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조사 '에게/한테'와 결합하는 '다가'
3.2. 조사 '에게/한테다가'의 '다가'의 의미적 기능
본 장에서 살펴본 '다가'와 결합되는 조사 '에게'와 '한테'는 부사격조사 '에' 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 앞서 언급한 '에게/한테'의 다섯 가지 의미기능 중 '행동이 미치는 대상', '행동이 일으키는 대상'과 '판단 의 기준' 이 세 가지 경우에 이동이나 방향성의 의미가 어느 정도 담겨 있다.
이에 따라 뒤에 '다가'를 붙일 수 있다. 그 외에 '일전하게 제한된 위치'와 '지 각의 주체'를 의미할 때는 '다가'의 기본적 의미인 '접근'과 적합하지 않아서 문장에서 '에게/한테다가'를 사용하기 힘들게 된다. 그러나 '에게/한테다가'의 의미기능 중에 '행동을 일으키는 대상'의 경우에는, 선행명사를 향한 이동이나 접근이 아니라 오히려 점점 멀어지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에게/한테다가' 중 의 '다가'는 그 기본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에다가'만큼은 엄밀하게 준수하 지 않을 경우도 있고, '다가'의 의미가 점점 약화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뒤에 4장에서 자세히 논의하겠지만, 조사 '로다가' 중의 '다가'도 '접근'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경우가 더욱 적어지고, 거의 '강조'의 의미만 남아 있다.
존경하는 대상이 부사어일 때에 여격조사 '에게'를 대신하여 '께'를 사용한 다. 부사 '에게'의 높임 표현인 '께' 뒤에도 보조사 '다가'를 붙일 수 있다. 물 론, 조사 '에게다가'의 사용빈도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 그의 높임 표현인 '께다가'는 더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람마다 직관에 따라 사용 가능 여부에 대 한 판단도 다르다.
위에서 살펴본 내용을 요약하자면 여격을 표시해 주는 부사격조사 '에게다 가'와 '한테다가'는 유정물인 선행명사에 후행하고 '행동이 미치는 대상', '행동 이 일으키는 대상'과 '판단의 기준'의 세 가지 의미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3.2.1. 보조사 '다가'의 '강조' 의미
본절에서는 보조사 '다가'가 어떠한 의미적 기능을 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 로 논의하도록 한다. 부사격조사 '에게다가'와 '한테다가'는 '에다가'보다 출현 빈도가 높지 않으므로, 이에 관한 기존 연구도 비교적 적은 편이다. 보통 보조 사 '다가'나 '다가'를 포함하는 조사에 대한 연구에 포함되어 있고, 이 두 조사 에만 집중하는 연구는 찾기 어렵다. 보조사 '다가'의 의미에 있어서 선행연구 에서 크게 두 가지 견해가 있다. 첫 번째 주장은 보조사 '다가'가 수의적으로 부사격조사에 붙는 요소이므로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김문웅 1982, 유경화 2014). 김문웅(1982)에 따르면 '다가'는 삭제해도 되고, 때로는 아래 (7)과 같이 명사구 사이에서 이행(移行)을 해도 문맥상 의미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이 때문에 보조사 '다가'는 '한테다가'뿐만 아니라 '로다가'처럼 다른 조사와 붙을 때에도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하였다.
또한 최윤(2016), 전후민(2014) 장회견(2015) 등을 비롯한 다른 연구자들 은 '에게다가'와 '한테다가' 중의 '다가'는 강조의 의미기능만을 가지고 있고, 앞 조사의 의미를 한층 더 강화시킨다고 지적하였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한테다가'의 뜻풀이 '행동이 미치는 대상을 강조하여 드러냄'에서도 ' 강조'라는 의미적 기능을 제시하였다. 이외에도 이태영(1988)에서는 화용론적 인 관점을 취하며 보조사 '다가'가 담화의 초점을 표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어 강조법에 대한 연구는 잘 이루어져 있다. 권재일(1987), 임성규 (1989) 등에서 한국어에서 쓰이는 여러 가지 강조법을 제시하였고, 강조 기 능을 가지는 보조사에 집중적으로 논의한 연구로도 최련(2015)과 강주은 (2020) 등이 있다.
(7) ㄱ. 그는 나한테다가 약속을 내일로 미루자고 제의해 왔다.
ㄴ. 그는 나한테 약속을 내일로다가 미루자고 제의해 왔다.
본 연구는 문장에서 나타나는 모든 언어 요소는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고 본 다. 아무리 수의적인 요소라도, 통사적으로나 의미적으로나 어떠한 기능을 수 행하는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해당 언어 요소에 어휘적 의미가 없어서 문 맥적 의미도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 이현희(2013)에 따르면 특히 '강조'는 정 보 전달이 목적이 아니라 표현적 목적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서, '강조'를 나타내는 요소는 어휘적 의미보다 문맥적 의미가 더 중요하다. 한국어에서 자 주 사용되는 보조사 '은/는'으로 예를 들자면, (8)에서 '은/는'이 삭제되어도 문 장의 의미에 전혀 영향이 없다. 그러나 보조사 '은/는'은 '대조'의 의미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화자가 '는'을 통하여 과일가게 외에 다른 가게가 있을 수 있 다는 의미를 함의시킬 수 있다. 또한 '은/는'은 '강조'의 의미기능도 있으므로, 화자가 '과일가게'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 쓰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은/
는'처럼 삭제될 수 있다고 해서 반드시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다.
보조사 '다가'도 위와 마찬가지로 수의적인 요소라는 근거만으로 의미적 기능 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본 연구는 보조사 '다가'는 기본적 의미 외에 '강조' 의 의미가 있다는 견해에 동의하면서 자세하게 논의를 전개하기로 한다. 다음 으로 '에게/한테다가'에서 보조사 '다가'의 '강조' 기능을 실제 용례를 가지고 자세히 보도록 한다.
말뭉치에서는 여격조사 '에게/한테' 뒤에 '대고'를 붙이는 '에게/한테다가 대 고'의 형식이 자주 나타난다. 이러한 용법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아래와 같 이, '어떤 것을 목표로 삼거나 향하다'라는 의미로 등재되어 있다.
(8) ㄱ. 그 곳에 과일가게는 없다. (최련 2015) ㄴ. 그 곳에 과일가게 없다.
(9) ㄱ. 하늘에 대고 하소연을 했다.
ㄴ. 아이들이 나무에 대고 돌을 던지고 있다.
ㄷ. 어머니는 아들에게 대고 그동안의 불만을 한꺼번에 내쏟았다. (표준국
말뭉치에서 '에게 대고'와, 뒤에 보조사 '다가'를 붙인 '에게다가 대고'를 추 출해 보면, '에게'가 있을 때 뒤에 '대고'가 나타나는 빈도가 '에게다가'가 있을 때 뒤에 '대고'가 나타나는 빈도보다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에게/한테 다가'의 모습으로 사용되는 용례가 있기는 한데하지만 아주 적게 나타난다. 따 라서 '에게/한테다 대고'를 좀 더 전형적인 형태로 정하기로 한다. 이러한 형 식을 통하여 보조사 '다가'의 '강조' 의미를 보도록 한다.
어대사전)
(10) ㄱ. 의사는 서 영감에게다 대고 충동질을 한다.
ㄴ. 그 기술의 유효성이 보장되는 범주랄까 수준이 어느 단계여야 하는가 를 선생 스스로에게다 대고 묻고, 어쩌면 원고지 사용이 그 단계라고 스스로 대답하고 있었던 셈 아닙니까.
ㄷ. 나는 죽은 그에게다 대고 뭐라고라도 한대목 욕을 해주고 싶었다.
ㄹ. 그러자 이해찬 기획본부장이 후보에게다 대고 “저런 성질머리로는 대 통령이 돼도 문제다”라고 쏘아붙였다.
ㅁ. 강경 발언만 쏟아내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또는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미국한테다 대고 제발 여기선 전쟁은 안 된다.
ㅂ. 저한테다 대고 아~ 담을 수 없는 욕을 한다는 것이 아~ 저 사람들 은 이제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마지막 발악을 하는구나 싶으니까 제 마음이 오히려 편해졌어요.
ㅅ. 그토록 무섭기만 하던 경찰 아저씨들한테다 대고 내가 어떻게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는지, 나도 모를 일입니다.
ㅇ. 그렇게 사랑스러운 개라지만, 사람한테다 대고 '개처럼 생기셨다' 하 면! 그 순간 욕이 돼버립니다.
ㅈ. 윤희는 아이한테다 대고 버럭 소리를 지른다.
ㅊ. 윤 직원 영감은 딸더러 하는 소리는 소리지만 온 집안 식구들한테다 대고 나무람을 하던 것입니다.
위 (10)의 '에게/한테다 대고'는 이미 굳어진 표현이므로, 화자는 '다가'의 의 미기능과 '대고'의 의미기능을 따로 인식하지 않고 하나의 관용적 표현으로 쓰 게 된다. 따라서 그 의미적 기능을 알아보기 힘들다. 일단 문장에서 '다 대고' 를 제거해도 문장의 명제적인 의미에는 아무 영향도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
왕단(2019)에서는 보조사가 문장에서 삭제될 때 문장의 의미가 변하지 않으 면 해당 보조사의 기능을 강조로 본다고 하였다. 이를 보조사뿐만 아니라 다 른 구성 요소로 확장시키면, '에게/한테다 대고'도 강조의 의미만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음운론적으로 보면 '에게/한테' 뒤에 휴지가 없는 일부 문장에 '다 대고'를 붙이고 나서 휴지가 생길 수 있다.
(11ㄱ)에서는 원래 휴지를 넣지 않아도 되는데, (11ㄴ)처럼 '다 대고'를 삽입 한 후에는 '아이한테다 대고' 뒤에 휴지가 생겼다. 보통 휴지를 넣는 것도 한 가지의 강조법이라고 본다. 따라서 여기서 '에게/한테다 대고'는 통사론, 음운 론적으로 강조의 효과를 일으킨다고 볼 수 있다. '에게/한테다가 대고' 구성 전체가 강조의 의미기능을 가지고 있으니 '다가'도 같은 기능이 있다고 추정된 다.
3.2.2. 보조사 '다가'의 강조 양상
(11) ㄱ. 윤희는 아이한테 버럭 소리를 지른다.
ㄴ. 윤희는 아이한테다 대고 버럭 소리를 지른다.
ㄷ. 그 기술의 유효성이 보장되는 범주랄까 수준이 어느 단계여야 하는가 를 선생 스스로에게 묻고, 어쩌면 원고지 사용이 그 단계라고 스스로 대답하고 있었던 셈 아닙니까.
ㄹ. 그 기술의 유효성이 보장되는 범주랄까 수준이 어느 단계여야 하는가 를 선생 스스로에게다 대고 묻고, 어쩌면 원고지 사용이 그 단계라고 스스로 대답하고 있었던 셈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