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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년소설에 나타난 말년의식과 죽음 - CH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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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19년 8월 박사학위논문

한국 노년소설에 나타난 말년의식과 죽음

- 김원일, 최일남, 박완서를 중심으로 -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서 정 현

[UCI]I804:24011-200000267563

(3)

한국 노년소설에 나타난 말년의식과 죽음

- 김원일, 최일남, 박완서를 중심으로 -

The Awareness of Latter Years and Death in Old Age Novels in Korea

- focusing on Kim Won-il, Choi Il-nam, and Park Wan-seo -

2019년 8월 23일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서 정 현

(4)

한국 노년소설에 나타난 말년의식과 죽음

- 김원일, 최일남, 박완서를 중심으로 -

지도교수 김형중

이 논문을 문학 박사학위신청 논문으로 제출함

2019년 4월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서 정 현

(5)

서정현의 박사 학위논문을 인준함

위원장 조선대학교 교 수 오문석 (인)

위 원 조선대학교 교 수 차승기 (인)

위 원 광주대학교 교 수 이기호 (인)

위 원 조선대학교 교 수 신형철 (인)

위 원 조선대학교 교 수 김형중 (인)

2019년 6월

조선대학교 대학원

(6)

<목 차>

ABSTRACT ··· Ⅲ

국문초록 ··· Ⅵ

Ⅰ. 서론 ··· 1

1. 문제제기 및 연구 목적 ··· 1

2. 연구사 검토 및 연구방법 ··· 8

Ⅱ. 말년의식과 생사관 ··· 18

1. 말년의식과 노년작가 ··· 18

2. 생사관과 노년작가 ··· 24

Ⅲ. 죄의식과 정체성 : 김원일 ··· 31

1. 기억의 조작과 죄의식 ··· 32

2. 기억의 선택과 자기합리화 ··· 39

3. 윤리적 기억과 죄의식의 해소 ··· 45

4. 기억과 존재의 삭제 ··· 51

Ⅳ. 죽음의 시의성과 희화화 : 최일남 ··· 58

1. 죽음의 일상성 ··· 59

2. 신변정리와 부채의식의 청산 ··· 68

(7)

3. 죽음에 대한 대응방식으로서 희화화 ··· 76

4. 노년다움의 시의성 ··· 83

Ⅴ. 죽음의 수용과 삶의 완결성 : 박완서 ··· 92

1. 자연의 질서와 죽음 ··· 93

2. 죽음 인식과 진정한 삶 ··· 98

3. 삶의 완결로서의 죽음 ··· 105

4. 타인의 죽음과 수용적 죽음 인식 ··· 109

Ⅵ. 노년소설의 말년의식과 죽음 ··· 117

1. 노년소설의 말년의식 ··· 117

1. 1. 외면성과 내면성의 불일치 ··· 118

1. 2. 변화에 대한 저항으로서 습관 ··· 121

1. 3. 죽을 자로서의 자의식 ··· 123

2. 노년소설과 죽음 ··· 126

2. 1. 소재로서의 죽음 ··· 127

2. 2. 말년의식에서의 죽음 ··· 133

Ⅶ. 결론 ··· 143

<참고문헌> ··· 148

(8)

ABSTRACT

The Awareness of Latter Years and Death in Old Age Novels in Korea

- focusing on Kim Won-il, Choi Il-nam, and Park Wan-seo -

Suh Jung Hyun

Advisor : Prof. Kim Hyoung Jung. Ph. D.

Department of Korean Language and Literature.

Graduate School of Chosun University

Most Koreans consider the absence of physical pain and natural finish of life as good death. This idea of death, however, offers no fundamental alternatives to overcome anxiety and fear about death among modern people. Inversely, human beings can have an idea of death at the human and character level. If it is true that the death of modern people today remains at the biological level, literature will need to be oriented toward a unique and dignified level beyond it. There are huge differences in the ways that people face their death according to their views of life and death in their latter years. In this sense, the idea of death among elderly writers is discriminated from the material-centric idea of death addressed in the old Korean literature as they make their death unique and individual via their awareness of their latter years.

Based on this premise, this study set out to analyze the awareness of latter years and the idea of death among elderly writers. As for methodology, the investigator categorized several traditional views of life and death and applied them to works by three authors. The first view of life and death is based on the pantheistic world view, arguing that death means a return to "nature" or "the

(9)

universe." The second one is based on the Christian, Buddhist or Confucian world view, arguing that death means "eternal life" or another life through "nirvana" or

"samsara." The final one is based on the scientific world view including "nothing"

and "end," presenting physical death and death as an "end." By employing these representative views of life and death as part of its methodology, the study selected three authors, Kim Won-il(born in 1942), Choi Il-nam(born in 1932) and Park Wan-seo(born in 1931). The three writers were born in a similar period, experiencing major events in the modern history of Korea, especially enjoyed the golden age of modern Korean novels as age mates, and shared their old age with one another. Elderly existence in latter years is found in their old age novels.

Chapter 2 examined the elderly writers' awareness of latter years and views of life and death. People put together their life narratives in their latter years. The three elderly writers tried to embrace actively even the awareness of latter years that made its way into their spirit as well as body. Chapter 3 discussed Kim Won-il's old age novels. He showed his idea of death based on a religious world view, given his "guilty conscience and identity." Chapter 4 discussed old age novels by Choi Il-nam, who showed his idea of death as "nothing" or "end" based on a scientific world view, given the "timeliness and caricaturization of death." Chapter 5 analyzed novels by Park Wan-seo, who showed her idea of death based on a pantheistic world view, given the "acceptance of death and completeness of life."

Finally, Chapter 6 looked into the awareness of latter years and the ideas of death in old age novels by these elderly writers, pointing out that there was the common awareness of latter years in their old age novels and that there were big changes in the ways that people would face death according to their views of life and death in their latter years.

Based on these discussions, the study examined the ideas of death different from the old ideas of death among Korean people in the writers' old age novels.

Different opinions about death had something to do with the views of life and death among the writers. Since each of the elderly writers reflected their views of life and death on their awareness of latter years, they were different from material-centric death found in the old Korean literature. People will have different

(10)

ways of facing death according to their views of life and death as they approach their death. In this sense, people should have the awareness of latter years based on their views of life and death for the quality of death. This awareness of latter years can be the driving force behind the completion of life values and death with dignity for the death of a person. Once a person is aware of his or her view of life and death, his or her life will shift from Chronos to Kairos. All men are equal before death, but there is no equality in the final ways that they are dying. People cannot predict when their death may be, but they can decide how they will face their death. In unique and dignified death, one recognizes his or her death as a living organism and can discover the "meanings" and "values" of death beyond this idea of death.

An inquiry into the awareness of latter years and the idea of death in old age novels offers a reflection based on humanities according to the aging society and may contribute to the establishment of literature's roles in this era. Since literature reflects the reality and actively constructs one, people might have huge expectations for old age novels in the Korean society. There will be attempts at multilateral and professional approaches to it in the future. The present study has its share of limitations including its failure in accepting more diverse discussions as part of research on the literary history by approaching only limited theories in the analysis process and advancing toward more profound and comprehensive analysis in each development pattern. Total and in-depth research on old age novels will be the next task.

key words : Old Age Novels, Elderly writer, Awareness of Latter Years and Death, View of life and death, Guilty conscience and identity, Timeliness and caricaturization of death, Acceptance of death and completeness of life, Chronos, Kairos

(11)

국문초록

대부분의 한국인이 생각하는 좋은 죽음은 신체가 고통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죽음 인식은 현대인들이 체감하는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넘어설 근본적인 대안을 제공하지 못한다. 이에 인간은 역으로 인간적이고도 인격적인 차원의 죽음 인식을 가질 수 있다. 오늘날 현대인의 죽음이 생물학적인 차원 에 머물고 있다면, 이를 넘어선 고유하고도 존엄한 차원을 문학에서도 지향할 필요가 있다. 이에 말년에 어떤 생사관을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은 차이 가 크다. 그런 의미에서 노년작가들의 죽음 인식은 기존 한국문학에서 다루었던 소재 주의적 죽음 인식과는 변별력이 있다. 그것은 말년의식을 매개로 죽음을 고유화하고 개별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전제 하에 본 연구는 노년작가에게서 나타난 말년의식과 죽음 인식을 분석했 다. 연구방법으로는 몇 가지 전통적인 생사관을 유형화하여 이를 세 작가의 작품에 적 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첫 번째, 범신론적 세계관에 기초한 생사관으로, 죽음은 ‘자연’

혹은 ‘삼라만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두 번째, 기독교 혹은 불교적, 유교적 세계관 에 기초한 생사관으로, 죽음은 ‘영생’이거나 ‘열반’ 혹은 ‘윤회’하는 또 다른 삶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 ‘무’나 ‘끝’이라는 과학적 세계관에 기초한 생사관으로, 물리적 죽음이 며 ‘끝’으로써의 죽음이다. 본고는 이러한 대표적인 생사관을 방법론으로 차용하면서, 그 연구대상으로는 김원일(42년생), 최일남(32년생), 박완서(31년생) 작가를 선정했다.

그들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한국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경험했으며, 특히 한국 현대소설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동년배이고, 노년을 함께 공유했던 세대이기도 하다. 또 한 그들의 노년소설에서는 말년으로서의 실존이 드러난다.

2장에서는 노년작가의 말년의식과 생사관에 대해 살폈다. 말년은 자기 삶의 서사를 총합되게 만드는 시기로, 노년작가들은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에 깃든 말년의식까지를 적극적으로 포용하고자 했다. 3장에서는 김원일의 노년소설을 논했다. 김원일은 ‘죄의 식과 정체성’이라는 점에서 종교적 세계관에 기초한 죽음 인식을 드러낸다. 4장에서는 최일남의 노년소설들에 대해 논했다. 최일남은 ‘죽음의 시의성과 희화화’라는 점에서 과학적 세계관에 기초한 ‘무’나 ‘끝’으로서의 죽음 인식을 드러낸다. 5장에서는 박완서 의 소설을 분석했다. 박완서는 ‘죽음 수용과 삶의 완결성’이라는 점에서 범신론적 세계 관에 기초한 죽음 인식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6장에서는 노년작가들이 쓴 노년소설

(12)

에 나타나는 말년의식과 죽음 인식에 대해 살펴보았다. 첫째, 노년소설에 공통적인 말 년의식이 발견된다는 점, 둘째, 말년에 어떤 생사관을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 죽음을 맞 이하는 방식은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이런 논의들을 통해 노년작가들의 노년소설로부터 기존 한국인의 죽음관과는 다른 죽음 인식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런 죽음에 관한 상반된 견해는 무엇보다 작가의 생 사관과 관련이 있다. 노년작가들의 말년의식에는 각자의 생사관이 포함되기 때문에, 기 존 한국문학에서의 소재주의적 죽음과는 다르다. 죽어가는 사람이 어떤 생사관을 지니 느냐에 따라 죽음을 맞는 방식은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의 질을 위해서는 생사관을 가진 말년의식이 필요하다. 이런 말년의식은 곧 한 인간의 죽음을 삶의 가치 완성으로, 존엄한 죽음으로 이끄는 동인이 될 수 있다. 생사관을 의식하는 순간부터 삶은 크로노스에서 카이로스로 탈바꿈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죽음 앞에서 평 등하지만, 죽어가는 마지막 모습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죽음이 언제 찾아올지 알 수 없지만, 어떤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는 정할 수 있다. 고유하고도 존엄한 죽음 은 생명체로서 죽음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넘어선 죽음이라야 그 ‘의미’와 ‘가치’를 발견 할 수 있다.

노년소설을 통한 말년의식과 죽음 인식 고찰은 고령사회에 따른 인문학적 성찰이라 는 측면에서, 이 시대 문학의 역할을 정립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은 현 실을 반영하고 또한 적극적으로 구성하는 것이기에, 한국사회에서 노년소설에 거는 기 대는 클 수 있다. 추후 다각적이고도 전문적인 접근들이 시도될 것이라고 본다. 본고는 분석과정에서 한정된 이론에만 접근함으로써 더 다양한 논의들을 문학사적 연구로 수 용하지 못했다. 또한 각 전개 양상에서 더 깊이 있고도 포괄적인 분석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이 연구의 한계로 남는다. 이에 노년소설에 대한 총체적이고도 심층적인 연구는 다음의 과제로 남긴다.

핵심어 : 노년소설, 노년작가, 말년의식과 죽음, 생사관, 죄의식과 정체성, 죽음의 시 의성과 희화화, 죽음 수용과 삶의 완결성, 크로노스, 카이로스

(13)

Ⅰ. 서론

1. 문제제기 및 연구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노년작가의 노년소설에 나타난 말년의식과 죽음을 살펴보는 데 있다. 노년을 생애 한 주기로 놓고 볼 때, 죽음에 관한 새로운 해석과 접근이 필요하다 는 문제의식에서다. 따라서 노년소설에 나타난 죽음의 양상을 다각적으로 살펴봄으로 써 소재 차원의 죽음과 다른 그 변별적 특징에 대해 재조명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점 이 본 연구의 전제이다. 죽음의 의의는 생물학적 종말 그 자체로서 보다는 인간의 유 한성을 자각하면서 삶이 주는 의미를 포착하는 데 있다. 일찍이 많은 문학 작품이 죽 음을 중요한 소재나 주제로 취한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이렇듯 어떻게 죽을 것인 가는 곧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와 환치된다. 그런 의미에서 노년작가들에게서 다 양하게 변주되고 있는 죽음을 고찰해 보는 일은 오히려 삶의 의미를 절실하게 깨닫게 만드는 역설적 의미를 지닌다.

지난 40여 년간 우리나라 인구의 고령화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이 총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의 진 입1)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노년을 살아간다는 것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뜻한다. 현 노년세대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지도도 없이 탐색하 면서 노년의 삶의 의미를 새로이 만들어나가야 하는 문화적 전위(cultural avant–

garde)의 역할을 떠맡고”2) 있다. 이에 고령사회에서 노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전에 는 없었던 길을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이제 노년의 변화에 주목 하지 않을 수 없다. 빠르게 초고령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노년의 죽음을 관념적으 로만 바라볼 수는 없게 된 것이다. 죽음은 삶의 위한 전제 조건이 될 수 있으며, 더 깊 은 인식에 이르는 첩경이기도 하다.

1) 정일웅,「초고령사회 진입까지 불과 7년」, 〈아시아경제〉, 2019, 1, 8.

우리나라의 고령화율은 진행 속도 면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확인된다. 산업연구원은 OECD회원국 의 인구구조를 비교 분석하는 과정에서 OECD 평균(1.6배)보다 2배 이상 속도가 빠르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한 나라의 고령화 측정은 고령화사회(65세 이상 7%), 고령사회(14%), 초고령사회(20%) 를 지표로 사용하고 있다.

2) 정진웅,「노년의 정체성 지속을 위한 한 은퇴촌 주민들의 노력」,『한국문화인류학』제33권 제2호, 2000, 300면.

(14)

인간의 나이란 “생물학적인 현상이며 동시에 문화적인 구성물로 볼 수 있다. 한 사 회가 노인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가를 보면 그 사회의 원칙과 목표에 대한 진 실을 명확하게 알게 되는”3) 것이다. 문학도 예외일 수는 없다. “문학현상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삶 속에서 형성된 인간적 산물이며, 사회현실을 반영함으로써 다시금 그 현실 에 반작용하는 사회적 의식의 일종”4)이라고 할 때 최근 한국사회의 변화에 문학 또한 연동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경우 노년소설이 본격적으로 창작된 것은 한국소설을 이끈 대표적인 작가들 이 노인이 되고, 고령사회로 진입한 2000년대 이후의 일이다. 노년소설에는 노년의 특 성이 드러나 있으며, 노인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이에 노년소설은 초고령화되고 있 는 한국사회에서, “점차 나름의 미학적 고유성을 확보해가고 있어, 앞으로는 독립적인 문학범주로 자리매김할”5) 것으로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먼저 노년소설의 개념과 그 범주를 확정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노년소설에 관한 본격적 논의는 1990년대 이후 이재선과 김윤식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재선6)은 노년소설이라는 명칭을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노년학적 소설’이라는 하위 장르를 설정하여 포괄적으로 ‘노년의 삶, 즉 삶의 적극적인 활동으로부터 은퇴하거나 물러나 있는 노인들의 세계를 다룬 소설’이라고 규정했다. 김윤식7)은 박완서의 소설을 분석하면서 노인만이 가진 심리와 의식을 ‘노인성’이란 용어로 표현했으며, 65세 이상 의 작가들이 쓰면, 어떤 소재나 주제를 다루더라도 원칙적으로 그 작품은 ‘노인성 문 학’이라고 정의했다. 김윤식에 의해 노인성 문학이라는 명칭은 소설사의 중요한 유형으 로 부상한다. 그는 노인성 문학의 개념과 소설사적 계보를 정리하고, 대표적 작품들을

3) 시몬 드 보부아르, 같은 책, 116~118면.

4) 최유찬·오성호,『문학과 사회』, 실천문학사, 1994, 24면.

5) 김미영b,「한국 노년기 작가들의 노년소설 연구」,『어문논총』 64호, 2015, 216면.

4.19 이후 한국현대소설의 발전을 주도한 작가들은 1930년대나 1940년대 생(生)들이 많다. 박완 서(31년생), 최일남(32년생), 이청준(39년생), 한승원(39년생), 홍상화(40년생) 김원일(42년생), 황 석영(43년생), 박범신(46년생), 이문열(48년생) 등이 그러하다.

6) 이재선,『현대한국소설사 1945-1990』, 민음사, 1991, 276~289면.

1991년 이재선은 도시소설의 장르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그 유형을 6가지로 구분하였다. ‘노년학적 (gerontological) 소설’이란 개념도 그 중 하나로 제시하였다. 노년의 삶, 즉 삶의 적극적인 활동으 로부터 은퇴하거나 물러나 있는 노인들의 세계를 다룬 소설이라 정의내리고 있으나, 협의적으로 는 도시소설의 한 종속 장르로 규정할 경우 사회 변동기에 있어 노년의 도시생활 및 도시화와 연 계된 삶을 묘사하는 소설로 정의한다.

7) 김윤식, 한국문학 속의 노인성 문학 , 김윤식·김미현,『소설, 노년을 말하다』, 황금가지, 2004.

김윤식은 한국 문학 속의 노인성 문학 이란 평론에서 노인성 문학의 개념 정리를 시도하고 있 다. 65세 이상의 작가가 쓰는 작품을 노인성 문학 (A)형, 65세 이하의 작가들이 노인성을 소재(주 제)로 다루는 경우를 노인성 문학 (B)형이라고 규정한다.

(15)

분석하기도 했다. 김미현8)은 김윤식의 논의를 이어받아 ‘노인성 문학’은 작가의 생물학 적인 연령과는 무관한 개념으로, ‘노인성’을 본질로 삼는 문학이라고 정의한다. 한편 김 병익9)은 노년문학을 ‘작가가 노년이라는 것, 혹은 단순히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노인이라는 것 이상의 것, 즉, 노인이기에 가능한 원숙한 세계인식, 삶에 대한 중후한 감수성, 이것들에 따르는 지혜와 관용과 이해의 정서가 품어져 있는 작품세계를 드러 낸 경우’라고 정의했다. 변정화10)는 노년문학의 구성요소로, ‘노년의 인물이 주요인물로 등장할 것, 노인이 당면하고 있는 제반 문제와 갈등이 서사골격을 이룰 것, 노인만이 가질 수 있는 심리와 의식의 고유한 국면에 대한 천착이 있어야 할 것’ 등 세 가지를 꼽았다. 류종렬11)은 노년소설을 ‘시대적으로는 1970년대 산업화시대 이후의 현대사회에 서 본격적으로 생겨난 소설 유형으로, 노년의 작가가 생산한 소설로 인식했다. 그는 내 용적 측면에서 이야기의 중심 영역이 주로 노년의 삶을 다루고, 서술의 측면에서 노인 을 서술자아나 초점화자로 설정하여 서사화된 소설을 노년소설로 분류한다. 그 유형으 로는 노인의 소외된 삶을 다루는 부정적 측면의 ‘노인문제 소설과, 노년의 원숙성과 지 혜를 보여주거나 존재의 탐구와 죽음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다루는 긍정적 측면의 소 설 두 가지’로 나누었다. 또한 노년소설의 명칭도 이런 관점에서 정리했다.12) 노년소설, 노년의 문학, 노대가의 문학, 노인문학, 노년학적 소설, 노인성 문학, 노년기 소설 등으 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을 ‘노년소설’로 통일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최명 숙13)은 작가가 아닌, 주인공 노인의 연령을 기준으로, ‘60세 이상’일 경우 노년소설이라 8) 김미현, 웬 아임 올드 , 김윤식 김미현,『소설, 노년을 말하다』, 황금가지, 2004, 282면.

김미현의 웬 아임 올드(When I'm old) 는『소설, 노년을 말하다』에 실린 8편의 작품을 분석 한 것으로, ‘노인성 문학’이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논의를 전개한다.

9) 김병익, 험한 세상, 그리움으로 돌아가기 ,『친절한 복희씨』, 문학과 지성사, 2007, 285면.

‘노년문학’이란 용어는 1974년에 김병익이 먼저 사용하였다. 하지만 당시 ‘노년문학’을 노년에 이 른 작가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로 설명했을 뿐, 특별히 정의하지 않았다.

10) 변정화, 죽은 노인의 사회, 그 징후들 ,『한국노년문학연구Ⅱ』, 국학자료원, 1998, 173면.

11) 류종렬, 한국 현대 노년소설 연구사 ,『韓國文學論叢』제50권, 2008, 531면.

12) 류종렬, 같은 논문, 530면.

“노대가의 문학은 작가생활을 오래한 원로급의 문학을 말하는 것이기에 제외하더라도, 노년학적 소설이란 노년학과 연계된 듯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노인문학은 노인이라는 어휘가 주는 다소 부정적 의미와 등장인물만을 중심으로 다룬 듯하고, 그리고 노인성 문학은 노인성만 을 중시하는 문학을 의미하는 듯하며, ‘문학’을 ‘소설’로 바꾸면 노인성 소설이 되어 소설 유형으 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노년의 문학과 노년기 소설은 창작 주체인 작가의 나이만 을 고려하는 듯하기에 소설 유형의 명칭으로는 곤란하기 때문”이라는 관점이다.

13) 최명숙(2008),「최일남 노년소설에 나타난 죽음의식 연구-『아주 느린 시간을 중심으로』」,『현 대소설 연구』제55권, 2014, 32~33면.

최명숙은 한국 노년소설의 주요 모티브를 7가지로 제시한다. (1)유기(죽음, 짐, 부양의무 전가, 불 효, 가출) (2)죽음(현실순응, 소망, 가족배려) (3)재혼(노년의 사랑, 이기심, 새출발) (4)자존심(신 체적 쇠약, 늙음) (5)흉터(흔적, 인생의 경험) (6) 대물림(존재적 인식, 종족보전) (7)꿈(간절한

(16)

고 했다.

이상 노년소설에 대한 다양한 정의들을 살펴본 바, 본고에서는 김병익이 정의한 ‘작 가가 노년이라는 것, 작품 속 등장인물이 노인이라는 것 이상의 의미, 즉, 노인이기에 가능한 원숙한 인식세계를 드러낸 경우’와 류종렬이 정의한 ‘노년기 작가가 생산한 소 설, 주로 노년의 삶을 다루고, 노인을 서술자나 초점화자로 설정하여 서사화된 소설, 존재의 탐구와 죽음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노년소설의 정의로 삼고자 한다. 특히 작가 의 연령을 중요한 조건으로 고려하여 노년소설의 작가층을 ‘노년의 작가’로 한정한다.

젊은 작가들을 포함할 경우 자칫 ‘노년’을 소재주의적으로 이해하게 되거나, 본고가 노 년소설에서 얻고자 하는 ‘죽음의 문제를 통한 삶의 본질 환기’라는 내용적 통찰에 미치 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가들의 세계관에 따라 죽음 인식은 다양하게 그려질 수 있지만, 노년이 되어서야 알 수 있는 특유의 깨달음이 존재한다고 전제한다. 이때

‘노인’은 ‘생리적, 심리적, 신체적 감퇴와 더불어 자기유지와 사회적 기능이 약화된 사 람’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겠다.

김윤식은 “21세기 한국에는 ‘갑작스럽고도 놀라운 신종군중’인 ‘노인’들이 출현하였 는바, 이들이 미래 한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새로운 주체들”14)이라고 말하기도 한 다. 고령화사회로의 진입과 더불어, 노년에 도달한 작가들이 늘어난 배경도 노년문학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 근거가 되는 셈이다. 연륜이 쌓임에 따라 “노년의 대가급 작가 들은 일거수일투족, 몸짓 하나 행동 하나가 그대로 소설이 되는 ‘근사한 사건’의 경지 에 이르렀다.”15)는 것이다. 작가들 역시 자연인으로서 노년을 맞는다. 따라서 노년에 접어든 작가들이 “자신의 경험과 삶을 올올이 창작품으로 형상화했을 경우 그것이 갖 는 문학적 의미와 자산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측면”16)을 지닌다는 말은 경청할 만하다.

또한 노년에 접어든 작가들을 통해 “인간의 삶과 사회현상 그리고 세상을 꿰뚫어 보는 작가의 안목과 연륜이 묻어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작(秀作)이 적지 않은 문학현상”17)에 대해 주목할 필요성도 제기한다.

특히 노년소설에서 다루는 소재 가운데 하나가 ‘죽음’이라는 점은 다양한 측면에서

소망, 욕망) 등의 모티브를 노년소설이 다룰 수 있다고 봤다.

14) 김윤식, 한국문학 속의 노인성 문학 , 김윤식·김미현,『소설, 노년을 말하다』, 황금가지, 2004, 275면.

15) 김윤식(2004), 같은 책, 249~280면.

16) 전흥남(2008),「문순태 노년소설에 나타난 ‘노인상’과 소통의 방식」,『국어문학』제52권, 2012, 287면. 연구자는 노년소설의 창작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면서 수작(秀作)을 발표한 경우를, 박완서, 문순태, 최일남, 한승원, 김원일, 김문수, 홍상화, 오정희 등으로 들고 있다.

17) 전흥남(2012), 같은 논문, 28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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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가 있다. “현대문학에서 죽음은 단순히 소재의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존재론 적인 차원의 위치에 서며 그에 따라 주제 의식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소설구조를 사회 구조와 상동관계로 연결시켜주는 기능까지를 담당하기”18) 때문이다. 문학이 인간의 삶 을 다루는 예술장르라고 할 때, 소설은 삶의 구체성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이에 인 간존재에게 생략될 수 없는 운명적 본질인 ‘죽음’의 문제가 논의되는 것은 당연하다.

역설적이지만 죽음은 현대문학에서 삶의 양상을 다루는 소재이자 주제로 기능하는 셈 이다. 이와 같은 태도나 인식은 한국사회에서 죽음의 질을 높여 인간으로서의 삶을 잘 마무리하게 하는 데에도 그 의의가 있을 줄 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죽음의 질 지수(Quality of Death Index)’는 세계 꼴찌 수준이 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소인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가 조사한 국가별 ‘죽음의 질 지수’에 따르면 OECD 40개 국가 중 32위인 하위권에 머물러 심각 한 국가적 문제19)로 지적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죽음에 관한 교육20)이 여러 사회에 서 이미 강조되어 온 바 있다. 그러나 여기에 비하면 잘 죽는 것에 대한 우리의 인식 과 대비는 후진적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죽음을 거부하거나 공포에 괴로워하다 비참하 게 삶을 마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죽음학 대부분은 “죽어가 는 과정과 죽음 후의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죽음에 대한 성찰을 통해 삶의 태도 변화 를 이끌어내려는 목표에 도달하기 버겁다. 이러한 일회성 행사는 죽음에 대해 성찰하 고 삶의 의의를 자각하는데 일시적인 도움”21)을 줄 뿐이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생각하는 ‘좋은 죽음’이란 “생명을 지닌 신체가 고통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마감하는 죽음”22)이라는 수준에 머문다. 대체로 의료기관에 있는 환자들이

18) 이인복,『한국문학에 나타난 죽음』, 예림기획, 2002, 326면.

19) 김지원,「웰빙을 넘어 웰다잉 시대, 김애리 작가가 추천하는 ‘죽음예비교육’ 도서」, 한국경제TV, 2015년 7월 9일 참조.

20) 주용중,「죽음준비교육」, 조선일보, 2006년 5월 12일 참조.

독일에는 죽음에 관한 중고생용 교재가 20여 가지, 미국에서는 죽음교육 상담협회 자격증으로 교육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800여 명이 넘고, 일본정부는 4억 엔을 들여 학생들에게 가르칠 죽 음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있다.

21) 전병술,「한국에서의 죽음학」,『동양철학』제44권, 2015, 69~70면.

현재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Thanatology’ 관련 연구와 활동은 ‘죽음학, 사망학, 생사학, 사생학, 임종학’ 등으로 불린다. 상장례 문화의 변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중심의 안락사(존엄사) 문 제, 사전의료의향서 작성, 호스피스 완화의료 활동 등 임상중심 혹은 구체적인 사안별로 이루어 지고 있다. 민간단체들도 ‘죽음준비교육’이라는 명칭 하에 유서작성, 영정사진 찍기, 입관체험 등 을 실시하고 있다.

22) 김명숙, ‘좋은 죽음’과 유학의 죽음관 ,『동양사회사상』제19집, 2009, 19면 참조.

명대로 살다가 죽는 죽음(자연사)(1위), 신체적 고통 없는 죽음(2위), 소망대로 살아간 뒤의 죽음 과 후회 없는 죽음(3위), 마음에 근심 없는 상태에서 편안하게 죽는 죽음(4위), 죽음을 준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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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좋은 죽음은 몇 가지 내용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죽어가는 자가 인간의 권리와 인격을 대접받는 것이고, 둘째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정보와 죽음 과정, 방식을 결정하고 통제하는 것이며, 셋째는 타인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자신에게도 고통 없는 죽음이며, 넷째는 정신적 육체적인 돌봄과 위안 등이다. 이렇듯 좋은 죽음에 대한 인식 은 대부분 병상과 죽음의 과정에서 인격적 대우,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자기 결정권, 평안하고 고통 없는 죽음으로 귀결된다.”23)

하지만 이러한 죽음은 현대인들이 체감하는 죽음의 불안과 공포를 넘어설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을 제공하지 못한다. 자연의 섭리로서 인간은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초라 한 죽음의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죽음이 어떤 의미를 주는지를 생물학적 차원이 아닌 보다 깊은 차원에서 사유하지 않는 한, 현대인의 죽음은 단순한 유기체적 인 죽음에 머무르고 만다.

일찍이 헤겔은 인간의 죽음을 이중적 의미에서 논한 바 있다.24) 인간은 자연적 존 재로서 동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고유한 삶을 살고 있는 정신적 존재라는 점이다. 그 렇기에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언젠가 죽는다’라는 관념적 죽음이 아니라 ‘나 자신’과

‘가족이나 지인’의 죽음을 그 자체로 고유한 개별적 죽음으로서 직면해야 하는 것이다.

‘좋은 삶’을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하듯 ‘좋은 죽음’ 또한 긴 사유와 준비가 필요하 다.

한편 죽음에 대한 인식은 생사관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생사관’25)이란 ‘우주나 생

삶을 정리할 시간을 갖는 죽음(5위)이다.

김명숙(2011),「한국인의 죽음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관한 철학적 고찰Ⅱ」,『哲學論叢』제64권, 2011, 97면 참조. 자다가 고통 없이 죽는 죽음(35%)이나 노화에 의한 자연사(18%)와 같이 질병 이나 고통없이 죽는 죽음을 최상으로 여기는 경향은 인생의 시기나 종교 유무를 가리지 않았다.

한국인의 죽음 공포도 자아의 상실(존재의 상실, 세상과의 단절 등 20%), 죽는 과정의 고통(아 픔, 무서움, 외로움, 19%),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이별(19%)이 3대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었 고 다차원적이었다.

23) 김신미 외, 노인과 성인이 인식하는 좋은 죽음에 대한 연구 ,『韓國老年學』제23권 제3호, 2013, 97면 참조.

24) 배용준,「현대인의 고유한 죽음에 관한 철학적 연구」,『동서철학연구』제89권, 2018, 554~555 참 조. 헤겔이 말하고 있는 변증법적이고 정신적인 죽음을 사고하는 태도는 여전히 이 시대에도 요 구된다. 헤겔은 인간의 죽음은 동물적이고 유기체적인 죽음을 넘어서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죽음 이 되어야 하는 근거를 설명하고 있고, 이 주장은 정신적 존재로서 인간의 죽음을 맞이하도록 하는 제안이 될 수 있다. 자연적 존재로서 죽음의 필연성을 인식하고 이 규정이 갖는 한계나 제 한을 자기 부정을 통해서 넘어서는 정신적 존재로서 죽음이다. 이렇게 자기 부정을 통해서 죽음 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를 인식하는 과정은 변증법적 인식의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인간의 죽음은 유기체적인 죽음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고유한 자로서 자기 부정을 통해서 자유와 역사성 그리고 사회성의 개념에서 규정된다.

25) 히로이 요시노리,『일본의 사회보장』, 장인철 역, 소화, 2000, 17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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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전체의 큰 흐름 속에서 자신의 삶과 죽음이 어떤 위치에 있고 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나 생각’을 말한다. 최근 서양의 죽음학을 동양에서는 주로 생사학 (生死學)으로 재정의하고 그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는 추세다. 물론 “죽음학이든 생사학 이든 모두 생명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기에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다만 한국적 입 장에서는 ‘생사’란 말을 더 대중적으로 즐겨 쓰고 가치관이나 연구영역, 문화적 특성을 고려할 때 죽음학의 확충된 영역으로서 생사학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26) 이런 상황에서 “죽음의 본질에 관한 진일보한 연구는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생명 자체이고 따라서 현대 죽음학의 새로운 방향”27)이어야 한다. 곧 죽음에 대한 의미부여는 삶에 대한 의미부여가 된다. 죽음의 의미가 삶에 반사되어 삶의 구조가 전면적으로 재조명 되기 때문에 죽음에 관한 논의는 삶을 철학적으로 이해하는 근거도 될 수 있다. 죽음 의 의미를 제대로 깨달을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실존에 이르게 되는 법이다.

본고는 이와 같은 전제 하에 노년작가가 쓴 노년소설에서 그 죽음 인식의 양상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오늘날 현대인의 죽음이 생물학적인 죽음 차원에 머물고 있다면 이를 넘어선 고유하고도 존엄한 차원의 죽음을 문학 작품을 통해 구현해 볼 필요가 있 다는 판단에서다. ‘죽어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은 ‘승화된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언젠가 생의 결말이 있고 그것과 마주칠 것이라는 이 절체절명의 화두야말로, 인생을 좀 더 가치 있게 만들어줄 것이다. 문학 작품은 그와 같은 작업에 더없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또한 기존 노년소설 연구에 전문적인 체계성을 더해 일련의 계통을 세워나갈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더 다양한 작품에 대한 논의는 기회가 닿는 대로 보완해나갈 것이다. 깊이 있는 연구는 후속 연구를 통해 보 완하되, 본 연구가 웰다잉의 시대, 문학에서의 ‘죽음’에 관한 한층 더 풍부하고 활발한 연구를 촉발하기를 기대해본다.

26) 양준석 외,「생사학 연구동향과 학문적 모색」,『인문과학연구』49권, 2016, 437면.

생사학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생애 전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 인간의 삶과 죽음에 관한 태 도와 행동에 관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27) 전병술, 같은 논문, 65~7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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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구사 검토 및 연구방법

문학 분야에서 노년의 죽음에 관한 선행연구들은 아직 체계적이거나 심층적이라고 볼 수 없다. 대부분 작가론 또는 작품 위주로 연구가 진행되었거나 부차적으로만 죽음 의 문제를 논한 경우가 많다. 기존 연구사를 대체로 세 가지 차원에서 유형화하면, 첫 째로 노년소설 일반에 대한 연구들, 둘째로 문학에서의 죽음에 관한 통시적·공시적 연 구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고에서 다루고자 하는 세 작가들의 작품에 관한 개별적 연 구들을 들 수 있다.

첫째, 노년문학의 본격적인 연구 성과로는 4권의 저서를 들 수 있다.28) 특히 변정 화, 서정자는 한국노년문학 연구의 새 국면을 열었다. 변정화29)는 노인의 개념에서부터 노년소설의 서사구조와 특성에 이르기까지를 정리하고 이를 구체적인 작품 분석에까지 적용했다. 서정자30)는 노년소설의 개념을 정리하고 노인의식과 서사구조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노년소설의 현황과 전망을 탐색했다. 한편 김윤식31)은 노인성 문학의 개념과 소설사적 계보를 정리하고, 대표적인 작품들을 분석했다. 그 외에도 류종렬32)은 ‘한국 현대 노년소설 연구사’를 통해 노년소설에 대해 정의하고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통시적인 연구를 정리했다. 최명숙33)은 노년소설을 다룬 최초의 박사학위 논문으로, 개념에서부터 유형적 특성, 갈등구조, 현실대응양상, 문학사적 의의에 이르기까지를 다 루었다. 박대현34)은 육체의 말년과 더불어 사유의 말년을 드러내는 문학의 도래는 1960~70년대에 이르러서야 가능했다고 파악했다. 최선호35)는 1970~90년대까지의 노년 소설에 구현된 노년의 형상화 양상을 파악했으며, 전흥남36)은 한승원, 박완서, 최일남,

28) 문학을 생각하는 모임,『한국노년문학연구』, 백남문화사, 1996.

,『한국노년문학연구 II』, 국학자료원, 1998.

,『한국노년문학연구 III』, 푸른사상, 2001.

,『한국노년문학연구 IV 』, 이회문화사, 2004.

29) 변정화, 시간, 체험, 그리고 노년의 삶-이선의 이사 와 뿌리내리기 를 대상으로 , 한국문학에 나타난 노년의식, 백남문화사, 1996.

, 죽은 노인의 사회, 그 징후들 ,『한국노년문학연구 II』, 국학자료원, 1998.

30) 서정자, 하강과 상승, 그 복합성의 시학- 최근 10년의 노년소설에 나타난 노인의식과 서사구 조」,『한국문학에 나타난 노년의식』, 백남문화사, 1996.

, 소설에 나타난 노년남녀의 대비적 연대기 ,『노년문학연구 III』, 푸른사상, 2001.

31) 김윤식·김미현, 같은 책.

32) 류종렬, 같은 논문.

33) 최명숙,「한국 현대 노년소설 연구」, 경원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05.

34) 박대현,「한국 노년문학과 말년성(lateness)의 지형학」,『國語文學論叢』제79권, 2018.

35) 최선호,「현대 노년소설 연구」, 아주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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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이태준의 작품을 각각 노년소설의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특성을 규명 하였다. 김보민37)은 한국 현대 노년소설에 대한 연구를 정리했다. 여기에 더해 특정 작 가 중심의 연구들38)도 존재하고, 최정희, 최일남, 이청준, 문순태, 김원일, 오정희 같은 단일 작가나 여러 작가들을 묶어 비교 분석한 연구들39)도 있다.

둘째, 한국문학에 나타난 죽음의 통시적·공시적 연구를 들 수 있다. 먼저 통시적 연 구로 이인복40)은「한국문학에 나타난 죽음의식의 사적 연구」에서 현대소설에 나타난 죽음을 10년 시대 단위로 분석했다. 박태상41)은『한국문학과 죽음』에서 삼국유사에 수록된 죽음부터 1990년대 소설까지 방대한 작품을 고찰했다. 또한 공시적으로 죽음을 연구한 논의들도 다수 존재하고,42) 그 외에 노년소설에 나타난 죽음을 개별 작가들을

36) 전흥남(2008), 같은 논문.

,「노년소설의 가능성과 문학적 함의- “노인상”과 현실대응력을 중심으로」,『現代文學 理論硏究』제44권, 2011.

,「문순태 노년소설에 나타난 ‘노인상’과 소통의 방식」,『국어문학』제52권, 2012.

,「문순태의 노년소설과 생오지의 생명력」,『돈암어문학』제31권, 2017.

37) 김보민a,「한국 현대 노년소설 연구」, 인제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13.

38) 성은혜,「노년소설의 문학교육적 의미와 가치 연구」,『한국문학이론과 비평』제73권, 2016.

김미영a, 1930년대~1960년대 한국소설에 나타난 ‘노인’에 관한 형상화 연구: 이태준, 염상섭, 황 순원의 소설을 중심으로 ,『구보학회』제12권, 2015.

오태호, 황순원의 노년문학에 나타난 “실존의식” 연구 ,『현대소설연구』제60호, 2015.

39) 유남옥, 최정희 노년기소설 연구 ,『어문논집』제7권, 1997.

양진오, 노인에 관한 명상: 박완서, 최일남, 김원일의 소설을 읽으며 ,『오늘의 문예비평』, 2002.

정미숙, 오정희 소설과 노년 표상의 시점시학 ,『인문사회과학연구』제14권 제2호, 2013.

김미영(2015), 같은 논문.

박중렬, 노년소설의 담론 특성 연구- 최일남의 아주 느린 시간을 중심으로 ,『현대문학이론연 구』제61권, 2015.

박산향a, 이주홍 노년소설에 나타난 정체성 ,『石堂論叢』제72권, 2018.

최명숙, 양원식 소설에 나타난 노년의식 연구 ,『국제한인문학연구』제5호, 2009.

김소륜, 노년 여성의 몸과 “환멸(幻滅/還滅)”의 서사 ,『현대소설연구』제58호, 2015.

윤애경,「오정희 소설에 나타나는 ‘죽음’의 의미 연구」,『한국문학이론과 비평』제11권 제2호, 2007.

안남연,「오정희, 그 허무와 죽음」,『여성논총』제3권, 2000.

남금희,「오정희 소설에 나타난 여성성과 죽음의 비의」,『한글말글학』제19권, 2002.

박선애·김정석,「오정희의『동경』,『얼굴』에 나타난 노년의 죽음 문제,『人文科學硏究』제31권, 2013.

40) 이인복,『한국문학에 나타난 죽음의식의 사적연구』, 열화당, 1979.

,『죽음과 구원의 문학적 성찰』, 우진출판사, 1989.

,「현대소설에 나타난 죽음의식」,『韓國學硏究』제7권, 1997.

,「한국문학과 죽음」,『한국문학에 나타난 죽음』, 예림기획, 2002.

41) 박태상,「1920년대 소설 문학에 나타난 죽음의 제 양상 연구」,『한국문학과 죽음』, 문학과지성 사, 1993.

42) 김지혜,「현대소설을 통한 죽음교육 연구」,『문학과 환경』제17권 제3호, 2018.

허명숙,「소설이 죽음을 사유하는 방식- 오정희의『옛우물』, 김훈의『화장』, 배수아의『시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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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해 분석한 연구도 있다. 그런 예로 임보람43)은 이청준에게 나타나는 죽음의 의미를 종교심리학적 관점에서 밝혔고, 홍웅기44)는 죽음에 대한 성찰은 인간 존재가 세계와의 관계맺음에 기초한다고 분석했다. 황경45)은 이청준의 소설에 나타난 예술 주체들의 죽 음(실종)과 그의 소설론이 관련되는 방식을 고찰하기도 했다.

셋째, 본고에서 다루고자 하는 세 작가의 작품과 연관된 선행연구를 들 수 있다. 먼 저 김원일의『슬픈 시간의 기억』에 관한 연구로, 박찬효46)는 공적 역사와 타자의 기 억 사이 긴장을 통해 자기합리화에서 벗어날 때만 과거를 건강하게 대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희경47)은 김원일 소설이 노인소설, 분단소설, 모성소설, 가족소설 같은 다 층적인 의미로 읽히는 바, 그의 소설을 가족소설의 범주에 넣어 고찰했다. 양진오48)는 노인이란 통합하는 존재이기보다 죽어가면서 자기 분열을 일으키거나 자기모순을 합리 화하는 무력한 존재, 음모의 존재라고 밝혔다. 백지연49)은 기억의 내면화 방식이 역사 적 사실을 ‘고백’이라는 윤리적 차원으로 새롭게 직조하는 성과를 보여준다고 평가했 다. 우은진50)은 중층적 시선과 목소리가 혼재된 서술을 통해 남성중심사회의 담론에 묶이지 않은 여성 주체의 진정한 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 외 다수의 연구들이 더 존재하지만, 대개는 분석 대상이 노년소설이 아닌 경우51)에 해당된다.

를 중심으로」,『한국문예비평연구』제34권, 2011.

이상재,「채만식 소설의 낭만적 죽음연구」,『한국문예비평연구』제57권, 2018.

정도상,「죽음의 한 연구에 나타난 마음에 관한 연구」,『現代文學理論硏究』제57권, 2014.

김현숙,「박경리 작품에 나타난 죽음과 생명의 관계」, 『현대소설연구』제17호, 2002.

이정윤,「최상규 소설에 나타난 죽음의 비인칭성 연구」,『한국현대문학회 학술발표회자료집』, 2002.

정해성,「한국 근대 소설에 나타난 죽음의 문체론적 연구」, 부산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08.

유금호,『한국현대소설에 나타난 죽음의 연구』, 동천사, 1988.

43) 임보람,「이청준의 자유의 문에 나타난 죽음의 종교학적 연구」,『宗敎硏究』제78권 제2호, 2018.

44) 홍웅기,「이청준 소설의 죽음과 해원의식」,『한국문학이론과 비평』제20권 제2호, 2016.

45) 황경,「이청준 소설에 나타난 예술적 주체의 죽음과 소설론의 상관성 연구」,『現代文學理論硏 究』제53권, 2013.

46) 박찬효,「김원일의 슬픈 시간의 기억에 나타난 죄의식의 표출과 과거 기억의 재현 양상」,『韓國 言語文學』제86권, 2013.

47) 조회경, 가족, 그 슬픈 초상-김원일의 슬픈 시간의 기억 ,『우리문학연구』제16권, 2003.

48) 양진오,「해원하는 영혼과 죽어가는 노인들–황석영의『손님』과 김원일의『슬픈 시간의 기 억』」,『문학과사회』제14권 제3호, 2001.

49) 백지연, 역사적 기억의 내면화와 고백의 화법 ,『비교문화연구』제9권 제1호, 2005.

50) 우은진, 김원일의 나는 누구인가 에 드러난 여성의 중층적 시선과 목소리 ,『한국문학논총』

제62권, 2012.

51) 정학진,「김원일 소설에 나타난 기독교사상 연구」, 한양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14.

이미나(2018),「김원일 소설에 나타난 죄의식 연구」, 홍익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18.

마혜정,「김원일 소설 연구: 분단 기억의 구조화를 중심으로」, 목포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18.

남미영,「한국 현대 성장소설 연구」, 숙명여자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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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최일남의『아주 느린 시간』에 관한 연구들이 있다. 최명숙52)은 이 작품 에 나타난 죽음의식과 기존 노년소설에 나타난 죽음의식과의 변별점을 밝혔다. 양철 수53)는 ‘최일남 노년소설에 나타난 죽음 의식 연구’를 통해 노화와 죽음 수용의 의미들 에 대해 고찰했다. 이현용54)은 노년의 주요 인식을 추출함으로써 문학과 효학 영역에 서 통섭을 추구하고자 했다. 공종구55)는 최일남이 드러내고자 했던 문제의식 핵심은

‘성숙한 노년’이라는 화두라고 평가했다. 장소진56)은 최일남 작품이 죽음 문제의 일상 화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김주희57)는 이 작품이 노년을 ‘생의 끝내기’로 고심하는 시 기로 보던 기존의 시각을 바꾼다는 평가를 했다. 김보민58)은 노년소설에 나타난 죽음 인식과 대응을 통해 김원일, 최일남의 변별점을 드러냈다. 황국명59)은 박완서, 한승원, 최일남 소설을 함께 논의하면서 노년 경험의 역동성과 말년의식에 대해 고찰했다. 오 혜진60)은 최일남과 박완서 김원일의 노년소설이 주는 각각 다른 의미를 추출했다.

박완서의 소설에 나타난 죽음에 관한 연구로, 김혜경61)은 이 작가의 소설에 나타난 죽음의 문제를 세 가지 차원에서 분석했고. 이수형62)은 애도와 죄의식에 관해 연구했 는데, 특히 박완서 소설이 상실감을 넘어 일종의 죄의식을 유발하는 양상을 살폈다. 박 성은63)은 박완서의 전쟁 경험이 사적 영역 한계로 논의되었던 것을 사회적 영역으로 확장했다고 재해석했다. 김미영64)은 박완서가 오빠의 죽음을 형상화하는 작업은 트라

최현주,「한국 현대 성장소설의 서사 시학 연구」, 전남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1999.

김병희,「한국 현대 성장소설 연구」, 서울여자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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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대,「70년대 소설에 나타난 죽음의 의미: 김원일의 경우」,『國語學論集』제15권, 1997.

이미나,「바람과 강에 나타난 ‘죄’의 감정과 죽음의식 연구」,『구보학회』제15권, 2016.

이상우·전선영,「성장소설 연구: 김원일 소설을 중심으로」,『교육연구』제19권 제1호, 2011.

52) 최명숙(2008),「최일남 노년소설에 나타난 죽음의식 연구-『아주 느린 시간을 중심으로』」,『현 대소설연구』제55권, 2014.

53) 양철수,「최일남 노년소설에 나타난 노화와 죽음의 수용과 그 의미」,『영주어문』제34권, 2016.

54) 이현용,「최일남 소설에 나타난 노년 인식 고찰-『아주 느린 시간을 중심으로』」,『효학연구』

제25권, 2017.

55) 공종구, 최일남 소설에 나타난 노년의 성찰 ,『批評文學』제71호, 2019.

56) 장소진,「노년의 삶, 생장하는 소멸의 아름다움」,『실천문학』제61권, 2001.

57) 김주희, 최일남 소설 “아주 느린 시간”의 노년 “엿보기” 고찰 ,『새국어교육』제68권, 2004.

58) 김보민b,「노년소설에 나타난 죽음인식과 대응」,『인문학논총』제32권, 2013.

59) 황국명,「한국소설의 말년에 관한 사유」,『오늘의 문예비평』, 2008.

60) 오혜진, ‘노인’되기와 성찰의 시간들: 박완서, 최일남, 김원일 소설을 중심으로 ,『남서울대학교 논문집』제16권 제2호, 2012.

61) 김혜경,「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죽음’문제 연구」,『한국문학이론과 비평』제66권, 2015.

62) 이수형,「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애도와 죄의식에 관한 연구」,『여성문학연구』제25권, 2011.

63) 박성은,「박완서 소설 속 ‘망령들’을 통해 본 분단서사의 틈과 균열」,『용봉인문논총』제53권,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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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를 극복하려는 의지의 발현이자 끝나지 않은 전쟁에 대한 애도라고 평가했다. 김 은정65)은 각각의 노인성 질병이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적 의미를 고찰했다. 박산향66)은 치매 서사가 우리를 죽음과 대면하게 하고 삶을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그 외 박완서 작가의 노년소설에 관한 연구들도 존재한다.67)

이상 연구사 개관에서 보듯, 일련의 선행연구들이 분명 노년을 환기시키는 것만큼 은 자명하다. 하지만 노년소설에서 본격적으로 죽음의 문제만을 다룬 연구는 드물다는 점이 확인된다. 대부분 부수적으로 죽음을 다루었거나 혹은 죽음의 문제가 다른 주제 에 응용되는 데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노년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죽음에 대한 보다 확대되고 심화된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몇 가지 전통적인 생사관에 기초하여 죽음 인식을 살펴보는 연구 방법을 택한다. 이때 김명숙이 제시한 ‘한국인의 죽음에 대한 인식과 태도 및 그 에 대한 철학적 함의’68)는 주요한 참조로 삼을 만하다. 노년작가들의 작품 속 죽음 인

64) 김미영,「박완서 소설의 애도 불가능성 연구」,『한국언어문학』제98권, 2016.

65) 김은정,「모녀서사를 통해 본 치매의 상징성 연구」,『韓國文學論叢』제61권, 2012.

, 현대소설에 나타난 ‘치매’의 의미 ,『한민족어문학』제63호, 2013.

,「박완서 소설에 나타나는 질병의 의미」,『韓國文學論叢』제70권, 2015.

,「질병의 의미를 통한 노년소설 연구」,『국제어문』제77집, 2018.

66) 박산향b,「박완서 소설의 치매 서사와 가족 갈등 고찰」,『인문사회과학연구』제19권 제2호, 2018.

67) 박태상,「박완서 창작집에 등장한 노년문학 연구」,『현대소설연구』제72호, 2018.

송명희,「노년 담론의 소설적 형상화」,『인문사회과학연구』제13권 제1호, 2012.

김윤정,「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노년기 정체성의 위기와 문학적 대응」,『한국문학이론과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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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애도와 죄의식에 관한 연구」,『여성문학연구』제25권, 2011.

68) 김명숙, 한국인의 죽음에 대한 인식과 태도 및 그에 대한 철학적 함의 ,『유학연구』제22집, 2010, 87~95면 참조. 본고는 김명숙 연구에서 나타난 ‘한국인의 대표적인 생사관’을 참조로 한 다. ① 무(無)나 끝(33%) ② 영혼이 다른 세계로 간다(22%) ③ 천국 혹은 지옥으로 간다(12%)

④ 새로운 생명으로 환생한다(11%)는 응답이다. 생사관이나 내세관은 종교와 직결되어 있다.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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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은 필연적으로 작가의 생사관을 함의할 수밖에 없다. 작가의 철학이 세계관으로 투 영되기 때문에 그가 죽음을 어떻게 보느냐는 동시에 작가의 생의 지표를 말해준다. 김 명숙에 따르면 한국의 생사관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범신론적 세계관에 기초한 생사관이다. 이들에게 죽음은 ‘자연’으로 돌아가 는 것이다. 죽음으로써 육체는 흙으로 돌아간다. 따라서 자연을 정신세계에 영향을 끼 치는 절대적 존재라고 여긴다. 유한한 인간이 무한적 존재인 신, 즉 자연과 교통한다는 것은 가장 완전한 활동이라고 보는 것이다. 때때로 인간 현상이나 자연 현상이 불화, 모순, 비합리, 불규칙적 현상들로 보일지 몰라도 우주의 섭리는 조화롭고 이성적인 질 서를 나타낸다. 우주 내 모든 생성과 소멸은 자연현상에서 발생한다. 즉, 자연 질서 속 에서 인간의 생활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죽음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 기독교 혹은 불교, 유교의 세계관에 기초한 생사관이다. 천국이나 지옥에 간다는 기독교 생사관, 새로운 생명으로 환생한다는 불교적 생사관, 제사를 통해 죽은 자가 산 자들과 만난다는 유가의 생사관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이 경우 죽음은 신적 혹은 초월적 영역으로 인간적 영역인 삶과 구분된다. 죽음은 ‘영생’ 또는 ‘열반’ 혹은

‘윤회’하는 또 다른 삶이다. 이를 통해 죽음의 두려움은 전혀 다른 공간인 극락, 천국, 지옥과 같은 이질적인 공간을 생성함으로써 극복된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 ‘무’나 ‘끝’과 같은 과학적 세계관에 기초한 생사관이다. 이들에게 죽음은 자연 또는 신에 속한 영역이 아니라, 성장 혹은 진보와 대립되는 축소이다. 과학적 발 견들의 축적과 함께, 기존에는 범신론적 생사관과 종교적 생사관이 우세했지만 오늘날 의 죽음은 대개 ‘끝’으로 경험된다. 자연의 영성이나 초월적 신앙이 개입되지 않은, 물 리적인 죽음인 것이다. 우리 시대에는 원소로 구성된 인간은 다시 원소로 돌아간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육체의 분해와 함께 사라지고 만다는, 주로 무신론자들의 인식으로서 죽음은 생명이 사라지는 과정이 된다.

대 한국인의 종교는 유․불교 등의 고유종교와 천주교․기독교 등의 세계종교가 고르게 퍼져 있 어 생사관도 그것을 따라서 다양하다. 종교인들이 비종교인들에 비해 죽음을 끝이나 마무리로 보는 경향이 낮다. 이런 경향은 죽음을 ‘평온․안식․해방․휴식’, ‘다시 만남․또 다른 시작․돌 아감’ 등의 긍정적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향에서도 나타났다. 한국인에게 죽음은 신체기능의 정지 라기보다는 세상에서의 자기존재의 소멸이나 단절 혹은 의식의 소멸과 같은 철학적이고 심리적 인 의미로 파악되고 있으며, 인생사의 정리나 완결 혹은 내세로 이어지는 중간단계라는 실존적 이거나 종교적인 의미로 다가온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죽음을 부정적으로 연상하고 자신의 죽음 에 대해 직면하기를 꺼리는 결과와는 일견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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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이러한 생사관을 방법론으로 차용하면서, 그 연구대상으로 김원일(42년생), 최일남(32년생), 박완서(31년생) 작가의 작품들을 다룬다. 한국의 대표적 노년작가들로 불리는 그들은 노년소설과 관련하여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위의 세 생사관은 각 작가들의 변별점을 찾아내는 데 유용하게 기능할 것이다. 김원일은 기독교적 세계 관에 기초한 생사관, 최일남은 ‘무’나 ‘끝’이라는 과학적 세계관에 기초한 생사관, 박완 서는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세계관에 기초한 생사관과 주로 관련된다.

그들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한국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경험했으며, 일제의 탄압과 해방, 좌우이데올로기의 대립, 6 25전쟁과 4 19혁명, 10월 유신과 같은 굵직한 정치 사회적 사건들과 함께 했다. 이어지는 1970~80년대는 산업화 도시화 같은 사회구 조 변화가 일어난 시기로, 그들은 그 시대 역시 동시대인으로 경험했다. 당연히 동시대 를 살아온 그들의 시대 감각은 유사한 데가 있다. 특히 그들은 “문학사의 시각으로 볼 때 한국현대문학이 제도적, 규범적 규준을 확립하고 양적 팽창을 보이던 시기에 청·장 년기를 보낸 세대이다. 한국현대문학, 특히 소설문학이 내용과 형식의 다양한 실험과 성과를 보이던 시기에 가장 중심을 이루었던 독서세대이다. 한국문화의 저층을 형성하 는 문화적 소양을 쌓았고 앞장서 이끌었던 가장 먼저 나타난 ‘문학세대’이자, 1980년대 이후 문화지형도의 변화를 전제할 때, 멀티미디어 중심의 문화 환경으로 접어드는 데 낯섦을 느낄 수밖에 없는 가장 ‘근대적인 문학세대’의 마지막일 수밖에 없는 특수한 조 건”69)에 놓여있기도 했다. 따라서 한국 현대소설의 황금기를 구가한 그들은 동년배이 자 ‘노년’을 함께 공유한 세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학이 애초에 개성의 소산이기도 한 바, 이들 세 작가에게는 각각 공통성 과 차별성이 함께 존재한다. 가령 “박완서의 소설에서 나이를 먹는 것은 더 큰 질서에 진입하거나 자연으로 회귀하는 일처럼 보인다. 이런 점에서 시간은 원숙함에 이르는 계몽의 도정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일남의 소설에서 시간의 흐름은 다가오는 불안한 경로이다. 이들 작가가 보여준 노년경험이나 말년의식은 다르다. 그러면서 이들은 공통 적으로 죽음의 공포 앞에서 우둔해진다거나 섣불리 공리적 목적성을 앞세운다”70)는 황 국명의 언급이 지시하는 바가 그렇다. 반면 “세 작가의 소설 밑자리에는 초라하고 고 달픈 인생살이를 살아가는 노인들을 감싸 안으려는 연민이 흐르고 있다. 박완서 소설

69) 서형범,「노년문학의 세대론과 전망- 새로운 문화환경에 조응하는 문화예술의 가능성에 대한 시 금석으로서의 몫을 중심으로」,『시민인문학』제21호, 2012, 10~11면.

이들 세대는 최인훈을 지나쳐 김승옥과 이청준, 최일남을 거느리고 있으며, 박완서와 오정희가 또한 이 세대이기도 하다.

70) 황국명,「한국소설의 말년에 관한 사유」,『오늘의 문예비평』, 2008, 7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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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는 아주 눈에 띄게 최일남의 소설에는 눈에 띄게, 김원일의 소설에는 눈에 띄지 않 게 노인들을 격려하는 작가들의 연민의 심리가 꿈틀거리고 있다. 그들의 연민은 나이 든 노인을 공경해야 한다는 선도 차원이 아니라 늙음과 죽음을 내포한 인간의 본성을 절대적으로 긍정하는 차원이다. 이 연민은 노인들 아니 인간의 남루함을 따스하게 위 로하는 미덕을 발휘한다.”71)라는 공통성도 지닌다.

세 작가가 죽음에 대해 인식하는 바 공통성과 차별성을 추출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 다룰 작품으로는, 김원일72)의「나는 누구인가」,「나는 나를 안다」,「나는 두려워요」,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최일남73)의「아주 느린 시간」,「힘」,「사진」,「홍선생」,

「정선생과 김선생 이야기」,「박 선생의 동창생」, 박완서74)의「길고 재미없는 영화가 끝나갈 때」,「꽃잎 속의 가시」,「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여덟 개의 모자 로 남은 당신」등이다. 이 작품들은 내용적인 측면에서 작가의 생사관이 잘 드러나 있 고, 죽어가는 과정에 대한 의미와 태도에 있어서도 특별하다. 죽음에 임박한 노인 특유 의 시각과 감수성으로 서사를 이끌어가는 작품들로, 노인이 죽어가는 자이거나 죽어가 는 과정을 지켜보는 주요인물로 등장하며, 제3자의 시각으로 서사되더라도 그것은 노 화와 죽음에 관한 것들이다.

본 논문의 서술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2장에서는 말년의식과 생사관에 관해 이 론적으로 고찰해볼 것이다. 한국사회는 아직 죽음에 대한 성찰로부터 삶의 태도 변화 를 이끌어내기에 요원하다. 그것은 생사관을 지닌 말년의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고통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마감하는 생을 좋은 죽음이라 고 여긴다면, 생사관을 지닌 말년의식으로부터 존엄한 죽음에 이를 수 있다. 노년이 곧 죽음에 이르는 여정이라는 인식은 말년의식에서 비롯되는데, 이에 노년작가들의 생사 관을 짚어보고자 한다. 실존 차원에서 죽음을 파악하고자 한 철학과 함께 문학에서도 정신적 차원의 죽음에 관한 고찰이 가능하다고 본다.

3장에서는 먼저 김원일 작가의 죽음 인식에 관해 살펴본다.『슬픈 시간의 기억』에

71) 양진오,「노인에 관한 명상」,『오늘의 문예비평』, 2002, 169.

72) 김원일,『슬픈 시간의 기억』, 문학과 지성사, 2009.

73) 최일남,『아주 느린 시간』, 문학동네, 2000.

74) 박완서,「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문학동네, 2013.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저녁의 해후』, 문학동네, 2013.

,「길고 재미없는 영화가 끝나갈 때」,『그 여자네 집』, 문학동네, 2013.

,「꽃잎 속의 가시」,『그 여자네 집』, 문학동네, 2013.

박완서는 2011년 작고하기까지 장편소설 20여 편과 단편소설 140여 편을 펴냈다. 노년의 삶과 서사를 다룬 단편소설로는 총 42편으로 박완서의 단편소설 전체의 약 30%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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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한여사, 초정댁, 윤선생, 김중호는 죽음을 마주하거나 혹은 죽어가는 노인들이다. 그 들이 죽어가는 과정은 죄의식을 드러내는 고백 화법으로 서술된다. 시대적 격변기 속 에서 상황에 따라 정체성을 끊임없이 변화시켜야 했던 노인들은 죽음 전, 과거사를 정 리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그들은 신과 나 사이에 ‘고백’이라는 통과의례를 통해 신성한 죽음 의식을 치르며, 절대자인 신에게 죄의식을 드러낸다. 결국 임종의 순간,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나를 안다, 나는 두려워요,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와 같은 고백으 로 생을 마감한다.

4장에서는 최일남 작가의 죽음 인식에 관해 살펴보겠다. 최일남은 “고령화사회를 전 제로 한 이후의 삶에 대한 화두를 아주 건강하게 제시한 경우로『아주 느린 시간』이 처음”75)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작품 속 노인들은 일상에서 만나는 죽음문화에 관한 소회들을 늘어놓는다. 아침나절 지하철역 창구 앞에서 어제와 오늘을 더듬는 노 인들은 당산이라는 공간에서 일상화된 타자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죽음 인식을 형성해간다. 작가는 타자화된 죽음문화에 대해 무신론자로서 희극적으로 대응한다. 소 멸의 극점으로서의 죽음을 맞이할 준비에 들어간 이 노인들에게서 “죽음 끼고 살기”의 연대를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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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