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최고경영인과 경제단체장의 신년사는 기업인들이 기업시민성을 인식하는 내용과 정도를 추론할 수 있게 해준다. 신년사는 기업인들의 대내적, 대사회적 메시지라는 점에서 다양한 차원의 담론을 담고 있다.
즉 실천과 의지를 표현하는 실천적 담론,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사회적 담론, 구체적 방향성보다는 좋은 의미만 전달하기 위한 수사학적 담론, 비판적 혹은 방어적 담론 등이 포함될 것이다.
기업인들이 주로 활용하는 기업시민성의 언어가 실천적, 사회적, 수사학 적 담론 중 어떤 담론 형태에 가까운지 분석함으로써 개념에 대한 인식 정도를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언어의 중앙성 분석>
중앙성을 찾기 위해 대입한 단어는 [표 Ⅳ-1]에 제시했던 기업시민성 관련 단어들이며, 이 단어들 중 2~3개 단어가 연결된 용어들을 중앙성을 뽑을 수 있는 단위에 맞도록 핵심이 되는 한 단어로 변환하였다. 언어네
공정,공헌,기부,기업윤리,대타협,동반,복지,상생,소비자,신뢰,윤리,일자리,지속 가능,투명,투명경영, 투명성,행복, 환원, 희망
트워크 분석은 기본적으로 형태소 분석이 단어 단위가 되기 때문에 ‘사 회적 책임’과 ‘기업시민성’처럼 두 개의 단어가 합쳐져 하나의 개념이 되 는 형태의 단어는 분석하기 어렵다. 사회적 책임은 각각 ‘사회적’ ‘책임’
의 형태로 쪼개져야 한다. 이에 39개 개념 중 중앙성을 도출할 수 있는 형태소 형태의 단어 19개를 도출하여 단어들을 대입해 분석하였다.
[표 Ⅳ-4] 중앙성이 분석 단위로 만든 형태소
단어의 중앙성이란 해당 단어를 중심에 두고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형태 를 보는 것이므로, 중앙성이 높을수록 본문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즉 사회적 네트워크 분석에서 중앙성이 높은 사람을 중심으로 많 은 연결선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언어분석에서는 중앙성이 높은 단어를 중심으로 다른 단어들과의 연계가 빈번하거나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림 Ⅳ-5] 전체 기업과 단체의 단어별 중앙성 추이
우리는 여기에서 19개 단어에 대해 각 기업별 혹은 단체별, 연도별로
해당 단어들이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 추적하였다. 해당 단어의 중앙성 이 높으면 기업시민성 어젠더를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고, 낮으면 중요성 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림 Ⅳ-5]는 7개 분석 대상의 모든 중앙성을 합쳐본 연도별 추이 그 래프다. 이 그래프에서는 ‘신뢰’ ‘행복’ ‘희망’과 같은 수사적(rhetoric) 표 현의 중앙성이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이 단어들은 기업시민성이 아니더 라도 일반적 국면에 많이 사용되는 단어라는 점에서 이것이 기업시민성 어젠더에 집중하는 증거라고 분석하기는 어렵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일자리’의 중앙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다른 단어들의 중앙성 수준은 미미하거나 특정한 해에만 반짝 높았다가 사라 지는 등 계속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림 Ⅳ-6] 경제단체와 대기업의 중앙성
그렇다면 경제단체와 기업의 사용언어는 차이를 보이는가. [그림 Ⅳ-6]
은 경제단체와 기업의 사용언어의 차이를 살펴보기 위해 단체와 기업들 을 따로 묶어서 분석해 보았다. 왼편에는 경제단체, 오른편에는 대기업을 분류한 그래프이다.
이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단체의 경우 1999~2000년에 신뢰, 윤
리, 공헌, 투명성이라는 단어가 집중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2005년 이 후 ‘일자리’가 늘기 시작해 2010년 최고치를 이루었다 줄어든 후 2017년 에 다시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기업은 행복, 신뢰, 희망 등의 수사적 용어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 기부, 공헌, 동반, 복 지 등 구체적 단어들은 활용되는 사례가 극히 드물었다.
[그림 Ⅳ-7] 4대 기업 각각의 중앙성 분석
기업별 차이를 분석해보았다. [그림 Ⅳ-7]은 각 기업별로 선호하는 단어 가 무엇인지 살펴본 것이다. 각 기업과 경제단체가 각각 선호하는 단어 가 있는지 분석해보면 각 집단의 정체성 혹은 선호 개념을 확인할 수 있 을 것이다.
이에 따르면 삼성과 LG는 ‘신뢰’ ‘희망’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현대차는
‘행복’ ‘희망’을 비교적 높은 빈도로 사용하고, SK는 2005년 이래 ‘행복’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에선 19개 단어 중 한 번이라도 등장한 것이 13개, SK와 LG는 11개였다. 이들에선 수사학적 단어를 제외하고, 실질적 현안과 연 결된 구체적 단어들은 특정한 해에 단속적으로만 사용되는 특징이 있다.
이는 해당 쟁점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사용하는 것 으로 추론할 수 있다.
경제단체들의 활용패턴은 [그림 Ⅳ-8]에서 살펴볼 수 있다. 경제단체들 은 기업보다는 투명경영, 투명성, 일자리, 윤리 등의 구체적 단어를 좀 더 많이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같은 단어가 비슷한 시기에 사용되는 패턴의 유사성도 일부 보 인다. 전경련과 경총은 일자리와 투명성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시기가 겹 치고, 경총과 상의도 ‘상생’을 사용한 시기가 겹친다. 이는 경제단체들이 좀 더 사회적 이슈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그림 Ⅳ-8] 각 경제단체 중앙성 분석
이처럼 단어의 중앙성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대기업 최고경영자 들은 행복, 신뢰, 희망과 같은 수사학적 담론을 선호하고, 기업들의 이익 을 대변하는 경제단체장들은 행복, 희망과 같은 수사학적 담론과 함께 (사회)공헌, 동반, 상생, 일자리, 지속가능 등 시기별로 사회적 쟁점이 되 어 온 기업시민성 관련 단어들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기업인
들의 기업시민성은 ‘수사학적’이거나 ‘사회반응적’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워드 클라우드>
그렇다면 기업인들이 높은 빈도로 사용하는 언어는 무엇이며, 기업인들 의 신년사에 기업시민성 개념의 단어는 언제부터 등장하는가. 언어네트 워크분석은 형태소로 잘린 개별적 단어를 중심으로 분석한 데 비해 워드 클라우드는 개념형태의 언어와 해당 언어의 빈도를 분석한다는 점에서 좀 더 구체적 개념들을 추론할 수 있다. 언어클라우드 분석도 단어의 중 앙성 분석결과처럼 기업인들의 ‘기업시민성’ 개념은 수사학적이거나 사회 반응적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워드클라우드를 기업별, 단체별로 10년 단위 로 끊어서 분석해 보았다. 워드클라우드를 나눈 단위는 1990년대 (1990~1999), 2000년대( 2000~2009), 2010년대(2010~2017)의 세 시기다.
대기업신년사에 ‘기업시민성’ 개념이 등장하는 것은 2010년대 삼성, 현 대차, SK다. LG의 경우엔 2010년대 이후에도 기업시민성 개념이 도출되 지 않는다. 1990년대와 2000년대 모든 기업에서 기업시민성 개념이 의미 있게 등장하지 않는다.9)
대기업들 중 기업시민성 개념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기업은 SK 다. 사회적 기업, 사회공동체, 책임경영, 지속가능, 양극화, 사회문제 등 다양한 언어를 활용하고 있다.
9) 기업들의 워드클라우드 자료는 별첨한다.
[그림 Ⅳ-9] 기업 신년사에 등장한 기업시민성
[그림 Ⅳ-9]에서 볼 수 있듯이
삼성과 현대차는 기업들이 가장 자주 사 용하는 언어인 ‘사회공헌’이 눈에 띄고, 삼성의 경우 지역사회, 국민 등 현대차보다는 조금 더 많은 단어를 활용하고 있다. LG에서는 기업시민 성 관련한 의미 있는 단어가 사용되지 않았다.
워드클라우드와 단어사용빈도수를 통해 분석해보면, 1990년대에는 삼성, SK, LG
10)모두 구조조정과 세계화 관련 단어와 구체적인 사업내용 관 련 단어들이 신년사에 주로 사용되었다. 삼성은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는 ‘초일류기업’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였다. 2000년대에는 기업 들이 공히 세계시장, 일류기업, 국제경쟁력 관련 화두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기업들의 신년사는 기업의 내적 경쟁력과 시 장 환경에 대한 관심에 집중하고 있는 경향을 보인다.
2010년대에 오면서 LG를 제외한 3개 기업은 국가경제, 국민, 사회공헌
10) 현대차는 2000년대에 계열분리됨에 따라 당시 자료가 없음
등 사회와 연관된 언어들로 바뀌는 경향을 보였다. LG는 대사회적 언어 가 아닌 고객가치, 고객 중심 등 고객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즉 대기업 기업인들이 기업시민성 관련 의제를 의미 있게 발언하기 시 작한 것은 2010년대 이후로 볼 수 있다.
경제단체는 대기업들과 다소 양상이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경제단체들
은 회원기업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목표를 한다는 점에서 당대 경제 및
정책 현안 혹은 정부와 사회의 요구 등에 대해 주로 발언하는 경향이 강
하다. 경제단체들의 신년사에선 1990년대까지는 기업시민성 관련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다 2000년대 신년사에서는 모든 단체에서 윤리경
영 혹은 투명경영이 [그림 Ⅳ-10]에서처럼 높은 빈도로 다루어지고 있
다.
[그림 Ⅳ-10] 2000년대 경제단체 신년사의 기업시민성
2000년대는 진보정권이었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1998~2008년) 시절로, 기업에 대한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에 대한 요구가 높았던 시대였다. 관련 단어는 1990년대와 2010년대 신년사에서는 빈출단어로 등장하지 않는다.
2010년대에는 활용하는 단어가 달라졌다. 공공성과 관련된 언어로는 일 자리창출 혹은 고용창출 등 일자리 관련 언어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전경련을 제외하고는 기업시민성 이슈를 제기하는 사례는 드물었다. 대 기업들의 모임인 전경련은 일자리창출뿐 아니라 동반성장, 사회공헌 등 기업시민성 관련 단어들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