법의 기본원칙, 특히 계약자유의 원칙과 계약에의 구속의 원칙을 점차 공동 화(空洞化)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계약이나 소비자신용계약의 민법으 로의 통합은 민사법에서의 국가의 개입을 위한 관문이 될 수 있다.
셋째, 소비자계약이나 소비자신용계약이 민법 중에 편입된다고 하여 반드시 이들 소비자계약이나 소비자신용계약이 보다 잘 이해되는 것 은 아니다. 민법 중에 평등한 당사자 사이를 전제로 한 계약과 소비 자와 사업자라고 하는 대등하지 아니한 당사자를 전제로 한 계약이 혼재하게 됨으로써 오히려 이해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 라 소비자계약법이나 소비자신용법의 민법으로의 통합은 필연적으로 채권법의 복잡화(Verkomplizierung des Schuldrechts)를 수반하여 오히려 법규범의 조감성을 저해할 수 있다.
넷째, 새로운 계약유형을 쉽게 법전에 규율할 수 없다. 특히, 소비자 보호법의 소재들은 변화가 많은 것이어서 장래에도 지속적으로 변경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다섯째, 민사특별법에 규정되어 있는 채권법 관련 규정들을 민법으 로 통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입법기술적인 어려움을 수반한다. 단 순히 특별규정을 민법 속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 라, 개정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여섯째, 소비자정책은 일정 시기의 정치적 계기에 의하여 성립하는 경향이 있어 정책의 계속성을 보장할 수 없는데, 그러한 소비자정책 을 민법에 통합시켜 민법의 기본원리인 사적 자치의 원칙을 배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 통합의 방식
이와 같은 통합은 이외에도 민사특별법을 민법에 편입하는 경우에
이와 같은 통합은 이외에도 민사특별법을 민법에 편입하는 경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