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식에 참석한 지도자는 주석단에서 열병식을 수행하는 인민들을 내려 다보고, 인민들은 지도자의 시선을 올려다보며 한 치의 오차 없이 실행 하려 한다. 이는 푸코가 지적했던 시선의 권력으로, 시선의 불평등을 통 해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를 암묵적으로 의식 속에 내재화시킨다. 49)
김일성광장은 또 다른 각도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김일성광 장 전면을 차지하고 있는 인민대학습당은 대동강 건너편의 주체사상탑과 상징축을 형성한다. 상징축을 중심으로 한 좌우대칭구조는 동서양을 막 론한 권위주의 건축의 표현방법 중 하나이다. 전면에 위치한 건축물의 크기와 마당의 넓이는 권위를 상징하였다. 하지만 남산재 언덕 위에 지 어진 인민대학습당은 궁궐이 아니라 인민들을 위한 도서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일성광장과 인민대학습당의 크기는 명목상으로는 도시의 주인 인 근로자의 위상을 높이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본 논문에서 짚고 넘어가고자하는 것은 바로 주석단의 존재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인 성곽배치는 유교적 질서에 풍수지리 개념이 더해진 하늘-산-왕의 구 조로서, 하늘의 권위가 산을 매개로 하여 왕에게 이어지는 3단계의 표현 방법을 취한다. 이는 하늘-왕 구조를 취하는 대다수의 다른 문명과는 차 별화되는 독특한 방법으로, 고려의 수도 개성 건설 때 개발되어 조선의 수도 한양과 조선 전기의 다른 도시들에서도 차용되었다. 유독 우리나라 의 도시가 하늘과 가까운 산이나 언덕이 아니라, 수비하기도 어려운 산 밑 구릉지에 형성된 배경이다.50) 주석단을 권력의 핵심 공간이자 지도자 의 공간, 즉 궁으로 비유했을 때, 주석단 뒤편의 남산재 언덕은 산을 의 미하고, 그 위에 지어진 인민대학습당은 주석단의 권위를 더욱 높이는 배경으로 치환된다. 따라서 전통적인 궁궐배치 개념으로 보았을 때 하늘 -남산재(인민대학습당)-주석단의 위계질서가 은연중에 표현되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의 연장선으로 주석단을 중심으로 배후의 남산재와 김일성광 장 앞을 흐르는 대동강은 풍수적으로도 배산임수의 배치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림 4-8 전통적 권위 표현방법인 하늘-산-왕의 구조를 하고 있는 경복궁
51)
그림 4-9 전통적 권위표현방법인 하늘-산-왕 구조의 관점에서 본 주석단
52)
그림 4-10 동향배치와 상징축을 이용한 권위표현방식-순서대로 평양, 베르사유궁전, 성베드로성당
또한 인민대학습당-주석단-주체사상탑으로 이어지는 상징축의 각도는 정북으로부터 95.73〫〫〫〫로 동쪽을 향하고 있다. 해가 뜨는 동쪽으로 건물의 방향을 정하는 양식은 태양=왕이라는 이데올로기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 역시 동향이며, 태양=신이라는 비유를 사용한 서구의 교회들에서도 발견되는 방식이다. 유교 문화권인 중국과 한국에 서는 남면의 원리를 더 중시하여 남향배치를 선호하였지만, 권위를 나타 내는 방법으로 동향을 택하는 것은 동서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 상이다. 또한 김일성의 생일을 태양절이라 명명하여 기념하는 등 태양과 북한 지도자와의 관계성을 고려하였을 때 김일성광장이 동향으로 배치된 점은 이와 같은 상징성을 내포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김일성광장은 인민대학습당을 통해 명목상으로 근로자를 위한 공간임을 나타내지만, 그 앞의 주석단에 주목하면 지도자의 권위를 상징 하는 수많은 장치가 사용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제 3 절 형태적 관점의 차이점과 공통점
형태적 관점에서 광화문광장과 김일성광장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광화문광장 김일성광장
면적 18,840㎡ 75,000㎡
형태 폭 34m, 길이 555m 긴 가로형태
폭150m, 길이120m 주광장 (도로 포함 170m x 180m) 폭100m, 길이140m 광장2 폭100m, 길이60m 광장3 직사각형 형태
위치 도심부 도심부
접근성 좌우 6차선의 도로로 단절 인근 업무시설과 연계 없음
대동강과 연결
인근 문화시설(도서관, 박물 관, 미술관)과 연계
공간 확장 도로 점유를 통한 확장 주요 무대로 기능
대중교통 인근 12개 지하철역 대심도 지하철 2개
주변건물 용도 행정, 업무 기능의 고층빌딩 문화시설 및 정부청사
건축양식 무계획적으로 혼재 신고전주의양식, 민족건축양
식
랜드마크 이순신동상, 세종대왕동상 인민대학습당, 주체사상탑
전면부 광화문, 청와대 인민대학습당
정권 상징건물 청와대와 1.5km,
광장에서 조망 및 행진 가능
금수산기념궁전과 5.8km, 광장에서 조망 불가능
눈높이 평등
참가자 모두 배우이자 관객
주석단-시선의 불평등 관객과 배우 구분
형성원리
조선시대 궁궐건축 원리 남면과 육조대로
조선-일제-군사정권의 권위 주의 상징 공간
사회주의 도시계획 외견상 인민을 위한 공간 주석단의 존재로 권위주의 상징 공간
전통건축의 권 위주의 표현
하늘-북악산-광화문(경복궁) 남면(주례의 원리)
하늘-남산재(인민대학습당)- 주석단
동향(태양과 동일시)
표 4-2 형태적 관점에서 광화문광장과 김일성광장 비교
이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차이점은 광화문광장은 6차선 도로와 고층 업무 건물로 둘러싸인 긴 형태로 접근성이 좋지 않지만 김일성광장은 대 동강과 연결되며 인근 문화시설과도 연계되어 접근성이 좋다. 또 자본주 의 논리에 따라 업무기능이 무계획적으로 도심에 입지하게 광화문광장 주변과는 달리 김일성광장은 사회주의도시계획 원리에 따라 계획을 바탕 으로 문화시설(도서관-박물관-미술관)이 주변에 입지하였으며, 신고전주 의양식과 민족건축양식이 통일성을 이루고 있는 차이점이 있었다. 한편 광화문광장에서는 광화문 너머로 청와대가 보임으로써 정치적인 상징성 이 강조되지만 김일성광장에서는 김일성 김정일의 집무실인 금수산기념 궁전이 멀리 떨어져 있고, 전면에는 인민대학습당이 보임으로써 김일성 광장이 인민들의 공간임이 강조되는 차이점이 있었다. 하지만 주석단의 존재를 주목하였을 때, 주석단을 중심으로 하늘-산-왕의 전통적인 권위 주의 조형논리가 김일성광장에 적용되는 공통점을 도출할 수 있었다. 이 에 더해 태양-왕을 동일시하는 장치로서 동향 배치를 해석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