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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구현과 감정 이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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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물 구현 과정과 간접 외상 경험

4.2. 배우의 감정 이입 과정과 간접 외상

4.2.1. 역할 구현과 감정 이입

스타니슬라브스키는 『나의 예술 인생』에서 배우의 체험을 위한 자신의

저술의 개요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153

나의 ‘시스템’은 가지 기본 부분으로 나뉜다.

1. 배우 자신에 대한 내면적, 외면적 작업 2. 역할에 대한 내면적, 외면적 작업

‘배우 자신에 대한 내면적, 외면적 작업’은 초기 연기 이론서인 『배우 훈 련』에서 강조한 정서적 기억 등과 같은 내적 훈련과 『성격 구축』에 나타난 자신의 화술, 움직임 등의 신체훈련을 말하는 것이다.154 ‘역할에 대한 내면적 외면적 작업’은 『역에 대한 배우의 작업』155에서 기술된 작업을 말하는 것으 로 배우가 구체적으로 희곡과 역할을 접하고 구현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스 타니슬라브스키는 ‘자신에 대한 배우의 작업’으로 배우 자신의 내면과 과거의 삶에서 출발하는 평소의 훈련이 중요하다고156 봄으로써, ‘역할에 대한 작업’

이전에 ‘배우 자신에 대한 작업’이 선행한다는 것을 암시했다. ‘자신에 대한 배우의 작업’을 통해서 배우가 배역을 기계적인 수준의 모사가 아니라 내면 적 진실로서 다가갈 수 있게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배우에게 자신에 대한 작업이 배우의 영감과 재능, 잠재의식 등의 본성을 일깨우는 작업이었다면, 역할에 대한 배우의 작업은 테크닉을 통해, 즉 의식적인 것을 통해 잠재의식 적인 것을 일깨우는 과정이다.157 이렇듯 스타니슬라브스키는 배우의 두가지 작업을 연결 지음으로써, 역할을 구현하기 위한 총체적인 심리적, 신체적 연 기 시스템을 구축했다.

‘자신에 대한 배우의 작업’이 ‘체험’에 중점을 두어 선행되었다면, ‘역할 에 대한 작업’에서 배우는 텍스트를 바탕으로 하는 ‘재현’의 작업을 시작하게

153 스타니슬라브스키, 앞의 책, p. 111.

154 김대현, 「스타니슬랍스키 연구사 -국내 스타니슬랍스키 수용ㆍ번역ㆍ연구의 문제를 중심으로」, 『한국연극학 제40호』, 2010, p. 367.

155 『역에 대한 배우의 작업』은 스타니슬라브스키 사후에 출간된 러시아 원본을 번역 저서이다. 후에 같은 책이 『역할 창조』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156 이진아, 「스타니슬랍스키 연극론에 있어서 배우와 역할의 관계」, 『드라마 연구 42호』, 2012, p. 215.

157 위의 글, p. 189.

된다.158 배우가 역할을 만드는 작업은 『역에 대한 배우의 작업』에서 ‘인식의 시기’, ‘심리적 체험의 시기’, ‘구체화 시기’로 나뉜다. 역할 구현의 첫 단계인

‘인식의 시기’에서는 배우가 역할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이 과정은 먼저 배우가 희곡을 읽고 갖게 된 인상을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는 과정으로 시작 된다. 이때 배우는 희곡과 역할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자유롭고 선입견 없 이 유지하기 위해, 희곡을 읽을 수 있는 적절한 장소와 시간을 선택하여 집 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이때 스타니슬라브스키는 배우가 희곡과 역할 에 대해 자유롭고 독자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를 듣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역할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 누도록 권유한다.159

앞선 과정이 대본에 대한 감정적인 직관과 인상을 깊이 남기는 것에 중 점을 두었다면, ‘인식의 시기’ 두번째 단계에서 배우는 대본을 통해 느낀 감 정을 ‘직관적’으로 분석하게 된다. 직관적으로 작품을 분석하는 단계에서는 아래와 같이 배우가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반영하여 작품을 독해하는 목적 을 가지고 있다.

1. 작가의 작품을 연구하며,

2. 창작을 위해 역과 희곡에 담긴 정신적인 자료 기타 다른 자료를 연구 해,

3. 배우 자신 안에서 이와 같은 자료를 찾고자 하는

4. 또한 자신의 마음에 의식적으로, 중요하게는 무의식적으로 감정이 어날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이며,

5. 희곡을 처음 읽었을 배우와 교감하지 못한 부분에 몰입하게 새로 폭발을 가져다주는 인간의 정신적 삶의 새로운 부분들을 창조해주는 자극들을 탐구하기 위한 160

위에서 언급한 ‘정신적인 자료’라는 것은 역할의 생각, 감정 등을 의미한

158 위의 글, p.193.

159 스타니슬라브스키, 『역에 대한 배우의 작업』, 양혁철 역, 신아출판사, 2000, p.

13.

160 위의 책, p. 16.

다. 배우는 작품에서 감정적인 인상을 얻고 자신의 느낌과 기억, 경험들에 비 추어 작품에서 비슷한 부분을 찾아내고 역할이 처한 상황과 생각, 감정들에 공감하기 시작한다. 스타니슬라브스키는 이러한 과정이 배우가 희곡에 감정 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순간까지 지속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다음 단계에서 스타니슬라브스키는 희곡을 이성적으로 탐구하여 감정적 자극을 얻을 것을 지시한다.161 배우는 대본에서 주어진 역할과 상황을 검토 하고 인물의 내적 관계와 사건의 의미, 희곡의 배경 등을 철저히 분석하여 자신의 역할에 대한 이성적인 이해를 넓힌다. 이러한 사실들을 스타니슬라브 스키는 ‘주어진 상황의 기록들’, 혹은 ‘외적 조건’ 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희 곡의 내재적(사건, 인물, 줄거리, 글쓰기의 양식 등) 분석과 외재적(희곡의 배 경, 시대, 민족, 역사, 사상, 종교 등)분석을 포괄하는 것이다. 스타니슬라브 스키는 이러한 이성적 작업이 깊이 진행될수록 배우가 직관을 기를 수 있고, 이러한 직관을 통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을 더 잘 찾을 수 있게 되면 감정적으로 더 잘 몰입할 수 있게 된다고 보았다.

이성적인 이해 과정을 통해 희곡의 외적 조건이 분석되었다면, 다음으로 는 희곡에서 얻어낸 ‘외적 조건의 창조와 소생’이라는 단계로 넘어간다. 이는 앞선 분석 단계에서 얻은 조건들을 바탕으로 배우가 희곡의 등장인물들과 시 공간을 상상해내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배우는 스스로를 상상 속의 등장 인물로 투영시켜 자신이 상상한 상황, 조건, 생활 풍습, 사물 속에 들어가 존 재하는 적극적인 상상을 하게 된다.162 이때 배우는 자신의 경험을 뒤져 자신 과 공통적이고 친근한 점을 찾으면서 상상함으로써 등장인물들에 대한 정서 적 일치감을 생성하게 된다.163

‘외적 상황의 생성과 소생’ 다음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은 ‘내적 상황의 창 조와 소생’이다. 이 과정은 이미 배우가 역할을 텍스트와 대사, 분석 등을 통 해 모은 재료를 바탕으로 역할의 삶을 자신의 느낌과 감정, 과거의 경험을 통해 인식하는 과정이다.164 이때부터 배우는 희곡 속 인물로서, 희곡의 삶을

161 위의 책, p. 19.

162 위의 책, p. 30-38.

163 이진아, 위의 글, p. 204.

164 위의 책, p. 38.

살기 시작한다.165 이때 배우는 먼저 역할의 입장이 되어 희곡의 세상에 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상상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을 더 구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주변의 사물들(예를 들어 의자, 문 등)을 움직이거나 만짐으로써 인물이 했을 법한 생각과 감정을 상상해본다. 배우는 이 과정에서 희곡의 상황과 연 관되는 다양한 물건들을 선택하여 움직여 봄으로써 등장인물의 마음을 이해 해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배우는 희곡의 상황과 유사한 환경에 있는 주변 의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인물의 입장에서 느꼈을 법한 감정과 관계를 적극적 으로 상상해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배우는 희곡을 모티프로 한 구체적인 사건을 대입하여 자신이 상상한 희곡의 인물들과 대화하고, 행동하는 상상을 계속한다. 이렇듯 배우가 역할의 입장이 되어 그의 마음과 생각을 적극적으 로 이해해보고 마치 역할이 존재하는 것처럼 상상해보는 과정을 스타니슬라 브스키는 ‘내적 상황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부른다. 이때 배우는 자신의 개인 적 경험을 통해서 역할의 마음을 느낀다. 이러한 과정에서 배우는 자신의 경 험과 삶을 토대로 역할의 입장에서 마음을 이해하고 주변의 사물과 인물들을 활용하여 역할의 입장에 공감한다. 배우는 역할의 행동과 마음가짐으로 사람 들과 교류하면서 역할로서의 자신의‘존재’를 체험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배우가 애써 생각하지 않아도 역할의 외적, 내적 상황을 지속적으로 체험하 고 느낄 수 있을 때까지 계속된다. 스타니슬라브스키는 이러한 ‘인식의 시기’

전 과정이 배우가 역과 하나가 될 때까지 끊임없이 발전 심화되어야 한다고 보았다.166

‘인식의 시기’의 전체 과정은 배우가 역할과 희곡의 세계를 직관과 이성으 로 이해하고 감정적으로 공감하게 되는 과정이다. 공감(empathy 혹은 감정이 입)은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이 경험하는 감정을 경험하거나 다른 사람의 역할 을 취하는 것으로 정의되는데,167 배우가 역할을 구현하기 위해 희곡의 내재적, 외재적 분석을 통해 역할의 경험을 이해하고 역할의 입장에서 감정을 이해하는

‘인식의 시기’의 목적은 바로 이 공감이 정의하는 과정과 일치한다.

165 이진아, 위의 글, p. 204.

166 스타니슬라브스키, 앞의 책, p. 50.

167 Elizabeth Van Tuinen Youngs, “Secondary traumatic stress and countertransference in the trauma therapist: a comparative analysis”, in the Chicago school of professional psychology, 2005, p.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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