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여행
I
수필고추와 자궁암
고추와 자궁암! 무슨 상관 관계가 있는가! 고추 관리를 잘해야 자궁암이 잘 걸리지 않는다 는 걸까? 이런 연유로 난 최상품의 태양고추는 얼마든지 맘놓고
살수 있게 되었으니 귀인을 만난셈이다.
나己
발전하는최첨단과학문 명의발달은일상생활을 점차 윤택하게 하였고, IT산업의 세계 제1인자로 군림하고 있는우리의 앞선 정보기술은 비록 정치적인 면에선 후 진국의 틀을못 벗었다해도우리에게 큰 자긍심을 안겨주었다.이젠 해외 어디를가나눈에 익숙한 현대, 대우, 삼성 그리고 LG의 큰 입간 판들이쉽게우리눈에뜨일 뿐 아니라, 세계 각지로 나간국산 차들을 현지에 서 바라볼때면우리 나라의 위상이 그 만큼 올라가 있는듯하여 흐뭇한 미소 를 머금게한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외래환자와 접하 다보면, 의학상식도 보다 향상되었지 만 어설프게 들은 검증되지 않은 민간 요법만 믿고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오히려 불필요한 고생을 하는 이들도 종종 보게된다.
그때마다 자궁경부를 확대 촬영하여 상세히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긴 설명 을 하다보면 어느 땐 그만회의에늦을 때도 있게 된다. 하지만진정 감사의 뜻 으로 허리 굽혀 인사하며 흐뭇한 표정 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뒷모습은 나를
뿌듯하게 한다. 그것 이 바로 의사로서의 보람이 아
닐까. 그런이유로멀리 이사간뒤에도 옛정을 생각하고 다시 진료실문을 노크 할때 는 더욱 정성을 다하게 된다.
어느날, 불쑥 내게 말을건넨다.〈 원장님 얘가 벌써5학년인 걸요! > 지나가다가 즉흥적으로들렀다는 것이다. 내 전공이 산부인과이니 이런 일은 종종 있게 된다. 자 기를 받아주신 선생님을 한번뵙고 싶다하여 지나는 길에불현 듯 들렀다는 한 아주 머니가 내 키보다 훨씬 크게 성장한 아이를 내 앞에서 넙죽인사시킨다. 그렇게 자랑 스러워할 때면 내가 낳은 듯이 대견해 보이는 것 또한 산부인과 전문의의 작은기쁨 이되기도한다.
또 자기 남편이 출근길에 우리 병원 간판이 눈에띄면 그쪽을향해 마음속으로 절을 한다고 한다. 그환자는 오랜 불임 끝에 아기를 갖게된 기쁨의 충격이 대단했던 모양 이다. 진료를 이곳 저곳 다니다보면 맨나중에 만나게 되는의사가곧명의(名醫)가 되기 마련인데, 아마도맨 마지막으로우리 병원에 왔다가 우연히 임신되었다니그런 날은 하루종일 쌓인 피로가 말끔히 사라지는 듯한 보람도느끼게 된다.
언젠가는 한 여학생이 무슨 고민이 있는듯 대기실한쪽에앉아 뚫어지게 나를 주시 하고있었다. 그 표정이 자못 심각하여 말 못할무슨심각한 사연이 있는 것 같아모 든 진료가 끝난후 혼자 남은 그 여학생을 조용히 불러 상담을 하기로 했다. 그러 나 무언가 망설이더니 뜻밖에도 그 여고생은 초롱초롱 빛나는 눈망울로 내게 청이 하나 있다면서 멋적은듯 말했지만 입가엔 포근한미소로 가득 젖어있었다. 사연인즉, 나와 악수를 하고 싶단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었기에나도 한편 놀랐다. 으아해하는 나에게 그는 선생님 기를 받아 이번에 의대에 무난히합격할수있을 것 같다면서 월 말고사 시험중에 큰맘먹고 들렀다고 했다.
참 어디서 그런기발한 발상이 떠올랐을까?난 힘찬 악수와 함께그를 격려하곤 그 의 양 어깨를포근히 감싸주었다. 그가누구인지 이름이나 적어둘것을!... 나까지 덩 달아 감격하는 바람에그만잊고 말았다. 지금쯤어느 의대에서 해부학 공부에 열중
하고있을 것 같은 예감이드는 것은 왠 일 일까. 또지난가을엔 월동준비 차, 차가 붐비지 않는 이른새벽에 경동시 장엘간일이 있었다. 늦잠에서 깜짝놀 라깬 김에 부랴부랴 서둘러서인지 막 상 태양고추50근 값을 지불하려고 지 갑을 여니 이를 어쩐담! 만원 짜리가 겨 우 두장 뿐 이었다. 앗차! 그만 다른 지 갑을들고나온 나의 실수였다. 그냥도 로 가자니 서운한 일이요, 묘안이 떠오 르지 않아 어찌해야하나 고민이 시작 되었다. 그렇다고 카드조차 없고 고추 가게 아주머니가 날 언제 봤다고 후불 로 줄턱이 있나.... 그저 난감했다.
그 아주머니는 아침 첫 개시 손님부터 그냥 보내긴 서운하다면서 자기는 너 무너무 바쁜 사람이라 고추 좀 팔고 집 까지 따라간다는 것은 전혀 있을수 없 는일이지만첫 손님 인 내가 어쩐지 인 상이 評)■ 특별히 응하겠다면서, 내게 큰선심을쓰는 양 나를 따라 나서기에 너무나 고마웠다.
고추를 싣고 하께 집으로 가는길에, 사실은 내가 산부인과 원장이라는 것 과, 되돌아가는 교통비까지 얹어서 고 추값을 넉넉히 드릴 것이며, 특별히 고 마운표시로복부 초음파와 자궁암 검 사를 대신 무료로 해드리겠다고 기꺼 이 약속하였다.
시무룩해 있던 그가오히려 너무 감사 하다면서 미소를 보내주니 나도 덜 미 안한 것 같았다.우리의 일상사 모두다 하늘의 뜻이요, 이것도 아주머니와 나 와의 묘한 인연이니 앞으로 아주머니 고추가게에 내가 단골손님이 되면 가 재잡고도랑 치고 서로 얼마나 좋은가
나도 고마운 뜻을 다시 전했다.
바쁘게 살다보니 산부인과 암검사는 생전 처음이라면서 그 고추가게 아주머니는 처음과는 전혀 달리 아주 공손하게 인사를 하곤돌아갔다. 난아침 일찍부터 돈도 없 이 시장에 갔다가 최상품태양초 고추를 사게 되었으니 좋고무료진료까지 베풀고 나 니 왠지 종일 기분이 상쾌하였다.
그런 일이 있은후 3-4일이 지났다. 대부분의암검사는 정상이 흔한 일이지만 난 그 만깜짝 놀라고 말았다. 바로 그 고추가게 아주머니 가 암 일줄이야! 다행스럽 게도자 궁경부암 초기였다. 즉시 전화로 불러 정밀검사로 재 확인해야할 것 같다고 설명해 주었다. 사실대로 전하다간 충격 받기 십상이라 빙글빙글 돌려 다시 재검만 하면 된 다고 말했는데도 낌새를알아차렸는지 남편과 함께방문하였다.
그 뒤 한 달이 훨씬 지난어느날, 병원대기실이 웅성웅성거려 내다보았다. 온 가 족이 총 동원되었는지 그 고추 아주머니 친척까지 함께 온 것 같았다. 잘 익은 배와 사과를한상자씩 내려놓곤 내게 인사를 하는게 아닌가! 다시 놀랬다. 대 수술받고 회 복도 잘 되 었다면서고운 한복으로 단장한채 미소짓고 있는 그의 자태가 고추가게아 주머니가아닌 것 같았다. 조기에암을 발견해준 그 큰은혜를평생 잊지못할 것이라 는 그녀 남편의 얼굴은무척 상기되어 있었다. 아!이것은무슨인연일가! 하늘의 뜻 일까. 나를 그의 도구로쓰는 것이니 의사된 보람이 다시 절실하게 가슴에 와닿았다.
그아주머니 고추 가게는 지금도 경동시장 대로변네거리에서 세 번째에 있다. 어쩌 다 무심히 그쪽으로 지나쳤는데 누군가날부르는 것 같아놀래서 뒤를돌아보았다.
너무 반갑다고〈원장님 ! 원장님〉하고 큰소리로 나를 향해마구부른다. 그 많은 인 파중에 어떻게 날 용케 알아보았는지 지나가기만 하면들키고만다. 잠간 들러서 야 쿠르트라도마시고 가야된다고아우성이다.
고추와자궁암! 무슨 상관 관계가 있는가!고추 관리를 잘해야 자궁암이 잘걸리지 않는다는걸까? 이런 연유로 난 최상품의 태양고추는 얼마든지 맘놓고 살수 있게 되 었으니 귀인을만난셈이다.
가을밤이 깊어가고 있는 이 사색의 계절에 잠시 뒤돌아본다. 내가 문단에 데뷰한 시인詩人)이란 걸 뒤늦게 알았다면서 곱게 물든단풍잎을 자기 정원서 꺾어온 눈이 예쁜 환자, 올때 마다 꽃바구니 안고 오는 꽃집의 아줌마, 원장님 목소리가 감기 같 다면서 굵직한 도라지에 생강과대추를넣고종일 다렸다고(민간 요법) 신나게 갖고 온 어느 할머니,그뿐 아니라 따끈따끈한 호박죽의 온기까지도 진찰실에 퍼지곤했 다. 또 모래밭에만심어야한다면서 날땅콩까지 갖고오는순박한 아줌마랑 여러 타 입의 다양한모습으로 내게 온환자들의 이런
저런얼굴들이주마등처럼 스친다.
그중에도 고추가게 아주머니의 밝은미소가
곱게 물든 고추와 함께 아침 해처럼 환하게 휴' 김석회
하 수필가(김산부인과원쟁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湖 넝B
금조실 우황청심환
(今朝失牛黃淸心九) 1 치
G ;거 o 1
하지 말고 무조건 외국인과 대화하라.더 더
외국어를 익히기 위해선 그 방법이 최고라지만그것도 처음외국어를 배우던 학생 때의 얘기지 명색 이 외국어를 가르치는 대학 교수가 되어서도 그런다는 건 여 간 꼴불견이 아니었다. 그런데우리의 안(安)이 그랬다. 대학에 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안은 마 치 외국인만 보면그알량한 영어를 구사하고 싶어 안달하는 덜 떨어진 학생처럼 굴었다.
그날도 예외가아니었다. 시내로 나오자마자 안은 어디 영어 를 내갈길 만한 상대가 없나하고안광을번득이며 거리를두 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중국하고도 한참내륙지방인 서안(西安)에서 영어를 일상어처럼 제대로 하는사람이 몇이 나있겠는가. 중화인민공화국 인민들은매끄럽지못한 영어로 안이 접근하자 마치 전염병 환자를 피하듯 손을내저으며 달 아나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안은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대 화가가능할듯한 대상자를 탐색했다. 이를테면, 학교에서 영 어를조금이나마 배웠음직한 여대생 같은.
그러나한국의 여대생들이 영어회화에 그다지 능통하지 못 하듯 국제화가 별로안 되어 있긴 중국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기껏 말을 붙인여대생들도안과겨우 몇 마디도 대화밖에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그만둬.그냥돌아봐.”
그 꼴을 보다 못한 김(金)이 조금 못마땅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도그럴 것이, 우리들은 서안시의 가장번화한 중심부에 와 있었다. 거리는 휘황한 네온으로 화려했고 우리들이 찾는 술 집은 잠시만 돌아보면 얼마든지 발견할수 있을터였다. 그런
데도 영어에 익숙지 않은애꿎은 중화인민공화국 인민들을 붙 잡고 괴롭히는 건 미치도록 자신의 얄팍한 영어실력을 과시하 고 싶은 안의 천박함 때문이었다.
그러나안은 중화인민공화국 인민들을사랑하는 김의 사려 깊은 충고에도 아랑곳않고 급기야는 한 대형 호텔 앞으로다 가갔다. 호텔앞에는 머리에 터번을두른 인도인도어맨이 서 있었다. 이제사 확실한 대화 대상자를 물색했다고 생각했는지 안은 희색이 만면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는 웬만큼 대화 가길어졌다. 그도그럴 것이 인도인이야 영어 상용국에서 왔 을 테니까.
그렇지만, 그 대화란 게 대단한 게 아닐 건 뻔했다. 기껏, 우 리는대한민국에서 온 여행객인데 이 근처에서 술을한잔할 만한 좋은술집을 좀 가르쳐 달라는 정도일 터였다. 그리고 그 것은굳이 남에게묻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실제로 인도인 도어맨에게 물어서 간술집은우리들이 서 있 던 호텔바로건너편에 있었다. 길에서 빤히 보이는,그래서남 에게 묻지 않고 그냥걸어서도 얼마든지 갈 수 있는 곳이었다.
김은 속으로 고소(苦笑)했다. 우리들은 병마용갱(兵馬
ffit
히을 비롯한진시황의 유적을 보러 중국 서안에 온 것이었다. 그런 데도안은매사 마치 영어회화 실습을하러 온것처럼 행동했 으므로 피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어회화를 실습하려면 중 국이 아니라 영어 상용국으로 가야하는것임에도말이다. 안 의 그런 행동은이후로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김은 곤혹스 러워 할 중화민국 안에게 적절한 제동을 걸어야겠다고 내심 생각했다.다음날은 중국 역대 문인들의 시문을적은 비(碑)를 모아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