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들어 특히 최근 몇 개월 동안 에너지 안보에 좀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경고성 메시지들이 심심찮게 우리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마치 미국 세인트 헬렌 화산의 지각변동을 연구하는 화산학자들 처럼 코앞에 다가온 에너지 위기의 여러 가지 전조 현 상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야 합니다.
우선 현재의 원유시장부터 살펴보기로 합시다. 여기 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배럴당 50달러의 유가(브렌 트유 기준)가 유럽의 에너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는 것이 아니라, 유가를 이 수준까지 올려놓은 각종 상 황이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관점입 니다. 유가 상승의 원인에 관한 정보가 매일같이 쏟아 지고 있지만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다음의 세가지 근본적 요인인 것입니다.
첫째, 현재 원유의 잉여생산능력이 1990-1991년 걸 프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원 인은 90년대 기간동안 유가가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 에 상류부문에 대한 투자가 저조했다는 것과 지난 10 년간 리비아, 이라크, 이란 등 여러 산유국에 취해졌던 제재 조치들 때문에 투자가 줄어든 때문입니다. 또한 일부 주요 산유국에서는 다국적 석유회사의 투자를 오
히려 위축시켰습니다. 결국 이러한 요인들이 원유 잉여 생산능력의 확대를 방해했던 것입니다.
둘째, 70년대 이후 오랜 기간동안 잉여생산능력은 OPEC의 전유물이었습니다. 비OPEC 산유국들은 최 대 생산능력에 맞춰 원유를 생산하고, 다국적 석유회사 들은 굳이 유휴 생산설비를 두려 하지 않습니다. 그 결 과 수입국들은 유가 상승 시 OPEC이 제동을 걸 수 있 는 능력과 의지에 대해 너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셋째, 중동지역에서 원유공급 차질이 발생할 위험은 불과 18개월 전에 비해서 훨씬 커졌습니다. 미군이 주 도하는 연합군의 이라크 재건 실패, 이라크의 원유 생 산 및 수출 등 인프라 시설에 대한 저항세력의 잦은 공 격, 그리고 아직까지도 전쟁 이전 수준으로 생산량을 회복시키지 못한 점 등이 이러한 위험에 가장 핵심적인 요인들입니다. 이밖에도, 미국과 이란 사이의 갈등, 사 우디아라비아에서의 테러행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 인 지역에서의 끊임없는 유혈충돌 등 부수적 요인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모두 합쳐 져서 중동지역에서의 전반적인 안보상황, 특히 그 중에 서도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동향초점
에너지, EU 안전보장의 과제
본 글은 John Gault 박사가 파리에 있는“EU 안보연구소(EU Institute for Security Studies)"에서 지 난 10월 15일 발표한 내용임.
동향초점
마지막으로 위의 3가지 요인들 즉, 부족한 상류부문 투자, 불충분한 유휴 생산능력, 그리고 이라크 점령으 로 야기된 중동지역 불안 등의 요인이 아니었더라면, 지난 18개월간의 유가 거품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노르웨이 원유노조 파업, 멕시코만 허리케인의 발생, 그리고 주요 산유국에서의 정치적 분쟁 등의 문제들도 있었지만 이들 요인들은 유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 지 않았습니다. 결국, 위 세가지 핵심요인들이 EU 에 너지안보 관련자들이 반드시 주시해야 할 분명한 경고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된 여러 요인들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도 어떤 한 국가나 어떤 지역도 유가의 급 변동이나 생산 차질의 발생 시 혼자서는 스스로를 방어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원유 수입원을 다각화하거나 에너지 자급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하더라도 국제 석유 시장의 영향과 분위기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 다. 우리는 모두 함께이기 때문에 고립이 아닌 에너지 정책의 조화를 추구해야만 합니다. 다음으로 낮은 석유 가격은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으며, 소비자들에게 단기적인 이득만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유가가 낮을 경우, 투자는 위축되고 생산능력 증가 속도도 현저히 둔화될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투자에 대해 합 당한 수익을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유가가 배럴당 50 달러대로 뛰어오른 상황에서도, 다국적 석유회사들은 투자결정시 기초가 되는 장기적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10달러대 후반에서 20달러대 초반으로 상향조정하는 데 그쳐, 현 유가 수준이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유가가 만일 배럴당 28- 34달러대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제시된
다면, 투자는 현재 예정된 양보다 좀더 많아질 것이다.
세 번째 교훈은 OPEC 혼자서 (그것도 일부 소수의 OPEC국가) 전 세계 잉여생산능력에 대한 부담을 영원 히 떠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소비국으로써 좋은 자 세가 아닙니다. 원유 수입국들이 공급안보 문제를 좀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잉여생산능력에 대한 부담을 함께 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만 할 것입니다. 네 번째는 잉여생산능력 유지에 대한 적절한 보상책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민간 투자자들은 비생 산적인 자산에 대해서는 투자를 기피합니다. 자유시장 경제체제는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잉여생산 능력의 경우 오히려 문제로 작용합니다. OPEC을 위시 한 산유국들이 잉여생산능력에 투자하길 바란다면, 소 비국들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해야만 할 것입니 다. 마지막으로, 에너지안보 정책의 기본적 요소로서 평화정착 및 평화유지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합니다. 미 국의 대이라크 전쟁 수행 이후 악화된 중동사태는 부정 과 불만의 씨앗을 제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필요가 있음을 상기시켜주고 있습니다. 유럽은 이라크의 안정 을 위해 노력해야 할 뿐 아니라, 미국이 이미 등을 돌려 버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을 해결하는데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상 현재 원유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5가지 에너 지 안보 관련 교훈들은 전략적인 차원에서 뿐 아니라 다른 차원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특히 에너지 인 프라 안보에 대하여 몇 가지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최 근의 고유가 상황이 몇 가지 경고메시지를 내포하고 있 듯이 2003년 9월의 이탈리아 정전, 작년 부활절 북부 이탈리아에서의 고압 송전탑 파괴행위, 지난 1월 알제 리 가스 액화터미널에서 발생한 우발적 화재폭발 사건,
그리고 가장 최근으로 역시 알제리에서 발생한 의문의 가스 파이프라인 피해 사건들도 일종의 경고를 담고 있 습니다. 개별 사건들은 유럽 전반을 뒤흔들지는 않았더 라도, 사고가 발생한 각 국가는 막대한 고통과 비용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유럽은 대내외적으로 천연가스 및 전력 수송 네트워크가 잘 연결돼 있어 효율적인 에너지 운송 및 거래가 가능한 지역입니다. 시장이 좀더 개방 적이고 경쟁적으로 변모하면서 이들 에너지 네트워크 도 더욱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잉여생산능력의 조 성 및 유지에 대한 노력은 여전히 결여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민영화 및 반독점화 조치, 이에 따른 경쟁압박, 그리고 공급 안보에 대한 결정적인 책임소재의 부재 등 를 감안하면, 잉여생산설비의 확보는 앞으로도 요원한 과제일 뿐입니다.
네트워크 시스템 운영자와 및 에너지안보 정책입안 자들은 다음의 3가지 사항에 대하여 고민하여야 할 것 입니다.
ⅰ) 어떤 부문이 잉여생산능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가?
ⅱ) 필요한 잉여생산능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ⅲ) 잉여생산설비를 건설하고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 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에너지안보에 대한 광범위한 전략적 분석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대신 공급원 다각화라든지 주요 공급원의 수급 차질에 따른 영향에만 초점을 맞추 고 있습니다. 가스나 전력 등 모든 부문에 동일한 비율 의 잉여생산능력을 의무화하는 포괄적인 제안은 매우 비효율적이고 불필요한 것입니다. 시스템의 각 부문마 다 문제의 정도와 영향이 모두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개별국가 또는 개별회사에 책임을 부여하는 것 또한 가
장 효율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으며, 투자 부족이 나 불필요한 중복 투자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 다. 최선의 해결책은, 시스템전반의 분석 작업을 통해, 비용 및 난이도 면에서 가장 장점이 풍부한 가스 또는 전력 네트워크를 찾아내는 것이다. 발전용 천연가스 사 용 확대와 함께, 유럽 천연가스망에 대한 시스템 분석 은 결국 송전망과 상호 연계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다중 연료 발전능력을 지닌 발전소와, 이러한 발전소에 대체연료의 재고가 비축돼 있는지, 그리고 가스공급에 차질이 생겨 대체 연료를 사용할 경우 환경규정을 위반 하게되는 지 여부까지 꼼꼼하게 파악되어야 합니다. 물 론, 이러한 시스템전반에 대한 분석은 매우 세부적이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만 잉여생산능력의 규모와 위치 를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행되어야 할 과제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연구가 이제까지 유럽에서 한번도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St. Hellen 화산을 매일 지켜보는 전문가들도 언제 화산이 분출할지 또는 정말로 분출할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중 누구도 에너지 안보위기가 언 제 발생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화산전문가들은 지질연구 자료에 근거하여 분출 가능성이 수년전보다 지금 훨씬 높아졌다는 것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 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에너지 분야에서 발생하는 사 건과 각종 신호들도 향후 위험을 알리는 초기 경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하며, 이러한 경고는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